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 소설가가 책상에서 하는 일
한은형 지음 / 이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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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아니지만이 책의 독서법으로 목차를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자신이 읽은 문학 작품 내용을 한차례 떠올리는 것도 좋고짧게 설명된 인물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별나다라거나 까다롭다라는 말을 들으며 아직껏 살아왔다는 스스로 문제적 성격을 지닌 인물이라 칭하는 작가 한은형이 끌린 격정과 놀람으로 만나게 될 이들이다.

 

너무 많이 느끼는 안나 ― 레프 톨스토이안나 카레니나

죽음을 사랑하기로 한 안나 ― 레프 톨스토이안나 카레니나

불멸할 수밖에 없는 로테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결혼하고 싶지 않은 엠마 ― 제인 오스틴엠마

제멋대로 사랑하는 리디아 ― 피에르 드리외 라 로셸도깨비불

누구보다 세련된 엘렌 ― 이디스 워튼순수의 시대

배울 기회가 없었던 테스 ― 토머스 하디더버빌가의 테스

시대를 갖고 논 사라 ― 존 파울즈프랑스 중위의 여자

거짓 속에서 산 브리오니 ― 이언 매큐언속죄

돈으로 가득한 데이지 ― F. 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

아몬드 냄새가 나는 페르미나 다사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레라 시대의 사랑

끝내 지루함을 선택한 캐서린 ―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

순수와 격정을 오가는 요코 ― 미즈무라 미나에본격소설

열세 살에 권태를 느낀 에스메 ― J.D. 샐린저에스메를 위하여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

한 번에 담배 두 개비를 피우는 조던 베이커 ― F. 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

세상 모두에게 잔혹한 나스따시야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백치

죽을 때까지 왕녀인 마틸드 ― 스탕달적과 흑

서른에 사랑을 처음 배운 레날 부인 ― 스탕달적과 흑

’ 있는 사랑을 하고 싶었던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마담 보바리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델핀 루 ― 필립 로스휴먼 스테인

미칠 수밖에 없었던 에스더 ― 실비아 플라스벨 자

남자 없는 여자에스텔러 ― 찰스 디킨스위대한 유산

고아가 되기로 한 테레사 ― 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애벌레에게도 상냥한 앨리스 ― 루이스 케럴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검은 모자가 된 사비나 ― 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는 쇼샤 부인 ― 토마스 만마의 산

운명의 자매인 세 마녀 ― 윌리엄 셰익스피어맥베스

내가 꿈꾸는 사람바베트 ― 이자크 디네센바베트의 만찬

 

총 29명의 이들 작가 한은형이 한편이 되어 “우리가 뭐 어때서!”라고 일갈하면독자인 나는 숨을 멈추고 끝까지 들을 수밖에 없었다부족한 것 없이 성공한 인생을 누린 인물들이 비범한 성격도 지니고 있더라는 불편한 이야기가 아니라모두 자신의 성격으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보내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읽을수록 공감할수록 매력을 느낄수록 인생에 도움은커녕점점 더 살기 힘들어질 일만 남았다기존 질서도귄위도관습도때론 법과 도덕을 이유로도 자신다움을 누르거나 죽이거나하여튼 참지 않았던 이들이다그래도 저자는 태연히 우리를 일단 위로한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우리에게는 대신 재미가 있으니까.’라고.

 

물이 얼어 얼음이 되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기록하는 사람 회화 작품을 소개하듯 적힌 작가소개에목록에 있는 어떤 인물보다 작가가 궁금했다서늘하다던 온도는 작가의 글의 온도는 아닌 듯하다이 책의 문장들은 뜨겁다마치 클래식 음악에 작가가 새로 가사를 붙여 칸타타로 만들어 부르는 것처럼재해석과 변주가 화려하면서도 친근했다표지가 점점 더 세련되게 아름답게 디자인되어 재출간을 거듭해서 우리 곁에 거듭 돌아오는 세계고전문학이란 예술 작품처럼이렇게 모두 한 권에 담지 말고 한 인물에 한 권씩 29+1시리즈로 출간되었다면 얼마나 더 재미날까안타까웠다아까웠다.

 

 

엠마를 읽고 나서 제인 오스틴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평생 자기 방을 가진 적도 없고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인 오스틴이 다 가진 여자’ 엠마에 대해 질시하거나 냉소하지 않고 공평하고도 균형 잡힌 태도를 취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뻐근해졌던 것이다나는 이런 배포가 있는 큰 사람’ 앞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런 그녀에 대해 버지니아 울프가 한 말을 적어본다. “1800년경 증오나 쓰라림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항의하거나 설교하지 않으면서 글을 쓴 여성이 있었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꽤나 사람을 좋아하는 부류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고전 소설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거기에는 인물들이성격들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어쩔 때는 체온과 체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저마다 다른 사람들성격들을 생각하면 깊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토끼 굴로 떨어지고 있는 앨리스가 된 듯한 마음이랄까.

