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의 시대 - 가족 간 거래와 세금
유찬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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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관한 법제처 자료들을 읽고 있자니……. 🥺😨😱 그냥 일독한 것으로 만족하렵니다혹 필요하신 분 있으실까 링크는 남깁니다.

 

https://www.law.go.kr/법령/상속세및증여세법


재벌2세라면 흔히 보이듯 사전승계를 택해 세금을 한 푼도 안 낼 수도 있겠으나 재벌이 아니라 그럴 수는 없군요은퇴/노후/사후준비 계획들 중 하나로 증여 상속에 관해 결국엔 세무사에게 맡기더라도 말이나 알아듣자 싶어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부지런히 의논을 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 결정에 이견을 제시할 것도 아니니 어차피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그저 노화에 큰 수술에 여러 생각이 많으신 부모님께서 걱정이 늘어만 가시니태평스럽게 살다 뭐가 그리 복잡한 문제인지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자산이 남을지 빚이 남을지 모를 삶이지만어쨌든 얼마가 되었든 정리를 해둬야 하는 입장은 동일하기도 하고유서 등등의 문서 작성만 말고 필요한 다른 일들도 더 자세히 챙겨 봐야하는 건 맞습니다.


증여 상속에 관한 방법을 조금 읽었을 뿐인데 세금 종류에 더 빨리 익숙해 지내요지난 해 친구가 장편소설분량 문서를 반나절 들여다보나 펑펑 울고 싶었다고 하던데 혼자서 무얼 해보려던 결심을 한 것을 존경하게 됩니다결국은 세무사를 지정하는 단계로 나아갔지만지금 심정으론 이것저것 물어 보고 싶은 막막한 심정은 마찬가지입니다어렵네요.


뭔가 좀 이상한 것이 우리 가족의 상황은 전혀 안 복잡한대 뭐라도 증여 상속하려면 모든 처리 과정이 무지 복잡하다는 것입니다이런 상황에서도 탈세를 하시는 분들이 그리 자주 보도되는 현실이 비현실적입니다.

 

사후설계까지 포함해서 대비를 해야하니 노후설계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SF에서처럼 남은 수명을 표시해 주는 일이 나로선 그렇게 나쁜 일일 것 같지가 않은데……도무지 언제!일지 짐작을 할 수 없으니 뭐든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한다는 불안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그래서 20대부터 유언장을…….🤢

 

또한 기대 수명이 늘어난 것은 기쁜 일이지만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으로 잘 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바람에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생겼다고 봅니다이대로라면 부모 별세 후 상속하는 방식으로는 가장 필요할 때 가장 적절할 도움이라 효과가 없을 듯합니다.

 

각자의 사정이 다 다르겠지만 저로선 제 1원칙은 가장 필요할 때 가능한 도움을 주는 것이 여러 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글자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가 사전 증여 부분을 일독했습니다얕은 이해로는 일찍 증여될수록 이점들이 있어 보입니다자산 가치가 증가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증여 시기가 앞설수록 세금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나 시가가 낮을 테고성인 자녀는 매 10년마다 증여액에서 5,000만 원씩 공제며느리사위는 10년간 1,000만원씩 공제된다고 하네요.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계획하는 상황이라면 자녀 명의로 투자 이익이 바로 전달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무엇보다 사후 분란 없이 이별하기 위해서 혹시나 골치 아플 유산 소송이 적어질 듯한 순기능도 가능할 듯합니다.

 

그렇다고 사후상소에 비해 사전증여 절차가 꼭 간단한 것만은 아닙니다관련 내용은 다 읽은 것 같은데 아직 세금 적용 기준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대상들도 있네요제 독해력 탓이겠지요자격증을 따려는 의도가 아니니 그냥 일단 계속 읽어봅니다목표는 여전히 세무사 말을 대략 알아듣기 입니다.

 

섣불리 불법탈법을 찾지 않고도 공제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절세방법들이 상당히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고공제 금액도 적지 않습니다상속을 고민할 때의 목적이 오로지 세금을 내지 않은 게 아니라누구에게도 부담이나 피해가 가지 않게 합리적으로 대비하는 것에 방점이 찍히면 좋겠습니다.

 

제가 줄곧 증여 상속 얘기만 해서 자손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일만 상속문제라고 생각하실지 모르나재산처분에는 부양가족에 대한 재산 분배만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유산 집행 방식집행할 사람 지정 등의 문제들도 포함됩니다.

