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동자 안의 지옥 - 모성과 광기에 대하여
캐서린 조 지음, 김수민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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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의 의학적 정의는 이렇다

무엇이 현실이고 현실이 아닌지를 분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개인의 정신적 질병객관적 현실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제목도 부제도 무섭고 강렬합니다분명 아주 아픈 이야기일거라 생각되어 못 읽겠구나 싶었는데친구가 선물로 보내준 두 권에 이 책이 있었습니다차라리 호러 스릴러라면 마음이 편하겠지만이 글은 회고록입니다출산 후 3개월 째에 산후정신증을 경험한 한국계 미국인 저자가 병증만이 아니라 병증에 영향을 미친 삶을 샅샅이 회상하고 발견하고 기억해내며 기록한 일입니다.

 

내게 사랑은 켄터키에 있는 집 뒷마당에 핀 무궁화와 같다중략혹독한 전쟁과 기근을 겪고도 굶주린 몸에서 화사한 꽃을 피울 수 있게 한 그 인내심이 스스로를 몰락의 길로 이끌었다강함은 약함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내가 뉴욕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이유였다누구도 나를 알지 못하고경계가 없으며갇혀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중략나는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올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바람을 거스르며 울부짖었다.”

 

태어나 보니 가족인 사람들과 가정환경은 그저 당하는 조건이지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인 조건이기도 하지만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원래도 쉽지 않는 삶에 분명 더 묵직한 무게가 얹히고, 현실에서 단단해 지는 만큼 인간은 더 허약해지는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또한 선택하지 않았던 삶의 조건을 바꾸고 테두리를 벗어날 방법이 진학일 수 있지요. 우리에게도 낯선 선택은 아니라 봅니다. 단지 벗어나는 것만이 목표였다면 이후에 전혀 바뀌지 않는 상황에 더욱 힘겨울 잔인한 가능성도 남은 선택.

 

화가 났다나는 내가 매 맞는 여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한 적 없었고 나를 그런 여자라고 여기지도 않았다중략두루는 나를 사랑했다너무나 사랑했는데 내가 까다롭게 굴었다나는 이 상황을 멈추는 방법을 몰랐다.”

 

저자가 연인 사이에서 폭력을 경험했을 거라 짐작도 못했기 때문에 너무나 놀라고 충격을 느꼈습니다사람이 가장 연약하고 허약하고 다치기 쉬운 감정 상태일 때가장 친밀한 상대로부터 가해지는 폭력이란 세상에서 가장 아픈 고통을 동반할 것입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을 비난하고 어떻게든 이해하려한 모든 순간들이 멍들었을 것이고어쩌면 완치가 불가능한 상처들은 잠복 중인 바이러스처럼 출산 후 여러모로 약해진 저자를 한순간에 타격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다 지난 이야기라고 아무리 위무해도 안 하면 좋았을 그런 경험들은 마음이 아프고 아팠습니다.

 

배속의 아기가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드루가 생각났다더 정확히는 그의 어머니인 리아였다그리고 처음으로 분노가 아닌 연민을 느꼈다내가 잉태한 아이가아름다운 존재를 뒤틀리고 추잡하며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어쩌면 나는 우울이라는 것을 익숙하고 단지 번거로운 것으로 치부해왔는지 모릅니다약을 먹으면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멍해지는 느낌이 싫어 안 먹어도 그럭저럭 견딜만한 만성적인 질환일 뿐이라고살면서 큰 일이 있든 아니든 모든 순간에 모두 각자의 이유로 우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출산이라는 경험을 하는 산모는 사회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을 거라 짐작하지만 최소 절반이 우울감을일부는 우울증을 , 1천명에 1명은 환청과 망상을 동반한 산후정신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하지현건국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임신으로 내가 내 몸과 분리되는 느낌이 들었다내 몸이 미리 프로그램된 길을 따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였고나는 통제권을 상실했다.”

 

출산 후 내 몸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대신 이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가 되고 말았다.”

 

내 정체성내 존재는 내가 깨닫기도 전에 바뀌었다내 세상의 중심이 이동했다모든 것이 이제는 이 다른 생명체와 연관되었다.”

