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라스 : 의학·과학 편 - 팬데믹 시대에 현대인을 위한 생존법은 무엇인가 차이나는 클라스 5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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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도 아닌 종편 방송사에서 연출한 프로그램이 상당한 전문적 지식과 다양한 분야로 무척이나 긍정적인 호응을 얻었다오락 프로그램에 살짝 교양을 입힌 것도 아니고 각 분야에서 최소 개학 교수급 패널혹은 최정상의 연구진들이 해당 분야의 최신 정통 정보를 제공한다말장난이나 수다에 도무지 재미를 못 느끼는 시청자들이 다른 형태의 재미나 시간 때우기로 시청하기에는 그 수준이 벅찰 정도이다드라마 대본도 아니고 원작 소설도 아닌 교양 프로그램 주제들이 급기야 시리즈물로 출간되었다그리고 이번에는 의학과 과학이다.



오늘날 인류는 반 강제적인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전 인류를 위협한 역사 속 바이러스 전염병 이야기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조언한다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마스크를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만든 미세먼지를 비롯해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공산품에 포함된 독성 물질나노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경고한다플라스틱 용기영수증 용지아이들의 장난감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가 피부로 접촉하는 제품들 속에 포함된 환경 호르몬의 위험성과 신체에 쌓이는 바디 버든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 설파한다.

 

사이비 의학과 과학이 과거의 거래나 오판으로 인해 법적 타당성과 사회적 용인을 받은 세월이 길고 긴 환경에서그 어느 때보다 의학과 과학에 대한 검증된 정보와 사고방식이 필요한 시절을 산다한국적 분위기에 더해 건강염려증으로 거의 매일 이런저런 걱정에 시달리는 요즘이지만현실의 절박함과 엄중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직도 공영방송 프로그램에서조차 쇼닥터가 출연해 약품이나 식품 홍보를 한다고 하니 인간 세상의 도를 지나친 무지와 발랄함에 항복 선언을 하는 쪽이 속편하겠단 생각도 든다.

 

프로그램의 메인 프로듀서인 신예리 보도제작국장은 잘못된 정보에 대한 맹신이 나와 남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는 걸 절감하는 이 시기에 꼭 한 번 짚어봐야 할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라며 출간의 의의를 전한다.

 

동업자들인지 유사 사기꾼들인지 그런 류의 방송과 결을 같이하는 사이비 의학과학정보들도 무분별하게 카톡거린다어쩌다 맹신하는 이들이 주변에 나타나면 완치 가능성이 아주 없는 병에 걸려 투병 중이라면 나도 얼마나 제 정신을 유지할지 장담할 순 없지만 그저 무시하자던 무사태평한 마음에도 불안이 인다가능한 한 올바른 정보와 과학적 사고방식이 절실한 때이다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도 이 책도 참 유익한 의지처이다열심히 보고 읽는다고 해서 잘 기억하는가는 별 문제이지만.

 

일상이 우울하고 미래가 암담하니 가급적 현실의 어려움들불편함에서 눈을 돌리고 싶은 때가 많다하지만 아무리 부정해봐야 반갑지 않은 질문들은 계속 질문되어야 하고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지도 서로 계속 물어봐야 하고불편한 사실들도 직시되어야 한다그래서 또 읽고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의학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두 줄기가 있어요한 줄기는 새로운 치료법을 많이 개발한 것이죠다른 한 줄기는 우리가 지금 행하고 있는 의료 기술에서 오류를 끊임없이 발견하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이었어요어떻게 보면 의료사고나 의료적 오류는 의학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의학은 오류의 역사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의학적 오류가 존재하는 분야입니다그러한 사고와 오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죠그동안 의학이 어떻게 이 문제와 싸워왔는지어떻게 의료사고 문제를 해결해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죠.” 박종훈, ‘병원은 환자를 살리는 곳인가

 