 

남녀노소를 반하게 하는 안나라는 이 여자는 그런 완전무결한 인간에게 흔히 따라다니는 자부나 오만과는 무관한 데다 관대하고 지혜롭기까지 하다나는 이런 인물에 백전백패하고 만다. ‘진 느낌이랄까.

 

에스더는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입학했고아주 아주 끔찍하게 여기는 필수과목(물리학과 화학이었다마저도 혼자서 A학점을 따내곤 하는 예외적인 학생이었다. “물리학 수업을 받는 내내 속이 울렁거렸다참을 수 없었던 것은모든 것을 글자와 숫자로 쪼그라들게 만든다는 점이었다라고 느끼면서 그럴 수 있다는 데 나는 경이를 느꼈다.

  

1950년대라는 시대의 공기와 함께 그녀들을 떠올리면 말이다. 1950년대 여자들에게는 요리와 속기와 춤이 필수로 요구되었다는 걸 벨 자를 읽어 알게 된 나는 에스더처럼 토할 것 같았다요리와 속기와 춤은 저마다 멋진 것인데이게 여자들에게 필수 덕목으로 요구되는 상황은 정말이지 끔찍하다남자를 돌보거나 보조하거나 기쁘게 하는 일들이 여자의 필수 덕목이었던 시대에 에스더 같은 여자는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에 드는 친구들이 잔뜩 모여 나를 위해 기다려주는 것처럼 들떠서 책을 헤매며 읽었다내가 달 코멘트라야 사족에 불과하지만 만난 시기도 공교로울 뿐더러 여전히 괴이하면서도 특별한 작품과 인물이 버티고 있다. 30 여 년이 지나 이 미친 연인을 다시 만났다.

 

천국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더라,

그냥 그 말이야나는 세상으로 돌려보내 달라면서

정말로 서럽게 울었어.

천사들이 화가 나서 나를 집어던졌는데,

떨어진 자리가 폭풍의 언덕 히스 밭이었어.

나는 너무 행복해서 엉엉 울다 잠이 깼어.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

 

언제 처음 읽으셨나요저는 10대에겨울방학이었습니다조금만 부주의하게 넘기면 간혹 피부가 베이기도 하는 날선 종이 위에 세로로 빼곡하게 적힌어두운 양장으로 둘러싸인 묵직한 세계문학전집으로 만났습니다.

 

감정의 결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고 벅찬 노동처럼 완독을 했는데참 마음에 들지 않는 어두운 분위기와 불행 당시 내가 느끼기에 의 냄새와 호감을 가질 여지가 없는 캐릭터들과 배반당한 듯 억울한 기분이 들던 결론모두가 별로였습니다.

 

빨리 잊고 싶었는데도 어떤 이유로 사로잡혀서 폭풍이 그치지 않는 히스 밭에서히스클리프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편한(?) 기분을 한동안 현실에서 꿈에서도 느꼈습니다.

 

캐서린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소설에는 제대로 된 사람이 별로 없다어딘지 비현실적이고 어딘지 이상하고 어딘지 망가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게 두 남녀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누가 더 격정적인지 누가 더 망가질 수 있는지 죽을 만큼 힘겹게 다투는 연인이다캐서린이 지루한 천국을 택하자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모든 재능을 복수하는 데 쓴다캐서린은 죽고그들 주변 사람들의 인생은 모두 망가진다.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피를 토하는 게 저런 건가 싶다. “나는 내 히스클리프를 사랑할 거고저승까지라도 데리고 갈 거야그는 내 영혼 안에 있으니까.” 캐서린은 결국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병이 나서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죽는다자신의 열기로 자신을 죽였고그러므로 히스클리프도 죽인다’.

 

역사도 도시도 아름답지만 불편한 점이 없지 않은 영국 요크에는 업무로만 가보았고해안가 히스 언덕 쪽은 쳐다도 안 보고 도심의 거리를 슬슬 걷다 왔습니다히스클리프와 같은 성정의 인물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들었거든요.

 

폭풍우가 치는 워더링 하이츠에서 일렁이는 히스 밭은 캐서린이다히스클리프의 마음에서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뒤집어놓는 그 분홍 화염 말이다.

