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 실 - 잡아라, 그 실을. 글이 다 날아가 버리기 전에
앨리스 매티슨 지음, 허진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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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이 무엇을 뜻하는지 재밌게 신나게 상상해 보시겠어요?

(답변을 댓글로 해주실 이웃 분들께 미리 심심甚深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세계 책의 날무슨 책을 읽을까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 이 책을 읽었습니다지금 제게 있는 읽지 않은 책들 중에 책읽기가 아니라 책쓰기에 관한 유일한 책입니다.

 

당신에게 단 한 권의 글쓰기 책만이 허락된다면 이 책을 선택하라

글쓰기가 시간낭비처럼 느껴질 때야말로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이다

연을 날리는 건 자기검열에서 벗어나는 것

외부의 억압과 자기검열이 여성들을 침묵하게 만든 것

엉뚱하고 황당한 생각이 떠오르는 나른하고 방탕한 시간과 방종한 글쓰기

다른 인물이 되어 온갖 사건을 일으키는 용기

쓸 수 없는 이야기는 없다

침묵을 강요하는 가족과 친구를 멀리하라

당신의 글을 사랑하는 동료들을 만나라

 

저자의 말투 그대로는 아니고 제가 살짝 정리한 내용이지만 어투와 자신감과 목소리의 높이가 느껴지시지요힘찬 연설을 읽는 것처럼 시종일관 열심히 들려주는 특이하고 드문 열정적인 책입니다북토크 사회보시는 것 보고 한 눈에 반한 김하나 작가님이 자꾸만 떠오르기도 했습니다사회 천재!십니다심지어 중간에 작가님 큰 목소리에 진심으로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나는 작가이고내가 쓴 이야기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그러니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이것이 바로 소설가가 갖춰야 할 자신감이다.

 

제가 아는(?) 작가님들 중에 공개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신 분은 없지만 은밀히 솔직하게 내면으로는 다들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지도 모른단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어쩌면 당연하고 당연한 말인지도 모릅니다그래야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글에 대해 이 정도의 자신과 애정과 확신이 있어야 독자도 읽고 싶지 않을까 합니다그러고 보면 저는 누가 별거 아닌데 준다고 하면 별로 받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별 거도 아닌 거 왜 나 주는 거지싶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해칠까 봐 소설에 유색인을 등장시키지 않는다고 말하는 백인 작가들을 본 적이 있는데그러면 사회 구성원이 모두 백인인 기분 나쁜 소설이 나온다한계를 정하면 본인의 상상력에도 좋지 않다이야기를 만들 때에는 자유롭게 누구든 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모든 이야기를 써도 괜찮지 않을까우리가 당사자일 때도 그렇지만 당사자가 아닐 때에도 말이다.”

 

저자가 도전하고 싶어하는 여러 제약들경계들한계선들에 대한 내용들이 간결하면서도 신중한 방식으로 소개됩니다가령 내가 당사자가 아니고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라도 쓰고 싶으면 일단 쓰고 그들에게 물어봐서 잘못된 것이 있는지 확인만 하면 좋겠다는 것이지요이는 일견 쉽고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글 속에서 특정 인물들을 얼마나 자주 심하게 왜곡하는지를 떠올려 보면어쩌면 많은 이들이 물어보는’ 단계를 고려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 역시 부족한 자신감으로 글 쓰는 일을 시작부터 두려워하고 온갖 자기 검열에 해당하는 이유들을 그러모아 스스로를 주저 앉혔습니다다행히 13년간이나 지속된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키워나간 우정과 격려와 사랑과 연대가 저자 앨리스 매티슨을 일으켜 세워 자신의 글을 쓰고 출판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합니다아무리 사소해도 거절은 두렵고 상처가 되겠지만그 과정이 없으면 어떤 문도 열리지 않을 것이 자명합니다.

 

피드백을 받고 글을 수정하는 건 작가라는 직업의 당연한 의무이다

작품을 여러 번 수정하는 건 당신에 대해 무엇도 증명하지 않는다

 

이 책은 글쓰기 아이디어 찾는 법탈고하는 법출간하는 법 등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들만 가득한 책은 아닙니다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그러니까 책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정말로 글쓰기를 원하는 이를 위해 쓴 책입니다일기가 아니라 출간할 소재의 글을 쓰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탈탈 털어서 꼼꼼하게 실용적으로 조언을 하고다감한 위로와 격려를 더합니다등을 천천히 슬쩍 밀어 주는 힘이 느껴집니다.

