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일간, 아이들과 함께한 세계여행 다이어리
조성욱.박지혜 지음, 조예은 외 그림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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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던가...... 뭔가를 읽다가 2020년에 태어난 이들은 평생 해외여행을 못해볼 수도 있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처럼 들리지 않아 기분이 암담했습니다.

 

작년에도 여행기들을 보면 막 읽고 싶은 기분이 들었는데 올 해도 그렇긴 하지만 조금 더 마음이 무겁습니다마침 코로나 판데믹 직전에 오랜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의 이야기는 지금으로선 제일 부러운 내용입니다.


유럽 여행 경로

 

이 책은 특히나 아이들과 다 함께 321일간이나 세계 곳곳을 여행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기간이 긴 만큼 준비하는 과정도 내용도 철저하고 세심합니다아이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시니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해 보셨겠지요.



이동만으로도 지칠 터인데일기 형식으로 매일 매일 경험한 것들을 빼곡하게 적으신 점이 무척 놀랍고 멋져 보입니다여행이 행복하셔서 인지 글도 편안하고 덕분에 읽는 저도 기분이 편안했습니다.

 

세계 여행을 떠나자!”라고 결정한 게 2016년 여름쯤이었다.

 

그냥 내년 초에 떠나자!”(신의 한 수. 처음 계획대로 진행했다면 떠나지 못했을 것.)

 

우리는 육아휴직을 냈다그 당시에는 법적으로 한 자녀에 대하여 한 명의 부모만 육아휴직을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아빠는 예은이로엄마는 예린이로 각자 다로 육아휴직을 냈다.”

 

여행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지만 가슴 한편에는 우리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지금으로선 열심히 상상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지만합리적은 경비로 온 가족이 함께 긴 여행을 즐겁게 하기 위한 아주 좋은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물론 여행지가 다르면 추가적인 정보들이 더 필요하겠지요.

 

경로를 결정지으면서 가장 먼저 고려했던 사항은 날씨와 안전이었다.”

 

여행을 마쳤으니 하는 말이지만 계획은 놀라웠다아빠가 계획을 잘 세우기도 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여행 중에 엄마는 그 계획을 거의 참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디로 갈지 헤매거나 권태기에 빠지게 된다면 계획서가 탈출구가 될 것.”



저는 사실 장거리 비행 여행이 지구환경에 부담이 된다는 생각에 이미 너무 많이 다닌 여행은 자제하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비행은 하지 않겠다고 여러 해 전에 결심을 한 바가 있습니다그래도 꼭 한 번은 다시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이렇게 기한 없이 헤어져 다시 못 만날 줄을 몰라 못 다한 마음과 말들이 있습니다.

 

다들 안전하고 마음 편한 해외여행이 가능하게 되면 어디를 제일 먼저 가보고 싶으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그리운 사람추억장소가 있는 곳혹은 오래 그리던 곳들이겠지요.

 

이 책의 여행가들은 유럽 곳곳은 물론이고미국과 뉴질랜드까지 정말 다양한 국가들을 방문했습니다그리운 곳들과 더불어 제가 가본 적 없는 장소들도 있으니 아주 충실한 간접 여행을 즐기게 세상을 활짝 펼쳐주는 느낌입니다.

 

500쪽이 넘는 분량 역시 반갑고 만족스런 부분입니다현실의 321일 만큼은 아니지만 사진들과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독서로서 충만한 기분이 듭니다무척 사랑스럽고 즐거운 가족들의 추억이 가득합니다사진들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도 합니다.



지금은 아는 이들과도 잔뜩 모일 수 없는 스산한 시절이지만역시 여행의 가장 신비롭고 감동적인 일부는 모르고 살던 참 좋은 이들을 만나 친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많이 만나고 많이 보고 많이 웃고 많이 생각하고그리고 이 가족처럼 매일 적고!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친하게 지냈던 미국 여자아이가 또 놀러 왔다함께 아침을 먹고 공놀이를 했다이쯤에서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 아이의 부모님은 도대체 어디에?’”

