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7명의 의사들 - 장기이식부터 백신까지 세상을 구한 놀라운 이야기
황건 지음 / 다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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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꿀 정도라면 최초의 무엇을 성취해야겠지요그리고 최초의 무엇에 대한 정답을 구하려면 정확한 과학적 상상력과 더불어 정확한 질문이 필요합니다이 책을 읽으며 각각의 분야들에서 최초의 발견을 하고 역사를 바꾸고 수많은 이들을 구한 이들의 질문이 제일 궁금하고 재미있었습니다질문들만 모아 필사해보니 역사가 진화하는 분기점들을 기록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최초와 역사라고 하면 아주 오래전 일인 듯하지만충격적이게도 그렇지도 않습니다오히려 얼마나 최근까지 심지어는 현재에도 밝혀지지 않았거나 오도되거나 왜곡된 의학상식들이 많은지 놀라게 됩니다. 열심히 시청한 적은 없지만 21세기의 쇼닥터들의 폐해도 심각하다고 합니다그들은 실제로 의학면허를 가진 상업모델이 정체라는 신랄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잠시 그런 현실은 두고 역사 속에서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고결한 정신과 실천과 의지의 정수를 보여준 우리 자신도 더불어 고양되는 기분이 드는존경할 수 있는 분들을 만나는 일은 유쾌하고 즐거웠습니다이 책의 부제처럼 놀라운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제목을 기억하세요. 총 17명입니다.

 

판데믹으로 손씻기가 더욱 중요해졌지요예전에도 열심히 잘 씻으라고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배우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손씻기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때는 처음인 듯합니다이 책에서는 바로 손을 씻으면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제어디서누가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를 알려 줍니다.

 

19세기 중반까지도 병원에서 출산 후 산욕열로 죽는 산모가 4명 중 1명 꼴이었다니 무척 놀랍습니다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출산으로 사망했을까요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제멜바이스는 시체를 만진 의사들이 보이지 않는 입자를 손에 묻혀 와 산모들에게 옮긴다는 가설을 세우고해부실에서 분만실로 가는 의사들에게 염소 처리된 석회 용액으로 손과 장비를 소독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 결과 사망률이 6%나 떨어졌습니다. ‘위생과 소독이라는 개념을 의학계에 처음 알린 분입니다.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1818~1865)

 

제멜바이스는 시신에서 산모로 옮겨 가는 보이지 않는 입자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그 입자의 정체는 그가 죽고 한참이나 지난 1880년대에 이르러서야 파스퇴르에 의해 세균으로 밝혀졌다이로써 그의 주장이 뒤늦게나마 인정받게 되었다세균소독법을 처음 시행한 의사 조지프 리스터도 제멜바이스와 같은 결론을 내리며 그의 업적을 인정했다감염 예방법까지 제시한 제멜바이스의 논문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육안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무엇인가 분명히 매개체가 있다는 정확한 상상을 한 것이 참 놀랍습니다현재 우리의 일상에서도 손씻기가 질병 예방을 위한 일이란 상식은 이 분을 통해 시작되어 정착된 것입니다시절이 이런지라 무척 감사하고 중요하게 느껴진 내용입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 20세기 초까지 혈액형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합니다다 알고 계셨나요저만 몰랐...... 그런데 또 수혈로 목숨을 살리려는 시도는 했기 때문에 바로 그 이유로 수많은 환자가 죽었습니다그래서 파리의 의사회는 마침내 수혈 실험 금지령을 내렸고 무려 150년 동안 수혈은 금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최초로 혈액형을 처음으로 분류했겠지요당시 병리해부학 연구소에서 일하던 카를 란트슈타이너라는 의사입니다실험 도중 여러 사람의 피를 섞으니 엉겨 붙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항상 엉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열심히 고민하다 질문히 생겼겠지요혹시 혈액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반응이 아닐까.’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

 

정보와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수많은 실험을 거쳐 사람의 혈액형을 A, B, C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C형은 이후에 O형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02년 제자인 알프레드 폰 데카스텔로와 아들리아노 스털 리가 AB형이라는 또 하나의 혈액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분류가 힘든 작업인 것은 경우의 수 때문입니다계산으로 경우의 수를 맞히는 것도 아니고 실험을 통해 실제 혈액을 구분해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옵니다란트슈타이너는 깨어 있는 시간의 90%를 연구에 전념했다고 합니다. 364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10년 동안 부검한 시신은 총 3,639구입니다.



