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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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우주라는 위대한 책에 쓰여 있다.

우주는 항상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러나 이것을 이해하려면 우주의 언어를 먼저 배워야 한다.

자연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황금계량자>


 

천체물리학과를 갈까 물리학과를 갈까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물리학과를 택한 나로서는 그에 대한 보상처럼천문학과 천제물리학우주론을 연구하시는 분들의 소식을 열심히 따라 읽고 삽니다.

 

온 우주에 우리뿐이라면 생명이란 것 자체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할 근거를 찾지 못하고 말겠지요기계적인 우주의 운동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은 없지만 무감하고 서늘하고 인간에게는 무의미하기도 합니다인격화된 신을 믿은 적은 없지만 부디 다른 생명체들을 만나생명의 탄생이 우연만은 아니라는이 지독한 고독감에서 조금은 덜 쓸쓸해질 기회가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우주를 깊숙하게 바라보는 분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참 좋습니다반갑고 감사하고 두근거리는 소식입니다.


조금 읽었는데 모두 필사하고 싶은 에세이라 놀라고 행복합니다.


조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iyukk/222296507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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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
한사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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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토지문학제대상이란 소개에 콧등이 시큰거리며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시작한 이유는 기억이 안 나지만 10대에 <월간경향연재분을 읽기 시작해서 30대에 단행본으로 완독한 특별한 책이라 매번 지극히 감상적이다. 26년에 걸쳐 쓰신 작품을 20여 년 동안 읽었다한국 근현대사는 토지로 배웠고 덕분에 역사교과서가 더 재미없어지는 낭패를 겪었다.

 

 늘 장편문학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다푹 빠지게 되는 과정과 몰입하는 느낌이 좋았다그러다 3월에 단편 11개를 매일 하나씩 읽고 뭐라도 써보았는데작품들이 훌륭해서였겠지만 매일이 가뿐하게 즐겁고깔끔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단편의 매력과 읽는 즐거움이 무척 컸다덕분에 퇴근 후 시간이 반짝이고 들썩였다누군가 재미난 단편들을 계속 제공해준다면 계속하고 싶단 애착도 생겼다.

 

다행히 이 책을 만나 이번 주 내내 설레며 읽어 보았다.



개가 주인공인 [안락사회]와 [코쿤룸]처럼 제목들이 범상치 않아 마음을 다잡고 비장하게 읽어야지 했던 글들은 묵직한 울림이 있었고 아파서 조금 울었다개나 사람이나 사는 모습도 형편도 천차만별애쓰는 내내 소모되기만 하고 말라가서 쓸쓸하게 사라지듯 안락하게 죽는 이들의 모습이 언제쯤 현실과 무관한 일이 될까 슬펐다.

 

집이 사람을 인식합니다.” 


언택트 시대는 점차 더 집에 대해 집중하게 만든다이미 누군가는 고치 속 애벌레처럼 버티고만 있을 것이다저자가 들려 주는 이야기가 이런 절망의 분위기는 아니다각자의 코쿤룸을 만들기도 하지만 허물기도 하는 살아가고 성장하려 애쓰는 장한 주인공이 있다.

 

[집구석 환경 조사서]라는 냉소적인 말투가 묻은 제목의 글은 냉철하고 날선 풍경을 웃프게 전해주었다딱히 화만 나지도 슬프기만 하지도 웃기기만 하지도 따뜻하기만 하지도 않은딱 그런 모두의 가족이야기.초등시절 가정환경조사를 하며 웃기게도 가구나 가전제품 유무를 물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항목마다 손을 들라 했던가 적어오라 했던가.

 

그리고 대전의 친구와 돌발적으로 찾아가본 뿌리공원이 생각났다뿌리를 소재로 한 예술작품 전시공원일거란 짐작과 다르게 성씨의 뿌리를 찾아서공원이라 진심 놀라고 엄청 웃었던 추억이다우리는 현생 인류와 동일한 미토콘드리아를 전달한 모든 미토콘드리아의 조상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여성의 후손들이자 모두 남이다.

