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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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가의 비밀 노트



그냥 작가의 노트라고만 해도비밀 노트라고만 해도충분히 궁금할 텐데,

무려 상상력 천재 작가의 비밀 노트이다

최상급의 마케팅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뭘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귀차니스트라고 해서 순간 친하게 느낄 뻔 했지만,

그런 작가가 있을 리 없다속지 않겠다!

 

사실 별로 안 궁금했는데(라고 쿨하고 싶지만)…….

 

재밌는 기록과 기억들은 역시 기대만큼이나 담겨 있다.



결국 인생이란 이 물음과 대답 두 가지로 집약되는데

정말이지 너무 노골적이어서 멋도 정취도 없습니다.

어지간히 비범한 사람이 아닌 한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은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거나 우연히 잘되면 그걸 좋아하는 일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런데 그걸 자신의 삶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모르니

또 골치가 아파질 수밖에요.

 


온갖 가지 걱정이 가득한 모습에 별 걱정 다해야하는 자신이 투영되어 마음이 징징 울렸다.

좀 더 읽다 보니 이건 생존 투쟁의 기록 같다.

어찌 되었든 자신을 다독이며 견디자는 일상의 매 순간이 이어진다.



내가 살아보니세상에 가장 힘겨운 일이 평범과 일상혹은 평범한 일상인 듯하다.

알고 보면 다들 매일 고군분투 중인데 안타깝게도 결국엔 각개전투로 승부를 봐야하는 일이 대부분이고 그러다 보니 살면 살수록 존재하는 것의 슬픔이 짙어 진다안 그러신 분들도 계시다는 걸 알지만 제가 잘 만나 뵌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요시타케 신스케는 상상력의 천재가 아니라 잡념의 천재쓸모없는 일들을 실패 없이 해치우는 천재 작가가 아닌가 싶다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테러 사양!

 

작가의 일상과 독자인 나의 일상이 닮았다는 것은 어떤 안도와 만족과 기쁨을 준다.

그래서 두 번째 읽을 때는 새롭게 생긴 애정을 담은 시선으로 웃으며 읽게 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신스케의 천재성은 같은 소재들을 진지하게 받아 들여 흘낏 봐도 알아차릴 수 있는 방식으로 기록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 얼마나 소소해서 알아차리기 힘든 일인지…….

그런데 좀 더 살다 보면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어느 새 충분히 연습을 마친 그런 나이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시간이 좀 더 천천히 변하는 것 같고 복달 대던 마음도 배짱 좋게 쉬엄쉬엄 살자고 속살거린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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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속성 - 사람은 어떻게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레이 피스먼.티머시 설리번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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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완벽할 수 있는 방식은 단 하나뿐이지만 정보가 불완전할 수 있는 방식은 무수히 많다.

 

경제경영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뜻밖에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경제학에 대한 새로운 호감이 생겼다한 학기 배정된 윤리학 수업 중에 윤리학의 태동이 경제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이다혹시 저만 몰랐나요.



내가 오래 이미지로만 이해했듯이 경제는 상거래 기술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다애초에 경제관념이 필요했던 이유는 인간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둘러보고 재화가 한정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나눠 쓸 것인가이것이 경제학의 최초의 과제였던 것이다나눠 써야할 근거와 방식을 정하려니 윤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무지와 오해로 인해 속물적이고 천박해 보이던왜 굳이 대학 내에 학문 대접 받으며 존재하는지 정확히 몰랐던 경제학이 순식간에 삶에 근원적이고 중요하고 본질적인 가치와 의미와 역사를 가진 주제로 격상되었다인간을 살리는 일살림살이 일인 가정이건 국가이건 글로벌 공동체이건 를 이해하려면 경제를 알아야했다.

 

게다가 경제학은 언어로 수학을 사용한다인류 사회에서 어떤 근거(윤리)로 한정된 재화를 최선의 방식으로 나누어 최적의 생존을 도모할 것인가란 주제를 수학으로 표현하다니감동적이고 감탄스럽다.


폴 새뮤얼슨은 경제 분석의 기초를 통해 경제학을 더 이상 말이나 추측이 아니라 엄밀한 수치와 공식에 근거한 과학적 학문으로 자리 매김하는 수학 혁명을 이끌고경제학이 세상을 지배하는 길을 연다.