주제의 전문성이 강하다고 해서 읽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아마도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 할그리고 가장 주목해야할 소재를 네 가지씩 정해서 각각을 네 개의 질문들과 답변들로 전개한다시각 자료들도 풍부하고 내용이 알찬 만큼 가독성을 높일 형식들을 많이 고민해서 구성했다아마도 정확히 계산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의 정보를 이런 비용을 주고 구입할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차이나는 클라스의학·과학 편은 바이러스암 등 치명적인 질병과 나노 물질환경 호르몬 등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물질 그리고 병원법의학 등 인체와 건강에 대한 과학 정보를 담고 있다그리고 제작인들의 면면이 이틀 정도 살펴봐도 여전히 흥미로울 만큼 어벤져스급이다타이틀도 몰랐던, ‘국가과학자인 연구원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 환경을 완전히 바꾼 실무능력자특히 2004년부터 판데믹을 예상하고 타미플루 1천만 명분 비축과 백신개발을 정부국회및 학계에 제안해왔고언론에 판데믹 위험을 경고하는 칼럼을 꾸준히 기고했다는 점에서 소름끼치는 감탄이 들었다.

 

흥미로운 미생물 사냥꾼도 있고나로서는 차별적으로 공들여 읽고 싶은 분야인 환경호르몬 분야의 연구원도 있다반갑게도 벌써 인체에 무해한 환경호르몬 대체물질과 실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환경 독성 물질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로서 대중을 위해 쉽게 쓴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지를 정확히 인지하고그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함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생활습관과 건강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피하는 최선의 선택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충분히 월척 도서이다.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혈액을 타고 이동해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이에요그 물질들이 혈관을 타고 돌다가 표적 기관의 호르몬 수용체와 결합하면 잠자고 있던 수용체가 활성화됩니다그 결과로 세포가 분열을 하거나 단백질을 만드는 등의 일을 해요그만큼 호르몬은 우리의 생명 유지에 굉장히 중요한 물질이에요그렇다면 환경 호르몬은 무엇일까요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가짜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명찬, ‘환경 호르몬누구냐 넌?’

 

그 외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최초 여성 소장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초대 원장인류 최대의 난제인 암의 70퍼센트는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종양내과 전문의결혼과 출산 그리고 간병으로 인한 8년간의 경력 단절을 딛고 세계적인 나노 독성학자로 자리매김해 3년 연속 세계 상위 1퍼센트 연구자로 선정된 분, ‘환자의 안전이 치료의 시작이라며 의료계의 오류에 대한 거침없는 해부를 강조하는 의사 등이 참여했다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공동 작업인데 이것이 바로 미디어방송의 힘인가새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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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연습 책 먹는 고래 12
정영숙 지음, 윤지경 그림 / 고래책빵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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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였을 땐 교복 입은 언니 오빠들도 모두 멋진 어른으로 보였다철부지들이 가득한 어린 우리들 세상의 온갖 돌발과 억지와 부조리함이 다 극복된 합리적이고 지혜롭고 현명하고 선의로 가득한 그런 세상이 어른들이 사는 세상이라 믿었다그래서 어른들 말씀 잘 듣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어른들과 세상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지만그 역시 예외들이고 문젯거리들일 뿐이라고이데아처럼 존재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하며 살고 있다는 그런 기대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늘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며 살다보니 어느새 피할 곳도 숨을 곳도 부정할 수도 없는 어른 모양으로 늙어가며 살고 있었다하지만 존경받을만한 능력이 있고 필요한 이들에게 믿음직한 의지처가 되고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현명한 해답들을 알고 있는 그런 존재는 되지 못했다.

 

그래도 여전히 그건 내 문제일 수 있으니까세상은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된 이들로 가득할거라고 절망에 빠지진 않았는데어느새 내게는 세상의 온갖 문제를 유발하는혹은 세상의 문제거리 자체로 존재하는 (나를 포함한)어른들의 모습만이 보인다아이들과 어른들 중에 어른들이 잘못한 일들이 더 많을 것은 자명한데누가 누굴 교육한다는 것인지.



그러니 아이들을 철부지라 부르는 건아이들의 희로애락을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는 건우연히 만난 곤충과 동물과 상상 속 존재들과 금방 친구가 되는 일을 응원해주지 않는 건 이해도 상상력도 부족한 죄 많은 못난 어른들이 하는 짓일 지도 모른다그래서 동화읽기는 자주 아이들보다 어른인 내게 더 좋다.