 

한은형 작가가 자신의 책 속에 펼쳐 놓은 히스밭을 돌아다녀보니, 10대의 나는 감상의 축이 어긋난 채로 읽었단 생각이 듭니다어긋난 그 공간어두운 틈에 온통 두렵고 불편한 상상들을 채워 기억했던가 싶습니다.

 

참 좋은 친구가 행복하고 다정하게 살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요크언제까지 저는 히스 밭이 놓인 그 언덕에 사시사철 폭풍과 어둠이 머무는 상상을 하고 있을까 막막합니다.

 

새로 배운 단어완악완악하다1 (惋愕하다) [동사깜짝 놀라다완악하다2 (頑惡하다) [형용사성질이 억세게 고집스럽고 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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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험은 왜 치나요?
이윤섭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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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왜 치나요?’란 질문을 처음 한 것은 언제인지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학창시절은 늘 시험을 통한 평가로 이루어진 시간이었고오로지 대학입학이라는 한 가지 목표만이 단조롭게 외길처럼 놓인 길이었다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시험성적과 전교생 등수를 공개하는 방식을 시도했다가 교육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3까지의 삶은 그 이후의 진짜 삶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만 같았다다른 모든 계획과 꿈들은 입시 이후에만 예약이 가능한 메뉴처럼 미뤄졌다.

 

당시엔 교육정책이나 변화에 관심과 시간을 들여 알아보던 때가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몰랐는데몇 년이 지나지 않아 교직에 선 친구들이 생기면서백년지대계와는 전혀 판이하게 뒤바뀌는 교육 정책과 일선 교원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장관이 새로 부임할 때마다 그 장관의 결제 서명이 찍힌 새로운 교육과정이 시도되고교원들은 방학에도 쉬지 못하고 새로운 교육과정 연수를 몇 주씩 들어야하고그 변화의 폭이 클 때면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교과서 변경과 수업 변경도 뒤따른다고 한다.

 

교육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마련하는 정책이 아니라 학생교사학부모들은 이리저리 휘둘리며 짜증스럽기만 했고 때때로 출판업계의 로비 과정이 드러나 보도가 되기도 했다.

 

물론교육연구자들이나 종사자들이 오래 고민하고 제안한 교육 목표들과 세부사항들 모두가 그렇다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명암이 뚜렷한 시행착오를 계속 겪어 왔을 뿐이지만대입이라는개천에서 용나기를 바라는한 방에 인생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두고서는 다른 여타의 교육개혁이란 수박 겉핥기나 단기 방책을 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매번 어쩔 수 없었을 뿐이다.

 

어쨌든 나는 더 이상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시험 평가를 받는 진땀나는 시절을 다 지나왔다그러니 오히려 약한 의지력에 도움이 되고자작은 성공을 쌓아가고자자발적으로 원하는 시험을 택하기도 한다결과로서의 평가는 내 스스로의 목표에 도달했는지 아닌지의 변별력만 있을 뿐다른 스트레스로 작동하지 않는다이제 내게 시험이란 그런 의미의 성취 평가이다객관식이든 주관식이든 실습이든 학습에 도움이 되고 기억을 돕는 방식이라면 대단한 창조적 방식을 일을 목표로 삼지 않는 한 큰 문제도 안 된다.

 

평가는 누군가를 심판하기 위해 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치는 것이다그때는 자기 스스로의 성장에 대한 기대로 두근거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등급으로 인간을 분류하는 방식이 또 다른 현실에 엄존하는 한대한민국 사회는 여전히 성과주의를 독려하는 현실에서 멀리 떠나오지 못했다고 본다출발과 기회와 과정과 결과가 모두 공정하고 신뢰할만하다면 모를까다른 방법이 없어 따르긴 하지만 불신과 냉소와 자포자기 또한 미리 마련된 그 현장의 모습들에 나도 무람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시험선발성적 관리내신 등급이 현재의 형태로 유지되는 한성적 거래 등의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 또한 언제나 있을 것이다저자에 따르면 인생의 길목마다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고개인에게 크나큰 위험부담을 전가하는 고부담 시험이다이 방식으로 평가를 통해 성장한 이들이 경쟁과 선발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사회활동을 하는 것은 자명한 일.

 

평가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 얼마나 정확한지 확인하는 것이다평가로 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다중략평가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 꺼내어 세상에 적용해 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머릿속에 머물고 있는 지식 유통기간은 시험을 마치는 순간까지이다.

 

암기식이 아니라 창의성을 위주로 한 교육 플랜이라는 홍보도, 도무지 개념을 알 수 없던 열린 교육도, 객관식 문항들을 없앤다는 발표도그 외 다양한 교육 과정들 역시 바라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간은 흐르고 문제는 반복되었다.

