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
김준형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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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가 회자되던 한국인은 국난극복이 취미다라는 말은 농담도 가짜뉴스도 코로나 방역에 한정된 것만도 아닌 역사적 사실이다그렇게 된 것은 한국인들이 특이하게도 그런 취미를 즐겨서가 아니라 뭐라 형언할 수 없이 지독한 지정학적 위치가 중차대한 요인이다.

 

대륙을 건너오기도 했을 터이고 대양을 건너오기도 했을 최초의 한반도 정착민들은 초기에는 바로 그 지형 덕분에 수많은 부족들이 명멸하는 중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생활문화유적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적당히 구분되어 살 수 있었으나이동수단이 발전하고 국가 형태를 이루면서 주변 거대 공룡들로부터 끝없는 침략을 당하게 된다.

 

1,000번이 넘는 부침 속에서도 독립국가로서 언어정치문화사회 체제를 유지한 것은 한 편으로는 기적에 다름 아니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를 이어가며 견뎌낸 경험이 유전자에 명시되었을 처절한 고난을 겪었다는 뜻이다불편(?)하게도 과거의 공룡들은 현실의 강대국이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중국일본 주변에 포진해있다.

 

유기적이고 복잡한 요인이 작용했지만어쨌든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의 본질이 우호적이지 않은 현실의 반영인 듯무척 먼 곳의 이웃과 동맹同盟’ 관계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시간이 길다동맹이라 해서 온전히 평등한 파트너십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고 사실 또한 아니다계약 주체들 간의 관계만으로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는 현실의 약속은 존재한 적이 없다이는 다자간 외교의 모습일지라도 체계가 잘 잡힌 프로세스라기보다는 각국의 이익 관계에 따라 정신을 차리기 어렵게 시시각각 급변하는 혼돈의 벽과 더 닮아 있을 것이다.

 

한미관계는 내용을 다 알아도 볼 때마다 어처구니없는 불평등한 사기계약,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으로 공식적인 관계가 시작되었다막장처럼 비유하자면 불리한 조건들만 가득한 사기결혼을 했는데 배우자가 배신까지 한 관계랄까시작은 그러했다힘세면 다 그럴 수 있는 야만과 혼돈의 시절이다여기서 퀴즈배신은 단 한번이었을까요둘 사이에 폭력이나 위협 등 강제성의 흔적은 없었을까요?

 

아마도 1/10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의 가치들 중 하나는 근현대만이 아니라 미국이 강화도 공격!”이라고 외친 순간부터 대한민국 공화국의 정권별 관계 변화까지다양한 관점들은 물론이고 깊이 있는 역사적 이해와 분석을 통해미국이라는 존재가 한반도에 끼친 영향을 큰 판에서 볼 수 있게 들려주는 점이다.

 

동네에서 제일 힘이 센 친구라서 든든하기도 하지만 그 친구 모르게는 맘대로 화장실도 다녀오지 못하는 불편함이 공존하는우방이자 가스라이팅 가해자인 듯그 이상의 다양한 모습을 지닌한반도 지정학 못지않게 복잡하게 얽힌 운명의 상대이다즉 끊임없이 살벌한 외교 게임을 벌여야 하는 대상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한반도를 꼭 집어서 눈도 한번 안 떼고 일일이 지시를 내릴 만큼 큰 관심을 일관되게 차별적으로 보여줬다는 말은 아니다오래 전 영국에서 친구들과 산책하다 웃긴 엽서들을 구경했는데문구 중 하나가 미국인의 세계 이해법이라는 것이었다We,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rest of the world.

 

웃겼지만 웃기기만 한 것은 또 아니라 마침 학교에 초청 받아 오신 미국인 교수 두 분께 물어보았다물론스몰토크처럼가볍게재미난 답변을 기대한다는 표정으로그런데두 분이 슬프고 난처하고 등등의 복잡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자신들은 정말 그렇게 학교교육을 받았다고 하셨다그야말로 예상 못한 충격서늘한 파장이 피부 위로 지나갔다.