 

여성 작가는 어머니가 아프면 글쓰기를 그만두고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남성 작가는 어머니가 아프면 더 열심히 노력해서 뉴요커에 글을 팔아 어머니의 약값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운 좋게 만난 여러 이웃분들 중에는 멋진 글을 쓰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그래서 가끔은 블로그 포스팅이 재능의 감옥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다음 포스팅 글에 밀려나는 것이 무척 아까운 문장들도 많이 보았습니다실은 제 눈에는 거의 모든 글들이 그렇기도 합니다여기서 잠깐제가 변별력이 없을 거라 의심마시고 자신의 빛나는 문장들과 재능을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옛날 옛적 드라마에서처럼 글이 잘 안 써져서 머리칼을 막 움켜쥐었다가 종이를 팍팍 구겨서 던지는 이미 바닥에 잔해들이 가득! - 그런 사치스러운 글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방식의 글쓰기를 하는 거라면저는 이왕이면 더 많은 분들이 더 쒸잉날아오르는 글을 지금보다는 좀 더 자주 쓰셨으면 하는 조용한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든 응모도 막 해보시면 좋겠습니다마감일이 지정되어 있고작가가 심사하는 글을 써본다는 것은 분명 도움이 많이 됩니다어쩌면 자신의 글에 대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심사평을 들을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저는 글쓰기 연습을 위해 몇 번 무모한 도전을 해보았습니다글다듬기에는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혼자서는 모든 게 다 아까워도 응모할 글이라 생각하면 과감하게 핵심에 핵심만 남기고 슬쩍 늘어지는 내용들을 쳐낼 수 있기도 합니다너무나 속상한 일은 그런 후의 글 모양새가 훨씬 낫다는 점입니다.

 

저는 창작에 진지하고 솔직한 갈망과 애정을 가진 쪽은 아닙니다. 1차 창작물을 읽고 배우고 의견을 세워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쪽입니다그렇다고 진짜 비평을 쓸 지식과 필력은 없습니다서평이란 표현언제나 체할 듯 무겁습니다. ‘감상문이 어떨까요. 그래서 연습 삼아 응모한 글이 상을 받자 그만 사기꾼증후군Imposter Syndrome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좀 진정이 되고나니 제가 아무리 애써 얄팍한 수를 썼다고 해서 심사하는 이들이 홀랑 넘어가실 분들이 아니라는 제정신이 돌아온 판단이 다행히 들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과는 별개로 창작에 진심인 분들은 반드시 응모해 보시길 권합니다글은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끝까지 쓰자는 마음그것이 없이는 결코 태어나지 못할 생명이라 생각합니다. 뭐 다른 일들도 마무리가 다 중요하지요.

 

세계 책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주말 밤이라 마음이 슬렁슬렁 놀고 싶습니다그래봐야 책 읽으며 놀겠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집중력이 약하고 띄엄띄엄한 글이 되겠습니다그래도 마무리를 해보자면글을 쓰는 재능과 소망을 가지신더 많이 더 잘 써서 많은 독자들이 읽어 주기를 바라는 분들을 응원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썼고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소개드립니다미래의 작가님들세계 책의 날을 맞아 자신이 원하는 책을 상상하고 만들어나가는 멋진 계기를 만나시길 응원합니다.

 

그럼 질문과 관련된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나는 강렬한 감정과 상식이라는 인식의 두 가지 모순적인 상태를 모두 놓지 않음으로써 어느 정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감정은 진짜였고 나는 그것을 더 괜찮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나에게 필요한 것은 방종과 통제즉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연과 조금씩 풀어 주다가 필요할 때는 잡아당기는 실이었다실은 연이 날아가게 놔두지만 놓쳐 버리지 않게 잡아 준다.”


The Kite and the String: How to Write with Spontaneity and Control (and Live to Tell the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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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인류 - 균은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켜왔나
박한선.구형찬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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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팬데믹 지구에서 살아왔습니다코로나19 유행으로 팬데믹이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수많은 팬데믹에서 낯선 목록이 하나 더해진 것뿐이죠.”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 수를 모두 합치면 500억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그 중 절반 이상이 감염병으로 죽었다고 합니다그 원인에는 기원전 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인간과 만난 1400여종의 감염균이 있었습니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인류가 감염병과 싸우고 적응하고 공존하며 진화한 역사를 다룹니다그리고 그 진화는 질병과 직접 연관이 있는 면역 체계나 유전자 단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인간의 감정인지행동패턴종교적 관습사회문화적 금기성관계와 관련된 도덕적 기준 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며 시차를 두고 읽은 인류학인문학생물학의학 도서들이 이 주제 덕분에 모여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대화를 나누는 듯한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그중에는 충격적(?)으로 생소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의학적 지식들 항원항체경체인중체인 구조 등등 이 있기도 하지만 포기나 좌절하지 말고 내용을 살피고 계속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수로 나누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미생물과 인간은 수억 년에 걸쳐 공진화했고 일부는 인간의 몸속에 자리를 잡아 살고 있습니다인간의 세포 수는 37조개(학자에 따라 20조개에서 70조개로 달라지긴 합니다만), 우리 몸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은 100조 개이 정도면 인간은 공생체라 불려야 하지 않을까요.나는 나 혼자만의 존재가 아니었습니다혼자여도 혼자인 기분이 안 듭니다.