 

완벽한 제도가 어디 있을 것인가 싶지만대한민국의 시험제도라는 것은 파생되는 문제점들의 수도 대단하지만 그 정도도 지나치다불가항력이나 과실로 인해서가 아니라 시험’ 때문에 학생들이 매년 자살하는 공화국이다문제점들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내 자식 일이 아니면 일단 넘어가지도 말고 교육의 주체로서 좀 더 의견들을 내주시면 한다.

 

좋은 결과에 좋은 과정이라면 더 격려하고 나쁜 결과에 좋은 과정이라면 더 위로하고 좋은 결과에 나쁜 과정이라면 더 충고하고 나쁜 결과에 나쁜 과정이라면 함께 고민하자.

 

코로나로 학부모도 학생도 교원들도 모두 힘겨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어렴풋이 의무교육 시행 방식이 변화할 것이란변화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의견들만 떠돌고 선명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없다.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요구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시험을 예찬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이 책에서 지식 평가와 학습 효과라는 목표를 잘 성취하면서 다른 방식의 교육 활동들이 어떻게 가능한지 저자는 예들을 많이 들어 보여 준다교육 비관론에 빠질 만큼 복잡한 심경과 고민들을 나누고 정리하고 배우며 읽을 수 있어 도움을 받은 유용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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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는 이름 - 부모의 뇌를 치유해야 아이의 뇌가 달라진다
도모다 아케미 지음, 김경인 옮김 / 마인더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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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장이 아플 것 같은 책이었다학대로 인해 사망에 이른 아동의 이름으로 분노하고 아파하며 법원에 손으로 눌러 쓴 탄원서를 보내는 시기를 거치자 마자 연이은 아동 사망사건들을 접하느라 통증이 생생한 기분으로 읽었다소아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저자가 간단하게 분석 정리한 내용도울음이 울컥하는 기분이 느껴져 이를 꼭 닫고 읽으며 필사를 했다.

 

차일드 멀트리트먼트(child maltreatment)’라는 표현을 사용한다중략. ‘부적절한 양육’, ‘부적절한 관계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스웨덴은 1979년 자녀 양육 관련법을 개정하여 세계 최초로 아이에게 어떤 체벌도 심리적 학대도 할 수 없도록 법률로써 금지한 나라다그리고 이 법제화를 계기로 아이에 대한 학대를 격감시키는데 성공했다

 

스웨덴의 성공 사례를 좀 더 살펴보면아동학대 금지를 법제화하고캠페인을 실시하고아이를 때리지 않고 키우기 위한 충고나 지원 방법을 정리한 책자를 배포하고소아과 임산부 클리닉과 연계해서 지원하고사회 전체의 의식 향상을 위해 우유팩에 계발 문구를 인쇄하거나 공익 광고 제작 방송을 해서체벌에 대한 전체 사회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누구나 생물학적 부모는 갑작스럽게 될 수 있다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모두가 불완전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모두가 불안전한 육아로 성장했으니 피할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보완할 방법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민하고 배우고 결심하는 학습 말고는 없다나는 사전 예방적인 부모 지원의 측면이 사회 전체에 더 다양해지고 대중화되는 것이 사후 처벌과 대책만큼 중요해 보인다.

 

2장에서 자녀를 치료하려고 센터를 찾았다가 자신의 문제가 더 위급하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가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저자는 지당하다고 했고 나는 놀라며 읽었다.

 

아니라고 할 이들도 많겠지만대한민국은 폭력과 혐오가 쉽고 빈번하게 목격되는 사회이다때리는 사람을 문제 삼기보다 맞는 사람이 맞을 짓을잘못을 했을 거란 이해와 공감이 뿌리 깊었던 사회이다아직 제대로 규제할 사회적 합의도 법도 마련되지 않아서 합당한 처벌도 어렵다.

 

이 와중에 의도적으로 폭력적인 혐오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균열시키고 반목하게 만들어 제 이익을 차리는 후안무치한 이들이 공적 지위를 차지하는 일도 가능한 사회이다


사적 관계와 공간즉 사생활로서의 권리는 과장되고 온갖 미화된 가치들의 생성지로서의 가족과 가정 역시감시도 처벌도 관리도 없었던 오래된 잔혹한 폭력의 현장들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로 선정되는지 정확히는 모르나간혹 환기를 주의시키려는 듯부모에 의해 다치고 살해된 아이들가르치는 이들이나 선후배간의 스포츠계 폭력 피해여성과 노인 폭행과 살해 기사가 하이라이트 된다.

