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탁설명서 - 신나게 읽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신탁기본서
황성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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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법이 개정되었다활용도가 높아지고 활용범위도 넓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이 책의 목차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본적인 신탁 개념에서 확장된 활용 분야들이 꽤나 다양하다투자운용자산유동화와 연관된 목적이나 계획이 없어서나는 4장 종합재산신탁부터 읽어 보았다. 4월부터 재정비하는 나름의 노후/사후 대비 관련 공부를 위해서이다.

 

자산관리를 할 때 대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신탁’. 중략.

자산의 소유권은 바뀌지만 금융기관이 맡긴 사람의 의도에 따라 운용관리처분해주는 제도.



정확한 수명은 모르지만 기대수명에 따라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일은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하기만 한 일이 아닐 것이다평생직장이란 개념이 희박해지고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재산 증식을 할 의도가 없다면늘어나는 기대수명이장수하는 삶이 마냥 맘 편히 반가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상속과 증여를 위한 많은 방식들 중 내가 이해하는 신탁의 장점은 상속인과 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것판단 능력이 손상되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고령자나 장애인보호를 위한 신탁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보험청구를 위한 신탁도 있다는 점이다.

 

상속신탁과 수익자연속신탁,

치매어른을 위한 신탁

보험청구를 위한 신탁

장애인보호를 위한 신탁

모든 재산을 관리해주는 종합재산신탁의 올인원(All-In-One)서비스

가족 간 분쟁 해결 등을 위한 종합재산신탁의 솔루션 등

 

30%에 가까울 65세 이상 고령화사회, 100만 명에 육박할 치매환자수중도 장애는 언제든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보면금융당국이나 은행권에서도 신탁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 사회적 조건이 구축되고 있다고 본다상품들이 다양해지고 가입 접근성이 좋아지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신탁제도 자체의 불편한 부분들은 개편이 필요할 것이다.

 

고령에 따른 판단 기능 저하로 미래의 나는 아주 어리석은 엉뚱한 결정을 할지도 모른다의외로 모험을 막 즐기는 성격이 아니라서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어떻게 변할 지는 또 모를 일이다내가 기대하는 신탁의 장점에는 그런 나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고 사후에 혹시 빚이 아닌 남은 자산이 있다면 상속인을 보호하려는 의도 역시 있다.

 

유언대용신탁유언장을 쓰는 것에 비해서 간편하고 금융회사에서 전문적으로 설계가 가능. ‘종합재산신탁의 한 유형.

 

그러니까 얼마가 되었든 자산을 몽땅 한 군데 투자를 한다거나 탕진한다거나 하는 옵션 자체를 없애고 신탁이라는 보관소에 맡겨 두고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만 사용 가능하게 미리 정하는 일이다비교적 관리는 엄격하다고 봐야하고내가 선택한 신탁관리기관이 망한다해도 법으로 보장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신탁재산의 보호와 공정한 관리를 를 위하여 독립성을 부여하고 수탁자의 재산과 분별하여 관리하는 법적장치로서의 역할.

신탁재산이 수익권으로 변경 가능하고 수탁사 파산 시 신탁재산 보호가 가능.

신탁보수는 필요경비로 인정되어 발생한 수익에서 신탁보수를 차감 후 세금을 과세하는 절세 효과

 

https://www.law.go.kr/법령/신탁법

 

개정된 신탁법에 대한 내용들을 조금 찾아보았는데수탁과 위탁과 조세 관련 등등은 그냥 신뢰할만한 신탁회계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듯하다매번 느끼지만 법률 관련 문제들은 정말……이제껏 목격한 타인들의 수학과 물리에 대한 즉각적인 거부감이관련법률의 세부사항들을 보고 내가 지금 느낀 감정과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거의 모든 금융 상품이 투자와 재산증식에 맞춰 출시되고 성장해왔다그런 반면 결혼 후 일본에서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리며 사는 친구 말로는 일본은 자산관리에 더 중점을 둔 신탁 기능과 역할이 큰 편이라고 한다저자 역시 그런 차이점을 언급한다.