가히 인류의 운명을 바꾼 이 중요한 업적은 30년이 지나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합니다수혈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이 엄청났기 때문입니다놀라운 일은 Rh- Rh+ 인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이 외에도 적혈구 항원의 종류는 수백 종 이상이고 지금껏 밝혀진 혈액형의 종류도 수백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비록 공로는 늦게 인정받았지만 혈액형의 발견으로 10억 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다니 외과의 구세주라는 그의 명예로운 호칭이 무척 잘 어울립니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100세에 접근하고 있고 요즘은 특히나 의료진들의 노고로 이만큼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시절입니다. 5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신 의사이자 시인인 저자가 쓴 글이라 의사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러운 어조도 들려줍니다감동이 더 많고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본인의 직업이라 안일하게 준비하신 것도 아닌 듯이해를 돕고 흥미를 높이는 인물 사진과 그림의료도구 등의 사진들이 충분히 제공되고 의료 기술에 대한 어려운 설명이 없이 잘 읽힙니다의료 지식에 대해 잘 알고 싶다고 욕심을 내어 본적도 없지만상식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저자에 따르면 착각하는 내용들을 200쪽이라는 간출한 분량으로 재밌게 살펴 볼 수 있어 좋습니다. 15분 더 계십니다. 책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관심 가는 내용부터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혹 읽게 되심 즐거운 경험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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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지성 - 뉴욕에서 그린 나와 타인과 세상 사이의 지도
김해완 지음 / 북드라망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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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일이 끝나 자리를 일어선 방문객처럼 남은 생이 내게서 탈출 중이다새로운 장소와 만남과 헷갈림과 잃음에서 격리되고 움츠러든 일상에는 권장 루틴이 남았다재택이든 직장이든 건전하게 자리 잡은 루틴의 역할은 동일하다현기증이 나는 속도로 나를 소모해 어느 날 공갈빵이 부서지듯 산산 조각낼 작정이다모든 순간이 아깝고 두렵다다들 힘들다하니 튀어나오려는 말은 꾹꾹 삼켜야 한다내 시간은 영원히 돈으로 살 수 없으며당겨 쓸 수도 없고 저축할 수도 없는속수무책들킬 수 없는 표정으로 마음이 탈진할 때까지 울다 진정하는 시절, <뉴욕과 지성>을 만나 읽었다낯설지 않은 환상과 갈증 속에서’ 시간이 개츠비적(Gatsbyesque)’으로 불규칙하게 유영했다. ‘삶이 예상치 않게 선물해’ 준 것처럼 안심이 되어 조금은 깊은 숨을 마셨다원래도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는 존재가 더욱 더 축소되어기대수명이 의미 없는 낯선 시절에 담겨남아 있는 날들을 헤아려볼 엄두도 못 낸 채 평범한 아무개의 얼굴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며, ‘개츠비만큼 순진해지고 또 절박해져서 살아 보고 싶어 한다위대한 개츠비의 세계에서 보는 현실 세계는 거짓말을 찬양하는 우스운 곳이다돈 많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니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니그런 순간은 기억에 없다돈도 많은데 왜 행복하지 않냐고 펑펑 우는 상상은 눈부시고 달콤하다저택에세운 