 

인류를 괴롭히는 1400여 종의 병원체 대부분은 인류 스스로 불러들인 녀석들입니다의도한 것은 아니지만인류의 진화사는 곧 감염병의 진화사입니다인류 스스로 끊임없이 감염병을 만들고만들어낸 감염병을 두려워하고그 원인을 애꿎은 곳에 전가하면서 증오와 혐오공포에 시달렸습니다그러면서 효과가 미심쩍은 규율과 규칙교리와 의례를 만들어그걸 지키지 않는 사람을 배제하고 추방하고 죽였습니다이러한 증오는 집단 수준에서 거대하게 증폭됩니다.”

 

인도에서는 소의 오줌이나 똥을 몸에 발랐다.

이란에서는 공업용 알코올을 마시고 700명이 넘게 사망했다.

한국에서는 마늘과 김치에 대한 보도들이 급증하고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신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외에도 언뜻 요오드말라리아약예방 목걸이물마시기 등이 떠오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회적 갈등과 심리적 고통을 보면서역설적으로 우리 조상의 삶우리 조상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원시의 인류가 역병에 접했을 때 보이던 행동입니다바로 지금 우리가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는 우리 안의 원시인입니다.”

 

<총 균 쇠>를 읽으신 분들은 아시는 내용이겠지요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농업혁명이라는 것이 인류에게 가지는 의미를 전복한 충격적인 주장이 이 책에서도 인용됩니다. “그동안 우리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끈 결정적 단계로 믿었던 농업의 도입이 사실은 여러 면에서 도무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재앙적 선택이었다.” [인류역사상 최악의 실수] 실수들 중 하나도 아니고 최악의 실수라고 합니다.

 

집 주변에 가축과 곡물을 키우기 시작했고음식쓰레기도 쌓였습니다분변과 오물이 넘쳐났습니다자연스럽게 쥐와 모기파리가 찾아왔습니다물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도 더부살이를 시작했죠.”

 

그래서 현재까지 추정하는 최초의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은 아마도 기원전 8000년경이라고 합니다이 시기는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었던 시기입니다.



감염병이 크게 유행하는 상황이라면 오염강박이 심해집니다오염강박을 자극하는 단서와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입니다감염병의 위험과 현황을 보도하는 각종 매체에서 온통 더러운 이야기가 쏟아집니다오염강박 환자에게는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중략도시를 활보하는 원시인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과거 조상이 살던 원시시대의 방식을 여전히 고수합니다감염병 상황에서 타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쉽게 일어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사회에서 격리시켰다.

세종대왕 때 나병으로 불린 병이 제주도에서 크게 유행하자 환자들을 격리시켰다.

치료약이 개발된 뒤에도 한국에서는 한센병 격리를 계속했다.

- 1978년에는 에 따라 한국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격리강제 정관수술강제 임신중단수술이 진행되었다.

- 2020년 판데믹 이후 대한민국의 방역은 혐오와 격리와는 완전히 결별한 방식이었나요?

 

감염병과 맞서 싸우며 인류가 체득한 진화적 산물로서의 혐오와 배제는 현대에 와서 오작동을 할 때가 많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합니다실제 감염이나 오염된즉 위험 대상에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비슷하다고 판단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는 대상에게도 작동하는 오염강박 오염을 피하려는 강박적인 사고 사례들이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전 세계 곳곳에서 일상의 아무 때나 혐오에 기인한 테러를 당하는 이들이 있지요그 입장을 상상해보면 얼마나 두려울지 안타깝고 아픕니다.

 

마치 신체의 과민 반응처럼 느껴지는 이 사회현상은 두려움과 불안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심리의 발동처럼 느껴져 모두에게 안타깝기도 하고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변명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행동기제의 유형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나또한 일정 정도의 강박이 전혀 없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어서 심란하기도 합니다부디 오래 제 정신을 유지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피르호)는 이른바 공중보건을 창시한 사람입니다공공보건제도를 만들고 식품위생법상하수도 개선 등 거대한 사회 개혁에 나섰습니다중략피르호 본인도 위대한 병리학자였습니다독일 국민의 건강은 좁은 의미의 의학이 아니라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의학을 통해서 보장될 수 있었습니다.”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대규모의 의학에 불과하다.

