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복잡한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리법칙 75
장원청 지음, 김혜림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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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 사람은 본래 이성적이지 않고수많은 감정 요인이 사람의 인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결국 우리가 보는 세상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는 심리가 투영된 것이다.

 

제목으로는 상당히 조곤조곤 상처와 아픔을 달래 줄 그런 내용이 아닐까 했는데일단 저자가 사회학을 전공하고 경제 분야와 심리 분야의 저술을 하는 학자이다그러니 인간의 심층 심리를 본성이나 무의식에 초점을 맞추어 밀착 분석하는 유형이 아니다.

 

복잡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로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세상살이의 복잡함과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심리학을 도구로 활용하는 책이다당연히(?) 심리 법칙이라 명명한 제안들이 등장한다.

 

요나 콤플렉스는 일종의 성공했을 때의 두려움’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며 성장을 회피하는 심리 현상이다.

 

자신에 대한 심층적 이해에서 출발해서 남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타인의 심리를 가능한 정확히 파악하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언들이 있다물론 이때 주요 의사소통 수단들인 말과 행동에 방점이 찍힌다.

 

전형적으로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들이 등장하지만그 용어 마다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예시로 등장해서 설명과 이해를 돕는다. 12 챕터에 75가지 심리학 설명들이 담겨 있으니읽히는 것 위주로자신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것들 위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 생각이 멈출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브루잉 효과
  • 무리 속에 있으면 현명한 개인도 바보가 된다양떼 효과
  • 실패 경험이 쌓이면 무기력에 빠진다학습된 무기력

반복된 실패 경험으로 자신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상황에서조차 불가능하다고 포기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장기간 부정적 생활 경험이 축적됨으로써 자신감과 성공을 추구하는 동력이 상실된 것이다.

 

  • 성공이 성공의 어머니다마태 효과
  •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된다걷어차인 고양이 효과
  • 섣불리 자기 인생에 한계를 설정하기 마라벼룩 효과
  •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만족시켜라자존감 효과
  • 합리적인 목표가 중요한 이유로크 법칙

목표는 높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며 오히려 더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농구대처럼 합리적으로 뛰어오를 수 있을 만큼의 목표라면 우리의 적극성을 가장 잘 자극할 수 있다그 이유로 로크 법칙을 농구대의 원리라고도 부른다.

 

  • 행복의 본질은 일종의 민감도이다베버의 법칙
  • 얻는 것이 많을수록 느끼는 행복은 작아진다행복의 절감 효과

만약 당신이 현재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세상을 다 가진다고 해도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만약 지금 당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하다고 생각하냐,고 질문하면 어떤 결과가 예상될까사람들이 정말 행복하지 않은 것인지행복을 감지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지 구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 최악의 상황에 대한 예방책을 세운다머피의 법칙.

어떤 일도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간단하진 않다모든 임무의 완성 주기는 당신이 예측한 시간보다 길다어떤 일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으면굉장한 확률로 그 일은 잘못된다당신이 잘못될 가능성을 예감한다면반드시 그 일은 잘못된다.

 

가장 익숙한 내용일거라 생각해서 슬쩍 읽고 넘겨가려했는데머피의 법칙이 가장 절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작금의 현실 때문인 걸까아님 예전에 잘못 알고 있던 탓일까뜻밖에 놀랍고 반가운 조우였다... 간단하고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일 하나를 해치우는데 너그럽게 예측한 시간을 반드시 넘긴다괴롭다.

 

저자는 상당히 엄격한 사람임에 분명하다제목에 행복해졌다라고 되어 있는데실제 책에서는 수많은 고민과 실패가 왜 필요한지를 아주 솔직하게 현실적으로 계속 많이 이야기한다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저자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인생의 문제들을 이리저리 설명해 주고 싶어서 무척 애쓴 느낌이다자신을타인을 그리고 세상 전체를 좀 더 깊이 있게 경험하고 이해해야만 원하는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방향을 제시해 주기 위해서.



기억에 잘 남지 않아 고민이었던 심리학 관련 도서들유일한 방법은 유사 주제들을 다룬 도서들을 많이 읽는 방법 밖에 없다는지독하게 솔직한 조언을 받아 꽤 여러 권 읽었다애를 많이 쓰진 않고 읽히는 대로 읽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용어들도 이론들도 눈에 익은 것들이 더 자주 등장하는 것을 느낀다물론명칭만 다르고 거의 유사한 이론들을 설명하는 경우들도 있어서 난감하기도 하지만뭐 난 학생도 아니고 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저자들 간에 전문용어들은 내부적으로 정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자연과학전공자로서 늘 확실히 길을 잃는 지점이다.

