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집공부의 힘 - 혼자서도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최고의 방법
이진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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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아무리 학창 시절 공부를 착실히 했다 하도라도, 학위가 많아도, 직장 생활을 잘 하고 있어도 코로나 시절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초등생 아이들의 학습을 만족스럽게 유려하게 이끌어 간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부디 지혜로운 방법, 위로, 격려를 배울 수 있길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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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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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은 일들 온갖 종류의 -을 서둘러 잊지 않고 오히려 잊지 않도록 끝끝내 붙들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하는 것일까단지 강한 사람이다용기 있는 사람이다특별한 동력이 있을 것이다라고 짐작하는 것만으로는 얄팍하고 부족하다더구나 그런 일들을 혼자만의 상처로 싸안지 않고 이야기하고 나누고 바꾸는 일은 어떻게 시작하고 지속하는 것일까처음에는 머뭇거렸을 지라도 몇 번이고 다시 말하고 기록하여 지워지지 않는 무늬를 그려나가는 일일 것이다잊지 말고 기억해서 반드시 써야 한다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으로 600쪽이 넘는 두께보다 묵직한 이 책을 읽어 나갔다.

 

가끔은 읽으면 우울해지는 글은 읽고 싶지 않아 외면할 때가 있다그러다 읽으면 우울해지는 글을 그럼 왜 썼을까기분 좋게 썼을 리 만무한데…… 그런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진다무감해지지 않으려면 무례해지지 않으려면 함께 잘 살고 있는지 계속 물어봐야하기 때문이다불편한 이야기들이 들리게 계속 말해야하기 때문이다차별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고거의 언제나 차별이 아니라고 하는 쪽이 더 말이 많다논거도 없는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거나 망상에 근거한 폭언이 쏟아지거나 심지어 신의 이름으로 차별하기도 한다.

 

젊은 여성들이 사고에서 더 자유로워지고 선택을 즐기며 살아나가길 권한다.

자신을 사랑하며 그 사랑으로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인류의 한 구성원으로서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해나갔으면 한다.

이이효재


어린 시절에는 (적어도 표면상으로는)대한민국의 '정상성'에 적합한 이들로만 구성된 환경에서 자라나서 다른 생각을 해 볼 여지가 없었다그렇다고 주위 분들이 혐오할 대상들을 특정해서 의식화시키는 이들은 아니었지만내 일상에서 만나지 못하고 이야기 나눠본 적 없는 삶에 대한 면역도 상상력도 참 많이 부족했다반추해보면 온갖 토론과 논쟁이 가득하던 대학시절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나눌 기회는 없었고 기억하는 한 공론화된 분위기도 전무했다(혹은 순전히 내가 몰랐던 것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제는 LGBTQIA+Black lives matter!라고 한다지요.

 

그러다 영국유학을 갔더니 배당된 담당 의사는 Lesbian, 도서관서기는 Cross dresser, 동기들 중 Gay, Bisexual, Asexual 등 다양한 성적 취향들이 존재하고 공존했다그렇다고 충격을 받거나 혐오하는 감정이 생기진 않았고한국에서의 오리엔테이션 경험과 달리국적인종성적지향성외모계급재산 등등에 따라 타인을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행사하는 경우퇴학을 당하거나 추방되거나 체포될 수 있다는 엄청나게 진지한 교육을 받는 점이 인상적이었다처음으로 내가 적극적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자각을 하고 조심스러웠던 순간이었다.

 

늘 긴장하며 살지는 않았지만분명한 철학과 정책 방향성을 가진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면 그 안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학습되어 체화되는 중요한 가치들과 감성들이 있다그런 면에서 나는 전공공부만이 아니라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 다소 게으르게 운 좋게 - 차별과 혐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덤으로 받은 것이다그런 경험으로 인해 나는 개인을 비난하고 개인의 노력만을 요구하는 대안에 대해서는 아직도 신뢰하지 않는다간혹 그런 시도는 정확한 비난의 대상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려는 야비한 의도가 개입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회 속에서의 인간다움이라는 것이 인간이 타고난 본질적 특성이 아니라 

서로의 수행과 연기에 의해 주어지는 것

김현경(인류학자)

 