페라리에파묻혀 실크 옷을두른 사치스러운 눈물방울들이 내 것이라면! ‘가장 보통의 존재의 환상’ 속에서 아무 것도 잊고 싶지 않은 엉망진창 황홀했던 20살을 계속계속 떠올렸다후회오욕좌절실망포기울음위험을 버무린 열에 들뜬 시간의 부식한 땀내조차 잃고 싶지 않다현명해지지 못해 정보량이 나잇살로 부패한 채 불만투성이로 살고 있는 지금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은 모든 기억을 지닌 채 20살로 돌아가는 일이다알아낸 것들로 할 수 없는 목록이 한 다발 늘어난 존재로 20살 몸에 갇히는 일무모하고 무책임하고 엉망진창인 존재로 살 수 없는 인지의 감옥에 갇히는 일. ‘5번가에는 환상을 공연하는 개츠비가 최후의 최후까지 살고 있어서 현실과 상상에서 불경해진 모든 화려함을 전해주며 건재해야한다그게 아니라면 내 수명은 도리 없이 더 짧아지고 말 것이다. ‘어디에서누구와 살 것인가는 불안을 솟구치게 하는 질문이다. ‘태어날 땅도 살아갈 땅도 선택할 수 없다면땅이 없다면내 휴머니티의 집은 어디에서 문을 열고 누구를 이웃으로 맞을 것인가. <노매드랜드>를 보고 다시 펼친 책은 정착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네가 보고 온 것은 미래라고너는 지치고 황폐해질 것이라고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나의 역사는 그렇게 매일 갱신해야 한다고자기 전에 기억하라고 경고한다. ‘허상 없이 현실과 만나’ ‘모두에게 타향이 된’ 이 세계에서 여러 날을 함께 하고 싶다는 붉은 마음을 먹게푸른 꿈을 꾸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모르는 이의 사망과 감염 숫자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바라보는 절망적인 외로움따라붙는 무력함에 명치부근이 구겨진 채 살고 있다제 정신으로 살려면 고도의 의식적인 노력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무지가 요청되는데, ‘가장 어렵고 또 가장 근본적인 길’ ‘다 함께 살기 위하여 한명 한명의 사람들이 자기 인식의 크기를 넓히는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또 다른 저자의 말을 빌려 전한다이런 엄청나게 어려운 프로젝트를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는 젊음은 폭포 끝에서 추락하는 물방울처럼 눈부시게 아름답다.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를 걱정하면서 세상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숙명처럼 오해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종으로서유독 불합리가 득세하는 한 나절을 보내면 짧은 생마저 허비시키려는 함정에 빠진 억울함이 짓쳐든다놓지 못한 고민으로 박제로 남아 버린 난망함, ‘삶은 생존한다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사라질 거니까죽어 없어질 거니까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유일한 진실을 잊고 또 잊는 내게 간절히 전한다. ‘삶에서 우연이 개입하는 가장 인간적인 순간에, ‘한 번쯤은 꿈꾸어 보았을 헤피엔딩을 만남을 기대하면서 길을 걷고 싶지 않을’ 수 있는 생명의 특권을 감수하면서, ‘불안과 적막’ 속에 실감하고 자연의 우연에 기대어’ 그렇게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자본에 손발이 꽁꽁 묶인’, 깊은 생각솔직한 감정통찰이 스며들 시간을 피하려고 무작스럽게 책을 읽는 현실 존재의 초라함이 제 몫을 챙기려든다세상을 최대한 피해보려 했다거의 모든 일을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 역시 싱글이었고 이다나는 편독 중독으로 나를 지킬 작정을 오래 전에 마쳤다언제나 <매트릭스>사의 파란 알약을 원했다죽고 싶지 않았고 내가 아닌 삶도 싫었다변명과 이유가 모자란 적이 없어 조금 더 덜 하며 살 수 있는 팁들은 늘 부족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주체로서 온전해지기를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세상 어딘가에는 제도보다 강한 우정이 자유로운 개인의 자율적 연대의 모습으로 번성하고 있기를.