 

부모님께서 가능한 자손 모두에게 쪼개서 증여하고 싶어 하셔서 뭔가 엄청 복잡해지려나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는데결국은 제 문제이기도 하고 실은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겠단 생각이 듭니다문득 유학 중에 별세하셔서 임종도 못 지킨 조부께서 아기 때부터 제가 좋아하던 흔들의자를 보관하셨다 특별히 따로 편지에 적어 남겨 주셨던 유언장이 떠오릅니다.

 

< 자그럼 중간 점검 >

 

한시적 유언장 작성 완료.

한시적 이별인사편지 작성 완료

장기기증서약 작성 완료.

사후연명치료의향서 작성 완료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을지 한시적 결정 완료

일단 계속 살아본다결심 완료

재산이전계획준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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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 지구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
다라 매커널티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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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하니 곧 바로 낭패다 싶은 생각이 스며들었다남의 일기를 몽땅 필사하는 일이 생길 것 같았다기막힌 묘사가 이어지고 아프고 아름다운 정서가 문장 마다 느껴지고 구체적이고 다양한 많은 지구생명체들이 등장한다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온전히 굴복하게 되는 글이다마음의 무릎이 스륵 접힌다.

 

"내 이름은 다라다도토리를 맺는 참나무처럼 커다란 나무로 자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라는 뜻이다엄마는 예전에 나를 론두라고 불렀다(론두는 아일랜드어로 대륙검은지빠귀라는 뜻이다). 엄마는 요즘도 가끔 그렇게 부른다."

 

"나는 자연주의자의 심장과 (지금은 장래희망인과학자의 머리와 자연에 가해지는 무관심과 파괴에 지칠 대로 지친 뼈를 지녔다."

 

"잊고 있던 장소가 갑자기 기억날 때의 느낌을 아는지나는 작은 숲에서 막 걸음마를 배우던 때로 돌아갔다엄마가 나를 들어 올릴 때까지 라일락꽃을 밟아 뭉개고 있었다그 기억을 뒤로하고 빠르게 두 해 정도가 흐르더니 쇠똥구리를 찾으려고 쇠똥을 뒤적이고 이끼 낀 둑에 올라가 뭔가를 찾던 때가 떠올랐다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땅바닥에 누워 참나무 가지를 올려다본다. 그림자로 얼룩덜룩한 빛이 우거진 가지 사이로 비치고, 나뭇잎이 고대부터 내려온 주술을 속삭인다. 이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오면서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광경을 보고 소리를 들었을 이 나무는 숱한 멸종과 전쟁과 사랑과 상실을 목격했을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에게 학교는 뭔가 학습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다소음을 걸러 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집중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든다나는 오후 3시 정도면 완전히 진이 빠진다하지만 집에 와서 숙제를 해야 하고 기상 알람을 맞춰야 한다그리고 다음 날 이 모든 것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뒷문 계단에 앉았는데 새소리의 힘과 강렬함이 이전보다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뭔가 절박함이 부족했다봄과 이른 여름의 업무가 끝나 가고 있었다."

 

"대륙검은지빠귀와 다른 모든 새들은 내년에 다시 시끄럽게 노래할 것이다돌쟁이 때부터 침실에서 그림자를 바라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노래는 멈추지만 항상 다시 시작된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해 질 녘의 향취를 맡았다어둑어둑한 그림자가 휙 날아갔다박쥐가 각다귀를 잡아먹으려고 나오고 있었다나는 눈을 감고 간질간질 스치는 만족감을 만끽했다오늘을 버텨 낸 나 자신이이 하루가 씁쓸하게 끝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나는 어두운 마음이 나를 완전히 삼키도록 놔두지 않았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Anne Hailes: Young naturalist Dara McAnulty has certainly proved naysayers wrong 

출처www.irishnews.com


작가는 자신만의 예민함으로 아주 날카롭게 관찰하고 통찰하지만 전하는 방식은 무척 솔직하고 따뜻하다의도적으로 배려하는 기획이 아니라 할지라도 위로를 받는다야단법석을 떨며 온 세상을 불편하게 하는 그런 종류의 예민함이 아니다.

 

외부로 향하지 않은 모든 에너지들이 갈고 닦은 능력일까, ‘글쓰는 법을 배운 것 같지도 않은데 아주 잘 다듬어진 예민함을 자연스러운’ 문장들로 폭발하듯 넘쳐흐르듯 기록했다.