 

이 책에서 정리된 내용을 읽다 보면 미국이 전 세계를 내려다보며 자국에 유리한 입장을 키워나간 일련의 과정이 보인다그 시행들에게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거나 동맹으로서의 신의를 지킨다거나 하는 절대 굽히지 않는다사수한다는 원칙은 없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한다는 대원칙1원칙만이 눈에 띈다그걸 비난하려는 건 아니고 할 수 있지만 주변국들을 살피고 세계 평화를 위해 진정한 수호자로서의 역할이었다면 아름다울 수 있었겠다, 그런 순진무지한 생각을 해본다.

 

복잡하고 앙금이 없는 것도 아닌 여전히 불편하기도 한 관계이지만 한미관계는 굳건히 유지될 것이다군사동맹은 미국과 수출입동맹은 중국과의 비중이 더 높은 대한민국으로서는 분쟁이 없어도 늘 분쟁지역인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한 여전한 줄타기를 이어가야한다더 이상 누구도 누구의 편을 무조건 적으로 들기 어려운 시대이며미국은 역사적으로 누구보다 더 단호하고 냉정하게 자신들의 실익을 위한 결정만을 반복해왔다설혹 그것이 타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군사쿠데타를 지원하는 일일지라도설혹 그것이 무관한 수많은 양민의 목숨을 대가로 요구할지라도.

 

오늘도 일본 스가 총리와 대중국전을 선포하는 당만 바뀐 미국대통령의 모습과 발언을 잠시 듣고 보았다트럼프가 아이언맨처럼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영웅이 되고자 했다면 바이든은 동맹을 이유로 중국전에 임할 것이다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국난극복을 취미처럼 해치웠지만 외교전에 돌입하는 일은 갈수록 복잡하고 힘겨워질 것이 뻔하다부디 우리도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다 영민하게 다 쓸 수 있기를이번엔 이용당하지 말고 생존과 번영을 위한 외교전에서 대한민국이 미국을 우리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위에서 건방지게 1/10이라 했지만 1/100쯤 되는 일독이다. 이 책이야말로 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읽고 배워야할 충실한 텍스트이다. 아쉬운 것들이 줄지 않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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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숨
조해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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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

이런 식의 설명으로는 이 소설이 전하는 분위기와 섬세함을 전혀 소개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고통으로 탁한 숨을 내뿜는 병실에서

옆에 앉아 가만 토닥여 주며 숨결이 편하게 잦아들 때까지 지켜보고,

이불을 올려 덮어 주고,

조용히 일어나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나서는 이가 들려주는 차분하고 온기 있는 병상일지…… 같다.

이런 느낌은 단지 환한 나무 꼭대기의 주인공 강희의 직업이 간병인이라서가 아니다.

 

이곳에서라면 찰랑거리는 물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듯 남은 생을 소모할 수 있겠다는 뜻밖의 기대감이 차올랐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제로의 상태로 남아 있는 것그것이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그때 내 시계엔 숫자와 눈금이 없었다.”

 

다만 행복한 얼굴을 보고 싶다는 마음만은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 행복은 가짜가 아니라고 느끼는 그들의 그 한순간을 위해서가까스로자꾸만 꺼지려 하는 심장을 바닥에서부터 부풀리며하나는 또 한 번…… 하나의 숨을 쉰다.”

 

슬퍼지니 생각이 너무 많아지다 쓸쓸히기도 하여 몸이 꺼질 듯 정신이 까무룩할 것도 같은데,

작가가 멀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걸어와 옆에 앉아 주는 기분이다.

전작 <빛의 호위>의 잔상이 남아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과 환한’ 이란 제목이 이어져서 연상이 드는 걸까.



환한 나무 꼭대기에서 환하게 빛을 내는 달빛한 시절의 허무가 헛것 같았고 사는 것도 더 이상 무섭지 않다.”

 

그곳에서 사슬 모양으로 내려오는 빛의 입자로 빚어졌으므로 때가 되면 다시 그것으로 흘러가 부서지고 허물어질 거라고도 말하고 싶은.”

 

부조리부당모멸굴레 죽음폭력모욕절망범죄협박거절싸움으로 버무려진,

멀쩡하게 산 채로는 관둘 수 도 없는 현실 곳곳에 작가의 시선이 머물다 떠난다.

 

세상 어디에도 나와 똑같은 모양의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만 같았다감정적으로 친밀한 사람이 생겨도 마찬가지였다. (...) 말하지 않으면 실체가 되지 않는 거라고나는 그렇게 믿었다그건내가 가진 허약하지만 유일한 보호막이었다.”

