주마등 임종 연구소 소설Q
박문영 지음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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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을 평할 만한 초점과 고찰이 부족한 지라 대신 이 파트에서 다룬 작품에 대해 감상문에 가까운 리뷰글을 쓰기로 한다마침 좋아하는 장르이고 다루는 소재와 주제 모두가 흥미로운 작품이었다작년에 출간 소식을 듣고 관심을 가졌으나늘 비슷한 이유로 읽기가 유예되거나 최초의 관심을 망각한 작품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안락사나 존엄사’ 형태의 죽음이 법적으로 허용된 세계가 배경이다현실에서도 국가 별로 시행되기도 하고 딱히 미래의 세계 모습이라고 할 바가 있나 싶지만이 소설의 인물들은 시공간을 넘어 원하는 장면에서 원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이 책의 제목인 <주마등임종 연구소>이다.

 

주마등走馬燈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류의 표현을 통해 비유적 뜻은 알고 있는데아무리 애써도 나는 등불로서의 주마등을 본 적이 없다기억도 없다찾아봐도 형태를 잘 모르겠다안 다고 착각한 것들이 끝이 없다실재라고 믿는 허상이 수없이 많다.

 

주마등이란 명칭은 남았지만 실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놀랐다나만 본 본게 아니라 아무도 못 봤다?! 그림도 없고 등잔박물관에도 없고 양주의 조명박물관에 개념도를 기초로 재현해 놓은 작품이 하나 있다충격적이다명칭이 남았다고 해서 유물도 그림도 없는 등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믿어도 되는 걸까.

 

덕분에 소설의 본 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참 겉돌았다어쨌든 주마등이란 실물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삶과 죽음 모두와 연계된 참으로 적절한 소재이고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죽음을 지원하는 이들은 그 이유로 무언가를 잃은 이들이다자연스런 노화와 질병도 있고극심한 우울과 가난도 해당된다이들은 지원을 통해 연구소에 들어오면서 품격 있는 숙식과 간병 서비스를 받고시신 수습과 장례에 대한 일체의 책임과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다일견 무조건 무료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대신 지원자들은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보여주어야 하며그 기억을 토대로 만든 가상현실 속에서 마지막으로 머물다멈추고 싶은 곳에서 암호를 말하고 임종을 맞는다.

 

완벽하기만 하다면 모두가 만족스런 죽음을 맞고 행복할 것이지만피하지 못한 부작용오류가 발생하며 소설적 갈등이 펼쳐진다.

 

행복한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가상 세계에서 맞는 죽음은 아름답고 화려하기만 할까.

 

다른 곳에서라면 달아났겠지만 여기라면 상관없지 않나노력하지 않기 위해 온 곳이니 극복할 것도 없다될 대로 되겠지.”

 

의식을 열어 가상현실에 들어간다근데 거기서 누굴 만날 것 같아그냥 또 자기 자신이야. (...) 죽을 때까지 자기한테 파묻히고 싶어?”

 

모르는 것까지 상상할 순 없잖아요그것까지 슬퍼하면 감당이 안 되니까요.”

 

선택하라니까 되게 대접받는 것 같고? (...) 이게 열심히 기도하면 천국 간다는 말이랑 뭐가 달라?”

 

SF미스터리가 아닐까 했던 짐작은 빗나갔다죽음을 주제로 두고 철학적으로 의심하고 고찰하고 의미를 재구성해보자는 그런 메시지가 읽혔다상대적으로 젊은 지원자들은 죽음을 선택하는 대신 가상의 현실에서 보고 싶었던 모습대로 살아 보자는 삶을 선택했다장편에 익숙해져서 친해질 시간이 부족했는지젊은이들의 분위기가 어색한 나이가 된 탓인지주요 캐릭터들이 살짝 거칠고 입체감이 덜하고 친밀감이 차곡하게 쌓이진 않았다.

 

이야기 속에서 연구소는 이런저런 이유로 비난을 받고 폐쇄되었지만 나는 완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질병에 시달리는 이들노화로 더 이상 육체적 기능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의료서비스가 미래에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층 더 바라게 되었다. ‘선택을 할 수 없는 뇌질환을 앓는 이들다른 이유로 지원을 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세심한 서비스가 보충되어야하겠지만.