 

봄과 여름을 읽다문득 (만약 있다면 혹은 아직 남았다면나의 예민함은 어떤 모습이었는지지금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고민에 빠졌다.

 

편리한 이유를 들어 애써야 유지할 수 있는 예민함은 적당히 밀쳐 두고 사는 건지세상을 인지하는 태도는 성실한지누구의 취향도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는 팔아넘기지 않았는지다른 일들로만 정신없이 바쁘면서 아직도 관심이 있는 ’ 다른 이들만 지적하며 예민하게 굴지는 않았는지고민이 커진다.

 

누군가의 고통이 멋져 보인다고 말하거나 함부로 닮고 싶다고 해서는 안 되겠지만예민함으로 충만한 저자의 멋짐을 닮고 싶다.

 

예민함은 어떻게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인지……귀찮은 것 많고 게으른 나로서는 멋져서 부럽다가도 알 듯 모를 듯알고 싶기도 하고 모르고 싶기도 하고.

 

변화란 스스로 독려해도 어려운 일앞으로도 내가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는 허황된 생각은 말자는 교훈을 급하게 얻었다나는 원체 언제나 꿈이 작은 부류였다변화와 혁신 말고 조금씩 가다듬고 살자.



"지구의 공전 덕분에 특정한 시기에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오늘은 뻐꾸기 소리를 무척 듣고 싶었다나는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것에 집착하는 편이다모든 것의 처음은 매우 특별하다."

 

"막 날기 시작한 어린 새들조차 프랑스스페인모로코를 경유해 사하라 사막을 넘어 아프리카 서쪽 해안으로 돌아가거나 나일 계곡 동쪽을 거쳐 남아프리카로 가는 위험한 장거리 여행을 하는 어른들 틈에 낄 준비를 해야 한다."

 

"새들의 믿을 수 없는 여행을 생각하면 언제나 감탄이 나오는 동시에 용기를 얻는다이렇게 작은 몸집으로 굶주림과 탈진과 싸우면서 6주 동안 매일 300킬로미터를 날 수 있다니학교사람교실 같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될 때면제비의 회복력과 투지를 생각한다."

 

"이상했다너무나 평범한 하루다평소에는 바람만 조금 불었다 하면 태풍으로 변하기 일쑤였다지금은 바람도 잔잔하고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친다 해도 나는 웃을 수 있다행복하다동시에 좀 더 까다롭고 단단해진 느낌이다."

 

"햇살이 이 모든 것을 통과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내내 조심스러웠고 과연 얼마나 오래갈지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담장과 담쟁이넝쿨에 그늘이 드리우면서 의심도 자라났다나는 빛과 그림자 둘 다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둘은 내 일부고 그것을 바꾸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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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커널티란 저자 이름 발음 확인하신 것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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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 지금껏 말할 수 없었던 가족에 관한 진심 삐(BB) 시리즈
김별아 지음 / 니들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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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도 때로는 무례가 된다중략.

그런 무지와 무례 속에서 우리의 가족은 남몰래 아프다.

기대는 실망으로실망은 분노로 바뀌어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죽도로 미워하게 된다.”

 

2009년 출간된 <가족 판타지>의 개정판이라니! 2009년도에 읽었으면 좋았을 것을 원통한 심정이다꽤나 지난 이야기이지만 서로에 대한 절절한 사랑으로 양가를 감동시키고 결혼한 친구들(부부가 모두 친구)이 상대방의 숨소리조차 소름 끼치게 미워하게 되고 별거를 거쳐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무력하게 지켜본 경험이 떠오른다.

 

문제는 이혼을 너무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다결혼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까지도 결혼이라는 제도에 몰아넣어야 속이 후련한 사회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을 이상 상태로 분류하고서야 안심하는 사회에 먼저 이혼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한 만큼 이 분석은 무척 유의미한 통찰이다사는 일에 끝까지 정해진 순서가 있다는 생각은 어쩌다 하게 된 일일까.

 

뭐라도 쓴다는 일은 자꾸 누군가를 팔아넘기는 일 같지도 느껴지지만어쨌든 또 친구 얘기를 하자면결혼과 아이에 대해 아무런 욕망이 없다는 것을 비교적 일찍 알게 된 친구가 그렇게 잘 살다가 문득 혼자 살기가 지긋지긋해졌다고 했다나름 합리적으로 자신과 아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를 소개 소개받아 서로가 상세하게 계약서를 작성하듯 제안하고 합의하고 좀 더 신나는 미래를 꿈꾸며 결혼을 했다.