어쨌든편견과 거부감이 뚜렷하지 않아서혹은 타인의 취향에 원체 별 관심이 없는 게으른 성격 탓에 불편하거나 불쾌한 경험 없이 잘 지냈다때가 되면 의례히 대성당 앞에서 LGBT(2000년 당시축제나 퍼레이드 모임도 있었고화를 내며 뛰어나와 저지하거나 욕설하는 이들을 목격한 적도 없었다오히려 좀 더 나이가 들어 돌아 온 한국 사회에서 재적응해 살면서소위 커밍아웃을 하거나 아웃팅을 당한 이들이 참으로 지난하고 고단한 폭력의 세월을 견디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원하는 사회상과 역사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나는 원체 거대한 꿈을 갖는 일조차 번거롭게 생각하는 대책 없이 게으른 성격이라언제나 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것보다(for), 불편하고 견디기 힘든 것들이 사라지는 자잘한 소망들을 가지고 산다(from). 그러니 당연히 폭력차별억압혐오 등의 범죄들이 하루 빨리 사라지길 바라고마땅한 법률제도사회문화 등등 모든 형태로 금지처벌지양되길 바란다.

 

그래서 특정한 계급인종국적성별의 소수 주인공들의 지배 구조가 현실이든 문학이든 별반 달갑지 않다모두가 주인공인 그런 세상이 현실이면 제일 좋겠고 가끔은 그런 문학도 만나고 싶다이 책은 뜻밖에 내 기대보다 더 많은 열두 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잘 들린다그런 구성이 뭉클하고 반갑다.



(sex, gendre)과 관련된 구분과 위계사회통념이 가하는 무겁고 오래된 억압갑갑하다고 느끼는 굴레들을 벗어나 관계 속의 나’ 말고 나 자신을 찾아내려는 노력소외되고 차별받지만 다 견디고 잘 살아간다는 강하고 단단한 삶유지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가족의 의미비동시성의 동시성그 혼재라고 볼 수밖에 없는 여러 고정관념들그 이외에 여러 내용들이 장대하고 유려한 서사로 깊은 강처럼 흐른다.

 

그런데 문장들은 경쾌한 운문 형태로 졸졸 흘러간다마침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그러다보면 아주 유창한 연설을 듣는 것인지누군가 암송해주는 시를 듣는 것인지 경계가 무뎌지기도 한다때로는 작가가 아주 긴 호흡으로 여러 질문을 던지면서 잘 따라 와보라고 말을 거는 듯도 하다그리고 작고 큰유쾌하고 진한 감동들이 반복된다. (이 파격적인 스타일을 에바리스토는 퓨전 픽션Fusion Fiction’이라 명명했는데문장의 시작과 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얻은 덕분에 각 인물의 머릿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고과거와 현재를 넘나들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난 희생자가 아니야,

절대 나를 희생자로 대하지마,

우리 엄만 날 희생자로 키우지 않았어. 91

 

이곳에 출근한 첫날부터 분명했던 건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 변호사나 정치가나 탐정처럼

차려입고 출근해야 한다는 것

근무 시간 내내 몸에 꼭 끼는 치마를 입고

아찔할 정도로 불안불안한 하이힐로 두 발을 꽁꽁 얽어 맨,

기적에 가까운 모습으로 일하는 여자들

상류층 대상 스트리퍼들이 신는 하이힐 속에

근육이 짓눌리고 뼈가 뒤틀리도록 발을 구겨 넣어야

잘 드러나는 성욕 자극 부위

그녀의 교육과 재능과 지성과 역량과

리더십 잠재력을 나타내기 위해

몸에 손상을 주어야 한다면,

좋다그래야지 200-201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라고 많은 이들의 이야기들을 더 듣고 싶다어떤 침묵은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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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간호사의 30일
김효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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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까진 완전히 낯설었던 새로운 단어, ‘태움’, 학습량도 근무량도 무시무시하지만 동종이나 유사업종에서 주목도 대우도 받지 못할 뿐더러 여러 몰상식하고 폭력적인 일들까지 겪어야하는 직업이 간호사였다니.

 

당시 통계로도 한국 사회에 간호 인력 10만 명 충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대체 의료체계가 붕괴되지 않고 어떻게 유지될 수 있었는지 황당하기 그지없던 기억이 난다그야말로 현행 인력들을 갈아 넣어 소모시키는 시스템의 잔인함이 숫자로 표현되니 끔찍했다당사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두지 않아 지금은 얼마나 상황이 개선되었는지 모르겠다.

 

지난달에는 코로나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어느 국립의료원에서 간호사가 5명밖에 없어 2교대 근무가 너무 힘들다고 제발 2명만 더 충원해달라고 하는 행정과장의 울음 섞인 다큐멘터리를 보았다병상이 수백 개인데아무리 위기상황예외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시스템이지 않나.