 

나는 장기기증과 연명치료에 관한 입장을 밝혀 두었다언제나 뭔가 준비가 덜 된 기분이어서일까시기 자체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섣부른 감상일까.

 

허이경이 문제 삼은 것은 안락사 자체의 윤리성이 아닌안락사를 위한 기억 편집술의 허구성과 허위성이에요즉 우리가 삶에서 행복한 장면들만 편집한다고 할 때그 행복이 얼마나 보편성과 일반화라는 틀에 갇힌 것인지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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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시간 여행자를 위한 종횡무진 역사 가이드
카트린 파시히.알렉스 숄츠 지음, 장윤경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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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할 사항이 하나 있다만약 당신이 책을 끝까지 읽는 경우가 극히 드문 사람 축에 속한다면지금 이 여행 가이드를 손에서 내려놓기 전에 미래로 가는 짧은 시간 여행을 하며 최소한 맨 뒤에 실린 후기’ 정도는 둘러보기를 바란다정말 놓치기 아까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독일 출신 천문학자와 저널리스트인 두 저자의 공저이다. <타임머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계보를 이을 재미난 책이라는 평을 들었다첫 페이지부터 웃기 시작해서…… 계속 웃었다정말이다심지어 물리학 이야기를 하는 내용에서도 웃길 수 있는 대단한 저자들이다.

 

현대물리학의 혼란스러움와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어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시간여행을 안내하는 이런 책이 있다. 현재 현실의 나는 시간여행에 관한 거의 모든 진지한 가능성을 포기했지만 상상 속에서 만이라도 이만큼 흥미롭고 위험하고 설레는 일도 없을 것이다.

 

목차를 보니 도저히 살아남을 자신이 없는 빅뱅의 순간이나 공룡 시대는 무섭지만저자가 장담하는 대로 안전한 여행이 보장된다면 또 모를 일이다우주의 시작을 엄청 보고 싶기는 하니까모든 것의 시작점!

 

다른 인간이 없고 어디에서도 음식을 사 먹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에 휴가 기간 동안 먹을 식량은 집에서 직접 가져와야 한다마실 물도 여기 에 해당 된다만일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여행용 비축 식량이 없어져 버린다면 돌아올 때까지 금식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도저히 굶을 수 없다면 되도록 잘 알려진 종을 잡아먹도록 하자낚시를 할 수 있다면 철갑상어처럼 보이는 어류를 잡아 보자아마 먹어도 괜찮을 것이다.”

 

시간여행을 간다는 설정에 몰입하니 늘 하던 버릇대로 여타의 걱정거리들이 줄 지어 떠오른다각 시대별로 장소 별로 가장 완벽한 복장도 제공해 주려나그게 가능한 과학기술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이런 미래의 일들을 생각을 하는 여유로운 순간에는 무척 오래 살고도 싶다.

 

과거와 미래를 여행하는 법이 얌전히(?) 체험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고 하는 저자의 호탕함이 멋지다이야기 속에서 과학적이고 정밀한 한계에 신경 써봐야 소심해 지기만 한다된다고 하자영웅이 되어 보자!

 

그래도 젊은 화가였던 히틀러를 찾아가서 태연히 작품을 살 수는 없을 듯하다더구나 미소를 지으라니히틀러가 화가로서의 자신감을 잃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삶은 바람직하나아직 행하지 않은 일로 누군가를 미워해서는 안 되지만, 가능하면 안 만나고 싶다다른 분이 해주시길최소 육백만 명그 이상의 목숨을 살리는 일인데 나는 역시 비겁하고 이기적이다.

 

자꾸만 현실의 과거와 미래에서 갈피를 못 잡고 상상들 사이를 오가며 읽는다간절히 바라는 종류의 세상을 만나 흥분한 탓일까어쨌든 책 속 시간 여행지를 보고 현실의 경험이 떠오르며 괜한 걱정이 더해진다.

 

예를 들면 오래 전 영국에 머물며 아프리카와 인도 지역을 가려니 미리 맞아야 할 백신 종류가 많았고돌아와서도 할 수 없는 제약들도 꽤 있었다백신 부작용으로 고생할 듯도 싶어 계획 자체를 취소 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에 비할 바가 아닌 시간여행은 더 준비가 철저해야 할 듯가령 페니실린도 없는 시대라면 파상풍으로 죽을 수도무섭다여행 전에 일단 예방 접종을!