 

매일 누군가는 맞고 죽임을 당하고 극심한 불안 속에 살고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남는다학대와 폭력은 가정에서 사회로혹은 사회에서 가정으로양방향으로 거침없이 번지고 대물림*되기도 한다학대는 최대 70%의 확률로 다음 세대에 대물림된다.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이 범죄 역시 단호하고 적합한 처벌과 피해자 구제와 회복으로만 중단될 수 있다법과 제도사회 공동체의 의식 내에서의 공감이 필요하다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경험하거나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안고 생활하더라도 잘 순응하는 능력 혹은 그 과정이나 결과를 리질리언스*라고 한다. ‘정신적 회복력’, ‘정신적 탄력성이라고도 한다. *resilience

 

연구결과한 번의 옥시토신 투여로 애착장애 아동의 좌뇌 복측 선조체에서 보수계의 반응 개선이 관찰되었다그것도 증상이 중증인 아이일수록 뇌에 미치는 작용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편아이를 학대하는 부모의 뇌에도 문제가 있고, ‘차일드 멀트리트먼트(child maltreatment)’로 인해 다친 아이의 뇌도 그 고통에 적응하기 위해 뇌 스스로 변형된다고 한다. 이 내용을 읽으며 나는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물적 증거가 있으면 치료와 지원 역시 구체적일 수 있으니.


뇌 부위들 중 전두전야는 체벌로 위축되고그 결과 본능적인 욕구나 충동을 제어하기 어렵게 된다시각야는 성적 멀트리트먼트나 가정폭력을 목격할 때 위축되며시각적인 기억 용량이 감소하고이는 11-13세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청각야는 폭언을 경험하면 비대해지는데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부모의 폭이 많은 경우심인성 난청정서불안사람과의 관계를 갖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해마는 유소아기 시기의 멀트리트먼트로 위축되며 3-5세에 이미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저하된다공통적으로 멀트리트먼트를 경험한 아이들은 좌뇌 발달이 크게 뒤처져서사람에 따라 사회적 장애정서적 장애인지적 장애기분 장애불안증, PTSD, 해리성 장애경계성 성격 장애로 나타날 수 있다.

 

부모 트레이닝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대물림을 끊기 위한 사회적 지원과 공동 육아 등의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내용들이지만일본 내의 치료법과 사례와 대안이라 한국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할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 ADHD: 일본에서는 발달장애의 한 분야한국의 장애인복지법상 발달장애는 자폐성장애와 지적장애만을 포함한다.

 

각자의 복잡한 사정으로 살아가며 서로를 다치며 죽이기까지 하는 이들단일 관계 내의 가해자를 최대한 비정하게 다루는 기사와책임을 방기한 이들을 찾아 고발하지 않는 엉성함과 최소한의 안전망도 마련하지 못한 사회는 무고한지 묻고 싶을 때가 많다어렵고 힘들겠지만폭언과 폭력을 근절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니 함께 노력해봐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행위가 학대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로 인해 아이가 상처를 입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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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것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2
서유미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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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우리가 잃어버린 것>어쩌면 서둘러 읽게 되지는 않았을 작품이었다뭐랄까나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결혼출산육아경력단절구직활동을 쓰디쓰게 겪어낸 분들을 위해 작가가 차분하게 손길을 내민 작품일 거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나이 든 분들은 지금 좀 힘들어도 아이는 꼭 필요하다고우리 사회에 아이가 없어서 어떡하느냐며 걱정한다그런데 밖에 나가 보면 이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중략그러면서 왜 결혼을 안 하고 애를 안 낳느냐고 묻는다아이 문제뿐 아니라 그런 일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그런 부조리한 일들에 대해 생각하면 피로해졌다.

 

2/5

 

2월이 시작되고 존경이란 단어 하나로는 거의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는그분들의 부재란 내 삶의 갖가지 구성들을 와장창 부수고 말가르치고 보살피고 맡겨진 역할 이상의 수많은 것들을 주신 두 분 스승들께서 타계하셨다.

 

먼저 떠나신 분의 부재조차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매일 확인하고 놀라고 절망하는 일을 온통 감정적으로 반복하는 중에 또 다른 연락이 밀치고 들어왔다한 순간이라도 늦춰볼 수도 말려볼 수도 싸워볼 수도 없는어떤 노력도 재능도 가진 것도 다 무의미한닥치는 대로 당하는 이별연이은 사별이었다.

 

가까이 사는 친구가 금방 울 것 같은 얼굴로 찾아와 먼저 읽어 봤다며 조용한 위로처럼 책을 건넸다황망한 마음에 고인 슬픔이 조금만 줄어 네 손바닥 위에 올릴 수 있는 이 작고 고운 책처럼 257g이 되길 바란다는 편지와 함께.