 

기사 몇 꼭지를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신탁의 기능과 역할이 자산관리 쪽으로 무게를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관심이 있고 필요한 부분이라 반가운 소식이다적극적인 투자를 위해서건나처럼 안정적인’ 자산 관리를 위해서건이 책은 현재도 실무를 담당하는 저자가 마련해준 입문자를 위한 좋은 안내서로서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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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라 라구나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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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생일 선물!
새로운 커피 맛을 볼 때마다 함께 하자고 선물하는데,
이번엔 아주 반응이 열렬!
그래, 맛보니 정말 맛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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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니카라과 라 라구나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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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 황홀한 향과 맛,
온도를 내가 조금만 더 섬세하게 맞추면 더할 나위 없는 풍미를 경험할 듯!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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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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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다 부제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 에 끌린 작품이다고백이란 일정 정도의 파격과 혼란을 야기하게 마련이니두 개의 고백이 상승효과를 가져올지 상반되고 상쇄되는 성격일지 성급하게 이야기 구성을 상상해보며 즐거웠다어쩌면 충격과 더불어 감동을 줄 하나의 진실로 수렴되는 큰 축이 될 거란 생각도 들면서고백의 발화자들이 어떤 캐릭터들일까 마치 남의 사생활이 견딜 수 없이 궁금해진 난감한 이웃처럼 조급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렇게 감각적인 글을 쓸까장소들이 포함된 장면들은 무대미술가가 설치한 것처럼 선명하고 캐릭터들은 다면적입체적 그래서 현실적이다아무런 장식이 없어서 이토록이나 완벽하게 불완전한 인물들이 다큐가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다니실수를 반복하고 충동적이고 그릇된 결정을 내리고 도저히 편들 수 없는 행동을 하고 타인에게 선명한 상처를 주는 혼란한 존재들그렇기 때문에 사는 모습이 더욱 궁금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이의 곁에 있고자 했던그 결정으로 인해 온통 상처 입고 상처 주고 오랜 부재로 남게 된 23살의 앨리스로즈의 엄마가 있다어리석거나 밉지 않다어리고 여리지만 자신의 진심에 진실로만 답했던 수많은 상처와 실패를 경험한 이들의 퀼트와 같은 인물로 느껴진다자신만의 사랑은 알아보았으나 자신만의 삶은 살지 못한 교환되지 않는 열기가 머무는 아픈 인물이다.

 

앨리스는 내심 결혼이라는 개념에(상대와 하나하나의 새로운 사람이 되는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여겼다생각해보라그런 식으로 자신을 소멸시키고 모두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니계속해서 한 사람으로 살기는 너무 힘겨웠다사려 깊고 상냥한더 나은 사람을 발견하고내 마음이 그날 밤 상대의 곁에 누워 있기만 하면 변화한다고 상상해보라두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걸어가는 느낌이면서도 상대의 인도를 받는 것을 상상해보라그렇게 쉬운 일이 있다니!”

 

앨리스는 자기 목소리에 아무런 열의가 없고그럴 가망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중략앨리스는 자신도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적어도 둘 중 한 사람은 정직해야 할 것 같았다.”

 

엄마의 부재로 인해 심리적 결핍을 깊이 경험했고자신의 존재를 평가 절하하는 과정을 거쳐결국엔 자신의 정체성도원하는 바도행동의 동기와 동력도 찾지 못한 딸로즈가 있다엄마의 부재가 좀 더 위안과 격려가 되는 상상력으로 전환되어 자신만의 모험을 떠나고 삶에 굳건하게 자리를 찾아갔다면 좋았을 테지만, 35살이 되어서도 로즈는 여전히 단서라고 생각하는 것을 좇아 부재하는 엄마를 찾아 나서야만 했다. ‘가진 적이 없어 그리워할 수도 없다는 자신의 말에 반한다는 의식도 미처 없이.

 

내가 누구인지대체 나 자신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누구나 상실이 있고 부끄러움이 있고 집착이 있지만남들은 어떻게든 극복하는 것 같았다그들은 어떻게든 해낸다포기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삶을 꾸려나간다나는 그러지 못했다중략내 손으로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내게 일어난 중대한 일은 단 하나였다나는 어머니가 곁에 있어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60년대와 80년대라는 간극은 길기도 짧기도 한 시간이다격랑과도 같은 시절을 맞이한 나이도 다르고 결과적으로 선택도 달랐지만 앨리스와 로즈가 선택하고 기피한 모든 과정들이 아주 섬세한 심리 묘사와 잘 표현된 유려한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소설적 분위기가 둘의 혈연적 관계를 확인해주는 듯 유사하다덕분에 나는 이들과 심정적 거리가 무척 가까워져 애정을 배제하고 삶을 바라볼 여지가 점점 줄어들었다.