 

그러고 보니 언어 문제는..... 시간여행이 기차여행처럼 안전하게 가능한 시대라면 그 쯤이야하고 믿어 본다.

 

시간 여행에 관한 아홉 가지 신화의 내용은 일부 익숙하고 일부 헷갈리고 일부 재미있다.

 

(...)

2. 과거로 여행 가면 어려진다.

3. 과거로 가는 길은 단 하나우리가 지나온 바로 그 길 뿐.

4. 과거로 여행하면 텅 빈 공간에 내려앉는다지구의 위치가 지금과 다르기 때문이다.

5. 과거로 떠나면 현재 존재는 연기구름으로 변해 사라진다.

(...)

9. 시간 여행자들은 세상을 구할 의무가 있다.


물리학 이야기로 시작하는 내용이 신나서 시간여행에 대해 쭉 쓰고는 있지만 목차를 확인하시면 역사이야기를 더 좋아할 흥미로운 종횡무진한 방문기이기도 하다그야말로 다채로운 장면들이 있지만 특히 매력적인 곳은 만국박람회장이었다. 1853~1854년 뉴욕이라면 겁보인 나라도 도전해볼 만하다드레스 코드만 소화할 수 있다면.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는 - 14세기 중반이라는 시대가 막막하진 하지만 살면서 한 번도 떠올려 본 적없는 여행지인 그라나타 토후국이 있다무척 흥미롭게 들리는 문명이다모두 다 사라진 것만 같던 이성과 상식이 보존된 곳처럼도 보인다.

 

당시 유렵은 흑사병이 신의 형벌이라 여겼는데아니 믿었는데그라나타의 사람들은 그런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 여겼고하수 시설도 갖춰져 있었으며여성들이 기독교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많은 권리를 누렸다.

 

중심과 주류에서 벗어나 보자 애는 쓰지만변방가장자리사라진 문명에 대한 여전한 무지를 절감하였다흥미로운 여행지일 뿐만 아니라 귀한 배움의 장소이기도 할 듯!

 

다시 우주여행으로 돌아와 보자면이런저런 의심과 불안과 두려움을 일단 잊고 원하는 시공간으로의 시간여행이 정말 가능하다면, 45~46억 년의 어느 한 때 우주에서 지구가 생겨나는 그 순간으로 가보고 싶다창백하지도 푸르지도 않을펑펑 터지고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로 존재하겠지만 알아볼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지구의 탄생 순간을 보고 싶다.

 

성운의 한 지점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서로에게 끌린 입자들이 만나 연쇄적인 결합을 하며 지구라는 행성을 태양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 곳에 만들어 가는 장면은 얼마나 신비롭고 놀라울까직접 본다고 해서 왜어째서란 지금의 질문들이 다 답을 찾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과학과 역사가 버무려진 내용인데역사는 과학사가 아니다이런 구성은 또 처음이다장르는 분명 SF이다저자들은 자신들의 책이 하나의 범주로 구분되지 말라고 종횡무진한 작품을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시간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고정 관념들은 시간여행이 가능한 시대에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작금의 주류와 현실에 경고를 가하는 지도 모른다.

 

과문해서 몰랐던 그라나다처럼세계 최초로 의회민주주의를 만들고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허용한 아이슬란드 여행을 열심히 권하는 모습이 그러하다여성 독자인 나로서는 여성의 권리와 자유로운 활동과 안전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시대로의 여행은 전혀 내키지도 않고 시도하지도 않을 것이다저자는 사려 깊고도 재기발랄하게 경고를 잊지 않는다.

 

여성이나 성소수자 시간 여행이라면 수녀나 고위층과 결혼한 여성으로 가장하는 게 그나마 활동하기 편리하고재산을 소유상속할 수 없고범죄에 연루됐을 때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엄벌을 받을 수 있으며이성애자가 아니라는 게 드러나면 사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즐겁게 읽느라 분석력은 떨어지는 글이지만독일인 저자가 특별히 인용한 영국 역사학자 이언 모티머의 말로 미루어 두 가지는 짐작할 듯하다.