더구나 오랜 기간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을 지닌 정영숙 작가의 동물과 도깨비와 생명을 얻은 사물들이 등장하는 아이들의 세계는 갈수만 있다면 가보고 싶은 엉뚱하고 재밌고 무해하고 즐겁고 모험으로 신나는그리고 한 때 우리가 가질 수 있으리라 믿었던 꿈과 우정이 어여쁘게 담긴 곳이다.

 

손흥민 선수처럼 등번호 7번을 달고 멋지게 슛을 넣는 선수가 꿈이지만 현실에서는 매일 힘들게 기초연습만 해야 하는그래도 안 가겠다 안 하겠단 소리 한번 없는귀엽고 사랑스럽고 애틋한 우리 집 꼬맹이가 읽었으면 제일 좋겠단 생각이 들어 슬쩍 권했다다행히 영웅이도 도깨비도 동물들도 흥미로운지 조용히 몰입해서 끝까지 읽는다읽으며 무슨 상상을 할까어디로 여행을 떠날까아이들이 생각하는 용기우정사랑지혜는 무엇일까…… 궁금한 점들이 옆에 앉은 내 맘 속에 쌓여간다.

 

부디 무엇이든 제일 잘 하고 싶어 하는 욕망보다즐겁고 기분 좋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기억하는 일들이 많기를좋아하는 일을 하며 마음이 부대끼고 아픈 경험이 없기를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바란다그래서 이전의 지금의 기성세대들,위 어른들처럼 세상을 열심히 망치지 말고더 어려운 일들이 닥칠 것이 분명한 그 세상을 바꿀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교육을 많이 받은 인간들수재들일등들이 저지른 온갖 범죄들이 역사에 가득하니 자신들만의 꼴찌연습을 통해이익을 좇아 세상을 해치지 말고 좀 더 살기 쉽고 다 같이 함께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에 기여할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꼴찌연습>을 읽고 문득 아주 오래전 어머니의 책장에서 처음 만난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가 떠올랐다작가의 친필인 듯 잉크가 군데군데 번져있는거친 갱지와 같이 종이 먼지가 파사삭 날 듯 한 이 책을 백만 년 만에 펼쳐 보니, 1977년 당시 15세였던 외동아들에게 선물하며 "간직하거라엄마가"라고 한 작가의 육성이 들리는 듯하다장르도 내용도 다르지만 뜻밖에 어머니와 내 시대의 추억이 간직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와 2020년 <꼴찌연습>을 교차하며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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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시간 기록자들
정재혁 지음 / 꼼지락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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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오래된 미래’처럼 느껴지는 곳들입니다. 두 해 전 독일에 사는 독일인 친구가 영주호미를 부탁했던 그 놀라움이 생생합니다. 저도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농기구인데!ㅎㅎ고유한, 로컬, 진짜, 전통, 내재적 가치를 가진 기술과 장인과 상품과 상점이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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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만점 동물 똥 퀴즈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지음, 김한나 옮김 / 생각의집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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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제목만 봐도 웃을 수 있는 책이다만약 동물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금상첨화이고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어른)에게도 똥을 좋아하는 아이(어른)에게도 좋은 선물이니 그야말로 일거양득더구나 퀴즈가 구비되어 있다가족 모두가 떠들썩하게 크게 웃으며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인 막강 도서일거란 확신이 막 들었다.

 

예상보다 다채로운 반응들이 나왔다. “방귀 뿡 똥똥똥~” 이런 가사의 노래가 존재하는지도 첨 알았다읽기 전부터 책이 무척 재미있을 거라 믿었는데 읽는 도중에 지나칠 만큼(?!) 웃느라 결국 쓰러졌다그 상태로도 웃음을 멈추지 못해 배가 아프고 당길 정도였다.

 

아동도서들도 실은 내가 더 좋아라~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지만 목표 대상인 아이들과 다른 가족들까지 한 번에 다 좋아라~하는 책을 만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자신의 창조물들인 코딱지와 방귀를 사랑하고 자랑하던 시기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꼬맹이가 있는지라한동안은 이란 단어가 들어가거나 대담하게 소재로 삼은 책들만을 골라 선물해주던 시기도 있었던지라 그 꼬맹이 취향에 잘 맞을 수도 있겠단 기대가 컸다그런데기대 이상으로 눈이 휘둥그레!