 

그때는내가 남대문 시장 앞 사거리에 허약한 마음 하나를 두고 왔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 허약한 마음이 숨기고 싶은 파편이 되어 30년 넘게 언어의 외피를 써보지 못한 채 내 삶의 궤도를 떠돌아다니리란 것도그때의 나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여러 문장들 사이에서 내가 아는 얼굴들이 떠올랐다모두들…… 왜 결국은 약하고 선한 건지그들이 독한 이들보다 마주 보기가 힘들어 슬쩍 슬쩍 피하기도 했다잘 지났다 드디어 끝났다 시원하다고 했던 20대가그때 만난 이들이 실체 없이 기억 속에서만 재생되는 건 견딜 수 없이 슬프다.



"저는 다만소설을 읽고 난 뒤 달라진 독자의 내면 풍경을 상상하며 다시 쓰는 것그것만을 할 뿐입니다."


아마도 저는 그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을 것입니다내 고향은 문래라고나의 문장()은 그곳에서 왔다()......”

 

내 부모도 내 이름에 장소를 넣었다그래서 오랜 시간 태어나 자란 곳이 정체성인 양 느끼며 살았다수십 번도 더 지나친 문래*는 오늘에서야 흥미로운 탄생과 신비롭고 어지러운 성장을 거친 모습으로 이해되었다.

 

* ‘물레를 달리 이르는 말고려 시대에문래(文來)라는 사람이 처음 이것을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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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를 가짜라고 생각할까 - 가면 뒤에서 불안한 당신을 위한 심리학
산디만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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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릴 적 본 영화 <라 붐>의 소피 마르소에 완전 홀려서 당연히(?) <유 콜 잇 러브>를 보고 몰리에르에 대해서도 잠시 집착하였다희곡을 읽었는데 번역 상태를 감안하고도 무척 재미있는 작품들이란 느낌이 왔다게으른 성격이 아니라면 그때 불어 공부를 시작해도 늦은 건 아니었는데어쨌든 몰리에르(Molière), '타르튀프 혹은 위선자(Le Tartuffe ou L’imposteur)'에도 이 단어가 등장한다.

 

그러니까그리 드물지 않은 현상 또는 증후군이라는 것이다저자 역시 성공한 이들 중에는 빈번하게평균 70% 정도의 사람들이 한 번 이상 겪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나서는 질환이 아닌 경험으로 분류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 한다.

 

언제라도 사람들이 내가 껍데기일 뿐이란 걸 알아차릴 것 같아요” 엠마 왓슨

 

불쑥불쑥 내가 사기꾼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있어요내 자리가 내가 있을 곳이 맞는지 확신이 없어요.” 페이스북 최고운영자(coo) 셰릴 센드버그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산디 만 박사 역시 경험이 있다.



"사기꾼이 자기 가치를 증명하려면 매사에 완벽해야 한다실패는 자신이 가짜라는 생각만 키울 뿐이다그들은 실패는 물론이고 어중간하게 하는 것도 두려워한다중략자기에게는 자격이 없다고 믿으며 언젠가 재능 결여가 들통나 지금껏 쌓아온 부와 명성을 삽시간에 잃을 것이라는 공포를 느끼며 산다."

 

"한때 사기꾼증후군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야심만만한 출세주의자들의 병으로 통했지만이제 더는 이들만 겪는 증상이 아니다자신이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엄마자신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느끼는 아빠인기가 없어서 고민인 친구심지어 신앙심이 부족해 면목이 없다는 사람도 저자의 상담클리닉을 찾았다."

 

어쨌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통계 수치가 늘 확실한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느끼는 불안이고 증상이다저자는 그런 점을 잘 이해해서 사기꾼 증후군 진행 과정을 설명해 두었고자가진단테스트까지 마련해 두었다.

 

진행 과정은 단순하다성공할 것 같지 않았는데성공했다면운이 좋아 성공한 것즉 세상 사람들이 내가 순전히 운이 좋아 성공했다는 것을 언젠가 알아차릴 거라는 불안이 동반하는 증상이다그러니 정체가 타인들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지면 과도한 노력을 하고속마음을 숨기고멘토를 찾고완벽주의 성향을 보이고칭찬을 무시하거나 성과를 폄하하여 자신을 불구*화한다고 설명한다.