 

만약 평생 여행이 제한된 상태로 살아야 하는 시절이 길어진다면그 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과 감성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요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과 아예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가상/증강 현실이 서툰 진짜 현실 경험보다 더 생생하고 유익한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요?

 

끝없이 별별 곳들로 생각이 손을 뻗습니다여행이 그리워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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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10 - 강화도조약 Ominous 본격 한중일 세계사 10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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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굽시니스트라고 알려진 김선웅님을 아시는 분이 많으신가요? <시사인잡지에 역사만화 연재하시던 분입니다재밌지만 분량이 감질나던 느낌이라 단행본 소식이 반가웠습니다아이들과 함께 읽기에도 접근성이 좋은 만화 형식이지만, ‘역사’ 공부에 관한 관점에 공감을 할 수 있어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책들입니다.

 

저는 사실 국사라는 말이 이상하거든요알려지지 않은 무인도국가도 아니고 더구나 한반도에서 외세의 부침이 끊임없었던 환경에서 똑떼어 국사라니 무슨 의미가 있으며 내용 역시 부족하거나 부실할 거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역사교육을 전공하신 분이라무지에서 오는 제 대범함과는 달리 모든 역사는 세계사다 동양사로 좀 더 치밀하게 구상해서 들려주시는데여전히 즐겁게 따라 읽을 수 있는 기본적인 관점이 좋습니다.



근대 시작의 거점인 프랑스에서 일본, 대만, 조선으로 좁혀 들어오는 구성이 마음에 듭니다.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국민국가 시대에 의식화를 위한 교육의 필요는 잘 알고 있지만, ‘국사보다는 한국사라고 명명하시는 것 또한 저로서는 좀 더 신뢰가 갑니다.

 

국사 공부만으로도 빡센 거, 뭘 굳이 중국사 일본사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나 싶지만, 한국사라는 나무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멀리서 동양사라는 숲을 봐야 하는 부분이 있는 법입니다.”



처음에는 5권으로 기획하셨다는데첫 권을 읽으면서 죄송하지만 그 말은 믿을 수 없었습니다. 5권으로 마무리할 설명과 열정이 아니란 느낌이 너무 확실했거든요결국 20권으로!

 

발굴하거나 추론한 모든 정보들이 중요한 역사학 분야라 꼼짝없이 모든 자료들을 숙지할 수밖에 없는 기본적으로 분량이 엄청납니다그것들을 잘 엮고 짜서 일관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일은 잘 몰라도 엄청 고될 것입니다사자성어를 자주 사용하시는데 저자야말로 박학다식의 표본!입니다.

 

형식만 만화이고 내용은 검색이 필요한 충실하고 가득한 책입니다그러니 읽으실 방법을 미리 정하시는 것도 독서에 도움이 됩니다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일단 일독한다혹은 처음부터 찾아가며 다 이해하며 천천히 읽는다저는 중간 어딘가의 자세로…….

 

유머 코드도 시사적이고 현재성이 있고 - SNS에 열심인 독자들에겐 익숙한 방식 분노 유발 역사적 사건들에도 차분하게 욕해주시며 찰 지게 풍자해 주시는 능력이 빛납니다덕분에 한번이 아니라 적어도 두 번 이상 속 시원하게 욕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일완벽한 이가 누가 있으랴그냥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바로 잡고 새 인생 살면 서로 좋을 텐데세계사에 여러 민폐를 끼친 것도 잘못인데이후의 행태가 더 밉상인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특정 국가만 지적하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의외로(?) 역사서 읽는 것이 재미있습니다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통시적인 관점에서만 비로소 잘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난 이후에는 더 재미있습니다.

 

역사를 알면어쩌면 낭비에 다름 아닐 고민들도 걸러낼 수 있습니다뜬금없이 튀어나온 이론이나 의견 같아 보이는 것들도 왜 이 시기에 이런 논의가 필요했는지를 전후 맥락을 알면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논의의 핵심이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능한 게으르게 살고 싶은 근원적인 욕망이 강한 사람으로서 쓸데없는 것들을 말끔하게 해주는 모든 계기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남들이 이미 열심히 다한 이야기를 혼자 막 열렬하게 설파하는 민망한 상황도 피할 수 있기도 합니다.