.............................................................................................


실증적으로 젊었던 시절에도 없던 투명한 질투와 시기, 열패감을 오가며 글을 읽었다,


누구지,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지,

뭐하는 사람이지,

급기야

당신 몇 살이야,

(...)


외치고 싶었던 더웠던 시간.


덕분에 제목은 저토록 솔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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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과 북극곰 - 북극과 남극에 대한 시원하고 멋진 안내서
얼리샤 클레페이스 지음, 그레이스 헬머 그림, 김아림 옮김 / 생각의집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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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보다 옛날(?) 사람의 생각과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이런 수준 높은 책들을 만나면 그렇습니다여러 자료와 대백과사전 등등을 막 찾아 봐야 제한된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시절(?)이 떠오르면서 부럽다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그래서 어린이책청소년책들을 제가 엄청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과학역사지리사회학 등에 관심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가진 작가께선 어린이 책을 무려 100권이 넘게 쓰셨군요애플구글워싱턴포스트보그 등과 공동작업을 한 분이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셨구요어린이책의 위엄경건한(?) 기분으로 예술작품 대하듯 읽었습니다.


지구의 반대편인간이 주선하지 않았다면 만나볼 일 없는 펭귄과 북극곰입니다집 안 가득 펭귄과 북극곰이 사이좋게 지내는 영상이 플레이되고장난감과 쿠션과 이불과 옷에도 등장하던 때에 자란 아이들은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슬쩍 물어봤더니 그런 걸로 뭘 놀라냐고공룡도 로봇도 친구였는데...... 라고 하더군요.


책 사진을 찍고 보니 이런 낭패가...

 

순진한 저를 나름 위로하느라 함께 본 책은 무척 건전(?)하면서도 모범적이고 충실하고 아름답고 흥미로웠습니다저자의 이력에 어울리는 깊이 있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한편으로는 묘사가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뛰어나서 바람이 채찍처럼 몸을 휘갈기고 피부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든다는 북극과 남극 탐험은 가능한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말없이 결심하게 되었습니다그러니 탐험에 나선 분들은 참 대단한 이들입니다덕분에 극지방의 생태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늘어났겠지요.

 

탐험은 사양하고 싶지만 탐험가의 가방 속은 궁금해서 자세히 보았습니다동결건조식품들... 역시 탐험은 안 되겠습니다예전에 남극 기지에서 요리하는 영화를 본 기억이 나네요.

 

<남극의 쉐프>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2524&mid=11886


북극과 남극 중 어디가 더 추울까요?

힌트보스토크 기지는 영하 89.2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남극입니다여름 평균 기온이 영하 28.2역시 남극은 가서는 안 되겠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추운 북극에는 사람들이 여러 지역에서 살 수 있습니다학교도 다니고 영하 50도가 아니라면 바깥 활동을 한다니...... 부럽습니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얼음이 가장 많은 곳은 당연히 남극이겠지요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얼음의 90%가 남극에 있습니다. 높이 솟은 모양이라 빙붕이라고 부릅니다남극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땅입니다그러니 남극의 면적은 얼음이 녹으면 줄고 얼면 늘어나겠지요모양도 계속 바뀔 것이고화산처럼 기체와 증기를 뿜어내는 얼음탑분기공 이야기를 읽으니 어쩐지 한번은 가보고도 싶어졌습니다이 세계이지만 이()세계일 듯한 풍경이겠지요.

 

남극 모양이 빙붕이라고 했듯이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대륙평균 고도는 약 2,500m입니다동남극 서남극이으로 불리는 2개의 거대한 빙하가 수백만 년 동안 녹았다 얼었다 눈이 쌓이고 하는 과정을 거쳐 평균 두께가 2,160m나 된다고 합니다읽다 보니 점점 더 남극이 매력적인 장소로 느껴지는 위험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한국인이라 대한민국남극세종기지Korea Antarctic Research Program*가 생각납니다.

 

https://blog.naver.com/koreamof/221812513261


사진출처남극세종기지 위치도대단한 바다여행

 

덜 춥다고 살짝 밀려난 북극에 관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배웠습니다북극해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민물의 약 20%가 있다고 하네요북극은 안타깝게도 늘 지구온난화와 관련되어서 언급되고 설명됩니다제게는 매순간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지만 불안해서 확인하기도 겁나는 그런 장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남극에서는 24시간 어둠이 지속되는 날이 105일이고매년 6월 21일 겨울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판데믹 상황에서도 축제를 하는지참가는 가능한지 문득 궁금해집니다여행이란 말이 참 그립고 서글픈 단어가 되었습니다북극은 백야가 있지요노르웨이에서 경험한 백야는 정말 하얗지는 않고 푸르스름한 하늘빛이었습니다물론 북극은 대비가 더 강하겠지요실제로 밤 11시에도 햇빛이 환하다고 합니다.

 

가장 신기하면서 새로웠던 사실은 순록의 눈이 어두울 때 파랗게 환할 때는 황금빛으로 바뀌는 것이었습니다눈빛은 안 보이지만 멋집니다.


출처: JUERGEN RITTERBACH/ALAMY STOCK PHOTO

 

그리고 오로라*! 핀란드의 설화가 무척 귀엽습니다달리는 여우 꼬리가 일으킨 불꽃이라니사실 이 설명이 더 멋지지만과학적으로는 태양에서 온 전하(전기적 성질)를 띤 입자들이 지구 대기의 기체들과 섞이면서 빛을 내는 것입니다.