 

자신만의 삶을 살지 못하는 모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런 정확한 문장들에 자신의 삶을 표현할 내용을 공유하는 이들은 공감할 수 없는 인물들일 것이다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이지도 못한 채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대부분 마음이 가난한 채로 살고 있는 중이다그래서 이들의 여정을 마음을 졸이며 따라 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들과 삶의 결을 달리하는 콘스턴스의 냉랭한 성격마저 어쩐지 이야기 속 인물들의 불완전함에 완벽하게 어울린다사회적으로 인지되지 못한 아픔으로 인해 겪어야하는 괴로움과 외로움과 온갖 심정과 차디찬 현실을 아무리 애써 봐도 이해와 공감이 어렵겠지만동성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부재한 60년대그는 모든 이유로 힘들었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콘스턴스는 바로 그 상처들로 인해 소설로 거둔 성공이 제공한 새로운 환경에 그토록 쉽게 흔들렸는지 모른다상처받은 만큼 상처주기 쉬운 성격으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오만한 성격으로 길들여진 감정에 휘둘리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때론 감추고 싶었고 두려웠으므로 당시의 콘스턴스를 통과한 진심과 진실은 본인조차 낯설게 뒤틀린 형태로 발산되었는지 모른다.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나 후회를 밀어내주죠좋든 나쁘든 간에요모두 언제나 변해요그러니까 동등하지만 상이하게 풍요로운 두 길똑같이 고난을 겪을 두 길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해봐요그 생각에 익숙해지면어느 길로 가더라도 성공과 실패를 다 겪을 거라고 여기게 되면그땐 마음을 정할 수 있을 거예요.”

 

인간은 실제로 잃기 전에는 무엇을 잃을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워요후회할 줄 몰랐던 결정을 후회할 준비를 해야 하죠하지만 내 경험상 후회가 결코 영원하지는 않아요.”

 

삶이 갈라지는 날선 한 지점에 섰을 때도움을 구하거나 청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인간은 견디거나 포기하거나 해결 어떤 형태로든 할 수밖에 없다콘스턴스가 시대의 한계에 부딪혀도 가만히 있지 않고 애썼던 삶을 살았다고 한다면앨리스나 로즈 역시 애쓰며 살려 했다제 의지와 존재를 때론 배반하고 외면하는 삶과 힘겨루기를 하다 앨리스는 어디로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일까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전형적인 안부 한 조각이 없어 내내 마음이 쓰렸다.

 

살아 있으려고머리를 수면 위로 내놓으려고 애쓰는 행동에 날마다 짓눌리는 걸 느낄 수도 있다하지만 그래도 나아가고 싶다이것이 바로 당신이 만드는 당신의 이야기니까너무나 불완전하고이따금 너무나 그릇되고 불행할지라도.”

 

그렇다면 로즈가 콘스턴스의 소설 속에서 자신의 엄마 앨리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은 간절히 보고 싶었던 로즈의 기대가 어떻게든 찾아낸 결과일까그렇다고 믿어버린 오롯한 허구일까진실은 사실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작가는 소설에 자신을 써넣으니 원래의 생각이 아무리 바뀌어 새 형태를 띤다 해도여전히 그 속에 어느 정도의 진실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기대한 내용도 아니지만, ‘딸은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런 메시지는 이 소설에 없다양보도 타협도 없는 상처들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긴 여정이라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 손톱자국이 남을 만큼 긴장하며 추리소설을 읽듯 작가가 섬세하게 파고든 이들의 삶을 찾아다녔다

 

내 행복보다는 타인의 행복을 훨씬 더 강렬하게 맛볼 수 있는 느낌이다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말할 수는 없을 테지만끊임없이 발전하려 노력하는 데 지쳤다내가 가진 숱한 시시한 자아 사이에서 최고의 자아를 찾으려 노력하는 것도.”