 

무연탄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32-257g/km 기저질환이 없는 노후건강을 위한 탄수화물 섭취권장량이 257g 이하 4,200원 할인 판매한다는 맛은 그저 그렇다는 즉석비빔밥 내용량이 257g 중고판매상품으로 나온 윌슨테니스라켓이 257g 궁극의 포켓터블 스냅용카메라 무게가 약 257g 세상엔 257g인 것들이 많네 이유도 의미도 없이 화면에 띄워보았다.

 

3/5

 

표지 그림을 오래 보았다풀지 못하면 내용을 들여다볼 수 없는 퍼즐처럼말이 되게 짐작해보고자 이해하고자 이리저리 애를 썼다함의들이 가득할 거라는 강박적인 느낌에 편하게 넘길 수가 없었다.



저 뾰족한 칼을 든 이는 사람일까 인형일까 한 명은 사람이고 한 명은 인형인가 다른 자아인가 딸인가 뾰족해 보이지만 나뭇잎을 뭉친 것만 같은 칼날은 무엇일까 정면을 향하도록 왼손으로 들고 선 이유는 무엇일까 상자 옆면에 앉은 고양이는 기울어진 차원에 존재하는 걸까 검은 고양이는 상자 밖을 벗어난 존재인가 나무가 받치고 있는 이 상자는 어떤 세계인가 숨 막히게 작은 사적 공간인가 열려 있는 상자인데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건가.

 

감상 훈련이 부족해서 이야기들이 들어맞지도 연결되지도 않았다아티스트 역시 내용을 읽고 표지 그림을 만들었을 수 있는데읽지는 않고 왜 머뭇거리는 것인지본질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기 전 미적거리는 이런 버릇은 언제부터인지시작하기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4/5

 

부족한 문해력이 간혹은 더 부족해지기도 하는지 책 소개를 읽고 받은 인상과는 촉감이 다르게 읽히는 문장들을 많이 만났다결혼출산육아경력단절구직에 대한 하소연과 속 풀이를 진하고 풍성하게 담은 이야기가 아니었다경주라는 인물의 상실의 계기가 그랬을 뿐어떤 계기로 무엇을 잃어버린 누구이든모든 상실은 발생하는 순간은 감당하기 힘들고 속절없이 당하고 나면 결과를 견디기 힘들다는 것을 오래 지켜본 시선이 느껴졌다.

 

경주는 막막하다는 말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았다앞과 뒤양 옆을 둘러봐도 열고 나갈 수 있는 문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쳐지고 어떤 회의가 끼어들까봐 최선을 다해 저항했다.

 

문득 낯이 화끈 뜨거워지며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난데없이 닥친 불행으로 다치는 사람살이의 아픔누군가의 그 틈이 더 벌어지기 전에 실체로 다가가서 메우고 품으며 살자했던 서유미 작가가,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취재 기사처럼 특정한 상실 사건을 다루는 문장들을 한가로이 수집했을 리가 없는데.

 

인생이란 얼마나 이상한지여기에서 저쪽을 보면 그럴싸해 보이고 고통이나 그늘을 짐작하기 어렵다. SNS는 그런 착시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기어이 접속해서 그 온도차를 경험했다.

 

인간도 인생도 원래 이런 거니 마음 편히 가지라는 위로나패배감이나 죄책감에 마음이 패이고 녹아내리는 이들에게 돌파구를 안내해주는 이야기가 아니다허정거리며 나아가는 길에 걷는 속도가 비슷해 우연히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동행처럼내가 있을 장소와 공간을 찾거나 마련하지 못해 몸 둘 바를 모르는 이의 옆 자리에 조용히 앉는작가는 그런 연대와 연결을 만드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을 표현하는 일을 하지 않아 줄지 않고 딱 그만치서 경주가 서 있는 거리가 쓸쓸했다여유롭게 나이를 탓하며 이미 꽤 오래 전에 말로 자신을 충분히 설명해서 친밀감을 쌓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느꼈으면서홀라당 뒤집어 보여줄 수 있는 가방 속 같은 거라면 얼마나 간단하고 명료할까아쉽고 피로하다는 게으른 변명도 자주 했으면서그래도 뭐라도 물어 보고 날씨 얘기라도 꺼내보라고 경주에게는 소곤소곤 귀엣말을 전하고 싶었다.