 

아예 다른 방향에서 역사를 바라볼 것.”

 

과거를 (일어난 일이 아니라무언가가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상상하는 즉시역사를 완전히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무척 신비로운 책이다영어 제목으로는 아무리 찾아봐도 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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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 아킬레스건 완파 이후 4,300㎞의 PCT 횡단기
정성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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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아킬레스완파 후에도 기어이 떠나게 한 초기 동기가 되어 주었던 영화 <와일드>를 본 적이 없어 자료만 찾아보았다.



 영화의 장면에도 있듯이 PCT라고 불리는 4,300km 횡단 코스가 나온다미국 3대 장거리 트레킹 코스로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National Scenic Trail: PCT)로 불린다종주를 하려면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3개 주의 고산지대 능선을 따라 걸어야 한다.

 

언젠가 미국으로 장기 여행을 간다면 국립공원들을 꼭 가봐야지 했던 어린 날이 떠오른다. PCT코스에는 국립공원 7국유림 25곳이 포함되어 있다경관이 유려할수록 안전사고 가능성은 높아진다.

 

공원과 국유림이라고 하지만 푸른 숲길과 초원만도 아니고샌디에이고 사막을 건너고 3000m 고지대 능선을 걸어야하는 시에라네바다 산맥도 포함된다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까지 가려면 호수와 눈으로 덮인 산도 통과해야 한다산악 지대는 가장 평범하게 표현해 보자면 험준하다.

 

거의 직전에 완파된 아킬레스 건으로 이런 종주 코스를 걷는 저자가 담은 이야기들은 여행가이드가 아니었다분명 논픽션인데 드라마 대본처럼 읽히는 내용들도 있고자연 속에 머물고 걸어서 땅을 밀어내며 새 풍경을 맞이하는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듯한 문학적 감성들도 보인다덕분에 장점과 단점과 풍경 사진들만 가득한 책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다스토리텔링이 가진 매력과 힘은 역시 크다.

 

이상주의자보다 경험주의자가 되어라라는 말을 참 좋아해사람은 말이야 (...) 자신에게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많더라고.”

 

물론 여정은 고난에 다름 아니다고군분투기로 읽어도 사실 무방하다여느 여행기처럼혹은 내가 여행에서 경험한 것처럼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역시 가장 빛나고 귀중한 경험이다치장할 것도 자랑할 것도 없이 맨 몸으로 걸어나가는 이의 이야기는 자연 솔직하고 담백하다.

 

예상 가능한 육체적 고통도예상을 뛰어 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당연하지만 늘 힘겨운 생각지 못했던 위기와 갈등그냥 여행에서도 충분히 겪을 일들을 저자는 극한의 도보 여행에서 경험한다여행은 특히 장기 여행은 함께 하는 시간의 길이 만큼 어떤 식의 갈등을 늘 양상하는가 보다오래 전 지리산 종주에서 마치면 동행한 친구들과 절교할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 잠시 생각났다절교하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따라하고 싶어도 올바른 훈련과 준비가 없이는 불가능한 도보 여행이지만도전하면 또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기대도 생기는 묘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도보라서 그런 듯하다판데믹 시절엔 걷기로 하고 걷지 않은 모든 길들이 자주 떠올랐다내겐 별 의미가 없던 산티아고 순례길 조차 지금 이후의 미래엔 갈 수 있을 듯하다.

 

저자에겐 등산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일이었다고 한다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 삶이 소개글에 고스란히 자랑스럽게 담겨 있다멋지고 부러운 일이다다시 맘편히 몸 건강히 하고 싶은 여행 잘 다니시는 그런 시절을 함께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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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모르는 인생을 바꾸는 대화법 - 말 잘하는 사람들의 여덟 가지 공통점
스쿤 지음, 박진희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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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미삼아 간단한 테스트를 했는데물론 출제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겠지만 충격적인 결과를 만났다적당히 부정하기에는 해당 사항에 합치되게 행동하거나 말하는 내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게 상상이 잘 되었다. ‘당연한 사고와 지적이라고 생각한 내용들이 상대방()에게 느껴지는 바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놀라서 바로 이 책을 읽어 보았다여덟 가지 공통점은 책소개에서도 다 찾아볼 수 있으니 관심 가는 내용만 기록에 남겨 본다.

