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간호사의 30일
김효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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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까진 완전히 낯설었던 새로운 단어, ‘태움’, 학습량도 근무량도 무시무시하지만 동종이나 유사업종에서 주목도 대우도 받지 못할 뿐더러 여러 몰상식하고 폭력적인 일들까지 겪어야하는 직업이 간호사였다니.

 

당시 통계로도 한국 사회에 간호 인력 10만 명 충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대체 의료체계가 붕괴되지 않고 어떻게 유지될 수 있었는지 황당하기 그지없던 기억이 난다그야말로 현행 인력들을 갈아 넣어 소모시키는 시스템의 잔인함이 숫자로 표현되니 끔찍했다당사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두지 않아 지금은 얼마나 상황이 개선되었는지 모르겠다.

 

지난달에는 코로나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어느 국립의료원에서 간호사가 5명밖에 없어 2교대 근무가 너무 힘들다고 제발 2명만 더 충원해달라고 하는 행정과장의 울음 섞인 다큐멘터리를 보았다병상이 수백 개인데아무리 위기상황예외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시스템이지 않나.



초천재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짜릿한 퍼즐을 풀 듯 흥미진진한 의학드라마 닥터 하우스 를 한 때 찬탄하며 열심히 보았다가만 반추해보니 분명이 등장했을 간호사들이 아무도 기억나지 않는다편견이란 것은 참으로 대단해서 보려고 하는 것보고 싶은 것아는 것이 아니면 많은 것들을 열 외로비가시적인 대상으로 아주 손쉽게 선별 구분해 버린다.

 

그러나 멈추면 당장 불편해지고 급기야 재앙이 닥칠 꼭 필요한 일들을 비는 시간 없이 하며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수많은 직업들과 종사자들 일선최전선의 의료진들소방관들 등등 상세 목록은 한없이 길어질 것이다 은 더 많이 보이고 들리고 요구 조건들이 수용되어야 한다.



퇴사하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루는 환자에게 이제 퇴사하실게요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간호사는 병원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모델이 아니라 환자의 치료를 돕는 의료인이다.

 

한번 터진 욕설은 폭포처럼 계속되었으나 나는 묵묵히 채혈을 한다.

뭐 이런 일이야 허다하니 항상 듣고 넘기지만 오늘따라 더 속상했다.

 

친구와 가족과 친척이 의료직에 종사한다다들 고집쟁이라 응급의학과심장외과 의사로그리고 응급구조사였다가 이 책의 저자처럼 권역응급센터에서 근무한다지난 세월 만날 때마다 들을 이야기도 많지만힘든 이야기아픈 이야기 보다는 함께 웃을 수 있는가만히 생각하게 하는 일들을 늘려준다그래서 지루하고 의미 없고 보람 없는 여타의 많은 직업보다 좋은 점이 있다는 그런 무신경한 말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가장 힘든 자신만의 전투를 매일 치르며 견디고 또 견디는 것이 살아가는 일인데어째 나이가 들어도 현명해지기는커녕 유치찬란하게 자꾸만 이런 저런 구분을 지으려 한다저자의 글에서 내 지인들의 목소리를 겹쳐 들으며 이 책을 읽었다그런 황망한 매일에도 말끔한 드로잉과 담담한 글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에 부끄럽고 감탄했다매일 절박한 누군가를 도우면서도 저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그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을까?’

 

마지막으로 뜻밖에 부록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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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가난 - 아프리카는 왜 아직 가난한가?
윤영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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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아프리카란 첫 인류의 탄생지니 인류 모두의 고향이라는 단순한 개념적 의미와오랜 세월 소위 백인국가들에게 수탈당하고 여전히 이용당해서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더할 수 없이 복잡하고 빈부격차는 지옥과 같다는 정보로 존재하는 곳이었다지인들이 해비타트 운동이나 상수도를 설치하는 일에 관여하기도 해서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대책 없는 그런 이미지로도 존재했다.




실제 방문한 경험은 단 한 번이다.2000년 대 초반 영국 유학 당시내 생일을 핑계로 친구들이 이집트를 다녀오자고 한 충동적인 제안을 했는데 그걸 덥석 받아들였다 별 생각이 없었다그저 우울하기 그지없는 겨울 영국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았던 듯준비 기간 중에 미리 이런저런 백신을 맞고 다소 위협적인 경고를 들어야했다이동하면서는 생각보다 유럽에서 엄청 가깝구나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며 도착했다그러나 생애 처음 방문한 이집트는 신비로운 피라미드와 신화들 대신 폐허와 최악의 모래바람으로 환영해줘서(?) 나는 튀어나오는 욕을 얼른 삼켜야했을 정도로 실망을 했다 이름다운 이집트 유적들은 모두 영국박물관에 전시 중피라미드가 실내장식이었다면 그것도 떼어다 놨을 거라고 영국식민주의자들에 분노했다.