사회과학으로서의 의학은 이론적 해결책을,

정치와 인류학은 실제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루돌프 피르호 Rudolf Virchow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28&aid=0000140116


"의학의 역사를 통틀어 한 사람이 이렇게도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우는 극히 드물다. 1821년 프러시아에서 태어난 루돌프 피르호(Rudolf Ludwig Karl Virchow)는 1902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세포병리학의 창시자사회개혁가정치가인류학자사회의학의 원조 등 다양한 타이틀을 얻으며 명성을 날렸고이 모든 분야를 의학에 통합시키고자 노력한 이론가이며 행동가였다."

 

이 신문 연재를 읽을 때만 해도 판데믹 상황에서 다시 소급될 거란 상상은 못했습니다질병이 아니라 사회구조 전체를 조망해서 필요한 체제를 현실화시킨 엄청난 인류사적 업적에 대해 뒤늦게나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 번 반복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감염병의 역사입니다중략또한 감염과 관련된 강력한 불안과 두려움공포강박의 심리적 반응그리고 혐오와 배제차별의 사회적 반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 같이 힘내자고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승리극복근절이란 용어들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어느 것도 적어도 현재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어쩌면 그런 표현들은 오히려 사실을 가리고 진실을 받아 들여야하는 우리에게 유예 기간만 늘리는 적합하지 않은 표현들일 지도 모릅니다바이러스로부터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려워하며 다 포기하기에도 이릅니다두려웠던 신종 플루가 독감으로 관리되는 것처럼예방과 치료를 병행하며 공존할 길이 마련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왜 못하냐고 소란스럽게 구는 일유한한 자원과 인력을 낭비하는 일에 모든 힘을 다 쓰지 말고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많은 일들에도 적절하게 사회적개인적 자원과 에너지를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또 다른 실천일 수 있지 않을까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과 판데믹 이전에도 중요한 문제들이었던 수많은 의제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어쩌면 더 악화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잠시 생각해보니 여러 개가 떠오르네요사회 공통의 것들도각자에게 중요도가 다른 개별적인 것들도.

 

작년 말과 새해 초에 내가 생각하는 시급하고 중요한 목록들을 한번쯤은 정리해서 써 두고 싶었습니다벌써 목록들 순위가 바뀌기도 하고 지워지기도 새로 생기기도 합니다사는 것이란 그런 변화이기도 하지요지금여기 밖에 가진 게 없는 유한한 삶을 살고 있으니 솔직한 나의 우선순위를 알고 기억하고 그에 따라 살아보려 애쓰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마음먹은 대로 다 살지는 못하지만 가끔 별다르게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생각도 합니다.

 

인간들은 늘 똑같은 것이다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힘이고 순진함이기도 하다중략의사 리유는입 다물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속하지 않기 위하여페스트에 희생된 그 사람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기 위하여아니 적어도 그들에게 가해진 불의와 폭력에 대해 추억만이라도 남겨 놓기 위하여그리고 재앙의 소용돌이 속에서 배운 것만이라도즉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는 찬양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말해두기 위하여지금 여기서 끝맺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글로 쓸 결심을 했다.” (<페스트알베르 까뮈마지막 내용.)

 

감염병이 아니라하더라도 자신의 정확한 수명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테지요그러니 중요한 일하고 싶은 일좋아하는 일후회와 아쉬움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 일부터 하면서 살고 싶지 않으신가요저는 인류가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하면 타인을 향한 과장되고 격앙되고 부당한 관심과 혐오와 차별과 폭력도 조금은 줄지 않을까 그런 희망적인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잠시 착한 마음이 든 것은 이 어려운 이야기를 두 저자께서 무척이나 다정한 어조로 들려주셨기 때문입니다읽고 나니 어쩔 수 없이(?) 내게도 그 다정함이 묻었나봅니다정확한 정보 전달 이상으로 애쓰시며 농담과 비유와 반전까지 열심히(?) 담아서 재밌게 읽으라고 만들어 주신 책이란 느낌이 듭니다.

 

오직 제가 야기한 혼란한 틈에서 냉큼 제 이익을 취하려는 계산에만 뜻이 있어정보가 가짜이건 악의가 있건 개의치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럽고 두려워할 것은 안중에도 없이 떠들어대는 비열한 범죄 수준의 가짜 혹은 유해한 뉴스보도들 말고친절한 이 두 저자가 들려주는 자상한 설명을 대신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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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진스키 - 인간을 넘어선 무용 현대 예술의 거장
리처드 버클 지음, 이희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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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니진스키에게 점프할 때 당신처럼 공중에 머무르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처음에는 니진스키가 그 질문을 못 알아들었지만 곧 매우 친절하게 아닙니다아닙니다어렵지 않습니다당신도 그냥 높이 뛰고서 그 위에서 잠깐만 멈추면 됩니다라고 했다.