 

재밌게 같이 놀 친구가 생겼다고 무척 좋아했는데재미가 없었던 것인지 일상을 함께 하는 일은 재미를 목표로 해서는 도저히 짊어질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일이었는지결혼하던 풍경과 비슷하게 이혼을 했다결혼하기 전에도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했고 이혼하기 전에도 친구들을 모아 함께 식사를 했다.

 

뭐랄까온갖 뜨거운 감정들말들행동들이 오고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사는 일이 애써 봐도 이렇게 쓸쓸한 시행착오의 연속이라는 것에 더 쓸쓸한 기분을 인정해야 할지 복잡한 기분이었다. ‘가족이 된다는 일은 결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절감한 경험이기도 했다.

 

가족이라는 지난한 기대이자 무거운 짐은 벗어버리되 인류애로 접근해 보면어쩌면 나와 닮은 이 이상한 사람들을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이해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부모님과 나와 내 동생은 심지어 닮은 부분도 참 없다. 4인이 외모도 성격도 취향도 모두 제각각이라비유하자면 앙케트 문항들 중에 일치하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식구라는 말이 널리 의미하는 바처럼 같은 식사를 한다는 것이 가족을 이루는 중요한 일상이자 본질의 일부라면 그 점에서도 우리 가족은 집단으로 묶이지 못한다음식 취향이 제각각이라 밥의 곡물 구성국의 재료전통 음료명절 전의 종류 등등 거의 모든 것 식당에서 원하는 메뉴를 시킨 것처럼 각자의 음식 풍경이 달랐다.

 

내게는 의례적인 풍경이었는데 의외로 흔한 일은 아니었을까. 이후 다른 모임들에서 단 한 번도 짜장면으로 통일!”이란 말에 유쾌하게 웃지 못했다짜장면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비밀이 없는 사이는 성숙한 인간관계가 아니다.

사람 사이에는 엄연한 경계가 있어야 한다.

자기만의 은밀한 영역 속에서 휴식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외모가 붕어빵처럼 닮았거나 의견 일치를 잘 하고 음식 취향이 같은 친구들과 가족들의 모습이 궁금하고 부럽기도 했다언젠가는 벅차고 버겁지만 외로울 틈 없는개인이라고 자신을 인식할 여유도 없는 끈끈하고 질척한 관계란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한 적도 있다그 역시 부러웠을 것이다그랬다면 나도 타인들과 으쌰으쌰하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나는 얼마 전까지 이런 나쁜 품성은 모두 성장 환경의 탓이라 생각하고 있었다중략스스로를 괴롭히는 결핍이 성장기에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중략그래서 사춘기 시절의 나는 그토록 엄마에게 가혹한 딸이어야 했던 모양이다중략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같은 반이었다면 친구가 되지 않았을 사람들이 모여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는 일은 신기하고도 힘든 일이다사랑하지만 좋아지지 않는 이들이 가족이랄까그래도 무척 운이 좋은 편이다가정 폭력과 학대와 차별이 일상인 관계는 아니었으니까우리는 그럭저럭 서로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타인이자 성인으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며 각자 살아가고 있다.

 

가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다만 달라질 뿐이다.”

 

“...... 가족 붕괴와 해체의 책임을 비정상에게 돌리며 비난하는 사람들에게당신의 가족은 정말 행복한가 묻고 싶다호주제 때문에 남편과 아내는 서로 더 존중했는지소위 결손가정의 자녀와 친구 관계를 맺지 않은 아이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지동성애를 혐오하고 장애인을 멸시하기에 당신의 가족은 더욱 안락하고 안전한지......”

 

쓰다 보니 생활이 분리된 시간이 걸어서인지 어느새 나의 첫 번째 가족에 대해 남은 감정도 못 다한 말도 별로 없구나 싶다책의 내용은 무척 풍부한데부모와 나의 관계에 집중해서 쓰다 보니 빈약한 소개 글이 되었다이 책은 제목도 압권이고 내용은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거침없지만 거칠지 않게 써 준 저자에게 감사하다.이러 저리 얽힌 부모 자식의 여러 형태와 부부사회적이고 성적gendre 존재로서의 풍부한 이야기들이 재미나니 재밌게 읽어 보시길 바란다.*

 