 

저자의 대단한 이력에 합당하게 포괄적으로 조사되고 제기된 내용들이 가득하다전혀 몰랐던 내용들잘 몰랐던 내용들오해했던 내용들관심이 많이 가는 내용들이 골고루 있으니독자가 집중할 선택지는 아주 넓다고 본다나로서는 빈곤과 후원의 문제에 대해 오래 잘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 지점들이 있어서관련 내용을 열심히 찾아보았다아주 오랫동안 선의의 후원이라고는 하지만 그 후원 탓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돌려져야할 관심과 노력이 가려진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고당장의 도움은 늘 필요한 것이니 후원 역시 지속되어야만 한다는 의견도 듣는다얼마나 큰 스케일의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존재할 것이며매듭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나는 상상도 안 되지만저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열심히 읽어 보았다.



적어도 내가 이제껏 들었던 다른 어떤 논거보다도 충실한저자가 들려주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들은 귀중한 자료로서의 가치가 앞으로도 충분할거라 생각되어여전히 두서없이 떠오른 생각을 적는 순간에도 저자의 경험과 노력이 참 귀하고 존경스럽단 마음이 더 커진다관광지도 동정의 대상도 아닌 삶터로서의 아프리카에 대해 배우고 이해할 드문 기회이다적어도 내게는 처음 만난 기회이다.



TV를 틀면 아프리카 기부 캠페인을 흔히 볼 수 있다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병든 아이들의 영상과 함께 월 1만 원의 후원이 이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시청자의 동정심을 한껏 자극한다앞 다투어 후원의 손길을 보낸다저자의 질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돕겠다는 손길은 많은데 왜 아무도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는가그저 선한 동기로 내미는 도움의 손길이 아프리카의 가난을 해결하는 본질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1. 원조만 있고 개발은 없다

아프리카 대륙은 국제개발원조 수혜대상으로 부동의 1위다사하라이남 지역 정부수입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2018년의 경우 이 지역 원조액이 OECD를 통해 공식집계된 것만 5033000만 달러다같은 기간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액 3358000만 달러에 비해 월등히 많다저자는 아프리카 저개발 지속이 원조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원조 때문이라는 비판적 시간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2. 고개 드는 원조 무용론

잠비아 출신의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원조는 해악이라고 주장한다정부 주도의 현금성 공적원조는 부패할 수 밖에 없으며더 나아가 사회자본과 외국인 투자를 저해한다고 비판한다뉴욕대 윌리엄 이스털리 교수는 조금은 관대한 원조 무용론을 펼친다그는 서방 선진국들의 무능력을 비판한다현지 사정을 감안한 전략적 고려 없이 양적 투입애만 집착한다는 것이다그는 아프리카 원조를 두배 늘렸다고 G8 국가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를 제작비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고 일침을 가한다스코틀랜드 철학자 윌리엄 맥어스킬도 원조의 비효율적인 부분과 효율적인 부분을 냉정하게 분별해 효율적인 원조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원조로 인해 위축되는 개발의지

원조가 국내의 개발재원을 밀어내는 이른바 원조의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도 문제로 지적된다원조액이 클수록 국내에서 거둬들이는 정부수입이 주는 경향을 보인다대외원조를 받게 되면 그만큼 정부가 세수확충 노력을 덜하게 된다는 것이다국내저축과 민간투자 등도 원조 증가에 반비례한다공여국마다 원조에 대한 비전과 목표전략이 제각각이다따라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고려할 수 밖에 없으며결국 자국에 가장 이윤이 남는 쪽을 택하게 된다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틈바구니 속에서 공여를 받는 나라의 입장을 고려한 자발적 협력도 사실상 요원하다결국 원조를 받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수동적으로 현금성 원조를 수용할 것이 아니라명확한 국가개발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개발재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4. 결국 정책 부재가 문제