 

진짜 위기 역시 재난에 처했을 때가 아니라 점점 퇴화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잠식되고 결국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어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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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에미 비룡소 그래픽노블
테리 리벤슨 지음, 황소연 옮김 / 비룡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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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하고예전 무척 유명한 인기 작가의 드라마에는 늘 집 안의 가장 나이 많은 어른이 가장 현명하게 나오는 이야기가 줄기차게 반복되는 걸 보고, “제일 젊은 사람이 가장 멍청하다면 저 집은 필연코 망하는 거 아냐?”라고 불경한 평을 하기도 했다.

 

이제 나는 나이 어린 사람들이 궁금한 나이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 무조건 귀엽고 애틋하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나이가 되었다그런 시선이 불편할 때는 어린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삶의 고단함과 괴로움과 어려움과 고민을 아주 절절하게 얘기해도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워만 보인다는 점이다


함께 심각해지지 못하고그저 그런 위로와 격려를 전하려하고진정하고 견디다 보면 다 괜찮아질 거다이런 유의 꼰대스러운 태도를 들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스스로를 구린 점액 덩어리로 느낄 만큼 힘든 시절을 맞은 에미에 대해서 느낀 기분 역시 딱 저랬다특히나 내 예상보다 엄청 빠른 속도로무려 하루 만에 자괴감 가득 점액에서 인간으로 회복한 그 역동적이고 찬란한 생명력은 눈부시고 부럽다.

 


성장기 아이가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영어 원제: Invisible Emmie - 행복하고 즐거운 이유가 아닐 경우가 더 많다그래도 에미는 절친도 있고 짝사랑의 상대도 있으니저자가 미리 말한 대로 힘들지만 완전한 절망이나 포기에 이른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감정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으로 기능하며 잘 성장하는 그런 일화에 다름 아니다다행이다.

 

물론단 하나의 절친과 어긋나기도 하고 짝사랑의 상대와 관련해서 나라고 상상 해봐도 엄청나게 수치스럽고 힘겨운 일이 발생하는 어두운 시간도 있지만오롯이 혼자가 된 상황에서 에미는 오히려 용기를 내는 법을 배우고 실천해본다


체증이 술술 내려가는 듯이 진행되는 이야기가 반가울 만큼 에미의 변화되는 모습이 유쾌하다. 현실의 아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걸 잠시 힘겹게 생각해보면, 이 책은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장미빛 헤피엔딩이다. 


최고의 스토리는 마지막의 반전이지만그걸 밝히면 출판사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듯하다.

 

작년부터 읽은 그래픽노블 권수가 충실하게 늘어가고 있다모든 작품들이 기대 이상의 무엇들이 항상 있어서늘 다음 작품을 다시 궁금하게 만든다


우리 집 중2는 이 정도는 초등학생 때 다 겪은 일이라고 미국 교육 환경을 다소 우습게 여기는 듯도 했지만사진을 찍고 몇 문장을 친구들과 나누며 수다 떠는걸 보니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그리고 다른 장점은 번역본도 잘 읽히지만 몇 번 확인한 경험에 의하면 그래픽노블은 영어 원작도 술술 읽기에 나쁘지(?) 않다.



 나는…… 특정 종교와 확실한 심적 결별을 하게 해준 미션스쿨 중학교를 다니느라 대부분 고통스러웠던친구들과 어울려 문제가 발생할 여유도 환경도 없었던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대화도 없이 성적 경쟁만 했던어른이 되면 반드시 고발할 거란 다짐을 하게 했던그러다 최고의 스승들 중 한 분을 만난 중요한 반전이 있었던모두 불행했던 것만은 아닌 나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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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우리집
미나코 알케트비 지음, 전화윤 옮김 / 난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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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로 기억에 남는 영화들 중에는 over-dramatised 혹은 under-dramatised란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1800년 대 고단한 삶에 지친 농부들이 막 욕실에서 나온 것처럼 아주 깔끔 깨끗하고 빛나 보일 때그 장면은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뇌리에 꽤나 생생하게 남아있다.