 

오로라 Aurora : 새벽이란 뜻의 라틴어. 1621년 프랑스 과학자 피에르 가센디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여명의 신 아우로라(그리스 신화의 에오스)의 이름을 딴 것. "morning light, dawn," late 14c., from Latin Aurora, the Roman goddess of dawn.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47453&cid=62801&categoryId=62801

<천문학백과 오로라 Aurora>

 

어쩌면 극지방에 여행간 이들 중에는 오로라가 보고 싶어 간 이들이 참 많을 거란 생각이 새삼스럽게 듭니다혹시 여행상품도 있지 않을까요.

 

남극과 북극에 대해 저자가 알려주는 내용들은 이외에도 많습니다무엇보다 극지방에 살고 있는 여러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가장 재미있고 신기합니다아주 많은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부디 아무도 병들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사라지지 않고 다 함께 살 수 있도록 가능한 환경을 잘 보존할 수 있으면 좋겠단 마음이 더 많이 더 자연스럽게 생깁니다멋진 일러스트 덕분이기도 합니다우리가 글보다는 사진 속 동물들에 감정이입을 더 잘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극지방에 대해서 집중해서 읽고 배우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무척 멋진 책입니다위에서 언급했듯이 아주 충실하고 깊이 있는 자료와 설명들이 있어 뿌듯하게 학습한 기분입니다어린이들을 위해 용어 설명도 따로 해두었습니다환경 이슈를 부각해서 절절하게 호소하는 책이 아님에도 지구환경과 다른 생물들에 관해 생각하게 되는 차분하게 설득하는 귀한 책입니다알아야 이해하고 감수성과 의미가 생기겠지요.


출처: http://www.marthastewart.com/907387/needle-felted-polar-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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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구둣방 -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구두 한 켤레의 기적
아지오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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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호칭만 들어서는 뭘 하자는 날인지 알 수가 없지요그래서 아무 내용도 담지 않는 의미 불명하고 모호한 명칭 대신,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고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자는 법 -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2007년 4월 10일에 제정되어 200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놀라운 일입니다이전에는 장애인을 차별해도 제재나 처벌을 할 근거가 없었습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2020년 12월 10대한민국 대통령령으로 개정된 최종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https://www.law.go.kr/법령/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시행령 이 법은 영국에서는 1995년 Disability Discrimination Act라는 명칭으로 제정/시행되었고 2010년에는 Disability discrimination and the Equality Act로 명칭과 내용에 평등권이 보강되어 개정되었습니다.

 

일본의 장해자라는 호칭에서 따온 장애자라는 호칭이 최초로 사용되었다가, ‘장애인으로 바뀌었고한 때 장애우라는 호칭도 사용되었습니다현재 장애인이라는 호칭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그러면 장애우라는 호칭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요?


이 책과 아지오에 대해 대략의 정보를 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요아주 유명한 조합원과 모델들*로 화제가 되긴 했지만 <꿈꾸는 구둣방아지오(Agio) 는 주문이 많다고 모두 다 생산해서 일확천금을 벌고 주식 상장되는 그런 방식의 비즈니스가 아닙니다시각장애인 대표 유석영과 아지오의 목표는 성장과 수익이 아니었습니다설립 이념은 청각장애인의 자립이익은 장애인 직원 고용과 처우 개선에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저는 이 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덕분에 사나이를 사전에서 찾아보기까지(사나이 [명사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의 남자를 이르는 말.)


교양 강좌가 아니라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유석영은 그 점을 절실하게 깨달았다직업을 갖지 못한다는 것그것은 장애인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불안이다. (...) 세간의 인식에서 장애인이란사람의 반열에 들어오지 못하는 대상자일 뿐이었다그는 그것을 극복하고 싶었다그러려면 한 사람 몫으로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

 

한 번의 실패는 성공의 원동력이 된다.

정직은 기업의 조건이자 경쟁력이다.

원칙을 지킨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

고객은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다가치를 산다.

실적보다 소통이 우선한 기업이 오래 지속된다.

고객과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비즈니스와 사회적 가치는 함께 간다.