초천재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짜릿한 퍼즐을 풀 듯 흥미진진한 의학드라마 닥터 하우스 를 한 때 찬탄하며 열심히 보았다가만 반추해보니 분명이 등장했을 간호사들이 아무도 기억나지 않는다편견이란 것은 참으로 대단해서 보려고 하는 것보고 싶은 것아는 것이 아니면 많은 것들을 열 외로비가시적인 대상으로 아주 손쉽게 선별 구분해 버린다.

 

그러나 멈추면 당장 불편해지고 급기야 재앙이 닥칠 꼭 필요한 일들을 비는 시간 없이 하며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수많은 직업들과 종사자들 일선최전선의 의료진들소방관들 등등 상세 목록은 한없이 길어질 것이다 은 더 많이 보이고 들리고 요구 조건들이 수용되어야 한다.



퇴사하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루는 환자에게 이제 퇴사하실게요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간호사는 병원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모델이 아니라 환자의 치료를 돕는 의료인이다.

 

한번 터진 욕설은 폭포처럼 계속되었으나 나는 묵묵히 채혈을 한다.

뭐 이런 일이야 허다하니 항상 듣고 넘기지만 오늘따라 더 속상했다.

 

친구와 가족과 친척이 의료직에 종사한다다들 고집쟁이라 응급의학과심장외과 의사로그리고 응급구조사였다가 이 책의 저자처럼 권역응급센터에서 근무한다지난 세월 만날 때마다 들을 이야기도 많지만힘든 이야기아픈 이야기 보다는 함께 웃을 수 있는가만히 생각하게 하는 일들을 늘려준다그래서 지루하고 의미 없고 보람 없는 여타의 많은 직업보다 좋은 점이 있다는 그런 무신경한 말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가장 힘든 자신만의 전투를 매일 치르며 견디고 또 견디는 것이 살아가는 일인데어째 나이가 들어도 현명해지기는커녕 유치찬란하게 자꾸만 이런 저런 구분을 지으려 한다저자의 글에서 내 지인들의 목소리를 겹쳐 들으며 이 책을 읽었다그런 황망한 매일에도 말끔한 드로잉과 담담한 글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에 부끄럽고 감탄했다매일 절박한 누군가를 도우면서도 저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그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을까?’

 

마지막으로 뜻밖에 부록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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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가난 - 아프리카는 왜 아직 가난한가?
윤영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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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아프리카란 첫 인류의 탄생지니 인류 모두의 고향이라는 단순한 개념적 의미와오랜 세월 소위 백인국가들에게 수탈당하고 여전히 이용당해서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더할 수 없이 복잡하고 빈부격차는 지옥과 같다는 정보로 존재하는 곳이었다지인들이 해비타트 운동이나 상수도를 설치하는 일에 관여하기도 해서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대책 없는 그런 이미지로도 존재했다.




실제 방문한 경험은 단 한 번이다.2000년 대 초반 영국 유학 당시내 생일을 핑계로 친구들이 이집트를 다녀오자고 한 충동적인 제안을 했는데 그걸 덥석 받아들였다 별 생각이 없었다그저 우울하기 그지없는 겨울 영국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았던 듯준비 기간 중에 미리 이런저런 백신을 맞고 다소 위협적인 경고를 들어야했다이동하면서는 생각보다 유럽에서 엄청 가깝구나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며 도착했다그러나 생애 처음 방문한 이집트는 신비로운 피라미드와 신화들 대신 폐허와 최악의 모래바람으로 환영해줘서(?) 나는 튀어나오는 욕을 얼른 삼켜야했을 정도로 실망을 했다 이름다운 이집트 유적들은 모두 영국박물관에 전시 중피라미드가 실내장식이었다면 그것도 떼어다 놨을 거라고 영국식민주의자들에 분노했다.

 

저자의 대단한 이력에 합당하게 포괄적으로 조사되고 제기된 내용들이 가득하다전혀 몰랐던 내용들잘 몰랐던 내용들오해했던 내용들관심이 많이 가는 내용들이 골고루 있으니독자가 집중할 선택지는 아주 넓다고 본다나로서는 빈곤과 후원의 문제에 대해 오래 잘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 지점들이 있어서관련 내용을 열심히 찾아보았다아주 오랫동안 선의의 후원이라고는 하지만 그 후원 탓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돌려져야할 관심과 노력이 가려진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고당장의 도움은 늘 필요한 것이니 후원 역시 지속되어야만 한다는 의견도 듣는다얼마나 큰 스케일의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존재할 것이며매듭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나는 상상도 안 되지만저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열심히 읽어 보았다.