 

그런데 그럴만하다목록을 보고 진심으로 놀랄 만큼 다양한 동물들의 똥 이야기를 쓰셨구나하고 감탄했다50년이 넘도록 동물의 똥을 조사하시다니!

 

저는 벌써 50년이 넘도록 동물의 똥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중략똥을 물에 담근 뒤 필요 없는 부분을 흘려버리고 뼈와 깃털만 남겨서 표본을 만들어요오랫동안 계속하면 동물들이 계절에 따라 어떤 동물을 얼마나 잡아먹는지 알 수 있답니다

중략똥이라고 하면 더럽게 느껴지겠지만 동물을 조사할 때는 매우 중요한 자료랍니다이 책에서는 다양한 동물의 똥에 대해서 설명합니다몸집이 커다란 동물인데 똥은 의외로 작다는 등 신기한 내용을 많이 소개해 놓았습니다. ‘왜 이런 똥을 쌀까?’라고 생각하며 동물원에서 동물을 관찰해보면 매우 즐거워질 거예요이 책을 들고 동물원에 가 보세요.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인구수가 지나치게 는 인간들끼리 모여 살다보니 다양한 많은 생명체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꾸만 잊어버리는데차례를 보는 것만으로도 여러 다양한 동물들이 떠올라서 반가웠고이름만 들어서는 전혀 모르는 동물들도 있어 덕분에 함께 찾아보기도 한다아프리카 포큐파인말레이언 테이퍼카피바라…….

 

엄청 몰입(?!)해서 다 같이 책 읽는 시간이 모든 순간 참 행복하지만그 틈을 타고 나는 속으로 이 책을 읽고 꼬맹이가 가족들 똥 냄새를 비교해보자고 하면 어쩌나 미리 걱정이 되기도 하고똥에 대해 읽는 것만으로 똥을 누는 동물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정보가 정말 많다는 점에 감탄하기도 했다아무래도 군것질거리에 관심이 늘어가는 나이라 불량식품(?!)을 원하거나 먹거나 하면 속이 상하고 걱정도 되는데 건강한 똥을 누기 위해서 식단과 군것질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할 계기가 된다고 해도 참 좋을 듯하다.




새삼스럽지만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똥을 싼다.

같은 모양과 성분을 한 똥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몸이 되고 똥이 된다.

그러니 건강한 똥은 건강한 몸의 지표이다.

이제는 입에 착 붙는 것들 생각이 유난히 드는 날이면 건강한 똥을 만드는 사명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엔 똥 퀴즈 퀴즈 대결에서 꼭 이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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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느끼기, 자연을 이해하기 - 자연과 함께하기 위한 첫걸음
김종성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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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공 두 분야를 통합 연구한 전공서적 같은 내용이 아니면서도 공학과 인문학으로 모두 분류되는 점이 우선 특이했다저자의 이력에 영향을 받은 분류가 아닌가 싶다공학 전공유학 후 환경 관련 연구현재 환경연구소 운영그리고 자연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알리고자 하는 관심독자인 내가 흩어놓은 이력과도 유사한 점이 있어 저자가 전하려는 이야기가 좀 더 궁금했다.

 

환경에 관한 연구는 일천한 경험에 기인해 조금 언급해보자면 한 분야의 이야기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복잡다단한 원인들로 발생하여 현대에 영향이 집약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인류가 만지작거린 거의 모든 분야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따라서 물리적 경계도 이론적 경계도 우선 없다 생각하고 가능한 한 통합적 사고로 접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그래서 때론 사고의 저변을 뒤집어 보려는 철학적 사색부터 효능을 입증 가능한 신기술까지 바삐 살펴야 그나마 설득력 있는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도 하다.

 

제목만 봐서는 멈추지 않는 회전목마를 타는 것처럼 도무지 파악이 잘 되지 않아 고생했던 고대의 자연철학과 근대 이후의 과학철학으로 이어지는 내용일까 살짝 멈칫거리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의외로 자연에 대한 철학적이고 비종교적인 탐구는 고대에서 기원하고 있고자연 현상에 대한 모든 설명과 시도들은 근대 과학적 탐구로 연계된다그러니 그 분량이란!