 

분명한 병증을 겪는 이가 있으니 알고 이해하면 억울하고 잔인한 비난을 가하는 대신 위로하고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요그런 생각을 거듭하며 마음을 다 잡아 끝까지 읽어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2주간 머물렀다중략어머니가 떠났을 때 나는 가슴이 아팠다어머니나는 이 단어가 가진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엄마였고여전히 내가 엄마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나를 정의하는 단 하나의 정체성이었을까나를 따라오는 그림자였을까중략확신할 수 없었다.”

 

더 치열한 기록들이 이어지고 더 몰입해서 읽다 보니 이후의 내용은 필사를 하지 않았습니다두려워한 것보다 저자는 더 담담하게 기록했습니다촘촘함이 숨을 멈추게 했고 계속 읽을 이유가 되어 줬습니다


다행스럽게 저자가 천천히 차근차근 어긋난 마음을 바로 하고 뒤틀린 정신에게 제자리를 찾아 주는 여정을 걷기 때문에 힘든 이야기라도 지치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만한 경험을 하고 그 시간을 기어이 빠져나온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힘은 어떤 것일까.자신의 삶에서 주름졌던 많은 것들을 펴고 어느 구석에 찌그러진 채로 둔 자신을 비로소 곧게 일으킨 제가 느끼기에는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이렇게 어두운 통로를 피할 수도 돌아갈 수도 없이 통과해야 한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이만큼 생생하게 절감한 적이 없습니다인간을 이 수준으로 망칠 수 있는 일이 인간관계에서 자행된다는 점이 두렵고 이 수준으로 망가진 인간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점이 희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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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람의집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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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과의 우여곡절 동거가 짧지 않으니 제목이 맞춤한 이 책을 뒤늦게나마 읽어 본다이 책을 읽어서 잠을 더 잘 수 있을 지는 확신이 없었다진료 역사도 늘어나다보니 문제점도 도움이 될 방법도 알만큼 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그러니 문제점도 겁이 날 정도로 잘 안다.

 

어쨌든 양질의 수면은 고사하고 수면 시간 자체가 줄어든 반갑지 않은 상황바꾸고 싶으면 뭐라도 할 밖에저자 매슈 워커Matthew Walker는 20년에 걸친 수면 연구를 한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이다신뢰하고 읽을 수 있다어쩌면 원하던 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일부 바뀔 지도 모른다단순히 겁을 주는 내용들이 아니라 연구 결과들을 풍부하게 들려 줄 것이다.

 

지난주에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는지?”

 

첫 진료에서 담당의가 했던 질문과 아주 유사하다진료실 안으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다.

 

수면부족으로 인한 여러 증상들 중에 심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는 증상은 아직이다고혈압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저혈압저체온 증상자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유독 겁이 덜컥 나는 증상은 혈관 조직의 손상이다전조 증상으로 알 방법도 미리 검진을 할 방법도 마땅치 않으며 예방법 역시 기대는 높이 가질 수 있지만 효과가 어떤지 측정할 방법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익숙하면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망원인심근경색증어떻게든 숙면을 취하자는 생각이 번뜩 드는 타격이다.

 

현대성의 특징 중 정확히 무엇이 그토록 본능적인 수면 패턴을 교란하고잠잘 자유를 빼앗고밤에 푹 자는 능력을 앗아가는 것일까?”

 

잠을 잘 잔다고 하는 지인들이 별로 없다잠을 좋아한다고 하는 이들은 더 없는 듯하다그보다는 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하는 푸념을 더 많이 들은 듯하고 그럴 때 우리는 아주 높은 확률로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지구환경문제를 염려한다면 커피를 당장이라고 그만 마셔야 하는데나는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절망적인 기분이 든다육식섭취 중단새 옷을 안 사는 것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친환경식재료 구매화학세제사용중단텀블러와 장바구니 등등 일상에서 실천하는 많은 것들이 모두 괜찮지만 탈커피는 정말 자신이 없다가장 오래 갈등할 고민이다.