적어도 내가 이제껏 들었던 다른 어떤 논거보다도 충실한저자가 들려주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들은 귀중한 자료로서의 가치가 앞으로도 충분할거라 생각되어여전히 두서없이 떠오른 생각을 적는 순간에도 저자의 경험과 노력이 참 귀하고 존경스럽단 마음이 더 커진다관광지도 동정의 대상도 아닌 삶터로서의 아프리카에 대해 배우고 이해할 드문 기회이다적어도 내게는 처음 만난 기회이다.



TV를 틀면 아프리카 기부 캠페인을 흔히 볼 수 있다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병든 아이들의 영상과 함께 월 1만 원의 후원이 이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시청자의 동정심을 한껏 자극한다앞 다투어 후원의 손길을 보낸다저자의 질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돕겠다는 손길은 많은데 왜 아무도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는가그저 선한 동기로 내미는 도움의 손길이 아프리카의 가난을 해결하는 본질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1. 원조만 있고 개발은 없다

아프리카 대륙은 국제개발원조 수혜대상으로 부동의 1위다사하라이남 지역 정부수입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2018년의 경우 이 지역 원조액이 OECD를 통해 공식집계된 것만 5033000만 달러다같은 기간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액 3358000만 달러에 비해 월등히 많다저자는 아프리카 저개발 지속이 원조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원조 때문이라는 비판적 시간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2. 고개 드는 원조 무용론

잠비아 출신의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원조는 해악이라고 주장한다정부 주도의 현금성 공적원조는 부패할 수 밖에 없으며더 나아가 사회자본과 외국인 투자를 저해한다고 비판한다뉴욕대 윌리엄 이스털리 교수는 조금은 관대한 원조 무용론을 펼친다그는 서방 선진국들의 무능력을 비판한다현지 사정을 감안한 전략적 고려 없이 양적 투입애만 집착한다는 것이다그는 아프리카 원조를 두배 늘렸다고 G8 국가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를 제작비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고 일침을 가한다스코틀랜드 철학자 윌리엄 맥어스킬도 원조의 비효율적인 부분과 효율적인 부분을 냉정하게 분별해 효율적인 원조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원조로 인해 위축되는 개발의지

원조가 국내의 개발재원을 밀어내는 이른바 원조의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도 문제로 지적된다원조액이 클수록 국내에서 거둬들이는 정부수입이 주는 경향을 보인다대외원조를 받게 되면 그만큼 정부가 세수확충 노력을 덜하게 된다는 것이다국내저축과 민간투자 등도 원조 증가에 반비례한다공여국마다 원조에 대한 비전과 목표전략이 제각각이다따라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고려할 수 밖에 없으며결국 자국에 가장 이윤이 남는 쪽을 택하게 된다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틈바구니 속에서 공여를 받는 나라의 입장을 고려한 자발적 협력도 사실상 요원하다결국 원조를 받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수동적으로 현금성 원조를 수용할 것이 아니라명확한 국가개발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개발재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4. 결국 정책 부재가 문제

대부분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 현실에 대해 “This is Africa”라고 한탄한다아프리카의 부정적 행동양식을 태생적이고 불가변적인 것으로 비하하는 것이다하지만 저자는 아프리카의 빈곤은 정책실패의 결과이며정책의 실패는 지도자와 관료의 실패일 뿐 아프리카의 실패는 아니라고 강조한다그는 아프리카의 가난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가 아니다라면서 올바른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면 바로잡을 수 있는 불균형 상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그런 점에서 정치지도자와 관료들은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빈곤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며칠 힘을 내어 따라 읽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경제 에세이로서 내용 자체가 방대합니다그래도 전혀 몰랐던 것에 비해 윤곽은 조금 잡힙니다다른 분석 내용들과 함께 고려해볼 수 있게 되면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지겠지요정책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자로서는 이렇게 좋은 자료를 만나도 스스로 학습과 이해로 마무리되는 점이 자주 아쉽습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각자도생하는 세계가 된 듯하지만언젠가 저자의 바람과 희망처럼 한국과 아프리카가 상생의 경제협력을 탄탄하게 이루게 되면 좋겠습니다그렇게 되면 그때는 예전 무모한 여행처럼 과거로부터 남겨진 유적과 신화가 아니라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를 보고 싶어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기분으로 다시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그런 희망 속 상상을 품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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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연애사용설명서
염채원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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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쉬운 일이라고 얘기하지 않은 인간관계온갖 극적이고 강렬한 인간사의 이유와 배후가 되는 비중 높은 사건이 연애이다연애결혼이라는 것이 비교적 근대서양의 문화 양식임에도 불구하고언제나 그래왔듯이 인류와 연애에 대한 규범과 평가와 기타 등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전승재생산된다

 

나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공공연히 드러내거나 발표하지는 않았지만언젠가는 My one and only, 운명의 상대를 찾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연애를 할 거라는 상상과 희망을 꾸준히 내재한 채 살아왔다단지 연애보다 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던 탓에타인과 지나치게 친밀하게 되는 관계가 편하지도 않고노력에 비해 그다지 즐겁거나 행복해지기 어려운 낭비가 심한 일이라 생각되어 점차 관심이 멀어져 갔다.