피할 수 없는 노화와 기저 질환을 감당하시느라 매일 일정량의 통증과 함께 지내시는 부모님 역시상황에 비해 무척 잘 지내고 계신다는 생각도 새삼스럽게 든다다들 늙어 가느라 기운이 왕창 빠져서 날 선 기운으로 딱딱한 에너지로 부딪치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 살짝 서글프면서도 안심이 되는 비교적 정확한 분석일 듯하다어쨌든 나 역시 구원도 절망도 아닌 가족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이들과 서로 열심히 봐주며 살아간다. 거듭 말하지만 무척 운이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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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 발췌

 

“...... 아이가 아니었다면나는 누군가를 먹이고 어르기 위해 한밤중에 꿀 같은 잠을 억지로 밀쳐 내며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중략 아이가 아니었다면나는 우리 주변에서 그토록 많은 턱과 계단이 존재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

 

어떤 심리학자는 현대의 아이들이 불행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부모의 눈에 너무 잘 띄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게 태어나요아이들은 각각 자기만의 밑그림을 가지고 있다고요엄마가 할 수 있는 건그 밑그림이 어떤 것인지 가만히 살펴봐 주는 것뿐이에요엄마가 할 일은 없는 재능을 만들겠다고 우기는 것이 아니라아무리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재능이라도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북돋워 키워주는 게 전부라고요.”

 

부모와 자식의 투쟁은 한 인간이 성숙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중략특히 반성할 줄 모르는 부모자식의 인생을 자기 소유라고 여기는 부모에겐 타협과 이해가 없다사랑이라는 이름도 때로는 가혹한 상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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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 당신의 부에 영향을 미치는 돈의 심리학
저우신위에 지음, 박진희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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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일면 유행에 민감하게 살아온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한 때 합리적 이유를 달고 유행하던 유서쓰기운동에 참가한 뒤 매년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점이 그러하다연말연시 날을 정해 수정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가 있을 때 그러긴 하지만 어떤 해는 딱히 고칠 게 없어 일 년 내내 정체되어 있었나 하는 뜻밖의 평가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해를 거듭하며 사라지는 내용추가되는 내용새롭게 바뀐 제도 덕에 전체 정비가 필요한 내용 등이 있다신체 기증의 내용도 변했고 이 상태로 늙어간다면 결국엔 기증할 게 별로 없을지 모른단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존엄사법 시행 이후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추가되었다그 밖에도 소소한 것들이 있는데 삶이 변해야 유서도 변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되기도 한다.

 

이렇게 쓰면 꽤나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도 하고 살았던 듯싶지만 실제로 그렇지도 않다대부분의 시간에는 사는 일만 생각한다시절이 변하고 지인들의 별세 소식도 드물지 않게 듣는 해이다바로 이틀 전에도 친구 아버님 떠나신 소식어제는 오랜 지병으로 무척 고생한 친구가 좋은 봄날 비로소 편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장 위에 올려 둔 책들의 무리 중 돈과 화폐증여에 관한 책들이 눈에 띈다이제 와서 학위 공부하듯 할 것은 아니지만 유서 하나 달랑 작성하는 것보단 조금 더 알아둬야 할 것들이 있다는 불안이 마음에 번지는 것도 사실이다대단한 자산을 보유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도 높지 않지만 이것저것 약속한(?) 것들이 많아 정리는 필요하다.

 

긍정 환상이란 소위 말해 스스로를 실제보다 더 똑똑하고 예쁘고 고상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전 세계 84%의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큐가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90%의 대학교수들이 동료보다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며대부분의 사람이 포토샵을 거친 얼굴을 진정한 자신의 얼굴이라 생각한다.”

 

그 무리의 책들 중 이 책은 제일 재밌어 보인다심리학 실험을 이렇게 많이 한 것도 재밌고 열심히 실험 결과를 정리해서 발표한 것도 재밌고 적극적으로 매체들을 이용해서 열심히 강의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The Psychology of Money란 분야가 있고 관련 연구자들의 BBC 자료들이 있어 놀랐다목차들을 보면 먼저 펴보고 싶은 재미난 내용들도 있다.

 

더러운 돈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얼굴값은 도대체 얼마일까

운을 위해 투자하는 대신 좋은 일에 써라

돈을 달라고 하기 전에 시간을 달라고 하라

기부하는데 얼굴이 왜 중요해

행복해지고 싶다면 물건보다는 경험을 사라

시간을 황금 보듯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경제학 지식이 도덕에 미치는 영향

 

죄책감은 한번 잃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사람들은 도덕성의 하한선을 뛰어넘으면 그 뒤로는 예전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다.”