<사막의 우리집>의 가족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때처럼 의아하고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견디지 못하고 사진작가인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사진 속의 피사체로서의 존재들이 dramatised된 것 맞냐고 물었더니크게 웃으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교양강좌같은 내용을 다 삼키고 한 마디로 하면동물을 목격(?)한 내 경험이 갇힌묶인도시 생활에 적응된요컨대야생성에서 멀리 떨어진 개체로서의 동물을 보는 일에 익숙해져서 그렇다고 한다여러 가지 건강 문제가 있고간혹 슬프거나 우울하고간혹 영향상태가 나쁘거나 정신적으로 포기해서 털의 윤기조차 사라진 동물들과는 달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신뢰하는 친구의 말이 아니라면 좀 더 의심해볼만 하지만나는 대신 내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충격을 받았다그리고 슬프고 서운했다아름다운 동물들을 보고 살 기회가 드문 삶을 사는구나그랬구나



눈빛이 맑고 밝아서 감정 상태가 보이는 표정의 동물들몸짓에 경직이나 두려움이 없이 느긋하고 기쁜 동물들적의나 폭력이나 오해와 같은 의사소통의 불확실성이 없는 관계있는 힘껏 친구를 신뢰하며 계속 넘겨다본 장면에는 정말 믿을 수 없는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어릴 적 확실한 애정을 느끼고 믿고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살아본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점점 더 나는 합리적 의심을 신중함으로 여기는 버릇이 들었다그래도 의사소통이 어려우니 동물은 동물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서로에게도 더 편한 일이지 않을까그런 태도를 지지하는 편이었다.

 

친구와의 오랜 대화 속에서 알고 있었지만 잊고 싶었다고 애써 순화시키고 싶은 경험은,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동종 인간들과의 사이에서 무수한 오해와 불통이 더 많았다는 점이다심지어 그 언어가 한국어라고 할지라도


유일하게 억지와 혼란이 없었던 언어는 언제나 수학뿐이었다그래서 나는 최루탄을 너무 많이 마셨을 때도슬픔이 가득할 때도두통이 그치지 않을 때도불안이 팽창할 때도물리학의 이야기를 차려입은 수학을 몇 장씩 풀며 진정을 했던 것 같다.



사막에 가고 싶다.

 

예전처럼 멍청하게 한 겨울 이집트 피라미드나 찾아 나서지 말고,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가득한 사막에 가고 싶다,

 

맑고 바람이 잔잔하고 노을이 차분한 참 좋은 날엔

사막에 누워 밤새 밤하늘을별들을공간을우주를 쳐다보고 싶다.

 

밤이 지나고 잠이 깨면별빛을 닮은 이런 눈빛과 표정을 동물들을 만나고 싶다.

 

사락사락 모래를 헤쳐 밟으며 이들과 하릴없이 걸어 다녀보고 싶다.

 

계절에 따라 하늘의 색도 사막에 남는 발자국도 달라진다는 것,

아침에 보름달이 고요하게 지평선 너머로 진다는 것,

아무것도 없는 듯 보여도 이 사막에는 많은 생명이 숨쉬고 있다는 것,

만나야할 가족과 만나서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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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지 마 어휘 한자어 1 놓지 마 어휘 한자어 1
신태훈 지음, 나승훈 그림, 정상은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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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시절부터 중국어 공부도 재밌게 신나게 하고


한자능력시험도 스트레스 안 받고 보는 큰 아이가 있습니다.


우리집 꼬꼬맹이가 그런 분위기 탓인지,


저도 한자를 배워 보겠다고 하는데,


제가 느끼기엔 쉽지 많을 않을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ㅎ


'놓지마 정신줄'을 저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재밌게 좋아한 아이니까.


이 책을 만나면 용기백배, 즐겁고 반갑게 한자 공부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참 반가운 책소식입니다.


주니어김영사 is 뭔들! 이라 생각하는 팬으로서 반갑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대 백배입니다.


저는 한국어공부 제대로 하느라 한자, 2급과 1급 자격증을 10 여 년도 더 전에 합격하긴 했지만,


실생활 활용도가 적어 어느새 거의 다 잊어 버렸는데, ㅠㅠ


이번 기회에 꼬꼬맹이랑 함께 한자어 공부하고 같이 시험도 봐볼까 합니다.


다시 한 번 반갑고 안도감이 드는 책 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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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 소설가가 책상에서 하는 일
한은형 지음 / 이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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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아니지만이 책의 독서법으로 목차를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자신이 읽은 문학 작품 내용을 한차례 떠올리는 것도 좋고짧게 설명된 인물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별나다라거나 까다롭다라는 말을 들으며 아직껏 살아왔다는 스스로 문제적 성격을 지닌 인물이라 칭하는 작가 한은형이 끌린 격정과 놀람으로 만나게 될 이들이다.