 

19세기무척이나 복잡한 정치사이지요또한 강화도 조약 체결까지의 과정과 이후의 변화들은 마음 편히 읽기에는 불편하고 속상하고 아프고 여전히 아주 민감한 부분들도 많은 시기입니다



 개인들끼리의 역사라 하더라도 기억하는 내용이 다 다르고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당연하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혹은 유리한 내용으로 편집하는 것이 지난 일이지요간혹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실증적 근거들을 찾아 볼 수 있는 국가 간 역사는 오히려 다행인 점이 많기도 합니다여전히 해석의 문제는 쉽지 않습니다만.

 

어차피 진실이란 누구 한 사람이 발표하듯 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오래 전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살다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정보들은 말로 충분합니다그런데 종합적인 전체 그림으로서의 진실은 드러나는’ 속성인 것 같습니다. To be revealed.

 

다 찾아 읽어 보지 않아 현실에 얼마나 많은 동아시아 역사서들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일단 팩트가 많이 인용되었다는 점과 유쾌하고 통쾌한 촌철살인의 필력으로 쓰인 이 책은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만한 역사서라고 생각합니다.

 

학습용 만화도 아니고 개그가 주도적이라 웃고 넘기는 책도 아니고교양서와 수험서의 어디쯤에 위치한본격 역사서라고 느껴집니다의도적인 왜곡 의지나 사적 믿음이나 창의적 철학을 설파하는 내용도 없어서 혹은 저는 발견을 못해서 그것 역시 좋습니다.

 

그렇다고 딱딱하고 진지한 것만은 아니라 게임만화드라마와 연계한 비유들도 친절하게 등장하는데저로서는 익숙한 작품들이 아니라 오히려 신기했습니다.

 

! Ominous. 분명 형용사인데 무려 제목처럼 단독으로 표기되어 저자의 의도를 알고 싶어 애를 썼습니다어원사전까지 찾아보았지요쓸데없는 짓이었습니다진정하고 생각해 보면 형용사 단독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유는 없습니다.

 

강화도 조약이 얼마나 Ominous한 것이었는지 그 불길한 느낌은 확실하니까요서글프고 분한 역사이지만 제목 덕분에 혼란스럽고 흥미로웠고 결국엔 '불길한' 그 시절이 아팠습니다.



서계 문제와 운요호 사건을 가지고 조선을 압박하던 구로다는-

 

서계 문제 사과 운요호 사건 사과와 책임자 처벌!!”

친교를 회복하자는 회담에서 그런 시빗거리가 무슨 소용이오이까?!'

역시 친교를 회복해야죠친교 회복만 된다면야 서계니운요호니다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죠~”

이를 위해 저희 측에서 근대식 수호조규 모델을 준비해왔답니다.”

아니지난 250년 전통의 친교를 그대로 회복하면 될 일인데어찌 조약 어쩌고 하는 낯선 이야기를.”

이 외에 다른 친교의 방법은 없습니다.”



................................................................

ominous (adj.)


"conveying an omen, significant," 1580s, from Latin ominosus "full of foreboding," from omen (genitive ominis) "foreboding" (see omen (n.)). Especially (and now exclusively) "of ill omen, giving indication of coming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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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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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추리스릴러올 해는 로맨스물까지 골고루 마구 읽고 있습니다그렇다고 이 책들을 마구 읽어도 좋은 책들이란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니지만……어렵네요어쨌든 굳이 부연하자면 에디터와 마케터들이 정확히 대중 독자를 대상으로 출판한 대중문학작품이란 말씀을 마지막으로....... 이 중언부언을 마무리합니다.

 

숨만 차는 괜히 시작한 변명은 어렵지 않은 멋진 재미난 SF소설을 잘 읽었단 그런 말을 굳이 하려고……크흑이젠 좀 울고 싶네요뭔가 혼자 멍청한 소리를 계속하는 듯.