 

논리는 사람의 골격이고 유추(비유)와 장면 묘사는 사람의 피와 살에 비유할 수 있다하지만 이 3가지 요소만으로는 완전한 사람의 모습을 갖출 수 없다이제 남은 것은 성격성장 배경이야기와 가치관이다이런 것들이 모두 갖춰져야 말에 인성이라는 영혼이 생긴다.”

 

이 책에도 간단히 체크할 수 있는 문항들이 있다이전에 놀란 테스트에 비하면 아주 마음이 편한 친절한 문항들이다체크!



분석말하기 능력 향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고를 한다고 미리 생각하고 말을 하진 않지만나는 제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는 충고나 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저자는 충고라고 해서 꼭 귀에 거슬려야 할 필요가 없다는 소제목을 두고 설명한다.

 

조심스러워진 마음으로 읽다 눈에 들어 온 내용은 상대가 실수한 사실을 알아도 감정에 공감해야 한다는 점이다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았다평소의 모습에서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태도를 갖추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실수가 성장의 대가라고 생각하고 실수를 하는 즉시’ 저지하긴 하지만거슬리지 않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목표를 잡으면 말하는 기술과 연습이 꼭 필요하다일반론도 필요하겠지만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발화자에 적합한 방식을 스스로 정리해봐야 할 듯.

 

내가 한 말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한 경우의외로 나 자신이 스스로 한 말의 요점을 정확하게 모를 수도 있다는 통찰은 유용하다그래서 말하다 비로소 확실해지는 경우도 있으나 자주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정확히 인지하고 확실하게 정리한 후 말을 전달하는 습관이 필요.

 

지식의 저주 역시 의사 소통에 문제를 야기한다즉 발화자가 이미 일고 있던 지식에 갇혀 상대가 그 지식을 모른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만약 언변이 부족한 사람이 지식의 저주에 해당한다면 상황은 악화된다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할 때 상대의 정보 상태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다면.

 

아쉽게도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소통이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조건하에서 이루어진다. 모두 다 휴대폰 검색이 가능하니 아닌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다그러니 언제나 소통을 잘 하기 위한 기술과 연습은 필요하다내 경우에는 얕은 인내심 역시자꾸만 이런 것도 모르나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스멀스멀동료라는 인식이 강해서 그렇다고 애써 변명해 본다.

 

대화 과정에서 상대가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절대 이성적인 사고를 강요해선 안 된다.’ 낯선 충고이지만 짐작은 간다압박하는 분위기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충고이다물론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의미하게 진행하려면 역시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감성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우라는 제안을 하는데좀 더 이해가 필요하다.

 

드디어감사하게도 오늘 고민에 빠지게 한 상황과 유사한 상황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하지이걸 왜 그렇게 처리했지내가 이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 같은 사고방식은 틀린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어제 이 책을 읽었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내용이다.

 

제안은상대방에 어떻게 문제를 대하는지 살펴보고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타인의 관점에서언어폭력이 될 수도 있는 판단을 하지 말고상대의 생각이나 처한 상황을 평가하지 말고가능한 객관적인 시작으로 바라본다.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어떻게 매번절대한 번도” 같은 말들은 곧바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나중을 책임지기 어렵다심지어 이런 말을 듣는 상대는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원하는대로 해주지.”라고 생각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우리는 늘 정태적인 말로 사실을 포착하려고 하지만 이는 우리를 곤경에 빠트릴 뿐이다중략아이에게 너는 왜 매사에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니?”라고 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중략어른이 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면 나중엔 정말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어른으로 성장할지도 모른다.” 

언어학자올리버 홈스Oliver Wendell Holmes

 

이런 언어폭력은 이미 우리도 낯설지 않게 알고 있듯이 언어의 낙인효과를 낳는다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상처가 되어 평생 지워지지 않고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어려운 제안이지만 배워야 하는 제안은 공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을 숨겨햐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삼가해야 할  중요한 내용이다.