 

나 역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고 그 시간이 더 가치 있다 느꼈고 잠을 희생하는 것 역시 할 만하다 생각하고 산 시간이 길다사회가 가진 잠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에 동조했다기보다 내 지인들 말처럼 짧은 인생시간이 아쉬웠다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매일의 시간을 아까워하며 잠을 줄이느라 어쩌면 나는 수명의 상당 부분을 리스크로 삼았을 수도 있다는 엄청난 깨달음이 든다.

 

잠을 소홀히 한다면당신은 매일 밤 자기 자신을 유전 공학적으로 조작하기로 결심하는 것과 같다.”

 

주요 정신질환 중에서 수면이 정상인 사례는 전혀 없다우울증불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조현병양극성 장애(조울증)가 다 그렇다.”

 

수면은 면역계의 병기고에 있는 온갖 무기들을 써서 몸을 감쌈으로써 감염과 질병에 맞서 싸운다우리가 앓을 때면역계는 수면 체계를 적극적으로 자극한다전투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도록더 오래 누워 있으라고 요구한다단 하룻밤이라도 수면 시간이 줄면눈에 보이지 않는 면역 복원력이라는 갑옷이 몸에서 너덜너덜 벗겨져 나간다.”

 

대략 요약해보자면세계 보건 기구는 수면 부족을 선진국 전체의 유행병으로 선언했다고 한다수면이 부족할 때 몸에서 일어나는 증상들로는면역계 손상암에 걸릴 위험성 두 배 증가알츠하이머와 당뇨의 전조 증상이라 할 수 있는 변화가 몸속에서 일어난다심혈관 질환뇌졸중울혈성 심장 기능 상실이 일어난다우울불안자살을 비롯한 주요 정신 질환 증상들이 심해진다수면의 시간이 짧아지면 수명도 짧아진다저자는 수면 부족을 <느린 형태의 안락사>라고 표현한다.

 

깨어 있을 때 온갖 일들에 심란해졌기에바로 잡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상태가 잠이라는 것이다하지만 이 논리를 뒤집으면 어떻게 될까잠이 대단히 유용한 것이라면우리의 모든 측면에 생리적으로 유익한 혜택을 주는 것이라면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생물은 왜 굳이 깨어나는 것일까.”



늙으면 잠이 줄어든다와 늙으니 기억력이 약해진다는 필연적인 동반 관계일 지도 모르겠다늙어서가 아니라 잠이 줄어들어서 기억력이 망가지는다행히 저자는 이 책에서 두려워하지 말라고확실하게 단번에 해결할 공짜 치료법이 있다고 자신한다반갑고 기쁜 반면에 울고 싶은 기분이 드는 처방이다여덟 시간 이상 충분히 잠을 잔다.”

 

나는 인구의 1%도 안 된다는 선천적으로 유전자의 영향으로 잠이 없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잠에 대한 일반적인 착각과 신화 등등을 과학적인 근거로 모두 싹 쓸어버리는 멋진 내용들은 재미있었다분명 일상에서 잠을 쫓아내려고 애쓰는 이들에게 아주 인상적일 것이고 생각이나 태도를 바꾸게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 나는 어떻게 하면 잠을 줄일까가 아니라 잠이 잘 올까로 고민하는 중이다.

 

1. 수면 시간표를 지켜라.

2. 운동은 좋지만너무 늦게 하지는 말라.

3. 카페인과 니코틴을 피하라.

4. 잠자러 가기 전에는 알코올 함유 음료를 피하라.

5. 밤에는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

6. 가능하다면잠을 못 이루게 하거나 설치게 하는 약을 피하라.

7.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을 자지 말자.

8.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긴장을 풀어라.

9. 잠자러 가기 전에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라.

10. 침실을 어둡게 하고차갑게 하고침실에서 전자 기기를 치워라.

11. 적절히 햇빛을 쬐어라.

12. 말똥말똥하다면 잠자리에 누워 있지 말라.

 

예전에 의사에게 받은 불면증 처방 내용과 아주 많이 유사하다나는 이 중 많은 것들을 지키고 있고 카페인은 오전에 한 잔어쩌면 긴장을 잘 못 풀고 잠자리에 들 때도 있을 것이고알레르기 때문에 햇볕을 많이 쬐지 않기 때문에 부족함은 있을 것이다아무리 봐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은수면과 지구환경을 위해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카페인을 피하는 것이다.