 

경제학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을까수학 혁명과 게임 이론일반 균형 이론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진실은 그것과는 무관한 잡동사니에 가려 있기 마련인데경제학자들은 그 잡동사니를 걷어 내는 데 필요한 도구로 수학을 사용했다.

 

달리 말해 그들은 수학 덕분에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아가 그처럼 군살을 걷어 내는’ 수학적 접근 덕분에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세상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제시할 수 있었고이후 여러 세대의 기업가들은 이론의 뼈대에 근육을 붙이는 식으로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도구를 확보했다.

 

수학을 도입하는 이 변화 덕분에 경제학은 결국 세상을 장악할 수 있었다.

 

최초나 근원 타령하는 환원주의적 이야기는 그만하고 책으로 돌아오면저자들은 현재현대 사회의 전자상거래에서 플랫폼공유경제에 이르는 경제의 변화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묻는다그리고 그 이유가 기술(테크놀로지때문이 아니라고 한다즉 기술결정론을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재배치한다특히나 지난 반세기 동안 희소한 재화가 배분되는(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얻는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착상(아이디어), 즉 경제 이론이 변화를 주도한 동인이라고 논증한다.

 

기술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기술은 우리가 겪어 온 변화의 여러 동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우리가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기술 못지않게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일련의 혁신과 통찰이다그 혁신과 통찰이란 지난 반세기 동안 학술적인 경제학 연구에서 출발해 희소한 재화가 배분되는(즉 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얻는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착상을 말한다그러한 착상들은 겉으로는 단지 기술의 변화로 보이는 것들의 밑바탕에서 경제적인 틀을 짜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저자들은 일군의 경제학자들에게 의견을 구해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가장 중요한 경제학 논문들을 엄선했다고 한다얄팍한 연구 기간을 돌아봐도 이런 통시적 관점과 고찰은 어느 이론이든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시각을 선명하게 하는데 언제나 성공적인 도움을 준다.



즉 이 책에서는 경제 이론들이 현실 세계를 어떻게 설명해 왔는지그리고 역으로 그 이론들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그럼으로써 위대한 현대 경제학자들의 획기적 착상들이 단순히 현실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어떻게 현실에 적극 개입하고 시장을 설계해 실험하고 우리 삶과 세상을 변혁하기까지 이르렀는지 설득력 있게 입증한다.

 

경제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모든 것들을 압도하는 유일무이한 절대적 무대는 시장이다그러다 보니 터무니없는 오용과 왜곡들도 가득한 대상이기도 하다초기 자본주의 경제 사회에 적용되었다고 오래 널리 믿어져 왔던 가장 유명한 구절자유 시장과 보이지 않는 손 Free market and an invisible hand.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언급한 내용은 이것이다어떻게 이 구절에서 마치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신탁을 받은 듯이 시장에 대한 온갖 루머들이 양산되어 왔는지 경이로울 뿐이다.

 

누가 이런 번역을 했을까……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큼 아름다운 문장들로 쓰였다는 평가를 받는 명저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들을 때마다 슬프다.



이에 비견할 수 있는 것으로는 스피노자와 멸망 하루 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구절이 있다대한민국 국회도서관에도 없고 네덜란드 철학자도 금시초문인데한 때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은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한 학부생이 근거를 찾아 줄 수 있냐고 해서 지도교수와 하루 종일 원서들을 뒤적거렸던 어느 슬픈 날이 떠오른다애초에 누가 조작 배포한 겁니까.

 

다시 정신 차리고저자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도 크게 시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고 본다하나는 시장을 만악의 근원으로 보는 시장혐오주의다른 하나는 시장을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시장근본주의.* 극단적이라는 점에서 둘은 서로를 지탱하는 한 축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주의라고 하는 것들 중 지나치게 말끔한 이분법을 이루는 것들  - 즉 고민도 숙고도 없으니 고려할 가치가 없는 것들 - 은 애써 이해하려하지 말고 그냥 내다 버리자그게 낭비 없는 현명한 상책이다(순전히 사적 경험입니다).

 

이에 저자들은 혁신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구축된 시장들과 그 영향력이 우리 삶을 완전히 에워싸고 정체성에게까지 미치고 있으니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에 사용당할 것인가시장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 본다

 

시장이 순전히 이롭기만 할 때는 거의 없다

세상은 시장이냐아니면 포로수용소식 명령과 통제냐 둘 중 하나를 택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시장이 모든 사회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효율의 낙원이 도래하더라도 반드시 모두가 평등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시장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효율이라는 미덕이 소리 소문 없이 은연중에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하게 되면

사회로서의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다른 가치들이 냉대를 받는다.