 

가장 최근의 시사성과 현실성이 반영되었을 거란 짐작했던 [기억의 제단祭壇]과 [조용한 시장市場]은 짐작보다 넓고 풍부한 세상을 담고 있었다제대로 생생하게 아프고 힘든 이야기였다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뜻밖에 그리스신화의 인물이 등장해서 어떤 의미로 가장 새롭고 기대가 되었던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언제나 가장 먹고 싶은 것부터 먹는 버릇대로 가장 먼저 읽었다뜻밖에 중여성화자가 등장해서 내면을 가감 없이 들려주는 지라 어느새 제목은 잊고 유일한 상담사가 된 소명을 받은 양 어린 사람의 이야기를 정말 열심히 읽었다.

 

* Clytemnestra /ˌklʌɪtɪmˈnɛstrə/: wife of Agamemnon. She conspired with her lover Aegisthus to murder Agamemnon on his return from the Trojan War, and was murdered in retribution by her son Orestes and her daughter Electra. <Oxford Dictionaries>. 클라이텀네스트라, 가 더 익숙한 발음이지만 별 문제는 아니다.



한 날나는 다짐했었다가끔은 나를 속이기도 하는 저 소리에 침 흘리지 말자고.”

 

다섯 마리의 개가 곧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시력 장애로 버려진 197나이가 많아 오줌을 지린다고 버려진 254성대가 잘려 짖지 못하는 236새 아파트에서 키우기엔 덩치가 크다고 버려진 178번 그리고 156나였다.”

 

지난 10일간 이곳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쳐 왔다탈출은 실패했다중략. 156안락사했음.”

 

집구석이란 단어에선 애증의 냄새가 난다가정과 집구석 중에가족과 어울리는 단어는 단연 집구석이다.”

 

나는 나의 장래’ 앞에서 문제 많은 가족들을 생각했다중략생은 예측불가라서 의미 있다고들 하지만한 치 앞 정도는 내다볼 수 있기를 바랐다내 희망은 가족처럼만 살지 않는 거라고 해도 좋았다나는 모든 막연한 것들에 반감을 품고 있었다중략나는 장래 희망란에다 취직이라고 적었다.”

 

그렇게 나는 신용을 버렸다신용을 버리면 생도 끝장나는 줄 알았다중략그러나 웬걸다음 날에도 해는 떴고 나는 외려 이전보다 조금씩 살만해졌다중략신용불량자가 된 후에도 메일함에는 꾸준히 신용불량자 대출이라는 스팸메일이 도착했다바야흐로 대출 권하는 사회였다.”

 

나는 머리맡에 둔 수첩을 펼치고 닥치는 대로 썼다견디기 위해서나를 따라다니는나를 괴롭히는가끔씩 내 머릿속에서 타오르는 불씨나는 머릿속에 들어찬 무수한 를 증오하며 오직 잊기 위해 글을 썼다문장 안에 를 가두고 닫아 버렸다.”

 

욕 좀 하는 키보드 워리어로 게시판을 실컷 누빈 사내는 조금씩 감정이 누그러져 오는 것을 느꼈다변한 건 없어도 어쨌든 좀 살 것 같았고일단은 그걸로 족했다.”

 

평소 자신의 십자가임에 마땅했던 남자와 아들은 주일 예배를 통해 주님이 주신 은총으로 탈바꿈되곤 했다그럴 땐 할렐루야들이 고맙기도 했다얼마 못 가 다시 십자가로 전락했지만 주일은 또 돌아왔다중략실직도 일단은 회사에 들어가 봐야 겪을 수 있는 거라면 자신은 아버지보다도 못한 인생이었다.”

 

솔직히 지금도 나는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 버린 포만감 때문에 남은 생이 좀 지루하다.”