 

국가가 허용하는 합법적인 마약이라는 커피카페인 실험은 영상 자료를 직접 봤으면 아무리 나라도 소름이 끼쳤을 것이다인간이 아니라 거미니까혹은 난 이미 중독이니까끝까지 즐기겠다고 저항할 수도 있겠지만다른 약물도 아니고 필로폰마리화나 등등을 모두 이겨 넘긴 생물 교란 영향력 1등이 카페인이라니실험에서 카페인에 노출된 거미는 거미집을 짓지 못한다(뭔가 짓기는 하는데 집 형태를 이루지 못한다.).



놓친 잠은 복구되지 않는다.”

 

아깝고 후회가 많이 된다복구 불가한 일이라니나는 나를 죽이고 있다나는 내가 죽는지 모른다.”는 타이틀만으로 최고의 공포 영화다확증 편향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거의 모든 내용을 신뢰하고 지지한다잠은 보약이 맞다.

 

내 사정에 지나치게 골몰하느라 언급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혹시나 책 전체에 대한 인상을 흐릴까 한 가지만 언급하고 싶다저자는 수면의 사회적 측면에 대해서 아주 진지하고 고찰하고 지적하며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인류의 역사를 두루 살펴서 수면에 대해 인류가 규정한 여러 위험하고 그릇된 점들을 힘껏 고치려는 의지와 연구 결과를 두루 갖추고 있다학문적 성취와 의미가 큰 내용들이 널리 수용되고 변화를 마중할 수 있기를 힘껏 지지하며 인용문 몇 개를 남긴다.

 

더 이상 수면 소홀을 초인적 노력이라 찬양하지 말자.”

 

잠에 투자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이 단어들이 거슬린다면수면 건강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사람들이 으레 하는 말이 있다기존 이론신념관습이 바뀌려면세대가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이다하지만 대화와 싸움은 어딘가에서든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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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전쟁 신들의 게임 8 - 하늘신의 자격 바둑전쟁 신들의 게임 8
진서 지음, 최우빈 그림, 강나연 감수, 재단법인 한국기원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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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리즈로 8권에 이르렀으니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바둑게임 만화로는 독보적이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한국기원에서 기획하고 바둑프로그램을 개발한 바둑자문위원이 감수한 책이라, 1권부터 몰입해서 흥미를 느낀 아이들의 수준은 중간에 슬쩍 끼어본 어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일단 고유한 용어들을 숙지해야하지요.

 

굳이 분류하자면 고전게임퍼즐을 즐기는 상당히 구식(?) 게임 취향의 가족들입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물론 이 책을 읽으면 내 세대가 바둑에 가졌던 이미지는 발붙일 데가 없기도 합니다서사 구조가 아주 장대하고 바둑으로 엄청난 미션을 성취하는 도전 레벨이 복잡하고 지적인 기획입니다바둑을 둘 수 있어야 가능한 독서입니다.



작년에는 주니어김영사에서 열혈 독자에 대한 뜻밖의 포상(?)으로 바둑판까지 주셔서 등교도 여행도 불가한 상황의 아이들이 대흥분을 하였습니다그 바둑판 왜 침대 밑에 숨겨두는지는 아직 못 물어 봤습니다만정확한 실험 통계는 아니지만 덕분에 영상미디어에 쏠리는 시간이 줄지 않았을까 감사했습니다.

 

저는 초등 4학년 여름방학에 아버지께 처음으로 바둑돌 놓기를 배웠습니다오목처럼 집중해서 긴장 백배 스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자꾸만 집을 늘려가며 제 흑돌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없던 승부욕도 무럭무럭 자랄 듯 했습니다이후 제가 첫 승을 거두고 더 가르쳐주지 않으셨으니 이유는 모릅니다만 초등 시절에 한정된 바둑의 추억입니다.



컴퓨터가 일상화되고 장기와 체스 프로그램이 흔해진 후이 게임들에 비하면 바둑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그러니 재미를 찾은 이들에겐 참 재밌는 게임입니다.