 

힘들구나누구나 이런저런 결함들을 가진 불안한 존재들로 존재하는데 우물쭈물 삶을 낭비하지 말고 최선의 삶을 찾아야한다고 하니찾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짧은 일생 찾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나 그 과정이 이렇게 처절한 분투인 것이 서럽다.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우주의 진화의 방향이 무심하게도 그러하다원자들이 생겨나고(물리학), 원소들이 끊임없이 결합/분해되고(화학), 유기화합물들이 생겨나고(생물학), 독특한 원자 결합체인 인간이란 생물종에게서 복잡한 사고가 가능한 의식이 출현하고(철학). 우주는 그렇게 최대한 복잡해지는 방식으로 팽창하고 식어가다 소멸할 것이다.

 

그러니 인간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혼란스러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우주의 시작점을 비로소 알게 된 이후가 아니라면 최선의 형태는 사로잡히는 시간이 잠시 잠깐인 경우일 것이다어머니란 한 인간의 시작점이므로 엄마의 부재로 상실한 에 대한 질문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와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이다


우리 모두는 알고 싶다내가 존재하는 이유를모체로부터 분리되어 독립한 나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로즈가 자신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로라로 행세하면서 점차 로라와 닮아가는 것은 애초에 그 인물을 창조한 개념이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기 때문이다작가는 코니를 통해 로즈만이 아니라 인간의 오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어떤 개념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해요자기 자신을 찾고 있었던 거죠.”

 

 

코니에게.

 

사랑하는 로즈.

 

초록 토끼래빗이라 불린 여인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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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화학 -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과 14가지 독약 이야기
캐스린 하쿠프 지음, 이은영 옮김 / 생각의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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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소개하는 캐스린 하쿠프의 책이번엔 저자의 전공인 화학입니다화학 개론서가 아니라 애거서 크리스티가 살인도구로 사용한 독약들과 관련된 화학이야기입니다원제 A is for Arsenic 를 보고 즉각적인 전율이 흘렀습니다연쇄살인마가 알파벳 노래처럼 부를 듯 섬뜩 끔찍한 느낌입니다.



CSI의 독극물분석팀의 일원이 된 기분을 느끼며라는 의문을 매번 품기도 전에 정신없이 막 따라 읽었습니다독약은 14살인마도 14인체 내 반응 분석실제 독살 사건 일화그리고 TMI가 아닐까 중간에 잠시 제정신이 들기도 한 독약들의 입수주입검출 방법들이 담겨 있습니다.*

 

부록독약과 화학 물질의 구조이것은 논문의 별첨 자료가 아닌가 합니다멋지십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작가는 자신이 알고 있던 화학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신나게 작품들에 활용했다고 합니다. 20세기 한 때 화학을 불성실하게 부전공한 독자로서 있는 힘을 다해 이해하(려 노력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화학자가 분석하고 정리해준 내용이라 그런지 엄청 재밌고 다 말이 되는 듯해서중간 중간 마구 달아오른 흥분과 몰입에 당황하며 나는 독약을 사용하는 살인마가 아님을 자꾸 상기해야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재밌는 추리미스터리 작가로만 알아온 저자 - '범죄의 여왕데임 애거서 메리 클래리사 크리스티Agatha Mary Clarissa Christie(1890~1976)의 현실 위엄을 제대로 실감했습니다젊은 날 제가 단편의 휴가지 설정이 어떠니 저떠니했던 그런 불경한 말 따위 못 들으셨을 거라 믿습니다.



잘 몰라서 다 알아차리지 못한 작품의 매력을 이 책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애거서 크리스티가 특히 애용한(?) 청산가리potassium cyanide는 무려 10편의 장편과 4편의 단편에 등장했고희생자는 총 17명이라고 합니다그렇다고 모두 청산가리를 막 먹여서 죽인 건 아니고직접 주입하기도 하고술이나 후자극제(smelling salts), 담배에도 탔다고 하네요이 책에서 아주 자세하고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는 비중이 큰 독약이고 모든 내용이 흥미진진 재미있습니만한 가지청산가리 공급원을 애거서 크리스티가 매우 정확하게 작품에 묘사한 이유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청산가리로 최초 살해되는 로즈메리가 등장해서 마음이 짠한 표지도 좋고

치명적 능력을 모른 척할 수 있는 사람 없다는 듯 

봐라~! 하고 그려준 노골적인 표지도 대단합니다.