 

어느 날 밤엄마는 락스를 가득 담은 대접을 앞에 두고 내게 말했다. “먹고 죽자.””

 

엄마는 순수하고 감상적인 사람이다당사자는 세상물정 모르 채로 살면 그만이겠지만지켜보는 나는 그 아슬아슬함 때문에 희생을 강요받는 기분으로 엄마의 인생에 적극 개입하게 된다.”

 

모쪼록엄마의 여성이 살 만해 하는 마흔의 생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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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엄마
김정미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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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가도 어떵 안 해(괜찮아). 넌 이탈리아랑 스위스 여러번 가봐시난(가봤으니까또 가면 재미없네엄마는 집 밖에만 나가면 아무 데나 좋으난 너가 가고 싶은 것으로 정해부러.”

 

아니아니너 바쁘면 괜찮아신경 쓰지 마.”

어디든 좋아너 편한 대로 해.”

아무거나 먹지 뭐난 다 좋아.”

 

엄마라는 역할자로서는 하나의 집단에 속할 수 있으나 누군가의 엄마로서는 그 모습이 모두 다를 것이다나는 익숙하게 소비되는 어머니의 이미지가 사실 많이 낯설다내 어머니는 그런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원망과 결핍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한 점이 더 많다어머니는 자신을 희생하시지 않음으로써 나에게 죄책감이나 부채의식 또한 주지 않았다진심으로 감사드리는 점이다.

 

모녀 관계에서 감사한 일들과 이유는 그것 말고도 차고 넘친다적극적인 희생을 마다하셨을 뿐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통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은 많았을 것이고쉬운 일이란 없었을 것이다어쨌든 어머니와 나는 데면데면한 관계이고 의견을 양보하거나 굽히는 법도 잘 없고 때로는 서로가 사는 방식을 못마땅해하기도 하면서테이블 맞은편 자리 정도의 거리를 잘 유지하며 지냈다즐거운 친구처럼 지낸 날도 있고 불편한 친구처럼 기억되는 날들도 있다.

 

부모님은 여행을 좋아하셨고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함께 가기 싫었던 주말여행도 빈번하게 다니셨다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3일 때 두 분이 3주간 여행을 떠난 일이다전혀 없을 법한 일도 아니고 수험생이라고 보약을 챙겨주는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었지만 살짝 기분이 상하긴 했다. 3주간 나 자신만이 아니라 6살 어린 동생도 돌봐야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런 적당하게 친밀한 관계라 법적 성인이 되는 날진지하게 손편지를 써서 경제적정신적 독립을 하겠노라 알리기도 했고 꼭 참석해야하는 가족 모임이나 큰 일이 아닌 이상, 20대 초반부터는 구체적인 생활의 접점이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진학이든 유학이든 취직이든 간섭 하지도 않으셨고 나또한 의논을 드리지 않았다꽤나 바쁘게 살던 때의 휴가는 말 그대로 쉬는 게 목적이라 부모님과 여행을 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40대에 이르러 마주본 부모님은 낯설도록 약해지셨고 곧 연이어 큰 수술을 받으셨다연세에 비해 결과도 회복도 좋아 다행이지만거의 평생 살던 집을 떠나 고향 본가로 이사를 가셨다덕분에 내 일상 역시 급작스럽게 변했다거의 8개월간 주말을 온전히 혼자 보낸 적이 거의 없다주말에는 부모님을 뵈러 간다대단한 효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들려준 적 없는 평생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쾌하다이야기를 들을수록 서로를 온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온 타인으로 새롭게 느낀다는 것 또한 재미있다친구를 새롭게 사귀는 것 같기도 하고어쨌든 가족이라서다 같이 늙어가면서 상당히 순화되어서 긴장감 없이 편한 것도 좋다.