 

너무 많이 느끼는 안나 ― 레프 톨스토이안나 카레니나

죽음을 사랑하기로 한 안나 ― 레프 톨스토이안나 카레니나

불멸할 수밖에 없는 로테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결혼하고 싶지 않은 엠마 ― 제인 오스틴엠마

제멋대로 사랑하는 리디아 ― 피에르 드리외 라 로셸도깨비불

누구보다 세련된 엘렌 ― 이디스 워튼순수의 시대

배울 기회가 없었던 테스 ― 토머스 하디더버빌가의 테스

시대를 갖고 논 사라 ― 존 파울즈프랑스 중위의 여자

거짓 속에서 산 브리오니 ― 이언 매큐언속죄

돈으로 가득한 데이지 ― F. 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

아몬드 냄새가 나는 페르미나 다사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레라 시대의 사랑

끝내 지루함을 선택한 캐서린 ―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

순수와 격정을 오가는 요코 ― 미즈무라 미나에본격소설

열세 살에 권태를 느낀 에스메 ― J.D. 샐린저에스메를 위하여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

한 번에 담배 두 개비를 피우는 조던 베이커 ― F. 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

세상 모두에게 잔혹한 나스따시야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백치

죽을 때까지 왕녀인 마틸드 ― 스탕달적과 흑

서른에 사랑을 처음 배운 레날 부인 ― 스탕달적과 흑

’ 있는 사랑을 하고 싶었던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마담 보바리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델핀 루 ― 필립 로스휴먼 스테인

미칠 수밖에 없었던 에스더 ― 실비아 플라스벨 자

남자 없는 여자에스텔러 ― 찰스 디킨스위대한 유산

고아가 되기로 한 테레사 ― 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애벌레에게도 상냥한 앨리스 ― 루이스 케럴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검은 모자가 된 사비나 ― 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는 쇼샤 부인 ― 토마스 만마의 산

운명의 자매인 세 마녀 ― 윌리엄 셰익스피어맥베스

내가 꿈꾸는 사람바베트 ― 이자크 디네센바베트의 만찬

 

총 29명의 이들 작가 한은형이 한편이 되어 “우리가 뭐 어때서!”라고 일갈하면독자인 나는 숨을 멈추고 끝까지 들을 수밖에 없었다부족한 것 없이 성공한 인생을 누린 인물들이 비범한 성격도 지니고 있더라는 불편한 이야기가 아니라모두 자신의 성격으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보내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읽을수록 공감할수록 매력을 느낄수록 인생에 도움은커녕점점 더 살기 힘들어질 일만 남았다기존 질서도귄위도관습도때론 법과 도덕을 이유로도 자신다움을 누르거나 죽이거나하여튼 참지 않았던 이들이다그래도 저자는 태연히 우리를 일단 위로한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우리에게는 대신 재미가 있으니까.’라고.

 

물이 얼어 얼음이 되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기록하는 사람 회화 작품을 소개하듯 적힌 작가소개에목록에 있는 어떤 인물보다 작가가 궁금했다서늘하다던 온도는 작가의 글의 온도는 아닌 듯하다이 책의 문장들은 뜨겁다마치 클래식 음악에 작가가 새로 가사를 붙여 칸타타로 만들어 부르는 것처럼재해석과 변주가 화려하면서도 친근했다표지가 점점 더 세련되게 아름답게 디자인되어 재출간을 거듭해서 우리 곁에 거듭 돌아오는 세계고전문학이란 예술 작품처럼이렇게 모두 한 권에 담지 말고 한 인물에 한 권씩 29+1시리즈로 출간되었다면 얼마나 더 재미날까안타까웠다아까웠다.

 

 

엠마를 읽고 나서 제인 오스틴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평생 자기 방을 가진 적도 없고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인 오스틴이 다 가진 여자’ 엠마에 대해 질시하거나 냉소하지 않고 공평하고도 균형 잡힌 태도를 취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뻐근해졌던 것이다나는 이런 배포가 있는 큰 사람’ 앞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런 그녀에 대해 버지니아 울프가 한 말을 적어본다. “1800년경 증오나 쓰라림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항의하거나 설교하지 않으면서 글을 쓴 여성이 있었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꽤나 사람을 좋아하는 부류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고전 소설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거기에는 인물들이성격들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어쩔 때는 체온과 체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저마다 다른 사람들성격들을 생각하면 깊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토끼 굴로 떨어지고 있는 앨리스가 된 듯한 마음이랄까.

 

남녀노소를 반하게 하는 안나라는 이 여자는 그런 완전무결한 인간에게 흔히 따라다니는 자부나 오만과는 무관한 데다 관대하고 지혜롭기까지 하다나는 이런 인물에 백전백패하고 만다. ‘진 느낌이랄까.