 

십 년도 더 전에 이미 읽으신 분들도 많으시겠지요저는 소문만 듣고 다행히(?) 이번이 처음입니다시의적절한 묘사와 표현으로 수정되고 문장들도 다듬어졌다고 하니까요이후의 작품들을 먼저 읽고 좋아하게 된 작가의 첫 소설집을 읽는 기분이 또 색다릅니다특히 영국에서 출간되어 영어판도 함께 읽을 수 있어 아주아주 색다릅니다축하와 응원을 함께 힘껏 해봅니다!



인구 50만을 수용할 수 있는 674층의 초대형 빌딩이자도시이자 주권국가인 빈스토크Beanstalk’가 배경입니다재크와 콩나무란 이상한 번역 제목*의 영국 민담이 떠오르시지요거기서 차용했습니다.

 

재크와 콩나무원제는 Jack and The Beanstalk. 재크와 콩줄기 혹은 콩대가 맞지 않을까요.

 

대화하는 용도로안부를 묻고소식을 전하고마음을 표현하는 데 써요돈이나 소송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죠그게 매일 수만 통씩 빈스토크를 돌아다녀요그러니까 빈스토크는 바벨탑이 될 수 없겠죠언어가 갈라지지 않았으니까요.”

 

대담하게 동방박사아미타불이슬람 율법바벨탑이야기 등의 설정들이 비틀리고 변용되어 풍자로도 유머로도 등장합니다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권력장이란게 원해 그랬다중략그저 성의를 표하고 얼굴을 한 번 더 알렸을 뿐이지만 언젠가는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뜻밖의 좋은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섬세하고도 오묘한 함수그 함수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정확한 계산보다 눈치와 타이밍이 더 중요했다.”

 

말랑하고 환상적이고 기발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고전쟁테러권력 투쟁부패관료제위계구조이민자와 난민대중정치의 공포 심리학도시의 자본화와 개인화 등현실 못지않은 중첩적인 문제들을 다룹니다. SF장르의 특성 상 더욱 또렷하게 강조되는 면도 있습니다.

 

이번에 그 사업이 다시 문제가 된 것은 수직 운송 업체들과 정치권 사이의 유착 관계 때문이었다유착에 관한 결정적인 단서들이 드러나자원래 비판을 하게 되어 있는 사람들이 먼저 비판을 시작했다그러자 시 정부에서는 비판하는 사람들을 불러다가 먼지를 털었다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게 아니라 다른 규칙들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다.” (도서릴레이에서 발췌한 문장이 포함된 단락)

 

일반인 중에는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정보를 통제했기 때문이 아니다단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시에서 심각한 수준의 허위 정보를 흘린 적도 없었다.”

 

그중에는이번에야말로 빈스토크가 망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었다심판을 막을 의인 열 명이 없어서가 아니었다질문에 답해야 할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는 위치에 몸을 숨기려 하기 때문이었다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로 한 날그렇게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

 

SF작품들이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들로 인해 현실을 부정하거나 포기하고 미래마저 절망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닌가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사실 SF는 인류에게 가능한 가장 거대한 공동체지구공동체를 늘 염두에 두는 작품입니다염두에 두는 이유는 우리끼리 찢어져서 죽고 죽이는 거 그만하고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낯선 환경을 배경으로 우리가 잘 아는못할 것도 없는 가치들로 희망의 제언을 들려줍니다협동연대용기사랑희생품위존엄믿음다 읽고 나니 처음 등장했던 이미지와는 무척 다른 타워가 눈앞에 있습니다.

 

씁쓸한 현실이야 금방 어디로 사라지지 않겠지만 갈라치기가 일상인 사회 환경에서 아무도 배척하지 않고 선한 사람들이 함께 올바르게 살아보자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분위기가 저자가 쓴 문장들에 배어 있습니다.

 

“60년을 살면서 지켜봐왔지만바벨탑이 아니었거든우리끼리 서로 짜거나 한 건 아니었어물론 한두 사람은 나처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은 했어중략예정대로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내 손으로 여기를 없앨 수가 있어야지 말이지여기 이 동네 말이야이 나라 전체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이 동네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가상이지만 현실의 나에게 언제나 힘을 주는 어릴 적부터 늘 반가운 SF작품<타워>는 기대 이상 풍성한 풍자적 상상력들이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어쩐지 즐겁지도 기분이 좋아지지도 안도감이 들지도 않는 무척 이상한 주말 밤과 새벽에 읽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

 

작가가 따로 첨부한 개념어 사전을 읽어 보면작품에 담은 작가의 개념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어렵지 않고 역시나 풍자적으로 재미있습니다.