 

기업을 경영하든 창업을 하든 투자를 하든 집을 사고팔든 온라인 쇼핑을 하든 매일같이 우리는 오늘날 진행 중인 거대한 사회적 실험의 최첨단을 살고 있는 셈이다시장 혁명은 단지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만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것마저 바꿔 놓을지 모른다이렇듯 시장이 주도하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불확실한 미래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려면 우리에게는 매 순간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힘과 안목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 길을 알려 주는 유익하고 간단명료한 이용 약관이다.

 

재밌는 내용들이 한참 더 이어지는데순전히 분량을 적합하게 줄여 쓰지 못하는 능력부족으로 글을 맺습니다.

 

곳곳에서 위트와 재치가 담긴 문장들로 진심으로 재밌어 하며 읽을 수 있게 배려하는잘 읽히는 <시장의 속성The Inner Lives of Markets: How People Shape Them-And They Shape U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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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의 거울
호은 리베라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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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소설판타지철학소설로 분류된 장편이다.

SF도 판타지 문학도 좋아하는 나는 혼자 푹 빠져 신나고 재미있게 잘 읽을 시간을 고대했다.

 

그런데…… 도전하고 실패를 반복해서 지난 해 겨우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보다 더 어렵다……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첫 장부터 문장들이 읽히지가 않고 배경과 인물들을 기억하기가 너무 힘들다일단 적었다.

 

수과학우주의 중심인 초문명계 데제리오 네쳐샴쌍둥이 무무리옴탄과 네쳐옴이 만든 철학적 윤리인 우주의 낱알 오방기계 인류 탑 포코스최고 상위 나프타아들 데제로스오르간에 옴이 스며들어마곡귀계우주에 남은 계를 수습실리벨레리베라타(작가의 집안?), 아모르우주의 축인 오방암흑의 기사 니그마달시지구의 옵스 가문나프타리옴탄의 무카시야르토카(모모네쳐리수스베오딘자베즈보리새로운 우주의 신인간 지황거울로 삼으려 한다옵스가의 마야와 지황을 연결감과지혜의 청동거울.

 

단순히 낯설어서 안 읽히는 건 아닐 텐데…….

 

방대한 만큼 난해하고 불친절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장면이 현재형 문장들로 진행된다.

이 결론이 판타지 소설을 읽는 내 독해 능력의 급작스런 퇴행이 아니라면,

태양 아래 온전히 새로운 것들로 창조의 세계를 구축한

내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천재 작가의 작품일 터이다.

 

대강 스토리 흐름이 잡히는 부분도 있지만 책을 읽고 이야기 흐름을 좀 알겠다란 걸 읽었다 할 수 없지 않을까.

 

우주가 있고 문제를 일으키는 악당이 있고 라는 존재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지구로 떠나고우주의 축인 오방을 다시 세우는 게 목표이고진화된 오방을 찾는다?

 

다 읽었는데 어느 시대를 다녀왔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철학이 담겼는지도 모르겠다.

등장인물들은 왜 등장했는지역할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최악의 번역서라고 하면 이해가 될 것이나 이 책은 번역서가 아니다.

옴니버스 구성이라 해도 연계가 안 이루어진다.

여러 사람이 참여한 것처럼 사건 해석도 일관성이 없다.

 

그나마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은 표지뿐이다.


잘 읽을 수 있는 다른 독자들이 있을 터인데, 내가 읽기를 시도한 것이 미안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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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복리가 됩니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생 역전의 기술
대런 하디 지음, 유정식 옮김 / 부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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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다라고 쓰니 마치 잘 피해야할 불길한 존재라도 되는 양 두려워하는 느낌이다늘 해야 하는 일들로새로 해야 하는 일들로이 두 가지가 올 해는 심하게 혼재되어 있고 어느 때보다 체력이 떨어져 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대단한 일들도 아닌데뭉쳐 던져 놓은 산더미를 목격하듯 자꾸만 조금만 더 미루고 싶다이런 상태일 때 작심삼일*을 시도할 간단한 목록들이나 허황되지만 즐거운 새해결심을 적는 일도 순탄치 않다.