 

그러니 내 어머니는 이 책의 인용문처럼 양보와 희생과 무조건적인 사랑과 가슴앓이의 대상은 아니지만마음 편한 여행이 가능한 시간이 오면건강이 허락한다면비로소 함께 긴 여행을 하고 싶다비록 예능프로그램 작가이자 여행사 대표인 저자처럼 섬세하고 센스 있는 준비는 못할지라도 이제는 나도 한 번은 어머니에게 다 맞춰가며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나이가 된 듯하다자식이라서가 아니라 동료로서 친구로서 무리하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그럴 수 있을 듯하다.

 

"우리 가서 싸우지 말게이."

 

해준 것 없이 무례한 일들을 거침없이 시도하는 타인들을 오래 상대해왔으니따져보면 해준 것 많은 부모에게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말 같지도 않은 부당한 일들을 요구받을 때 내 부모도 내게 그런 적 없다는 것이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실제로 내가 그런 일을 하면 내 부모가 크게 상심하실 거란 이유로 거절을 한 적도 여러 번이다.

 

단 한 번도 자식에게 이 되어본 적 없는 엄마를 딱 한번만 으로 모셔보는 거예요살면서 허구한 날 로 살던 자식들이 유일하게 엄마한테만은 ’ 행세를 하잖아요그러니 엄마는 누구에게도 인 적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자신이 기꺼이 이 되지도 않으셨지만 나를 로 대한 적도 없는 부모를 으로 모실 재미난 기회가 부모와의 여행이 아닐까한다이 책은 여행을 떠날 때 함께 가져가고 싶다여행팁만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위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꼭 필요한 책이다. ‘가능하다면’ 여행의뢰도 <김정미 여행사>에 부탁드리고 싶지만.



아무리 설명 잘하는 가이드가 있는 투어업체라도 다 소용없는 일어차피 (엄마 포함대부분의 어른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누구에게도 너무 늦지 않게 그런 시절이 가능해지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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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 세상을 바르게 보는 6가지 따뜻한 시선
고수산나 외 지음, 정진희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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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출간된 책을 14년 만에 개정 발간하였다고 한다. 그동안 이 책에서 다룬 편견은 없어지지 않았나보다, 맥락도 모르면서 조금은 쓸쓸한 기분으로 어제의  <오만과 편견>에 이어 재미있게 읽었다.



글이 글 이외의 것으로 회자되는 것을 반기지는 않지만고민하고 논의하며 함께 이 책을 쓰셨다는 7명의 아동문학대표작가들의 이력이 존경스럽다. 그 중 고정욱님은 본인이 소아마비를 앓은 중증장애인이다편견의 대상으로 살아온 당사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관심 있게 읽어 주시면 좋겠단 생각에 언급해본다.

 

무척 실감나는 이야기들이고 만연한흔한 편견과 차별의 시선이라 누구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는 귀중한 교육도서이다.


편견을 투명하게 무화시킬 수가 없겠지만적어도 자신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그로 인해 타인을 명백하게 고통스럽게 만든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견해인지 고민해 보면 좋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 편견과 차별적인 사고와 말과 행동을 부지불식중에 하고 사는 입장이라 스스로를 점검하는 기분으로 찬찬히 읽었다.



흔히 아이들은 편견이 적고 있더라도 쉽게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안타깝게도 그렇지만은 않다딱 어른들이 가진 편견만큼 다양하고 굳건한 견해를 배운다주위 어른들이 먼저 인식하고 바꾸고 잘 가르쳐주지 않으면 아이 스스로 그렇게 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아이들은 배우고 성장하느라 배경을 이해하기보다 현상으로 보이는 것들을 무척 잘 흡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나 바라는 일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전보다 뭐든 더 나아지는 것이다분명 그럴 것이다그렇게 믿는다.



다문화가정이란 호칭 자체가 차별 언어가 되었다관련된 문제들이 무척 복잡하고국제결혼으로 출생한 아이들이 쑥쑥 자라고 있으니 시급한 문제이기도 하다.