 

먼지현대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존재의 흔적초고층 문명의 사회계약은 누구든 털면 먼지가 나기 때문에 서로 탈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는 암묵적 합의 위에 이루어졌음그러나 이 사회계약이 법률상 책임까지 면제해 주지는 못함그러자 시 정부에서는 비판하는 사람들을 불러다가 먼지를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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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의 시대 - 가족 간 거래와 세금
유찬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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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관한 법제처 자료들을 읽고 있자니……. 🥺😨😱 그냥 일독한 것으로 만족하렵니다혹 필요하신 분 있으실까 링크는 남깁니다.

 

https://www.law.go.kr/법령/상속세및증여세법


재벌2세라면 흔히 보이듯 사전승계를 택해 세금을 한 푼도 안 낼 수도 있겠으나 재벌이 아니라 그럴 수는 없군요은퇴/노후/사후준비 계획들 중 하나로 증여 상속에 관해 결국엔 세무사에게 맡기더라도 말이나 알아듣자 싶어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부지런히 의논을 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 결정에 이견을 제시할 것도 아니니 어차피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그저 노화에 큰 수술에 여러 생각이 많으신 부모님께서 걱정이 늘어만 가시니태평스럽게 살다 뭐가 그리 복잡한 문제인지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자산이 남을지 빚이 남을지 모를 삶이지만어쨌든 얼마가 되었든 정리를 해둬야 하는 입장은 동일하기도 하고유서 등등의 문서 작성만 말고 필요한 다른 일들도 더 자세히 챙겨 봐야하는 건 맞습니다.


증여 상속에 관한 방법을 조금 읽었을 뿐인데 세금 종류에 더 빨리 익숙해 지내요지난 해 친구가 장편소설분량 문서를 반나절 들여다보나 펑펑 울고 싶었다고 하던데 혼자서 무얼 해보려던 결심을 한 것을 존경하게 됩니다결국은 세무사를 지정하는 단계로 나아갔지만지금 심정으론 이것저것 물어 보고 싶은 막막한 심정은 마찬가지입니다어렵네요.


뭔가 좀 이상한 것이 우리 가족의 상황은 전혀 안 복잡한대 뭐라도 증여 상속하려면 모든 처리 과정이 무지 복잡하다는 것입니다이런 상황에서도 탈세를 하시는 분들이 그리 자주 보도되는 현실이 비현실적입니다.

 

사후설계까지 포함해서 대비를 해야하니 노후설계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SF에서처럼 남은 수명을 표시해 주는 일이 나로선 그렇게 나쁜 일일 것 같지가 않은데……도무지 언제!일지 짐작을 할 수 없으니 뭐든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한다는 불안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그래서 20대부터 유언장을…….🤢

 

또한 기대 수명이 늘어난 것은 기쁜 일이지만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으로 잘 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바람에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생겼다고 봅니다이대로라면 부모 별세 후 상속하는 방식으로는 가장 필요할 때 가장 적절할 도움이라 효과가 없을 듯합니다.

 

각자의 사정이 다 다르겠지만 저로선 제 1원칙은 가장 필요할 때 가능한 도움을 주는 것이 여러 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글자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가 사전 증여 부분을 일독했습니다얕은 이해로는 일찍 증여될수록 이점들이 있어 보입니다자산 가치가 증가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증여 시기가 앞설수록 세금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나 시가가 낮을 테고성인 자녀는 매 10년마다 증여액에서 5,000만 원씩 공제며느리사위는 10년간 1,000만원씩 공제된다고 하네요.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계획하는 상황이라면 자녀 명의로 투자 이익이 바로 전달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무엇보다 사후 분란 없이 이별하기 위해서 혹시나 골치 아플 유산 소송이 적어질 듯한 순기능도 가능할 듯합니다.