 

자연과학을 전공한 후 눈먼 과학의 위험성에 경도당해 철학을 전공하면서철학사와 과학사를 동시에 읽어 나가는 일은 흥미롭고 재미난 일이면서도 고달팠다아리스토텔레스뉴턴갈릴레오 그리고 이후의 수리물리학자들의 이야기는 과학의 언어인 수학을 다시 철학의 언어인 문자로 번역하는 과정을 요구했다.

 

한편으로는 통시적 관점에서 인류사를 보는 작업을 통해서 개별 인물이나 단편 사건들을 아무리 철저히 연구해도 그 의미를 다 알 수 없었던 한계들을 비로소 말끔히 해결해주는 유쾌한 경험도 선물 받았다그리고 다시 꽤나 지난한 시간이 흐른 후더 이상 문학과 과학과 철학 등의 과목 구분이 그다지 유의미하지 않게 받아들여지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독일 관념론자였던 괴테가 문학과 철학만이 아니라 과학으로서의 빛이론을 탐구한 일이나실제 자연 세계와 관념적 구성으로서의 이분법적인 자연 개념이 왜 탄생했는지 혹은 탄생해야만 했는지 그 필요를 이해할 수 있기도 했다.

 

…… 텍스트 자체와의 관련이 옅은 이런 넋두리 같은 이야기를 오래하는 것은 저자의 저술 의도를 완벽하게 벗어나는 일이 될 수도 있어 이만하려 한다왜냐하면 저자가 간절히 의도하고 바란 것은 과학과 철학적 기반 위에 자연을 경험하고 이해하란 지침들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보다는 인문학적 감성으로 자연을 느끼고 이해해보자는 것이다.

 

개별 감성과 개별 관찰자가 존재하니 그 경험의 결과 역시 당연히 모두 다를 것이고저자는 그 점을 잘 알고 충분히 다양한 명저들과 텍스트들을 소개해 두었다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이런 책은 마음에 드는 내용들을 더 열심히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반갑고 감사하다.



어린 시절엔 부모님이 주말에 산사나 계곡이나 바다로 데려가 주셔도 지루하기만 했다나중에 헤겔의 미학을 읽다 보니 인간은 인간 세상에서 고난을 경험한 후에야 자연에 대한 제대로 된 감상과 감사가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감수성이 잘 발달된 이들은 굳이 이런 과정 없이도 자연을 느끼고 이해하고 감사할 텐데어쨌든 난 그 정도로 상당히 무뎠다.

 

그러다 학문으로서의 환경학과 환경철학을 전공하게 되고 자연에 대한 애정과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계산만 정확히 해서는 공부든 일상이든 제대로 할 수 없겠단 자각이 들었다유학 시절엔 일부러 볕이 제일 좋은 시간대에 숲 길 산책을 다니곤 했는데희한한 것이 귀국해서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과 시간과 향기와 소리는 바로 그 산책시간들이었다.



아스팔트 키즈로 태어나 자라 여전히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코로나 시절을 살면서 자연을 착취에 가까운 이용만 한 대가를 이제 받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깊어진다이전과는 다른 습관일상삶을 향해 나아가야 할 텐데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낀다.

 

나는 기후의 영향을 꽤 강렬하게 받고 사는 편이다그러니 일어나 처음 올려다본 하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는 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중요한 의식이다선호하는 날씨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책 나간 공원에 매번 사람들이 가득 가득한 모습을 보면너도나도 캠핑을 떠난다는 소식들을 듣다 보면가끔은 그 모든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집 밖으로 나와야만 하는 우리 모두에게 좀 더 깊은 숨쉬기가 필요한 이유들과 고단함이 물리적 실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부디 모두들 무사하시길건강하시길가능하면 크게 웃는 일이 자주 있으시길!

 

생명의 원천인 자연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점점 인간성이 고갈되고 인간의 감성이 녹슨다그래서 박제된 인간숨 쉬는 미라가 되어간다.”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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