 

삼일 이상 지속하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게 목표를 삼일로 잡습니다지속 여부는 다음 삼일을 더 할 수 있느냐에 달렸으니 우습게 보입니다마음이 가뿐합니다혹여 이 방식이 죄책감이 덜하겠다 싶으신 분들 모두 어서 시도해 보시어요.



작지만 현명한 선택 꾸준함 시간 엄청난 차이

 

엄청난 차이까지는 늘 보장되지 않는 것이 나의 경험상의 데이터이지만어쨌든데카르트가 된 양 남들은 다 알고 나만 자꾸 잊어 먹는 내용인 듯 외쳐본다면 꾸준히 노력하는 것 없이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확실한 사실이다유일하게 확실한 진실이다.

 

매년 고민고민하다 왜 이걸 골랐는지 끝내 이해가 안 가는 새 다이어리를 펼치고 그냥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계획을 세우려 하는지왜 이런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이 계획을 성공시키면 다음에 뭘 하고 싶어서인지....... 도플갱어를 취조하고 심리상담을 하는 것처럼 마구 질문을 퍼붓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못하는 삶에 대한 온갖 원통함을 연말에 다 털어버리리라 대결심을 한 것처럼 생각도 일상도 이리 저리 뒤집어 샅샅이 살펴본다그렇다고 잊어버린 숨겨진 인생을 한 방에 바꿔줄 보물이 어디서 튀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좌절과 체념만 미리 선택하지 말자언제 내가 큰 꿈을 꾼 적이 있다고하던 대로 사소하고 소소한 절대 실패 안할 듯한 일들만 소복하게 적어 본다.

 

반복해서 맛보는 성공이 아주 달달하고 때로는 그 당분이 확실한 힘이 되기도 한다그리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덜 상하며 살 수 있다그 끝에 복리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처음부터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시시한 목표들이라 그럴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일부 목록들을 끼적거려 두었다1차 성공이다!

 

그럼 이제 남은 일은 지루할 만큼 간단해진다.



내 계획이 스마트’ - 무지 얄팍한 느낌의 단어이긴 하지만 한 것이 분명하다면새로운 습관이 딱 붙을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그래서 기어코 그 습관이 일상에 처음부터 있었던 루틴인 양 자리를 잡아야 한다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당한’ 시간 동안 꾸준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년 반드시 업데이트할 항목인데잊지 말자나는 꽃노래도 싫어한다는 것을그러니 변화하고 싶은 생각은 1꿈에도 없으면서 남의 시간 막 갖다 쓰는 그런 넋두리는 더 짧게 듣고 얼른 도망치도록 하자반복을 거듭하며 확신에 이른 것인데이런 굴레에 갇힌 이들은 조언도 해결법도 원하지 않는다그러니 이야기를 듣는 일 자체가 무가치할뿐더러 심지어 모두에게 몹시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온다.

 

부디그 힘든 굴레에서 떨치고 빠져 나오길 바랍니다습관이라는 걸 아시는 줄 압니다.

 

그리고 큰 좌절을 겪었을 때 확실히 도움이 되었던 간단한 것들을 지속하자.

특히 더는 뭘 하고 싶지 않고 눈 뜨기도 싫을 때십분 스트레칭하기로 약속한 시간이야이렇게 상큼하게 말해보는 일을 계속하자어처구니없을 뿐만 아니라 도대체 이유도 알 수 없지만 효과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약속에 엄청 얽매이는 인간 유형이었다.

 

부디 모두들 응원과 격려가 되는 일들 많으시길

그렇게 연말연시 보내시길

원대한 소원도 소소한 소원들도 이루시며 사시길 바랍니다.

 

대책이 없을 때

아무 생각도 안 날 때

정 급하시면 이런 간단하고 별 재미없는 제 방법이라도 가져다 쓰시기 바랍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결국 이것이다당신은 성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더 이상 무언가를 배울 필요는 없다필요한 것이 더 많은 정보라면인터넷을 검색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두 대저택에 살고 강철 같은 복근을 자랑하며 더없는 행복을 누려야 마땅하지 않은가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실천에 필요한 새로운 계획이다이제 성공으로 이끄는 새로운 행동과 습관을 창조할 때가 온 것이다간단하지 않은가? 28

 

간단합니다라고 동의하려니 뭔가 속이 상합니다표현할 언어가 부족해서 더 속이 상합니다.