 

운이 좋은 이들은 그런 시기 죽도록 쓸쓸하네외롭네허전하네막막하네 를 겪고 나서잘 몰라도 확실한 친밀감을 느끼는 상대를 알아보는 능력이 발현되기도 한다그냥 아는 거순간의 눈인사로목소리로행동으로간단한 말로짧은 글로무엇으로든차곡차곡 겪어 본 감정의 결들이 빅데이터처럼 순식간에 종합적 판단을 내리고직관이라 부를지 운명처럼 느낄지 선택지만을 남겨 준다.

 

이 작품에서 참 중요한 요소가 공간장소들이라는 걸 이해하고 나니경주와는 겹치거나 비슷한 장소를 공유하지 않는데도어느 날의 내 일상을 관찰한 것인가 싶은 당혹한 느낌을 주는 표현들이 줄줄이 이어진다는 모순적인 느낌을 받았다대상 인물의 일기장도 읽어 보았나 싶게 반쯤은 잊거나 흐릿해진 심정을 속속들이 되짚어 내기도 한다경주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생각을 할 때마다 나도 잠시 내 현실에 있었던 그 장소로 이동해서 하던 일을 하고 느끼던 것을 오롯이 느끼는 복기체험을 하기도 했다.

 

하루가 먼 우주 속으로 사라지며 소멸하는 건지 새롭게 시작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뭐가 잘못된 걸까시간을 다시 돌린다면 어떤 부분을 바꿔야 할까.

 

무엇에 홀렸나 싶은 헛헛한 마음 한편에도 누가 나를 재미 삼아 엿봤구나하는 불쾌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작자는 연신 그랬구나그렇지그랬을 거야라고 공감하는 내내 쉬지 않고 살피고닦고씻고다듬고솜씨 좋게 수선해서 환한 웃음과 함께 보여 주고는뭐든 잃지 말고 잘 보관하라고 모든 기억들을 곱게 개켜서 건네준다.

 

뭐라 말할 수 없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특정한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도 아닌그냥 어떤 순간을 지나가는 길이 고단해서 쏟아지는 눈물이었다.

 

어른이 되어도 눈물로우는 일로만 속엣 것을 끄집어낼 수밖에 없는 시기를 지날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중략인생을 산다는 게 그 접힌 페이지를 펴고 접힌 말들 사이를 지나가는 일이라는 걸아무리 가깝고 사랑하는 사이여도 모든 것을 같이 나눌 수도 알 수도 없다는 걸하루하루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가다 가끔 같이 괜찮은 시간을 보내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가 강력하면 할수록유일하게 필요한 그 순간에 말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해서자신에게는 후회로 상대에게는 오해로 전달되는 시간들이 반복되는그러면서 서로가 잃어가는 것들도 많아지는 경주를 가만 지켜보며 읽는 일은 아프고 안타까웠다아프고 쓰린 모양으로 지속되는 삶을 살면서 무언가를 천천히 잃어가는 일이 삶 그 자체라고그걸 알아가는 게 슬프기만 한 건 아니라고 작가는 다정스레 말을 건넨다.

 

경주가 하게 된다면이라고 가정한 것들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배신한 것이 아니라 막상 그렇게 되고 보니 별 볼 일 없다는 걸 깨닫는 방식으로 그녀를 실망시켰다중략실제로 만난 현실은 대체로 볼품없었지만 늘 그렇거나 완전히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예상하지 못한 비밀이나 놀라운 장면을 숨겨두었다가 완전히 절망하려는 순간에 내밀기도 했다그 예외성이 삶 속에서 가정법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도록 도와주었다.

 

삶의 중요한 시기를 지날 때마다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줄어들었다이제 누군가와 가까워질 가능성은 별로 없고 친구라 해도 좋을 만한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것도 어려웠다. J가 자신을 배려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서운해하는 것보다 자신 역시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이해하고 지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5/5

 

경주야살살 체로 걸러서 위에 남은 것들은 모두 반짝이고 맘에 들고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고 온전히 내 거!라는 그런 성인됨을 축하하는 의식이 모두의 권리로 국경일로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체 아래로 흘러내린 모든 것들이 처음부터 내게 필요하지 않은 것이었다면이런 상상이 정신 승리에 준하는 위로가 아니라 사실이라면 얼마나.

 

경주는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그리 넓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주야그다지 긴 시간을 살아보지도 못하는 한 개인이 살면서 챙길 수 있는 것은 얼마 안 된다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 망각이 쉼 없이 필요할 리가 없지지혜를 획득하지도 해탈을 맛보지도 못하는 우리지만 선택했다면 이후의 후회는 필요가 없다상실처럼 선택 또한 어떤 고립이고 단절일 테니.

 

경주는 그들에게 묻는 대신 자신에게 물었고 그들에게 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지나쳤다오랫동안 혼자 짐작하고 헤아렸다자신을 설득하는 동안 질문의 공소시효가 지나가버렸다.