 

비장애인인 제가 듣기에도 코가 찡하고 두근거리는 드높은 뜻을 담은 경영철학입니다진심으로 존경스럽지만 유석영 대표가 제 가족과 친구였다면 마음 한편에는 여러 복잡한 생각이 많았을 것입니다분명 사업 운용의 합리성과는 극단적으로 먼 이념과 목표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이익 창출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잔혹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원하는 뜻 깊은 일을 지속하기 위한 이익 구조는 변동 가능성이 적은 형태로 안정적으로 구축되어야하는 것이 기본이니까요.

 

사회적 기업*일수록 날카로운 현실감각을 가져야만 그 이상을 구체화시킬 방안이 보인다감성과 이성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노련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바로 사업이다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하지만 지속하는 건 어렵다.”

 

사회적 기업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 제1)

 

즉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을 만큼손해 보고 지쳐 그만 두지 않을 만큼의 이익 구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그리고 일견 소박해 보이는 이 목표는 실상 아주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그렇지 않다면 매년 수많은 창업자들이 실패와 파산을 신고하지 않을 테니까요.

 

한번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한 번의 실패가 다시 일어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의 사례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무엇이 뼈아픈 고통을 겪고 나서도 다시 일어날 용기의 기반이 되는지 말하고 싶었다.”

 

다른 많은 분들과 같은 이유로제 부모님께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로 유명해진 후에 관심을 갖게 되셨고, 발 편한 수제 구두를 맞추는 일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한다는 좋은 기분으로 주문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책 8장의 소제목 [대통령의 구두에서 우리 모두의 구두로]를 보니 마음이 각별해 집니다주문을 넣고 발을 재고 구두를 만들고 다시 미세한 조정을 거쳐 마침내 한 켤레의 구두가 완성되어 신어보던 순간에 느껴지던 여러 감정과 생각들로 특별했거든요

 

몸에서 가장 낮은 곳을 감싸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신발 아니던가유석영의 말마따나열심히 산 사람치고 발이 무사한 사람이 없다열심히 항해해온 인생을 위한 구두이를 세계 최고로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은 안승문을 비롯한 아지오 생산부 모두가 같다.”

 

구두를 주문하고 온전한 한 켤레를 받는 경험을 통해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단지 소비자로서만이 아니라 독자로서 한 권의 책을 오롯이 읽고 나니 더 많은 생각으로 분주합니다내가 하는 일과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흩어버리려 해도 질문이 자꾸만 되돌아옵니다.

 

더 소중한 것을 지키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소비에 신중해지고 대량생산과 기계화에 지쳐 다시 사람의 손길이 깃든 물건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세상의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아지오도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좋은 뜻만 가지고서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아지오의 지속 가능성은 냉정히 말해서 구두의 품질이 가장 중요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소비자도 마찬가지입니다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구매한 물건에 설득력이 없다면 일회성으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으로 마감될 일이지요세상은 따뜻하지만 호락하지는 않습니다.

 

물건이란 의미’ 이전에 품질로 팔아야 한다.”

 

유석영은 자신 같은 아마추어가 시장에 뛰어들 때 가장 먼저 할 일은소비자의 시선에서 제품을 바라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 까다로운 소비자를 스승으로 모셔야 한다고소비자를 설득하려고만 하지 말고 소비자에게 설득당해보기도 해야 한다고그제야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었다.”

 

저게는 아지오 구두가 두 켤레 있습니다구두 두 켤레가 무슨 소박한 자랑이냐고 의아하시겠지요저는 평소에 구두를 거의 착용하지 않습니다오래 전 교통사로로 복합 골절이 되었던 다리부지런히 문제가 생기는 고관절로 인해 담당 의사가 반드시가방은 양쪽으로 무게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가벼운 배낭신발은 제대로 된 운동화를 신으라고 처방에 준하는 강력한 조언을 하셨거든요.

 

그렇지 않다 해도 20년이 넘게 걷기를 최고의 심신 치료제로 활용하는 지라 운동화 말고는 신발에 관심이 없습니다워낙 게으른 성격이라 여름엔 원피스 하나 입고 다니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때도 신발은 늘 운동화입니다심지어 회의가 줄줄 잡힌 해외 출장에서도 정장에 운동화를 신었습니다이젠 그렇게 산 세월이 오래되어 일반 구두에 발은 넣으면 충격적인 통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백만 년 만에 운전용으로 구두를 신는 경험자로서 아지오는 정말 발이 편한 구두를 만듭니다좋은 뜻에 굳이 동참하려는 의도 없이 순전히 실용적인 목적으로 신어도 좋은 구두입니다기대가 너무 낮으셨다면 오히려 디자인이 마음에 꽤 드실 지도 모릅니다.