 

요행을 바라는 기대감을 모두 떨쳐 내겠다고 당신 자신과 약속하라사람들은 승자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면서 그 뒤에 수많은 패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라스베이거스의 슬롯머신 앞이나 샌타애니타의 경마장에서 펄쩍펄쩍 뛰며 환호하는 사람은 보지만돈을 잃은 수많은 사람의 한숨과 절망은 느끼지 못한다요행을 얻을 확률은 0에 가깝다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의 저자이자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는 이렇게 주장했다매회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이 TV에 나와 나 돈 땄어!”가 아니라 나 돈 잃었어!”라고 말하는 데 30초씩만 배정한다고 해도복권 1회당 9년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말이다. 52-53

 

꿈속에서 번호 6개를 누가 딱 찍어 알려 주거나진짜 막 사고 싶은 날이라면 살 겁니다.

 

만약 당신의 말과 당신의 행동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나는 항상 당신의 행동을 믿을 것이다당신이 내게 말로는 건강해지고 싶다고 하면서 손가락에 과자 부스러기가 남아 있다면나는 당신의 말보다 그 과자 부스러기를 더 신뢰할 것이다자기 계발이 최우선이라고 말하면서 도서관보다는 게임기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역시 당신의 말보다 게임기를 더 신뢰할 것이다자기 일에 책임질 줄 아는 전문가라고 말하면서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늦게 나타난다면당신은 자신의 행동에게 배신당하고 있는 셈이다가족이 1순위라고 말하면서도 일정표에 가족을 위한 시간이 없다면당신의 그 말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당신이 방금 작성한 나쁜 습관 목록을 들여다보라바로 그것이 당신이 실제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 주는 진실이다이제 그 상태로도 괜찮은지아니면 정말 변화를 원하는지당신이 결정하라. 136-137

 

아픈 말이네요그 상태로 괜찮은지 아닌지네가 보고 판단해서 결정하라.

 

완벽하게는 살아생전 뭐라도 할 수 없겠지만언제나 제 기준은 소박한 Better than befor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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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블러드
임태운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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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IRUS……PARA……SITE

 

SF를 좋아하고 우주에 궁금한 게 많고 관심에 비해 환경에 무지한 나로서는 저항할 수 없는 좀비아포칼립스* x 스페이스오페라** 작품이다오염된 지구와 새로운 선택지전 세계가 실제로 전시상황인 요즘에 선택지도 없는 독자로서 어떤 마음으로 읽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포칼립스(Apocalypse) : [SF 용어세계종말을 테마로 하는 장르인류 문명이 거의 멸망한 뒤의 세계관또는 그런 세계를 배경으로 삼는 픽션 작품을 뜻함.

** 우주를 무대로 전개되는 활극적인 우주 공상과학소설의 총칭



인류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이래 그 어떤 맹수에게도 왕좌를 내준 적이 없었지만 정작 그들에게 체크메이트를 선언한 주인공은 이빨도발톱도 없는 존재였다특수 광견병 Z19. 모든 대륙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창궐한 초거대 역병이었다전 지구적 방역은 실패로 돌아갔고 치료제 개발 역시 성과가 없었다속도가 문제였다전염되는 속도가 대비책을 만드는 속도를 가볍게 앞지를 정도로 빨랐던 것이다살아남은 자들은 죽지 않는 자들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 스스로를 격리했으나 그로 인해 조금씩 고사해갔다.

 

바이러스 창궐이란 문구가 확 마음에 와 닿는 만큼 걷잡을 수 없는 감염 속도’, ‘방역 실패이런 문구들에 기사가 아니란 걸 알지만 불안에 두근거린다어떤 디스토피아건 SF의 이야기 속에서 신나고 재밌기만 했던 좋았던 시절은 영원히 지나버렸다그래도 최선을 다해 즐기며 읽어 보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구에서의 신분과 재력은 게르솜 탑승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뛰어난 두되를 갖고 있거나 아니면 강한 면역력과 신체 조건을 타고나야 했다최상위권의 두되를 가진 천재라 하더라도 공감 능력이 결여되었거나 공격적인 성품의 소유자라면 탑승할 수 없었다.

 

어쨌든 살아남은 인류가 있고 이들은 새 행성으로 이주를 시도하다 의문의 재난을 만나 우주를 표류하는데…… 끔찍하다이런 절망 가득한 상황에서 화이트블러드 즉 백혈인간 이도가 등장한다상처 많은 영웅이 주인공감정 동조가 쉽다주인공이니 당연히(?) 성장 배경활약상생각과 고민 등등을 알려주는 배분이 많다무척 서사적이고 신비한 인물이다.