 

* ‘불구라는 표현이 비하발언으로 분류되는지 아시는 분께서 댓글 등으로 말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가진단테스트에는 18개의 항목을 계산해서 36점 이하일 경우에는 증후군이 있다고 평가한다저는 OO점으로 증후군의 점수 범위에는 속하지 않았다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다른 테스트가 있는 지 찾아보았다결과는 역시 증후군 범위는 아닌 것으로.



경험의 수준보다 더 빈번하고 깊이 증상을 보이는 이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으나우선 마음을 진정하고 차분히 사실을 파악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나처럼 꿈이 늘 작고 소소한 성공에 만족하는 이들과 달리 이 증상이 심한 이들은 스스로가 부여한 목표가 무척 높기 때문에 분명한 능력과 실력이 있음에도 결국 그마저 부정하고 의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프다목표 달성을 못한 것도 괴로울 텐데그나만 성취한 것들로 인해 스스로를 사기꾼이라 인식하다니명백하게 남을 해하거나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로 한 일이 아니라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최후의 경우너도 나도 일정 정도 운에 성패가 좌우되기도 하고 결과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살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행운에 미안해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기꾼인 를 완결무결한 타인들이 언젠가 발견하고 단죄할 거란 불안에서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비교적 최근에 투병말고 치병이란 표현을 들었다설사 내가 마음이 헝클어질 정도로 사기꾼 증후군에 휘둘린다 해도 한 번에 완전히 제거해 버리겠다는 또 하나의 지나치게 높고 완전무결한 목표를 세우기보다자신이 그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수용하고 감정의 균형을 잡으려 애써 보면 좋겠다인지하고 이해하는 일은 언제나 다음 단계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저자가 모든 장에 마련해둔 실제 사기꾼증후군 사례를 담은 케이스 스터디를 읽어 보시는 것을 권한다환경과 배경이 다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사기꾼증후군이 내가 원인이 된 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적어도 자기비난과 비하에서는 상당한 거리를 둘 수 있을 거라 믿고 싶다.


다소 무겁지만 절망적이지 않은 내용의 책을 읽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 이가 있다. impostor란 단어와 심리적 특성의 일부를 공유할 수도 있는 단어 - snob - 를 공식적으로 구사하신 분, 어쩌면 사기꾼증후군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할 지도 모르는, 남이 하는 평가 따위 일언반구 신경 안 쓰실 듯한 건강하고 멋진 분.


다음 수상 소감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


! imposter를 찾아보니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애용하고 의지한 온라인 어원사전에 나오지 않는다얼마 만에 이렇게 놀랐는지 느슨한 정신이 새로워지는 기분이다.*


* impostor (n.) 다행히 라틴어 원형대로 찾으니 나온다.

 

1580s, "swindler, cheat," from French imposteur (16c.), from Late Latin impostor "a deceiver," agent noun from impostus, contraction of impositus, past participle of imponere "place upon, impose upon, deceive," from assimilated form of in- "into, in, data-on, upon" (from PIE root *en "in") + ponere "to put, place" (past participle positus; see position (n.)). Meaning "one who passes himself off as another" is from 1620s. Related: Impostrous. For a fem. form, Bacon uses French-based impostress (1610s) while Fuller, the church historian, uses Latinate impostrix (1650s).

 

imposteur̃pɔstœːʀ] 

 

시간이 넉넉하신 분들은 프랑스어사전을 찾아 꼭 발음을 들어보시라녹음한 분이 이 뜻을 경멸하는 듯한 어조로 발음이 들린다오래 기억에 남을 듯해 의도치 않게 프랑스어 단어 하나가 학습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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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무지개! 작지만 소중한 1
테리사 트린더 지음, 그랜트 스나이더 그림, 조은수 옮김 / 두마리토끼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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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우리 집 꼬맹이가 토끼띠라서, 그림책은 가족 모두 좋아하는 지라 반가운 책인데, 운이 좋아 감동 실화를 알게 되고 마음이 한 가득 뭉클해집니다. 


실화가 훨씬 더 감동을 주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왜 그럴까요아무래도 기획과 설정과 창작의 짜임새에 비해 이야기 구조도 내용도 단순할 텐데요.