대부분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 현실에 대해 “This is Africa”라고 한탄한다아프리카의 부정적 행동양식을 태생적이고 불가변적인 것으로 비하하는 것이다하지만 저자는 아프리카의 빈곤은 정책실패의 결과이며정책의 실패는 지도자와 관료의 실패일 뿐 아프리카의 실패는 아니라고 강조한다그는 아프리카의 가난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가 아니다라면서 올바른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면 바로잡을 수 있는 불균형 상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그런 점에서 정치지도자와 관료들은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빈곤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며칠 힘을 내어 따라 읽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경제 에세이로서 내용 자체가 방대합니다그래도 전혀 몰랐던 것에 비해 윤곽은 조금 잡힙니다다른 분석 내용들과 함께 고려해볼 수 있게 되면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지겠지요정책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자로서는 이렇게 좋은 자료를 만나도 스스로 학습과 이해로 마무리되는 점이 자주 아쉽습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각자도생하는 세계가 된 듯하지만언젠가 저자의 바람과 희망처럼 한국과 아프리카가 상생의 경제협력을 탄탄하게 이루게 되면 좋겠습니다그렇게 되면 그때는 예전 무모한 여행처럼 과거로부터 남겨진 유적과 신화가 아니라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를 보고 싶어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기분으로 다시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그런 희망 속 상상을 품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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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연애사용설명서
염채원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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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쉬운 일이라고 얘기하지 않은 인간관계온갖 극적이고 강렬한 인간사의 이유와 배후가 되는 비중 높은 사건이 연애이다연애결혼이라는 것이 비교적 근대서양의 문화 양식임에도 불구하고언제나 그래왔듯이 인류와 연애에 대한 규범과 평가와 기타 등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전승재생산된다

 

나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공공연히 드러내거나 발표하지는 않았지만언젠가는 My one and only, 운명의 상대를 찾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연애를 할 거라는 상상과 희망을 꾸준히 내재한 채 살아왔다단지 연애보다 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던 탓에타인과 지나치게 친밀하게 되는 관계가 편하지도 않고노력에 비해 그다지 즐겁거나 행복해지기 어려운 낭비가 심한 일이라 생각되어 점차 관심이 멀어져 갔다.

 

첫눈에 반하거나 운명을 느끼거나 하는 상대를 만나지 못했지만 크게 실망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았다그저 때론 궁금했다해가 갈수록 사적인 공간을 누구와 나눠 사는 일이 상상 속에서도 불가능하게 느껴져서인지 연애하지 않은 상태가 외롭지도 않았다늘 좋은 친구들과 동료들이 있었고말끔하게 분류되고 숨 쉬기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는 그런 관계들이 딱좋았다.

 

더구나 자본산업사회의 상품으로 가장 잘 팔리는 게 연애이고 사랑이라미디어 가득 연애 이야기만 주구장창 나오는지라 연애가 연관된 모든 것들이 자주 지긋지긋했다긴 인생에서 훨씬 더 중요한 관계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가 우정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 독점배타적 소유집중과 집착을 기본으로 하는 연애를 삶의 중심으로 놓는 문화가 관계도 당사자의 존재도 점차 작아지게 할 것 같아 뜻 없이 불안하고 안타까웠다.

 

잠시 아름다운 포장을 걷고 보면, 1차적 인간관계인 가족 역시 기본적인 구성이 위계적이고 애증과 부채감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당연히 수평적 대화도 관계도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그에 반해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거나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를 만나 친구가 되면 정말이지 무척 반갑고 행복하다필요한 공감과 위로당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요.

 

연애사용설명서를 읽고 연애 하지마라연애 안하면 어떠냐이런 글을 쓰는 듯해 길을 잘못 들어 어정쩡해진 느낌이다어쨌든또 하나 연애가 무시무시한 점은 아마도 연애뿐만이 아니라 타인과 어떤 방식의 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가 그럴진대 타인을 알아가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무시무시한 경험이라는 점이다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며 살았다타인이 굳이 알려주려 하지 않아도 투영되는 내 전면이 거울에 반사되는 것을 눈도 못 돌리고 고스란히 봐야하는 당혹감이라니그래도 그런 경험을 통해 완벽하게 도망갈 수 없다면 점차 자신을 객관화하게 되고찬찬히 살펴보게 되고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뿐 아니라 가치판단도 다듬고 고치게 된다단지 그 과정은 정말 여러모로 힘겹다.