 

그렇다고 사후상소에 비해 사전증여 절차가 꼭 간단한 것만은 아닙니다관련 내용은 다 읽은 것 같은데 아직 세금 적용 기준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대상들도 있네요제 독해력 탓이겠지요자격증을 따려는 의도가 아니니 그냥 일단 계속 읽어봅니다목표는 여전히 세무사 말을 대략 알아듣기 입니다.

 

섣불리 불법탈법을 찾지 않고도 공제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절세방법들이 상당히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고공제 금액도 적지 않습니다상속을 고민할 때의 목적이 오로지 세금을 내지 않은 게 아니라누구에게도 부담이나 피해가 가지 않게 합리적으로 대비하는 것에 방점이 찍히면 좋겠습니다.

 

제가 줄곧 증여 상속 얘기만 해서 자손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일만 상속문제라고 생각하실지 모르나재산처분에는 부양가족에 대한 재산 분배만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유산 집행 방식집행할 사람 지정 등의 문제들도 포함됩니다.

 

부모님께서 가능한 자손 모두에게 쪼개서 증여하고 싶어 하셔서 뭔가 엄청 복잡해지려나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는데결국은 제 문제이기도 하고 실은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겠단 생각이 듭니다문득 유학 중에 별세하셔서 임종도 못 지킨 조부께서 아기 때부터 제가 좋아하던 흔들의자를 보관하셨다 특별히 따로 편지에 적어 남겨 주셨던 유언장이 떠오릅니다.

 

< 자그럼 중간 점검 >

 

한시적 유언장 작성 완료.

한시적 이별인사편지 작성 완료

장기기증서약 작성 완료.

사후연명치료의향서 작성 완료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을지 한시적 결정 완료

일단 계속 살아본다결심 완료

재산이전계획준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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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 지구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
다라 매커널티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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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하니 곧 바로 낭패다 싶은 생각이 스며들었다남의 일기를 몽땅 필사하는 일이 생길 것 같았다기막힌 묘사가 이어지고 아프고 아름다운 정서가 문장 마다 느껴지고 구체적이고 다양한 많은 지구생명체들이 등장한다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온전히 굴복하게 되는 글이다마음의 무릎이 스륵 접힌다.

 

"내 이름은 다라다도토리를 맺는 참나무처럼 커다란 나무로 자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라는 뜻이다엄마는 예전에 나를 론두라고 불렀다(론두는 아일랜드어로 대륙검은지빠귀라는 뜻이다). 엄마는 요즘도 가끔 그렇게 부른다."

 

"나는 자연주의자의 심장과 (지금은 장래희망인과학자의 머리와 자연에 가해지는 무관심과 파괴에 지칠 대로 지친 뼈를 지녔다."

 

"잊고 있던 장소가 갑자기 기억날 때의 느낌을 아는지나는 작은 숲에서 막 걸음마를 배우던 때로 돌아갔다엄마가 나를 들어 올릴 때까지 라일락꽃을 밟아 뭉개고 있었다그 기억을 뒤로하고 빠르게 두 해 정도가 흐르더니 쇠똥구리를 찾으려고 쇠똥을 뒤적이고 이끼 낀 둑에 올라가 뭔가를 찾던 때가 떠올랐다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땅바닥에 누워 참나무 가지를 올려다본다. 그림자로 얼룩덜룩한 빛이 우거진 가지 사이로 비치고, 나뭇잎이 고대부터 내려온 주술을 속삭인다. 이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오면서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광경을 보고 소리를 들었을 이 나무는 숱한 멸종과 전쟁과 사랑과 상실을 목격했을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에게 학교는 뭔가 학습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다소음을 걸러 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집중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든다나는 오후 3시 정도면 완전히 진이 빠진다하지만 집에 와서 숙제를 해야 하고 기상 알람을 맞춰야 한다그리고 다음 날 이 모든 것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뒷문 계단에 앉았는데 새소리의 힘과 강렬함이 이전보다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뭔가 절박함이 부족했다봄과 이른 여름의 업무가 끝나 가고 있었다."