 

구태여 확인하진 않았지만 3,000쪽이 넘었던 <레 미제라블>을 제외하고 드문 분량의 책 - 1,128 쪽 - 을 간만에 만났다아침에 50쪽 씩 20일 혹은 하루에 100쪽씩 열흘로 대략의 계획을 잡아 읽어 나갔다다 읽었다아~ 한번은 외쳐보고 싶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건 아니었지만 하지만...

 

발레 예술을 다루니 당연히 음악에 대한 지식이 포함되어 있고 예술가의 전기와 당시 역사에 대한 이야기 역시 풍부하게 담겨 있다전문지식을 반드시 갖춰야만 읽을 수 있는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마냥 술술 읽히지도 않았다읽다 보면 여기저기 찾아보고 싶은 내용들이 나오고이름과 지명과 사건들이 흐려지기도 했다발레도 음악도 역사도 전공으로 삼지 않은 독자라 어떤 감상이 남을지 스스로도 궁금하였다.

 

이름은 낯설지 않았던 니진스키와 더불어 과문해서 생애도 업적도 중요성도 몰랐던 댜길레프Серге́й Па́влович Дя́гилев, Sergei Pavlovich Dyagilev를 새로 만났다그 두 인물이 만나고 함께 펼쳐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니진스키가 보조가 아닌 발레리노로서 독립적인 실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을 몰입해서 읽고,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탁월한 비상과 표현력을 펼친 공연들의 면면들을 접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후에도 우리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부족한 요소가 한 가지 있었다우리는 투쟁하는 능력과 힘들고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가는 정신이 부족했다댜길레프는 소위 의지력이라고 부르는 이 점에 대해 누구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녔으며 그러기에 우리는 댜길레프가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 사람을 이끌고 조종하는데 강력한 능력을 지닌 이 남자는 창조적인 예술가들을 그의 전제적인 지휘봉 아래에 두고 예술가들을 순종적인 공연자들로 만들어 자신들의 예술적 이상을 실현하도록 했다.

 

<Sheherazade. Nijinsky. 1910>

https://www.youtube.com/watch?v=8tmh7wwf2s8&list=PL4617EC62160E073C&index=6

 

러시아발레와 음악과 시대적 상황에 대해 큰 그림으로 이해하면서 러시아 예술이 어떻게 융합해 나가는지 현장 기록을 관람한 기분을 느꼈다짙고 깊고 화려하고 메시지가 뚜렷한 무척 황홀한 예술의 성장을 지켜 본 소중한 경험처럼 느껴져서 무척 애착이 생기기도 했다.

 

다행히(?) 1월에 을유문화사의 <스트라빈스키Stravinsky> - 400쪽 밖에 안 되는 작은 책 -을 감동과 열의를 표하며 열심히 읽었기 때문에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이 등장하니 일종의 안심(?)이 되면서 반가웠다. 5분간의 영상을 두 번째 보면서 저토록 격렬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예술가의 감성이 아유와 소란을 받은 것이결국 안무가(choreographer)로 그 재능을 더 오래 더 널리 쓰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아팠다.

 

https://www.youtube.com/watch?v=4coES_ei4PU

https://blog.naver.com/opazizi/221849028009

제가 아는 우주 최고의 <스트라빈스키> <니진스키> 관련 포스팅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힘내어 완독하시길 힘껏 응원합니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로슈카Петрушка, Petrouchka>와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의 <목신의 오후L'après-midi d'un faune, Afternoon of a Faun>* 공연들도 찾아보면서 삐에르로 분장한 니진스키의 춤보다 발레극 연출이 위화감이 전혀 없이 현대적이라 너무나 놀랐다무려 1913년 공연이다이 때 이미 고전 발레의 형식을 파괴했다고 평가되는 안무를 니진스키 본인이 기획했으나 선정성 논란으로 예술적 빛이 흐려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EvVKWapctX4(38:01)

 

목신의 오후프랑스 시인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é의 장편시를 바탕으로 니진스키가 안무한 발레니진스키 자신의 작풍을 확립하고 20세기 오케스트라 작품의 방향을 결정했다.

 

번역서에 대해 두려움과 흡사한 불안을 내재한 독자로서 처음에는 언제 읽기에 불협화음이 들릴까 안절부절못했지만참 다행스럽게도 그런 염려를 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영국의 발레 비평가이자 저자인 리처드 버클의 바슬라프 니진스키Vatslav Nizhinskii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과 박학다식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지식에 감탄과 감사를 표한다.

 

“10년은 자라고, 10년은 공부하고, 10년은 춤추고, 30년 동안 빛을 잃어갔다.”란 한 문장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에 스며들었다.