 

이제는 실패한 연애들에 대한 회환도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도 흐릿해질 정도로 체력과 호르몬이 부족해서 예전 같은 동력으로 사람을 만날 수는 없다그래서인지 연애결혼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얻거나 팁을 배운다거나 하는 기대보다는 사람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의 엄중함에 대해 그리고 그 막막한 어려움에 대해 절실하게 배우고 싶다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고 졸업도 시켜주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여 미래로 이어지는 딜레마들을 분석하고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책이라 기대도 높았고 그런 내용을 들려준다는 점이 마냥 고마웠다정말 지겹지만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릴 적 해소되지 않고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미해결 과제이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 거듭 고찰한다그렇다고 매번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그래도 모든 길잡이는 제 역할을 하는 법이다.

 

사람들에게 솔직하려면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옳다고 자주 착각을 합니다.

나는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내가 생각했던 나의 반응과 나의 진짜 모습은 다르다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언제부터 나는 진실된 사람이고타인의 진실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요.

 

주류심리학적인 방법들도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고 그 외에도 활용 가능한 툴수단들이 독자의 선택지를 넓게 잡아 제공되고 있다 - 양가감정ambivalence, 고슴도치딜레마신경호르몬의 작용낭만적 신념romantic beliefs, 후광효과halo effect 각자가 실험해보고 싶은 것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더 찬찬히 읽으면 좋을 것이다누군가의 연애에 잘 사용되는 설명서로 명성을 얻으면 좋겠다고 응원한다.




"내가 나 자신을 위하지 않는다면누가 나를 위할 것인가?

내가 나 자신을 위한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면나는 누구인가?

지금이 아니면언제 란 말인가?"

랍비 힐렐,선조들의 어록』 1장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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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직업을 고른다면 - 구글부터 테슬라까지 10대가 꼭 알아야 할 4차 산업혁명 지식 더하기 진로 시리즈 7
신지나 지음 / 다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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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 계산기에 감탄하고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C-언어를 따로 배워야했고 도스 체제의 컴퓨터에 익숙해지고 나는 이런 과정을 거친 세대이다윈도우 체제가 되자학과 교수님은 이제 바보라도 누구라도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공언하시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학과 홈페이지를 본인이 직접 만들어 그곳에 강의 자료와 시험 일정성적 등을 올려 소통하고자 하셨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나는 데스크톱에서 랩톱으로 빠르게 옮겨갔고 HP에서 토시바소니 등의 초기 랩톱 회사들의 명멸을 지켜보며 여태껏 학업도 유학도 업무도 이어오고 있다어쨌든 나는 컴퓨터 관련 여러 자격증들이 요구되던 시절을 살았으며 그 탓에 얼마간 골치를 썩기도 했는데, 2000년대에 태어난 조카들은 신기하게도 어깨 너머로 구경하다 어느 새 컴퓨터쯤은 익숙하게 해낸다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한글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부터 스마트폰에 관해서는 독보적인 이용 능력을 보였다.

 

그리고 한 5년 쯤 전부터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던 사물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자율주행 등의 분야들이 주도하게 될 새로운 산업 시대가 뉴스로 따라가기에도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신기술은 신제품들에 빠른 주기로 적용되고 교체되며 이용자들의 첨단 기술 적응 능력에 도전하는 듯도 하다나로서는 이제 더 이상은 내 일상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는 기술과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는 경계선이 있고, 남은 삶에 있어서도 새로운 도전 자체가 생존과 연계되지 않을 나이기도 하지만 지금 성장하는 세대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단지 소비자로서만이 아니라 미래 자신의 삶 전반이 첨단기술을 떨어뜨릴 수 없는 사회에서 생산자로서 직업을 구할 기회가 특정 기술에 좌우될 수도 있을 것이며미래 4차 산업 시대의 문제는 단순히 기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조정과 개혁과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즉 삶의 양식 모두가 뒤바뀔 수도 있고 그 속도가 생각보다 임박해올 수도 있을 것이다더구나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혁명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의 융합이 그것이다즉 학문의 경계도 직업 세계의 경계도 더 이상 단선적으로 인지할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다.