 


첫 주문 구두: Loafer 7007 Ivory. 이효리씨 제가 먼저 신었습니다.(안물안궁......)

 

두 번째 주문 구두는 반짝반짝(?) 구두입니다. 민망해서 차마 사진 두 장은.....

 

여러 온라인 판매처에 주문을 넣어 구입하셔도 발에 잘 맞으시면 간단히 구매 가능하시고 시제품이 잘 안 맞아 고생하신 분들은 발틀 제작부터 신청하셔도 됩니다.

 

https://agio.kr/bbs/content.php?co_id=custom


아지오가 고군분투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소비자가 우리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구매 계획을 세우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그리하여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시장이 오늘도 신발 한 켤레만큼 조금 커졌을 거라고, (...) 아지오가 할 수 있는 일은묵묵히 좋은 구두를 만들며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이다.”


음... 뭔가 상품 구매 사용 후기처럼 쓴 것도 같은데,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 주실 거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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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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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홀로코스트 생존자 역시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이었다.

이번 작품의 실카 역시 그러하다.

인간이 만든 현실의 지옥강제수용소를 나오는 것만이

목표이자 끝이자 새로운 시작일거라 생각했는데,

실카는 스파이로 의심 받아 15년 형을 받고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로 이송된다.

그 장면이 시작되자 미칠 듯이 갑갑한 감정이 올라왔다.

 

살아남기 위해서 일했습니다.”

 

살아남는 일이요.”

 

미칠 듯이 버거운 무게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단어생존.

시궁창에 빠져 본 적은 없지만 인간이 저지른 이 현실은

오물구덩이보다 더 더럽고 추악했음이 분명하다.

실카는 그곳에서 살아 나왔다.

 

뮌헨에 사는 친구를 방문했을 때

역사유적지 찾아가듯 나치수용소를 방문하고

설명을 들었을 때는 사건을 이해하려 열심히 노력했을 뿐이었다.

생존자의 이야기는…… 마음 여기저기에 여러 번 통증을 느끼며 읽었다.

 

그녀도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중이야, (...) 그것 말고는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원인이 된 적도

원했던 적도

선택한 적도 없는 환경과 관계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억울한 말과 행동을 견뎌야 했던 삶.

16살이 어느 날 태생을 죄목으로 수용소로 끌려갔는데,

살아남았다고 15년형 유죄를 선고 받았다.

어쩌란 말인가,

자결이라도 하란 건가.

 

저는 그저 살고 싶었어요.”

 

우리에겐 둘 중 하나밖에 없었어살아남거나 죽거나.”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을 이리저리 죽일 생각만 하는 인간들 틈에서

실카는 늘 누군가를 지켜야겠다고 결심한다.

기타조시 그리고 알렉산드로.

화가 나는대도 엄청난 무게의 슬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건 분투를 하는 와중에도 피할 수 없었던 수치심과 분노.

춥고 배고픈 건 그저 일상이다.

읽을수록 이런 추악하고 끔찍한 역사를 만든 인간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분노는 우리가 무력할 때 느끼는 감정이야.”

 

현실이란 삶이란 언제 그렇지 않은 적이 한번이냐 있냐고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은 이들은 대단한 통찰인 것처럼 말하지만,

이렇게 순도 높은 부조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실카가 쥐어짜낸 용기와 강인함은 순수하게 경이롭다.

극한의 상황은 일상이어야 할 평범한 단어들을 눈물겹게 격상시킨다.

생존동료사랑미래.

 

판데믹 쯤이야...... 나도 좀 더 아등바등 애써보고 이 다음 불평불만을 터트려야겠다.

감사와 품위를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잊지는 말자.

 

살아남는 일실카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에요.”

 

라이히 르샬롬(평화가 있기를).”

 

르하임(우리의 인생을 위하여).”

 

...................

어쩌다 후속작을 먼저 읽게 되었다.

실카는 전작 <아우슈비츠의 문신가>에 먼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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