 

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윤리학은 경제학으로부터 기원한다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나눠 써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원래의 경제학이다그러니 나누는 방식과 기준에 대한 준거가 필요할 것이고 관련된 갖가지 태도와 개념이 윤리를 구성한다실질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보다 투기 인구가 더 많을 지도 모르는 사회 환경이지만경제 활동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의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라.”

 

한 사람의 인생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닌 무엇을 했느냐로 정의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마음 가는데 돈을 쓰는 것은 당연하고저자 역시 밝혔듯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알면 적어도 그 사람이 말로 설명하는 자신보다는 그 사람의 실체를 더 잘 알 수 있다누구나 각자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반복되는 신념에 따른 행동은 곧 자기 자신이 되고 매일 어떻게 살아갈지 역시 결정한다비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80% 정도행복을 사주진 못하지만 진통제의 역할은 한다는 돈.

 

금전적 보상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만들 순 있어도 책을 좋아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돈은 이러한 자기중심적 경향을 더 강력하게 만든다.”

 

금속화폐에서 지폐에서 신용화폐로 바뀌었지만일상의 우리는 늘 돈을 보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돈으로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며 산다너무 뻔하지 않을까 해서 뭘 썼을까 궁금했다나로서는 전문가가 연구자의 자세로 연구 결과들을 모아 스토리를 풍성하게 늘리지 않고 건조하게 집필한 문체가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자신에게 해당하는 분야만 찾아 읽기에도 편하다.

 

돈을 써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면제대로 돈을 쓰는 것이 아니다.”


​문득 돈 좀 쓰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데 그냥 나만 겪는 독서 부작용인가. 결제의 쾌감은 어쩐 이유인지 약해지지 않는다. HUMAN-P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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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정의 - 표창원이 대한민국 정치에 던지는 직설
표창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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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안 드는 장관이나 기관장에게는 대놓고 당신 때문에 그 부처(기관예산이 최대한 깎일 것이라고 공언하는 일도 흔히 보인다의원실로 장차관이나 국장혹은 실무 공무원들을 호출하거나 전화를 걸어 호통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 등국민이 볼 수 없는 곳에서의 갑질은 더욱 잦고 심하다.

 

! ‘정치적 테러’ 범죄의 발생은 대부분 유사한 메커니즘을 보인다.

 

우선 널리 알려진 정치인정당학자종교인 등 소위 공인의 계산된’ ‘혐오 발언(hate speech)’이 먼저 나온다.

 

두 번째 단계로 신문방송 등 대중매체가 이를 보도하거나,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구독자를 가진 소위 인플루언서가 동일한 취지맥락의 내용에 자극적이고 과장된 표현이나 허위 사실 등을 교묘히 섞어서 전파한다.

 

세 번째 단계는 이에 자극받은 소위 악플러(keyboard warrior)’들이 우후죽순 관련 기사나 영상맨션게시물 등을 퍼 나르고고조된 분노 감정과 공격성을 드러내 공유하며 이를 증폭시킨다.

 

마지막으로 평소 신뢰하거나 자신과 성향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던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유사한 분노와 공격성을 표출하는 분위기에 고무된다그리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왜곡된 정의감에 사로잡혀, ‘나도 뭔가 기여를 하고 싶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각 당 대변인이나 원내 대변인들은 수시로 기자들에게 상대 당 누가 이런 말을 했는데 뭐라 대응하시겠어요?’라고 묻는 전화를 받는다무대응하면 일방적으로 상대방 얘기만 보도될 테니 여론전에서 불리할 것이란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인다당연히 강력 대응이 나오게 되고 한동안 후속 기삿거리가 될 싸움판’ 하나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리고.......



정말 새로운 내용도 아닌데...

내가 짐작해서 생각한 내용과는 다른 것이...

또 다른 현장의 경험을 정리한 문장들로 읽으니...


현실감에 현실감이 더해지면서...

저자가 느낀 갑갑함이 읽은 분량만큼 전이된다


문제는 분명하고 해결 방법도 있을진대

실행력인지 의지인지가 없다는 것이 최대의 걸림돌인 걸까.


가까운 베란다에 나가 잠시 바람이라도 마시며 어두운 하늘이라도 보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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