 

"대륙검은지빠귀와 다른 모든 새들은 내년에 다시 시끄럽게 노래할 것이다돌쟁이 때부터 침실에서 그림자를 바라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노래는 멈추지만 항상 다시 시작된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해 질 녘의 향취를 맡았다어둑어둑한 그림자가 휙 날아갔다박쥐가 각다귀를 잡아먹으려고 나오고 있었다나는 눈을 감고 간질간질 스치는 만족감을 만끽했다오늘을 버텨 낸 나 자신이이 하루가 씁쓸하게 끝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나는 어두운 마음이 나를 완전히 삼키도록 놔두지 않았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Anne Hailes: Young naturalist Dara McAnulty has certainly proved naysayers wrong 

출처www.irishnews.com


작가는 자신만의 예민함으로 아주 날카롭게 관찰하고 통찰하지만 전하는 방식은 무척 솔직하고 따뜻하다의도적으로 배려하는 기획이 아니라 할지라도 위로를 받는다야단법석을 떨며 온 세상을 불편하게 하는 그런 종류의 예민함이 아니다.

 

외부로 향하지 않은 모든 에너지들이 갈고 닦은 능력일까, ‘글쓰는 법을 배운 것 같지도 않은데 아주 잘 다듬어진 예민함을 자연스러운’ 문장들로 폭발하듯 넘쳐흐르듯 기록했다.

 

봄과 여름을 읽다문득 (만약 있다면 혹은 아직 남았다면나의 예민함은 어떤 모습이었는지지금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고민에 빠졌다.

 

편리한 이유를 들어 애써야 유지할 수 있는 예민함은 적당히 밀쳐 두고 사는 건지세상을 인지하는 태도는 성실한지누구의 취향도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는 팔아넘기지 않았는지다른 일들로만 정신없이 바쁘면서 아직도 관심이 있는 ’ 다른 이들만 지적하며 예민하게 굴지는 않았는지고민이 커진다.

 

누군가의 고통이 멋져 보인다고 말하거나 함부로 닮고 싶다고 해서는 안 되겠지만예민함으로 충만한 저자의 멋짐을 닮고 싶다.

 

예민함은 어떻게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인지……귀찮은 것 많고 게으른 나로서는 멋져서 부럽다가도 알 듯 모를 듯알고 싶기도 하고 모르고 싶기도 하고.

 

변화란 스스로 독려해도 어려운 일앞으로도 내가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는 허황된 생각은 말자는 교훈을 급하게 얻었다나는 원체 언제나 꿈이 작은 부류였다변화와 혁신 말고 조금씩 가다듬고 살자.



"지구의 공전 덕분에 특정한 시기에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오늘은 뻐꾸기 소리를 무척 듣고 싶었다나는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것에 집착하는 편이다모든 것의 처음은 매우 특별하다."

 

"막 날기 시작한 어린 새들조차 프랑스스페인모로코를 경유해 사하라 사막을 넘어 아프리카 서쪽 해안으로 돌아가거나 나일 계곡 동쪽을 거쳐 남아프리카로 가는 위험한 장거리 여행을 하는 어른들 틈에 낄 준비를 해야 한다."

 

"새들의 믿을 수 없는 여행을 생각하면 언제나 감탄이 나오는 동시에 용기를 얻는다이렇게 작은 몸집으로 굶주림과 탈진과 싸우면서 6주 동안 매일 300킬로미터를 날 수 있다니학교사람교실 같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될 때면제비의 회복력과 투지를 생각한다."

 

"이상했다너무나 평범한 하루다평소에는 바람만 조금 불었다 하면 태풍으로 변하기 일쑤였다지금은 바람도 잔잔하고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친다 해도 나는 웃을 수 있다행복하다동시에 좀 더 까다롭고 단단해진 느낌이다."

 

"햇살이 이 모든 것을 통과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내내 조심스러웠고 과연 얼마나 오래갈지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담장과 담쟁이넝쿨에 그늘이 드리우면서 의심도 자라났다나는 빛과 그림자 둘 다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둘은 내 일부고 그것을 바꾸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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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커널티란 저자 이름 발음 확인하신 것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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