 

유명한 무용수였지만 가족을 버린 아버지정신 질환을 앓던 형생존을 위해 온갖 굴욕을 감당해야했던 어머니를 가진 니진스키가 아홉 살에 황실 발레 학교로 들어가는 장면은 이후의 어둠에 의해 더 빛나는 삶의 시작이라 아플 정도로 눈이 부셨다그리고 그는 작품에서도 인생에서도 높이 날아올랐다.



예술에 대한 끝을 모르는 사랑과 연구와 재능으로 낯설고 우아하고 기적처럼 환상적인 한 분야의 예술 영역 자체를 확장시킬 수 있었던톨스토이를 사랑했던 천재특별한 존재의 힘과 매력은 치명적이었고 세상의 갈채와 환호는 드높았다.



빛나는 비상의 시기는 어찌나 순식간인지 1919년 니진스키는 자신이 가지고 속한 육체와 예술의 영역에 대한 불안으로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앞으로의 기나긴어둡고 쓸쓸하고 서글픈 그의 추락을 어떻게 지켜봐야 하는지 남은 분량이 두려웠다.



현대 발레가 태동하던 시기의 유럽의 예술의 풍경을 저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풍부하고 방대하게맘 편히 신뢰하며 상상하며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저자가 담아 낸 그 풍경 속에서 20세기 발레의 새 지평을 열고 사그라진자그마하고 섬세한 비운의 천재 예술가무용가춤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늘어갈수록 안타까운 기분에 여러 질문들이 머릿속에 헝클어진다저자가 밝히지 않은 합당한 이유들이 있으리라 마음을 달래본다영국의 학자는 확신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법(?)이다.



스크라빈스키차이콥프스키에 이어 올 해 세 번째 만나는 러시아 예술가이다마지막으로 독서의 여흥으로 덧붙이자면마린스키 발레단Mariinsky Ballet Company의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을 보는 놀라움과 재미도 대단하다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장 콕토Jean Cocteau, 생상스Camille Saint Saens, 라벨Maurice Joseph Ravel,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 로댕Rene-François-Auguste Rodin. 내가 아는 이들인가 싶었는데 그들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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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과학
캐스린 하쿠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탐보라 산에서 터진 화산재가 전지구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처럼 콜레라 또한 대단한 흔적을 남겼다콜레라는 인도에서 처음 시작되어 (......) 1819년 20년 사이에만 12만 5000명이 죽었다. (......) 그러던 6월 16일에 바이런이 이렇게 제안했다. “우리 각자 유령 이야기를 써봅시다.”



Frankenstein 1994


<프랑켄슈타인> 읽어 보셨나요꽤 오래 전에 무척 인상적인 영화로도 개봉되었습니다. SF팬이라면 저자인 메리 셸리를 잘 기억할 수도 있겠지요잠깐 퀴즈<프랑켄슈타인>은 누구의 이름일까요(누가 진정한 괴물인가하는 철학적이고 비평학적인 논의는 잠시 접어 두시길 바라며.)

 

1. 창조자 박사

2. 창조물 괴물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이후에 등장한 거의 모든 미치거나 사악한 과학자 캐릭터의 전형이 되었다. (......) 하지만 히스테리와 집착사악한 야망에 가득 찬 과학자라는여러분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지도 모를 과학자 상은 1816년에 메리 셸리가 창조한 캐릭터와는 무척이나 다르다메리가 묘사했던 주인공은 자신의 과학적 시도에 대해 분명히 목적의식이 있었고 (......) 미친 사람으로 그리지 않았다. (......) 그에게 선견지명이 없었을지언정 메리는 결코 빅터의 의도를 사악한 것으로 보여주지 않았다.

 

어린이 판본으로 처음 읽고 나서는 여러 차례 우스꽝스러운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위협적이지 않은 조각난 몸들이 움직이는 꿈들이 대부분이었지요성장하면서 의학적으로 신체 이식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서 무척 놀라기도 했고 일부를 이식받은 이들이 모두 괴물로 변하지 않는 현실에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공상과학이란 모멸적인 장르로 불리던 과학소설이 지구공동체를 문학적으로 경험하고 훈련하는 좋은 자료로도 쓰인다니 고색창연한 표현감개무량이 떠오릅니다십 대(19)의 여성이 쓴 최초의 과학소설여전히 읽히고 회자되고 재평가되니 반갑기만 합니다.

 

메리 셸리의 대뷔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하나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았다이 소설은 과학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의 시발점이었다.