 

빛나는 청산가리Sparkling Cyanide는 오디오북으로도 제공되고 있습니다오디오북을 들으며 이 글을 쓰니 기분이...... 오묘하게 좋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412


토요일 오후 짧은 외출에서 무척 인상적인 장면을 보았습니다. 20대 초반 정도로 짐작되는 청년이 건물에 기대서서 마스크를 내리고 휴대폰 화면을 스크롤하며 연초담배를 피고 있었습니다흡연 장면을 굉장히 오랜만에 본 기분이었습니다제가 20대일 때는 실내에 담배연기 자욱한 것이 일상인 시절이었습니다.



빛나는 젊음과 건강이 아까운 마음이 스쳐갔지만이 따위 세상 공기땅 골고루 오염에 코로나 판데믹 등등 -을 물려준 기성세대로서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미래 따위 모르겠다막 살아보자한 적은 없어 억울한 면이 없지도 않지만누가 더 억울한지 정확히 따져보자면 풍요와 희망과 꿈과 기대 등등을 길게 누려본 적 없이 이런 현실을 맞은 젊은이들이 훨씬 더하겠지요그들의 미래를 우리가 모두 당겨쓴 것이 부디 아니었으면 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니코틴nicotine을 살인도구로 사용하는 작품은 3막의 비극Three Act Tagedy이 유일합니다작품 속 희생자는 세 명이었지만작금의 현실에서는 매년 수천 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캐스린 하쿠프 저자가 정리했듯이 니코틴은 중독을 유발할 뿐이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다른 화합물들입니다담배에 포함된 화합물들의 종류가 발표되었을 때 어떤 흡연가는 가격 대비 그렇게 많은 물질을 넣어 만들었을 리가 없다고 부정했다는 웃픈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중언부언으로 책 소개는 부족한데 분량만 긴 글입니다어차피 다 소개는 무리마음을 편히 하고 마지막으로 누군가는 혹시 재미있을 지도 모를 과 관련된 제 일화를 소개합니다.

 

오래 전 영국에서 공부하던 시절마침 초청 교수들도 함께하는 금요일이라 매주하는 스와레soirée, 작은 파티를 조금 크게 한 적이 있습니다아주 멋진 케익도 구웠습니다(제가 아니라 파티셰 (patissier)).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누군가가 케익 주위로 독성아이비poison ivy 잎 장식을 했습니다잎 모양이 예뻐 보였나요?



다들 각자의 알코올을 즐기며 환하게 웃으며 왁자하게 얘기를 나누는 중이라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누군가 잘라서 주면 잘 보지도 않고 그냥 먹었을 지도 모릅니다케익이 남는 일은 거의 없으니 그날도 분명 대부분이 먹었을 지도 모릅니다.

 

우연히 다른 음식을 보러가던 학교 직원이 케익을 발견하고 바로 서빙을 중단시켰습니다놀라긴 했지만 파티에 재미를 더하는 정도의 일로 생각하고 심각성을 몰라 누가 한 짓이냐고 호탕하게 웃으며 넘어갔는데……월요일 아침 교직원 학생 전체 회의 참가를 요청 받았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확실한 영국인들이 감정을 표정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은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장은 말 그대로 창백한 얼굴이었습니다그렇다고 막 흥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엄청난 이슈가 될 수 있었던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차분한 충격과 분노를 담아 우아하게 얘기하시더군요.

 

식물학생물학화학생태학 등등 다 더하면 학위가 수십 개는 될 전공자들과 저명한 교수들까지 포함한 모임에서 독성 아이비조차 구분하지 못해 자발적으로 섭취한 뒤 중독 증상이 보고되었다면…… 일단 신문에 대서특필되었을 거라고기사 제목은 아마보라독성 아이비도 구분 못하는 멍청한 OOOO 대학의 학생들과 교수들을이들은 무엇을 연구하고 있나!

 

회복 불가능한 오명으로 학과와 학교의 명성이 처절하게 망가지고 연구 지원 후원 자금 다 끊기고 모두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는 대량해고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고.

 

아무런 피해가 없어서 그래도 대부분은 웃고 말았지만<죽이는 화학>을 읽으며 애거서 크리스티를 다시 만나고 독살 이야기를 계속 읽다 보니 기분이 묘합니다아이비 장식을 한아무도 찾아내려 하지 않았던 인물은 누구였을까요널리 알려진 독성 식물인데 어째서 그런 불필요한 장식을 정성스럽게 꼭 해야 했을까요실수가 아니라 의도가 있었을까요왜 아무도 누군가가 케익을 장식하는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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