 

대방벽을 계획했을 당시 기아나 우주센터장은 평등과 박애를 벽돌 삼아 장벽을 세우겠다고 설파했다 한다하지만 벽을 지나치게 높이 쌓은 모양인지 대방벽 안에서 가장 먼저 품절된 것이 바로 그 두 가지였다신체 등급에 따라 계급이 나뉘고 누구의 밑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인생의 격차는 말할 수 없이 커졌다친구를 죽이고 은인을 배신해야만 살아남는 암흑가의 논리가 이도에게는 요람에서 듣는 자장가였다.

 

그 외 다양한 캐릭터들도 모두 매력적이다훌륭한 액션 능력이 있고 시원 불편한 독설들도 마구 뿜어내는 연령과 종족의 다양성에 AI도 등장한다. 1993년 개봉작 [블레이드 러너]를 몇 번이고 보면서 인간다움과 품격을 지닌 복제인간과 비겁하고 저질스런 인간들의 대비에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을 무엇인지깊은 고민에 빠졌던 기억이 곤란하게도 다시 난다.

 

[...... 저는 현재 여러 명의 인간과 동시에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그 덕분에 저의 대화술도 풍부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7초 전에 새로운 욕설도 하나 습득했어요......]

말해봐.“

[지네 신발 벗기다가 굶어 뒈질 새끼.]”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고민이 되었던 투표 장면생사를 건 선택의 상황에서 현실에서 잠들 것인가 수면파아무런 보장은 없지만 희망을 찾아 나갈 것인가 비행파으음......

 

분명히 탈출했는데 어째서 다시 이곳에 왔지?]

 

기억의 역류와 감각의 혼재사내는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교육받은 적이 있었다중략태풍이 지나간 자리의 호수처럼이것은 냉동 수면에서 강제로 해동될 때의 자연스러운 각성 과정이다중략.

 

반란입니까!“

 

모세가 두 아들을 가리켜 이르기를 하나의 이름은 게르솜이라

이는 내가 이방에서 나그네가 되었다 함이요.

하나의 이름은 엘리에셀이라

이는 내 아버지 하나님이 나를 도우사

바로의 칼에서 구원하셨다 함이더라.

(출애굽기 18:3-4)

 

당신의 추축은 옳았습니다우리 엘리에셀이 우주 한복판에 멈춘 이유는 게르솜을 마주쳤기 때문이에요.” 중략.

동생이 형을 따라잡고 만 거죠.”

 

지구엔 누가 남아 있을까요.” 중략.

누가 남아 있든지그걸 인간이라 부를 순 없을 겁니다.” 중략.

“‘무엇이라고 불러야겠죠.”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지특정 상황에서는 밧줄 없이 빌딩에서 뛰어내리거나 불타는 기름 위에 몸을 던질 수도 있어.”

[어떤 특정 상황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공포에 질렸을 때.”

 

언급하는 내용마다 스포가 될 듯해서 두렵다.  절대적인 재난그래도 찾아야할 희망상황은 수용하지만 더욱 강해지는 생존 욕구그리고 가족애이 모든 것들은 잘 버무려질수록 실패 없는 재미를 보장한다나는 이 작품에서 보이는 클리셰도 재미있게 읽었다친구와 적이 선명한 작품이 재미있었던 어릴 적에 비해 나이가 들수록 어느 한 사람도 온전히 비난할 수 없는 점들이 보인다다 나보다는 멀쩡해 보이는 점도 한 몫을 한다안타까운 점은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는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만 내 편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일단 적이 된다는 절박함이다.

 

우리에겐 이도와 같은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생존력전투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능가하는 의지와 이유하지만 지금도 함께 살아남기 위해 있는 힘껏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많은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나는 그분들과 함께 지금 살고 있다는 것에 내 희망을 걸어 두겠다.

 

인간은 성장이 멈춘 후 아이를 낳는다신생아가 커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마치 아이와 부모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것처럼업는다는 것은 아이가 자라는 속도를 부모가 함께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중략어깨 너머로 세상을 배우는 것은 자녀의 전유물인 것 같지만부모도 어깨 너머로 자식을 느끼며 같은 시간을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죽이지 말고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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