 

이 책의 부제도 굉장하지요하늘신의 자격역시 아이들은 전편에 이어 전문 용어들을 사용하며 게임 판타지의 여러 사정 사건들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는데 저는 작년에 이어 올 해도 역시나 몹시 어렵게 느껴집니다게임은 본인들이 즐기고 기록은 제가 남기는 이런 역할 분담이 억울(?)하기도 하지만 연휴가 끝나고 낙담하지 않고 기운찬 모습이 좋아서 기꺼이 역할을 수용합니다.

 

남자 아저씨들만 즐기는 흑백의 장면들에서 색채를 찾은 듯책도 현실의 게임참가자들 모습도 많이 바뀌었습니다미안하게도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바둑은 성별차가 없고 실력 차만 있는 세계라고 인터뷰를 했던 여성바둑기사의 일화도 다시 떠오릅니다.


하늘신이 되면 새로운 1000년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야망 있으신 분들 도전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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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일잘러 - 일하는 사람 말고 일 ‘잘하는’ 사람
유꽃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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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스포트라이트를 쬐며 커리어라든가 프로라든가 하는 정체성을 열렬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직장인들은 무조건 프로여야 한다열심히 하겠습니다잘 가르쳐주십시오최선을 다하겠습니다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이런 발언은 학예회나 인턴 시절 혹은 입사 후 한 일주일 정도 통용되는 태도이다사과는 아무 것도 책임지지 못하는 아주 무책임한 태도이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들이 당황하는 부분들 중 하나는 열심히는 당연하고잘해야 한다는 것이다태어나서 12년의 정규 교육 과정 동안 열심히 하면 결국 잘된다고 배워왔는데직장에 들어와 보니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달랐다.”

 

고백하자면 나는 경직되고 확고한 생각을 하는 직장인이다사회생활 경험이 쌓인 후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내가 동의한 계약 내용을 완수해야하는 일이라고 프로그램이 주입된 것처럼 처음부터 그렇게 믿었다분야에 따라 분위기와 태도는 달라질 수 있겠고 내 경험 역시 아주 협소하다는 것을 십분 인정하지만 어쨌든 프로란 그런 태도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돈 받고 일하는 모두는 프로여야 한다.

 

근자감이든 자신감이든 자존감이든 상관없다내가 아직 해보지 않았을 뿐결국 못 해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주류회사에서 15년을 근무하고 부장이 된 저자가 산전수전 다 겪고 대체불가능한 직장인이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펴낸 책이다자신의 경험들로 정보를 잘 다루는 법사람을 독려하고 성과를 끌어내는 법소위 일잘러가 되는 성장하는 법을 들려준다고 한다.

 

사람들은 생각만큼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업무도 마찬가지다지시한 사람은 제대로 된 결과물만을 원할 뿐누가어떻게 노력했는지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목차를 읽으니 거친(?) 표현들에 담은 것들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도 같아 끌리면서도 먹먹하다이상한 인간들은 많고도 많을 뿐더러 쉼 없이 보충되는 세상이다직종 불문 모든 직장인들이 동의할 문장은 일하다 보면 이상한 사람이 참 많다이다.

 

문제는 이상한의 유형들이 각종 다양하고 복잡하고 처음 만나는 신기한 이들도 있어일처리가 바쁜 현실에서는 그냥 당하고 일하는 게 더 속편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이 역시 동의하실거라 믿는다사리가 얼마나 될지.

 

나 역시 이상한 인간이 될 수도 있고 똥은 잘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의 똥이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이중고 삼중고도 겪게 된다다 마찬가지다라는 제일 싫은 물타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물론 완전 특징적으로 나쁜 인간들은 따로 있다늘 반성은 그들 몫이 아닌 것 또한 큰 문제이다어쨌든 6장은 여러 복잡한 평가를 듣던 팀장이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숨죽이며 읽었다.



이직은 세 번 했지만 짧지 않는 직장 생활 할당된 프로젝트는 시한과 마감을 어긴 적이 없고 마무리를 못한 적이 없다별다른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다이게 디폴트기본값이다유꽃비 저자 역시 맡으면 해낸다가 평가가 될 때까지 어떻게든 해내었고 그렇게 쌓인 신뢰가 생존 비결이 되었다고 한다.