 

아마도 좌절과 포기를 생각해본 우리가 그래도 보고 싶은 현실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창작물 속의 결말이 아무리 시원해도 현실의 작은 선함이 더 뭉클한 것과 같은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지개 그림은 점점 더 퍼져 뉴욕 헌팅턴 타운의 마을 전체를 감쌌습니다.”

 

이 책의 단 한 문장이 물에 번지는 물감처럼 마음에 퍼지는 기분에 잠시 움직이질 못했습니다물리학 전공자로서 무지개가 뭐 그리 신기한 것도 아니고 신비로운 것도 아닌데이른 봄 잠시 환상처럼 나타났다 섭섭하게 사라져 버리는 연둣빛처럼무지개의 존재감 역시 그러하지요그래도 누군가 무지개다라고 하면 다들 찾아보게 되지요마치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빛의 존재를 처음 목격한 것처럼 설레고 기쁜 표정을 다들 하고서 말입니다.

 

판데믹 그림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 마음을 파고들듯 아프지만판데믹 시절을 견디는 어른들이 전망과 분석과 경고를 하는 시간에도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이 여전히 나오고 그 세상 속 아이들은 이전보다 더 건강하고 멋지고 빛나는 모습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있잖아, 어떤 이야기에든 시작과 끝이 있대.


여기가 있으면 저기가 있고......


그리고 그 사이에 무언가도 있지.

 

답답하다갑갑하다불안하다화가 난다이런 말들을 자주 하고 살았습니다그래도 되는 세월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거리로 나가 기물을 부수거나 사람을 다치게 하는 대신 상한 마음과 감정을 자주 말과 글로 긁어냈습니다다정하고 따듯하고 의지가 되던 모든 이들이 다 사라져버린 것처럼 굴었습니다.

 

이 책을 들여다보는 동안사라졌던 이웃들이반가운 목소리들이그리운 산책길들이즐거운 시간들이 잠시 다시 떠들썩하게 들리고 보이는 듯 했습니다여전히 그들에 기대어 살고 있는 투정 많은 제 자신도 보였습니다.

 

아이들의 환한 얼굴을 언제나 온전히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영문도 모른 채로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잘 살아온 아이들에게 깊이 미안하고 감사하고 미안합니다확진사망실직경제 손실 등등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모든 피해들에 매일 주목하면서도아이들에 대해 어른들이 정식으로 사과 한 번 한 적이 없다는 새삼스런 자각이 듭니다.



 

아이들도 피해자입니다그 아이들이 자신들의 빛나는 생명력으로 움직이며 세상을 연결해준 메시지가 이 그림들입니다미국영국독일캐나다 곳곳으로 감동을 전하고 있다 합니다그런 아이들을 알아 봐준 저자들 테리사 트린더그랜트 스나이더 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흐리던 마음 한편에 비가 와도 사라지지 않는 무지개가 불빛처럼 들어왔습니다.


 

미래에는 더 안전하고더 행복하고더 너그럽고더 정의로운 곳에서 지금을 돌아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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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장군과 고구마 병정 책 먹는 고래 19
장명숙 지음, 권유정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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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고래책빵의 동화들을 좋아합니다. 그동안 만난 동시들도 참 좋았습니다

장명숙 저자는 처음 만나는 분이신데고용노동부에서 일하시며 동화도 쓰시고 천연비누도 만드신다 합니다. 엄청난 능력자이시거나 하루가 48시간이신가 부러워집니다.

 

권유정님은 이전 동시집 <햄버거를 닮은 하루>에서 만났습니다잔업도 야근도 밤샘도 드물지 않다는 NGO 환경단체에 근무하시며 그림을 그리시는 일도 하시니역시 부럽고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농산물 동화란 장르는 처음인 듯합니다. 목차를 보니 고구마김치호박은 잘 알지만싸리나무 채반에서 잠시 갸우뚱했습니다예전에 조부모님 본가에서 사용하시던 게 대나무인지 싸리나무인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서 뭘까 뒤늦게 궁금합니다만드는 걸 본 적도 직접 사본 적도 없네요.