 

특히 이 책은 화학자가 쓰고 생물학과학사과학철학을 합동 연구한 과학자가 번역한 책이라 두근두근합니다역자의 이력에 심히 공감하는 유사한 여정을 저도 오래전에 열심히 걸었거든요제가 더 멀리 갔습니다길을 완전히 잃을 정도로여긴 어디 나는 누구.

 

그리고저는 저자와 가족과 사적인 일화가 있습니다물론 그들은 모르고 저만 압니다만영국에 머무는 여러 해 중 어느 여름기숙사를 박차고(?) 나와 해안가가 아름답고 절벽 바위틈에는 고생대 삼엽충 화석이 있다고 하는제인 구달의 고향이기도 한 본머스(Bournmouth)에서 체류한 적이 있습니다한 낮에 책 한 권 들고 슬슬 산책하다 앉아 쉬려고 들어간 교회에서 이 가족들을 만났습니다모두 런던에 계신 줄 알았는데!


그때 제가 들고 있던 책은 [여성의 권리 옹호]로 번역되는 <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1792), 메리 셸리를 낳고 11일 후에 사망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의 책이었습니다전혀 몰랐던 일이고 찾아 간 것도 아니라서 너무 놀라 책 떨어뜨릴 뻔했습니다정신 챙기며 둘러보니 이 가족들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저를 쳐다보고 있더군요그렇게 우연히 만났습니다.



St. Peter’s Churchyard, Bournemouth, Dorset, England 

Mary Wollstonecraft with Husband William Godwin and next to Daughter Mary Shelley.

 

개인사나 가족사말고 작품 이면의 과학적 배경들에 대해 특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통시적인 관점은 특히 제가 좋아하는 역사 서술 방법론인데 과학사를 읽는 일은 종종 반복해줘야 빠진 것들도 채워지고 오류도 수정되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

 

18세기는 과학 발견의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엄밀하게 말하자면 근대 이후 서양학문을 배우는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번개가 전기현상이라는 증명볼타 전지 발명생물 전기와 전기 화학 간의 논쟁 등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새로운 발견에 놀라 전기란 죽은 자를 되살릴 수도 있고 오늘날의 심박 조율기는 실제로 그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전기 자체가 생명력이나 생명 자체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메리 셸리는 이 점을 작품의 과학적 배경으로 영민하게 활용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결과가 그렇게 나빴는데도 전기에 대한 관심이 그토록 오래 유지되었다는 것이다의학적인 효능은 의심쩍었지만 전기는 확실히 몸에 어떤 효과를 일으켰다화학적이거나 기계적인 자극이 살아 있는 동물은 물론이고 움직임을 멈춘 지 한참 지난 죽은 동물의 몸에서도 근육에 경련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전기 자체뿐만 아니라 전기와 신체의 상호작용은 어딘지 특별해 보였다.

 

나는 생명의 기구들을 내 주변으로 그러모아발치에 놓여 있는 생명 없는 물체에 존재의 불꽃을 불어넣으려고 했다.”*

 

갈바니즘Galvanism: 사체의 근육에 전기로 자극을 주어 움직이게 한다는 뜻개구리 다리소 머리사형수의 머리 등으로 실제 실험되었다.


Galvani: Galvanism, 1791 is a photograph by Granger which was uploaded on September 26th, 2013.

 

물론 의학의 발달이 중요한 과학적 자극이 되었지요해부학이 필수과목이 되고 신기하게도 대중적 인기까지 얻으면서무덤 도굴시체 판매가 창궐했다고 합니다작품 속 빅터 박사 역시 신선한 시체를 구해부패하지 않게 보존하고조립 이식 수술을 시행합니다아직 혈액형의 존재도 몰랐던 시절이니 여러 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했을 것이고 놀랍게도 면역 반응이나 새로운 종의 출현까지 언급됩니다새삼스럽게 19세 저자의 천재성에 감탄을!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때 가만히 뜯어본 적이 있었다그때도 흉측했다하지만 근육과 관절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그것은 단테마저 상상하지 못했을 끔찍한 존재가 되었다.” 그동안 이 프로젝트에 푹 빠져 있던 빅터는 자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를 만들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었다그것이 생명을 얻은 순간에야 비로소 그는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실감했다창조물의 생김새에 혐오를 느낀 빅터는 그것을 괴물’ ‘악마’ ‘더러운 피조물이라 불렀다이 살아 숨 쉬고 생각하는 존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상상으로서는 완벽한 창조였으나 잘못 퍼진 이미지처럼 창조물은 어눌하고 지능이 나쁜 괴물이 아니라 뛰어난 지성을 가진 생명체였습니다누구도 그 과정을 모두 밝혀 내지 못한 놀라운 아이디어와 메시지는 200년이라는 세월을 무색하게 합니다우리가 성취한 유사하게 가능한 방식은 유전자 조작이나 줄기세포 연구이겠지요.