업무만이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까지 지금 필요한 혹은 나중에 필요하게 될 직장 내 상황들이 촘촘하게 들어있다나로선 철인삼종경기 도전이 더 쉬울 듯한 영업/영업관리 직무에서 그냥도 아니고 ‘’일잘러의 평가를 성취한 통쾌하고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노하우들이다.

 

원칙만 반복하는 선배가 있고 저자처럼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남김없이 자신의 경험을 탈탈 털어 전해주고 무려 재미있게 전해주는 이도 있다주눅이 들어 이것저것 묻기가 힘들었던 직장인들이 반갑게 만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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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아프다 그러나 울지 않는다 - 코로나19와 맞선 대구 사람들 이야기
이경수.정해용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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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게 놀란 시기이자 한편 희망은 분명했던 때이기도 하다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 1차 대유행이전에도 확진자가 나타나긴 했으나 다들 조심하면서 불안해하던 조마조마한 시기에한두 명도 아닌 수백 명급기야 수천 명이라는 믿을 수 없는 수의 사람들이 확진되었다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라 놀라고 당황했고 특정 도시에서 집중 발생한 전염병이라서 쉽고도 위험한 지역 봉쇄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지역 밖의 사람들이 느낀 불안과 공포가 컸다는 것은 사실이나찬찬히 다시 생각해보면 나 역시 대구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고 무서울까로 생각과 마음이 잘 모아지진 않았다아무리 샅샅이 뒤져보아도 확산 방지를 위한 최선의 정책을 기대했던 마음이 가장 컸다단박에 지역 차별과 혐오와 배제로 이어지지 않았다 해도대규모 확산지에 살고 있는 250만 사람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부족했다는 점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외적으로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구시민들은 묵묵히 협조했고 견뎌내었고 신천지발이라는 1차 대유행은 우려보다 진정세를 보이며 종식되었다대구에 살던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자신이 평생 살았던 도시의 거리들이 순식간에 유령 도시처럼 변했다고 한다시민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격리하여 보호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모아 담은 이야기들은 아니다방역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인 관리 감독하며 최전선에 있던 이들의 기록이다당사자들임에는 마찬가지라 당시의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옮겨 담았다.

 

53일 간 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처럼 방역 수칙을 다 알고 개인 위생을 지키고 삼가는 것으로 확진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때와는 다른놀라고 아프고 혼란스러웠던우리가 막 지나온 과거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다어쩌면 우려보다 더 길어질 지도 모르는 시절에 우리가 선택할 태도와 생각에 대해 방향을 잡기 위해 참조할 비장한 자료이기도 하다.

 

놀란 마음에 두려움에 그랬겠지만 대응 미흡을 꾸짖고 확산된 이들을 비난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누가 책임질 거냐라는 목소리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더 주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반화되면 좋겠다방역 수칙을 어기고 부주의한 행동으로 자신도 남들도 피해를 입히는 이들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손쉬운 타깃을 때려잡는 말들이 가진 폭력성과 가속도가 위험하게 느껴져서이다.

 

내용은 열어 보지 않았지만 오늘도 뉴스 헤드라인에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아시아인들에 대한 무지막지한 테러들이 보고되었다밖에서 볼 때는 이해하기 힘든 비이성적이 행동으로 보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폭력이고 범죄이지만그 행위들에서 읽을 수 있는 것들은 우리가 매 순간 새로 만들어가야할 세상에는 존재하지 말아할 양식을 닮아 있다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지 부족과 비난하고 책임을 돌릴 생각으로 관련 없고 책임 없는 이들을 아시아인이라는 집단으로 분리해내고즉각적인 혐오와 단죄의 방식을 가하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것도 아주 먼 것도 아닌 유사한 결들이 그들과 우리 사이에 촘촘하게 존재한다부디 우리는 그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있길많이 아프고 놀랐을 대구 시민들의 안녕을 힘껏 바란다.



시청으로 들어와 주셔야겠습니다메디시티대구협의회를 소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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