 

첫눈에 반하거나 운명을 느끼거나 하는 상대를 만나지 못했지만 크게 실망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았다그저 때론 궁금했다해가 갈수록 사적인 공간을 누구와 나눠 사는 일이 상상 속에서도 불가능하게 느껴져서인지 연애하지 않은 상태가 외롭지도 않았다늘 좋은 친구들과 동료들이 있었고말끔하게 분류되고 숨 쉬기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는 그런 관계들이 딱좋았다.

 

더구나 자본산업사회의 상품으로 가장 잘 팔리는 게 연애이고 사랑이라미디어 가득 연애 이야기만 주구장창 나오는지라 연애가 연관된 모든 것들이 자주 지긋지긋했다긴 인생에서 훨씬 더 중요한 관계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가 우정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 독점배타적 소유집중과 집착을 기본으로 하는 연애를 삶의 중심으로 놓는 문화가 관계도 당사자의 존재도 점차 작아지게 할 것 같아 뜻 없이 불안하고 안타까웠다.

 

잠시 아름다운 포장을 걷고 보면, 1차적 인간관계인 가족 역시 기본적인 구성이 위계적이고 애증과 부채감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당연히 수평적 대화도 관계도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그에 반해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거나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를 만나 친구가 되면 정말이지 무척 반갑고 행복하다필요한 공감과 위로당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요.

 

연애사용설명서를 읽고 연애 하지마라연애 안하면 어떠냐이런 글을 쓰는 듯해 길을 잘못 들어 어정쩡해진 느낌이다어쨌든또 하나 연애가 무시무시한 점은 아마도 연애뿐만이 아니라 타인과 어떤 방식의 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가 그럴진대 타인을 알아가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무시무시한 경험이라는 점이다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며 살았다타인이 굳이 알려주려 하지 않아도 투영되는 내 전면이 거울에 반사되는 것을 눈도 못 돌리고 고스란히 봐야하는 당혹감이라니그래도 그런 경험을 통해 완벽하게 도망갈 수 없다면 점차 자신을 객관화하게 되고찬찬히 살펴보게 되고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뿐 아니라 가치판단도 다듬고 고치게 된다단지 그 과정은 정말 여러모로 힘겹다.

 

이제는 실패한 연애들에 대한 회환도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도 흐릿해질 정도로 체력과 호르몬이 부족해서 예전 같은 동력으로 사람을 만날 수는 없다그래서인지 연애결혼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얻거나 팁을 배운다거나 하는 기대보다는 사람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의 엄중함에 대해 그리고 그 막막한 어려움에 대해 절실하게 배우고 싶다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고 졸업도 시켜주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여 미래로 이어지는 딜레마들을 분석하고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책이라 기대도 높았고 그런 내용을 들려준다는 점이 마냥 고마웠다정말 지겹지만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릴 적 해소되지 않고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미해결 과제이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 거듭 고찰한다그렇다고 매번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그래도 모든 길잡이는 제 역할을 하는 법이다.

 

사람들에게 솔직하려면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옳다고 자주 착각을 합니다.

나는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내가 생각했던 나의 반응과 나의 진짜 모습은 다르다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언제부터 나는 진실된 사람이고타인의 진실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요.

 

주류심리학적인 방법들도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고 그 외에도 활용 가능한 툴수단들이 독자의 선택지를 넓게 잡아 제공되고 있다 - 양가감정ambivalence, 고슴도치딜레마신경호르몬의 작용낭만적 신념romantic beliefs, 후광효과halo effect 각자가 실험해보고 싶은 것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더 찬찬히 읽으면 좋을 것이다누군가의 연애에 잘 사용되는 설명서로 명성을 얻으면 좋겠다고 응원한다.




"내가 나 자신을 위하지 않는다면누가 나를 위할 것인가?

내가 나 자신을 위한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면나는 누구인가?

지금이 아니면언제 란 말인가?"

랍비 힐렐,선조들의 어록』 1장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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