 

메리의 원작에서 창조물은 지적이고 사려 깊으며 감정을 잘 표현했고 움직임이 우아했다빅터만 한 과학적인 지식은 없었어도 창조주의 행동이 불러일으킨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빅터보다 훨씬 잘 이해하고 있었다스스로 깨우친 지혜가 대학 교육을 받은 빅터보다 뛰어났던 셈이다.

 

퍼시와 메리 셸리는 노예무역을 비판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며 프랑켄슈타인은 주변 사람들과 겉모습이 확연히 다른 인종의 사람들에 대한 취급방식을 다룸으로써 노예제를 비판했다고 해석되었다.

 

메리가 소설의 등장인물을 잉골슈타트로 보낸 것은 흥미로운 선택이었는데그 이유는 (......) 1472년에 세워진 이 대학은 18세기에 들어 여러 음모의 진원지가 된 비밀 결사일루미나티Illuminati(계몽을 뜻하는 라틴어)의 중심이 되었다. (......) 뚜렷한 반종교적 성향을 띤 동시에...... 평등주의 같은 개념에도 흥미를 가진 자유사상가들의 모임이었다. 19세기 독자들은 이 소설에 등장한 잉골슈타트 대학교를 비밀결사 그리고 위험한 혁명적 실천과 연결지어 이해했을 것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과학과 문학과 영화 각각에 번개’가 내리친 충격처럼 강렬한 영감과 생명력을 선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독자로서 여러분들은 어떤 분야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셨나요?

 

1. 신의 생명창조 레시피를 얻은 것처럼 전지전능한 조작기술을 끝없이 키워나가는 과학

2. 세상에 없었던 장르가 탄생하고 수많은 자극들이 전 세계에 전기 충격파처럼 번져나간 SF문학

3. 일일이 다 헤아리기도 벅찬 작품수와 공포에 질린 관객들의 새된 비명소리로 명성을 가늠하는 기기묘묘한 공포영화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필적할 수 있는 현대 창작물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저는 생각이 안 떠오르네요. 늦은 밤, 만성 피로, 길어지는 불면 , 노화 탓을 해봅니다.


1831 edition of Frankenstein by Mary Shelley


정말 즐거운 멋진 책 읽기였습니다. 세상엔 재미난 책들이 끝없이 태어나나 봅니다. 오로지 시간이 부족한 것만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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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범인 찾기 추리퀴즈 빨간콩 논리책 4
상드라 르브룅 지음, 로익 메헤 그림, 김영신 옮김 / 빨간콩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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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9추리의 고전 셜롬 홈즈의 사건들이라해도 어린이책!

원작을 읽기도 했는데 이쯤이야 거만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책을 펼쳤습니다.

간출하게 연필과 메모지를 들고......

 

첫 사건인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사건 전개를 다 말해줄 수도 있는 지라 

한층 더 거만하고 느긋하게 사건 전개를 읽었습니다......



간단...... 하지가 않습니다......

관찰증거 모으기단서 분석이전 상황 다시 찾아 재분석......

 

아하하하...... 도전적으로 복잡합니다!

 

증거도 단서도 여러 명의 진술 증언도 사건 현장도.

긴장이 될 만큼 즐...... 겁습니다!

 

워크시트가 있긴 하지만 메모지는 A4 이면지 다발로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의 눈빛이......🤨😑😣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사건 해결을 위해 하라는 대로 일단 다 해봅니다......


관찰하고 분석하고 추론하는 모든 과정을 다 기록해야 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하기만하면 어렵지 않고 재밌게 해결할 수 있다고 분명 그랬는데......

야아아아~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을 만큼 신......납니다!


피해자와 목격자가 36용의자가 10......

겨우 46명입니다. 



재도전 하기 전에 간식을 먹고 잠시 쉬는 시간을 꼭 가지길! 

9개를 모두 해결해야 완벽한 탐정 졸업장을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가능한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가족들은 모두 모이세요!

...............


뜻밖의 수준 높은 추리 퀴즈에 고무되는 저녁이었습니다.

저자가 의도한 읽고 쓰고 기록하고 기억하고 어휘력 늘리고 추리력 훈련하고

두뇌 훈련은 확실히 할 수 있습니다.


엄청 배가 고파지니 식사를 맛있게 할 수 있겠습니다.

(몸무게의 2%인 뇌가 20% 넘게 칼로리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 저자의 이력이 범상하지 않습니다.


도전을 즐기시는 분들은 

아이들과 경쟁(?) 혹은 격려(!)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시기 참 좋은 기회입니다.

추리하기를 좋아하시면 더욱 그렇겠지요.


요즘 어린이들은 굉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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