인공지능은 음성인식 스피커스마트워치헬스케어 등 일부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제조교육서비스물류 등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미래의 생활을 변화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31

 

앞으로는 인간을 닮은 로봇에게 심리 상담을 받고자산투자계획을 의논하고미래 직업을 상의하는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47

 

사물인터넷 프로그래머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전문가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협업을 이끌어 내어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지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만약에 초기에 프로그램을 잘못 설계하면 해당 사물인터넷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해킹에 취약한 프로그램을 설계하면 위험한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따라서 전반적인 사물인터넷 프로그램의 목적을 이해하고 리스크 요인과 비용 등을 총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91

 

비즈니스 뉴스를 보면 자주 보게 되는 신조어가 있다바로 이다팡은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의 약자로서, ICT 대표기업이자 21세기의 세계경제를 이끌고 가는 기업들이다공교롭게도 모두 빅데이터를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76

 

미래세계를 소재로 하는 수많은 영화들이 대부분 견지한 분위기는 결코 희망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언제나 디스토피아적 요소들과 장면들이 압도적이었다하지만 그런 영화 속의 세상을 정말로 원해서 그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 이는 누구도 없을 것이다어쩌면 인류는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전 세계적인 소통을 이미 가능하게 구축해 놓았고그 덕분에 앞으로의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다양한 진화가 이루어져서 체온보다 따뜻한 인간적인 세상을 비로소 만들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희망하고 싶다.

 

미래의 에너지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사회에 기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각종 친환경 에너지원을 이해하고 개발해서 실생활에 적용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에너지공학신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는 영역건물이나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참여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제공하도록 기획하는 건축도시 에너지 기획자 등 다양한 역할이 있다. 124-125

 

이 책은 소재의 첨단성과 주제의 진지함을 가진 청소년 독자를 위한 도서이다나는 우리 집 큰 꼬맹이 청소년 독자와 함께 재밌게 읽고 얘기 나누고 싶다는 기대를 품고 이 책을 읽었다내게는 큰 의미 없는 롤 모델 찾기’, ‘직접 해보는 진로 찾기 활동지가 그 친구에겐 흥미로운 자료라 좋았다.

 

기초적이지만 중요한 것들을 잘 선별해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한 서적 자료이다교과목이 아닌 도서로 청소년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좋은 참고도서도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현장에서 라이브로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들은 정말 흥미로웠다아주 영리하게 소재들을 독특하게 배치한 점도 마음에 든다.

 

이 책의 소제목처럼 기후 재앙이 인류의 삶을 더 망가뜨리기 전에 누구나 지금은 신재생에너지 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내가 지금 진로를 찾는 청소년이라면 나는 에너지 설계 전문가가 되고 싶다새삼 높아져버린 숫자의 나이가 아프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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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 : 의학·과학 편 - 팬데믹 시대에 현대인을 위한 생존법은 무엇인가 차이나는 클라스 5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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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도 아닌 종편 방송사에서 연출한 프로그램이 상당한 전문적 지식과 다양한 분야로 무척이나 긍정적인 호응을 얻었다오락 프로그램에 살짝 교양을 입힌 것도 아니고 각 분야에서 최소 개학 교수급 패널혹은 최정상의 연구진들이 해당 분야의 최신 정통 정보를 제공한다말장난이나 수다에 도무지 재미를 못 느끼는 시청자들이 다른 형태의 재미나 시간 때우기로 시청하기에는 그 수준이 벅찰 정도이다드라마 대본도 아니고 원작 소설도 아닌 교양 프로그램 주제들이 급기야 시리즈물로 출간되었다그리고 이번에는 의학과 과학이다.



오늘날 인류는 반 강제적인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전 인류를 위협한 역사 속 바이러스 전염병 이야기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조언한다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마스크를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만든 미세먼지를 비롯해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공산품에 포함된 독성 물질나노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경고한다플라스틱 용기영수증 용지아이들의 장난감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가 피부로 접촉하는 제품들 속에 포함된 환경 호르몬의 위험성과 신체에 쌓이는 바디 버든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 설파한다.

 

사이비 의학과 과학이 과거의 거래나 오판으로 인해 법적 타당성과 사회적 용인을 받은 세월이 길고 긴 환경에서그 어느 때보다 의학과 과학에 대한 검증된 정보와 사고방식이 필요한 시절을 산다한국적 분위기에 더해 건강염려증으로 거의 매일 이런저런 걱정에 시달리는 요즘이지만현실의 절박함과 엄중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직도 공영방송 프로그램에서조차 쇼닥터가 출연해 약품이나 식품 홍보를 한다고 하니 인간 세상의 도를 지나친 무지와 발랄함에 항복 선언을 하는 쪽이 속편하겠단 생각도 든다.