 

에스더는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입학했고아주 아주 끔찍하게 여기는 필수과목(물리학과 화학이었다마저도 혼자서 A학점을 따내곤 하는 예외적인 학생이었다. “물리학 수업을 받는 내내 속이 울렁거렸다참을 수 없었던 것은모든 것을 글자와 숫자로 쪼그라들게 만든다는 점이었다라고 느끼면서 그럴 수 있다는 데 나는 경이를 느꼈다.

  

1950년대라는 시대의 공기와 함께 그녀들을 떠올리면 말이다. 1950년대 여자들에게는 요리와 속기와 춤이 필수로 요구되었다는 걸 벨 자를 읽어 알게 된 나는 에스더처럼 토할 것 같았다요리와 속기와 춤은 저마다 멋진 것인데이게 여자들에게 필수 덕목으로 요구되는 상황은 정말이지 끔찍하다남자를 돌보거나 보조하거나 기쁘게 하는 일들이 여자의 필수 덕목이었던 시대에 에스더 같은 여자는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에 드는 친구들이 잔뜩 모여 나를 위해 기다려주는 것처럼 들떠서 책을 헤매며 읽었다내가 달 코멘트라야 사족에 불과하지만 만난 시기도 공교로울 뿐더러 여전히 괴이하면서도 특별한 작품과 인물이 버티고 있다. 30 여 년이 지나 이 미친 연인을 다시 만났다.

 

천국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더라,

그냥 그 말이야나는 세상으로 돌려보내 달라면서

정말로 서럽게 울었어.

천사들이 화가 나서 나를 집어던졌는데,

떨어진 자리가 폭풍의 언덕 히스 밭이었어.

나는 너무 행복해서 엉엉 울다 잠이 깼어.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

 

언제 처음 읽으셨나요저는 10대에겨울방학이었습니다조금만 부주의하게 넘기면 간혹 피부가 베이기도 하는 날선 종이 위에 세로로 빼곡하게 적힌어두운 양장으로 둘러싸인 묵직한 세계문학전집으로 만났습니다.

 

감정의 결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고 벅찬 노동처럼 완독을 했는데참 마음에 들지 않는 어두운 분위기와 불행 당시 내가 느끼기에 의 냄새와 호감을 가질 여지가 없는 캐릭터들과 배반당한 듯 억울한 기분이 들던 결론모두가 별로였습니다.

 

빨리 잊고 싶었는데도 어떤 이유로 사로잡혀서 폭풍이 그치지 않는 히스 밭에서히스클리프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편한(?) 기분을 한동안 현실에서 꿈에서도 느꼈습니다.

 

캐서린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소설에는 제대로 된 사람이 별로 없다어딘지 비현실적이고 어딘지 이상하고 어딘지 망가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게 두 남녀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누가 더 격정적인지 누가 더 망가질 수 있는지 죽을 만큼 힘겹게 다투는 연인이다캐서린이 지루한 천국을 택하자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모든 재능을 복수하는 데 쓴다캐서린은 죽고그들 주변 사람들의 인생은 모두 망가진다.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피를 토하는 게 저런 건가 싶다. “나는 내 히스클리프를 사랑할 거고저승까지라도 데리고 갈 거야그는 내 영혼 안에 있으니까.” 캐서린은 결국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병이 나서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죽는다자신의 열기로 자신을 죽였고그러므로 히스클리프도 죽인다’.

 

역사도 도시도 아름답지만 불편한 점이 없지 않은 영국 요크에는 업무로만 가보았고해안가 히스 언덕 쪽은 쳐다도 안 보고 도심의 거리를 슬슬 걷다 왔습니다히스클리프와 같은 성정의 인물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들었거든요.

 

폭풍우가 치는 워더링 하이츠에서 일렁이는 히스 밭은 캐서린이다히스클리프의 마음에서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뒤집어놓는 그 분홍 화염 말이다.

 

한은형 작가가 자신의 책 속에 펼쳐 놓은 히스밭을 돌아다녀보니, 10대의 나는 감상의 축이 어긋난 채로 읽었단 생각이 듭니다어긋난 그 공간어두운 틈에 온통 두렵고 불편한 상상들을 채워 기억했던가 싶습니다.

 

참 좋은 친구가 행복하고 다정하게 살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요크언제까지 저는 히스 밭이 놓인 그 언덕에 사시사철 폭풍과 어둠이 머무는 상상을 하고 있을까 막막합니다.

 

새로 배운 단어완악완악하다1 (惋愕하다) [동사깜짝 놀라다완악하다2 (頑惡하다) [형용사성질이 억세게 고집스럽고 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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