 

너무 많은 조건들을 일일이 확인하지 말고뭐가 되었든 고심한 끝에 멍청한 선택을 하느라 힘겨웠을 자신을바로 뒤따를 상실을 예감하지 못하고 실수를 거듭하는 자신을 잠시 들여다 봐주자그렇게 잠시 이 시기를 지나가자.

 

그럴 수도 있지그래도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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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한스푼의 후다닥 집밥 - 쉽고 빠른 워킹맘 레시피
햇살한스푼 지음 / 미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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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든 분리수거 가능한 재활용품이든 뭐가 되었든 극적으로 더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매일 더 커진다포장지나 용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는다일상은 별 일 없어도 분주하고 체력도 한정적이고 뭐가 되었든 먹긴 먹어야 하고아무리 맛있다 해도 매일 같은 메뉴를 먹게 되지는 않고한번 타협하고 잠시 마음을 풀면 배달이든 포장이든 남는 것들이 수북하다.

 

포장이 가장 간단한 식재료들을 구입해서 요리를 해보자는 생각이 뜨거운 울화와 함께 들었다시도해보고 배출되는 쓰레기 분리수거품 양을 비교해보고생각보다 쉬운 지지속 가능한 지 아닌지재난이 닥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식재료는 물론 조리법도 간단하고 쉬워야 하고조리 시간도 짧으면 좋다.

 

다들 저보단 더 잘 아시겠지만식재료 구입손질준비조리뒷정리…… 생각 안 하려고 해도 자꾸 막 남이 해준 것들만 먹고 살고 싶어진다. 이런 복잡한 심정으로 만난 <햇살 한 스푼의 후다닥 집밥>.  제목처럼 햇살이 광명처럼 내리는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 요리법들이 담긴 책이라 믿고 읽었다.

 

일단 재료 손질과 육수 내는 법이 나온다이런 건 한번 해두면 몇 차례 요리할 동안 건너뛸 수 있으니인내심을 가지고 결심해서 한번 하면 된다고 독려해본다반찬 목록들을 쭉 보고최하위 난이도라고 생각되는 것들만 먼저 읽었다노안이 온 내 눈에는 폰트가 좀 작은 듯한데펼쳐 놓고 서서 요리할 때 참고하려면 좀 작은 듯도 하지만, 몇 번 하게 되면 실용서의 특징 상 오래 볼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단 희망을 버리지 않기로 한다.

 

책 읽다가 검색을 해보니 저자의 블로그와 동영상에도 자료가 많다https://blog.naver.com/dew36 조리법과 상세 과정을 을 배울 때 참조하기 좋을 듯하다.

 

1. 양배추 겉절이(처음 봄): https://blog.naver.com/dew36/222223288921

2. 계란탕(원재료에서 새우 빼고 도전): https://blog.naver.com/dew36/220593732913

3. 미역무침(처음 봄): https://blog.naver.com/dew36/220587784298

4. 봄동 겉절이(얼른 해야겠다): https://blog.naver.com/dew36/220631302790

5. 돌나물 물김치(처음 봄): https://blog.naver.com/dew36/220694371300

6. 간단한 오이무침(좋다): https://blog.naver.com/dew36/220712479291

 

계절 별 요리법들을 보며계절감을 참 많이 잃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겨울 내내 오이를 먹은 듯.

 

무침이 제일 쉬운 듯하고 볶음도 간단한 종류들이 있다오호감자채를 썰어 물에 담그지 않고 볶아서 쫀득쫀득하게 먹어 봐야겠다어쩐지 내가 하면 감자채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들기도 한다.

 

국 종류도 다양하고 내가 좋아하는 간단한 맑은 국들이 있어 좋다.

 

일품요리는 음……. 후일을 기약하며!

 

한 그릇 요리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는 아무래도 당분간 배달과 포장이 답이 듯하지만 다회용 용기가 가능한 곳들을 택해야겠다. 쓰레기 스트레스, 이 시국이 곧 끝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니 이젠 아무리 관대하게 생각해봐도 예외적 상황이라는 말로 더 감당이 안 된다.

 

6장 술안주를 보니갑자기 집중과 노력을 통해 요리 실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욕구가 막 생긴다몽땅 육류가 들어가긴 하지만식재료들은 언제나 살짝 변주를 할 수도 있는 일이다오지치즈후라이https://blog.naver.com/dew36/220712479291 라는 새로운 음식을 알게 되었다.

 

일석이조가 될 것인지 포장 쓰레기는 줄고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만들고 조금 두근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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