 

프로그램의 메인 프로듀서인 신예리 보도제작국장은 잘못된 정보에 대한 맹신이 나와 남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는 걸 절감하는 이 시기에 꼭 한 번 짚어봐야 할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라며 출간의 의의를 전한다.

 

동업자들인지 유사 사기꾼들인지 그런 류의 방송과 결을 같이하는 사이비 의학과학정보들도 무분별하게 카톡거린다어쩌다 맹신하는 이들이 주변에 나타나면 완치 가능성이 아주 없는 병에 걸려 투병 중이라면 나도 얼마나 제 정신을 유지할지 장담할 순 없지만 그저 무시하자던 무사태평한 마음에도 불안이 인다가능한 한 올바른 정보와 과학적 사고방식이 절실한 때이다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도 이 책도 참 유익한 의지처이다열심히 보고 읽는다고 해서 잘 기억하는가는 별 문제이지만.

 

일상이 우울하고 미래가 암담하니 가급적 현실의 어려움들불편함에서 눈을 돌리고 싶은 때가 많다하지만 아무리 부정해봐야 반갑지 않은 질문들은 계속 질문되어야 하고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지도 서로 계속 물어봐야 하고불편한 사실들도 직시되어야 한다그래서 또 읽고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의학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두 줄기가 있어요한 줄기는 새로운 치료법을 많이 개발한 것이죠다른 한 줄기는 우리가 지금 행하고 있는 의료 기술에서 오류를 끊임없이 발견하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이었어요어떻게 보면 의료사고나 의료적 오류는 의학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의학은 오류의 역사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의학적 오류가 존재하는 분야입니다그러한 사고와 오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죠그동안 의학이 어떻게 이 문제와 싸워왔는지어떻게 의료사고 문제를 해결해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죠.” 박종훈, ‘병원은 환자를 살리는 곳인가

 

주제의 전문성이 강하다고 해서 읽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아마도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 할그리고 가장 주목해야할 소재를 네 가지씩 정해서 각각을 네 개의 질문들과 답변들로 전개한다시각 자료들도 풍부하고 내용이 알찬 만큼 가독성을 높일 형식들을 많이 고민해서 구성했다아마도 정확히 계산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의 정보를 이런 비용을 주고 구입할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차이나는 클라스의학·과학 편은 바이러스암 등 치명적인 질병과 나노 물질환경 호르몬 등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물질 그리고 병원법의학 등 인체와 건강에 대한 과학 정보를 담고 있다그리고 제작인들의 면면이 이틀 정도 살펴봐도 여전히 흥미로울 만큼 어벤져스급이다타이틀도 몰랐던, ‘국가과학자인 연구원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 환경을 완전히 바꾼 실무능력자특히 2004년부터 판데믹을 예상하고 타미플루 1천만 명분 비축과 백신개발을 정부국회및 학계에 제안해왔고언론에 판데믹 위험을 경고하는 칼럼을 꾸준히 기고했다는 점에서 소름끼치는 감탄이 들었다.

 

흥미로운 미생물 사냥꾼도 있고나로서는 차별적으로 공들여 읽고 싶은 분야인 환경호르몬 분야의 연구원도 있다반갑게도 벌써 인체에 무해한 환경호르몬 대체물질과 실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환경 독성 물질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로서 대중을 위해 쉽게 쓴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지를 정확히 인지하고그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함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생활습관과 건강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피하는 최선의 선택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충분히 월척 도서이다.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혈액을 타고 이동해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이에요그 물질들이 혈관을 타고 돌다가 표적 기관의 호르몬 수용체와 결합하면 잠자고 있던 수용체가 활성화됩니다그 결과로 세포가 분열을 하거나 단백질을 만드는 등의 일을 해요그만큼 호르몬은 우리의 생명 유지에 굉장히 중요한 물질이에요그렇다면 환경 호르몬은 무엇일까요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가짜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명찬, ‘환경 호르몬누구냐 넌?’

 

그 외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최초 여성 소장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초대 원장인류 최대의 난제인 암의 70퍼센트는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종양내과 전문의결혼과 출산 그리고 간병으로 인한 8년간의 경력 단절을 딛고 세계적인 나노 독성학자로 자리매김해 3년 연속 세계 상위 1퍼센트 연구자로 선정된 분, ‘환자의 안전이 치료의 시작이라며 의료계의 오류에 대한 거침없는 해부를 강조하는 의사 등이 참여했다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공동 작업인데 이것이 바로 미디어방송의 힘인가새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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