 

새터민을 대하는 태도솔직하게 말하자면 기존에 망명을 신청하는 이유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이주 형태라개인들의 정보 투명성이 없어 어떤 이들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막 놀리거나 욕하는 일은 없겠지만 심적으로 거리가 무척 멀다.


장애인은 마음이 곱고 착하고 비장애인과 다른 혹은 본받을 만한 성품이 있어야 한다는 신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외모차별주의제발 껍데기는 가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언제까지 이런 시답잖은 논쟁을 해야하나김민경 파이팅!이라고 막 응원하기엔 범접불가 근육엘리트그래도 파이팅!



글도 안 가르쳐주고 온갖 일만 지워주던 세월을 무사히 살아내신 모든 분들이 한글과 숫자원하시는 만큼 학교 공부를 할 수 있는 고령자들도 접근이 쉬운 장소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코로나 때문에 좋아하는 학교도 못 다니실 걸 생각하니 참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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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4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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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Austen. Pride and Prejudice. First edition. London: T. Egerton, 1813. 

(On loan from a private collection)

 

 

“You never get a second chance to make a first impression,”

 

오만과 편견을 잊어버리고 읽어 보라는 김영하 작가의 조언을 듣고다시 읽어 보았다번역본으로 읽는 것도 처음분량이 꽤 되는 것도 처음 알았다.

 

관계의 성격이 무엇이든 인간관계란 해당 관계에 들어간 시간의 양에 비례하는 일이 많다마음 가는 데 시간 쓴다는 말은 진리이다.

 

이 소설에서 제인 오스틴은 즉각적으로 가진 첫인상이 이런 관계 수립에 어떤 요인으로 작용하는 지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계급이 분명하고 형식이 중요하고 발음만으로 수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영국의 상황이라면 더구나 한 눈에’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중요했을 것이다.

 

19세기 영국인들이 평가하던 가치들과 태도가 서사적으로 반영되어 있고첫인상에 기초한 의견들문화적 맥락들인물 특성화인물의 언설 방식 등이 소설의 주제를 끌어가는 구성품들이다편견이 먼저가 아니라 최초의 편견을 야기하는 것이 인물들의 첫인상이다.

 

오만과 편견은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어울리기고 결정한 사람들에 대해 그가 어떤 첫인상을 가지느냐에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이다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누군가에 대한 자신의 전반적인 의견을 첫인상에 기초했다는 점을 선명하고도 반복적으로 알 수 있다

 

우리 모두의 경험 상첫인상이란 정확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소설에서도 두 가지 경우가 모두 등장한다.

 

주인공들 역시 각자가 가진 첫인상들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갈등과 괴로움을 겪어야했다첫인상이란 어떤 진화 과정을 속속들이 거친 인간의 생존 무기일지 모르겠으나 무척 강력한 도구이다아주 지극한 겸손과 진실한 사랑 정도는 되어야 첫인상들을 흐리게 만들거나 상황을 고쳐볼 수 있다.

 

때론 직감이라 부르는 이 능력은 인간이 경험한 내용만큼 다양한 프로세스를 거쳐 마치 즉각적인 인상처럼 보이는 종합판단기능일 것이다.

 

나는 사실 첫인상을 믿는 편이다경험 상 다들 칭찬하는 나는 모르는 누군가에 대해서도 첫인상에 꺼려져는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 깜짝 놀랄만한 인격적 배반에 준하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유쾌한 결과는 결코 아니다지인들이 마음 상하는 모습을 봐야하는 경우도 있으니.

 

어쨌든 완전히 의존하지는 않으려 하나 첫인상을 농담처럼 의심하지도 않는다어쩔 수 없다오랜 세월 실증적인 데이터가 자꾸 쌓이는 지라.

 

가장 기쁜 일은 첫인상이 별로였으나 완전히 틀린 판단이었고 운이 좋아 참 좋은 이와 친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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