싸리나무를 검색해보니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 낙엽활엽수라고 하는데외떡잎식물 벼목 벼과 대나무와는 수종이 완전히 달라서 둘 다 채반 재료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그나저나 식물에 관해 너무 무지하다보니 나무가 콩과와 벼과로 구분되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역시 농촌을 사랑하시고 농어촌 문학상을 수상하시는 동화 작가님의 작품을 읽다보니 이런 배움도 가능하군요.

 

코로나 감염도 무서운 일이지만배달포장마스크로 인한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고 있어 저는 솔직히 그 점도 무척이나 무섭습니다병은 나았는데 쓰레기로 죽을 수도 있는그런 미래도 간혹 떠오릅니다이제 이상기후는 이상하지도 않지요내일도 4월 한파가 닥친다고 하고 제 친구는 오늘도 정리보관 중인 겨울외투가 아쉬웠다고 하네요.


2018년까지 조사결과이니 분명 (엄청)더 늘어났겠지요.

 

저자가 이 책에서 관심을 두는 것은 식량 위기라는 문제입니다기후위기와 동반하거나 결과로 초래될 일이니까요한국은 식량자립도가 얼마나 될까요식량안보식량주권이란 용어들은 들어 보셨나요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아우르면서 우리 몸이 건강해지고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우리농산물을 건강하게 키워서 맛있게 잘 먹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WFP가 공개한 ‘2019 식량 위기 현황 지도’(Hunger Map 2019), WFP 한국사무소는 

“전 세계적으로 8억 2100만 명이 식량부족을 겪고 있으며, 

취약계층의 식량 상황이 코로나19로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병정이란 단어가 나와서 군사주의문화가 반갑지 않은 저로서는 우선 실망이었는데, ‘총구를 겨눈다거나 총알을 날린다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총은 고구마 줄기이고 총알은 물방울입니다그래도 여전히 막 좋지는 않습니다. ‘건우가 남자아이라서 병정놀이를 씩씩하게 하는 것도 반가운 장면은 아닙니다그래도 전하시려는 주제에서 너무 멀리 가지 않고 집중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고구마를 먹으면 정말 방귀가 많이 나오나요?

전 달달한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감자파라 기억이…….😅

고구마 좋아하시고 많이 드시는 분들의 답변을 기대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김치만세]는 정말 무서웠습니다대왕피자의 마법에 걸려 엄마가 바위가 되다니요얼굴은 엄마이고 머리띠를 하고 있어서 더 무서웠습니다윤재는 김치를 맛있게 담아야 하는데 갑자기 할 수 있을까요?



[콩 나라 이야기]에는 바구미가 등장합니다기억나세요가만 쌀벌레라는 건 기억나는데 어릴 적 햇볕 좋을 때 쌀 말리던 기억은 나는데 좀 더 커서는 정확히 본 적이 없습니다지금 아이들은 더 낯설겠지요검색해보니 딱정벌레목이라고 합니다딱정벌레가 어쩌다 인간에게 해충 취급을...... 어쩌면 쌀보리옥수수콩 등을 인간보다 더 오래 전부터 주식으로 삼았을 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제가 무척 산만하게 읽는 듯하지만저자께서 전하시는 바는 잘 이해했습니다잡곡도 좋아하고 김치도 좋아하니이제 고구마와 호박만 거부하지 말고 한번 용감하게 섭식 시도를 해보겠습니다그 외에도 우리 농산물 중에 먹어 버릇하지 않는 종류가 아주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전 사실 과일들도 당도가 너무 높아서 별로 즐기질 않거든요어떤 과일은 맛보는 것만으로 급성 당뇨가 올 듯 한 기분이 듭니다.


다시 산만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정리포기하고 싶을 만큼 버겁고 힘들지 않다면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가끔 점검도 해보고 면역력을 위한 편식을 할 필요는 없지만그래도 건강식을 먹는 습관을 키워보고쉽지 않은 건강한 방식으로 농산물을 키워내는 분들에게 힘이 되는 소비를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작년에도 코로나로 판로가 막힌 농산물을 수많은 분들이 주문해주셔서 오히려 구매하기가 일이 힘들었던 일이 있었지요그런 기억을 떠올리니 제가 하는 말이 다 괜한 말 같습니다이미 잘 해오고 있었는데!

 

그럼다들 맛있고 기운 나는 식사 잘 챙겨 드시고 즐겁고 기쁘게 쓰레기를 줄여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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