! 4가지 유형의 폭력적인 언사명령설교위협과도한 진단반드시부인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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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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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명성도 이미 확고하지만 저자의 이력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난독증에 대한 인지신경과학과 심리언어학연구 에 꼭 읽고 싶어진 책이다얼마 되진 않았는데 열심히 공부를 집중해서 하는 것도 아니면서 뇌과학 책들은 늘 재밌게 읽는 이상한 취향(?)이 생겼다.

 

어제 읽은 책에서도 문해력에 관한 내용이 나왔는데한국 학생들의 문해율이 약 25%라고 한다다른 연령대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절망할 것같아 정확히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이런 통계가 유의미하다면 우리가 애쓰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안타깝고 아깝고 서글플 따름이다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일종의 초능력, ‘진심을 다해 호소하는 태도를 동시에 진화시켰는지도 모르겠다.

 

폭넓게 제대로 책을 읽은 사람은 읽기에 적용할 자원이 많아지는 반면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용할 자원이 적어지면서 추론과 연역비유적 사고의 기초가 부실해지고 결국에는 가짜 뉴스든 날조 뉴스든 불확실한 정보의 희생물로 전락하기 쉽다는 말이지요.”

 

뇌과학 책을 읽으며 신비주의로 향하면 안 될 일문해율과 관련된 난독증의 예를 읽으면 늘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문학적 자질이 뛰어나 원하던 학교에 장학금 받으며 어서 오십시오,란 입학허가를 받았는데 난독증이 발병해서 문학 전공은커녕 책을 읽지 못하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스티븐 스필버그아인슈타인 역시 난독증이었지만 이들은 모든 분야의 예술과 영상 예술과 수학언어와 물리적 상상이라는 대체 가능한 세계들이 있었던 반면내 친구는 그렇지 못했다그 후 몇 해인가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의 여러 구절을 읽어 주기도 했는데어느덧 만난 지도 참 오래다.

 

어쨌든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여러모로 무척 관심이 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라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나니 벌써...... 기쁘게 펼쳐 본다이러니 잠을 줄이고 싶을 수밖에…….

 

인간은 읽는 능력을 타고 나지 않았으며문해력은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후천적 성취 가운데 하나.”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약 34기가바이트이는 10만 개의 영어 단어에 가까운 양.”

 

원작 - Reader, Come Home* - 은 2018년에 출간되었으니 정보량은 훨씬 더 늘어났음이 분명하다문제는 단순양이 아니라 이런 식의 읽기는 연속성과 집중성이 없는 읽기 훑어보기 라는 점이다.

 

<Reader, Come Home: The Reading Brain in a Digital World> 원제가 엄청 매력적인 책이다작가의 선택인지 펀집자의 선택인지 괜히 궁금해본다.

 

저자 자신이 본인의 논문에서 다루던 초보자 수준의 읽는 뇌로 회귀하는 것을 깨닫고는 읽기 회로를 되찾기 위한 실험을 시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사용하지 않으면 문해력이란 능력은 획득 후라도 사라진다.

 

저는 유리알 유희를 읽기 시작하면서 뇌를 한 방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지요그 책을 읽을 수가 없더군요문체는 고집스럽도록 불투명해 보였습니다글은 불필요하게 어려운 단어와 문장들로 빽빽했고(!), 뱀 같은 문장 구조는 의미를 밝혀주기보다 저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속도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저자는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가 거스를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시대 흐름이라 본다누군가에게는 훌륭한 학습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것도다만 깊이 읽는 능력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한다텍스트를 깊이 읽지 못하면 사고 역시 불가능하고인류 문명 사회에 필요한 비판추론반성적 사유 등은 모두 깊이 읽는 능력으로부터만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의 경우 처리할 정보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그것을 처리할 시간은 줄어들면서 아이의 주의와 기억의 발달에 최대 위협이 되기 십상입니다그렇게 되면 보다 정교한 읽기와 사고의 발달과 사용에도 심각한 역작용이 초래됩니다깊이 읽기 회로의 모든 것은 상호의존적이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희망적이고 현명한 안내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관심이 생긴 분들은 재밌게 '깊이' 읽으시길화요일일 뿐인데 상당히 탈진한 저의 쓰기는 여기서 이만 총총.

 

디지털 문화에서 우리는 컴퓨터가 우리처럼 될까 걱정하기보다 우리가 컴퓨터처럼 될 지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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