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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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냥이라 제목에 알맞게 서평단용 까만 표지의 책이 도착했다. 어느 새 24좋은 어린이책대상 수상작이다. 한권이 끝이 아니라 시리즈로 나올 계획이라니, 어린이책과 아동도서를 아이들보다 맘껏 애독하는 나로서는 여러 번 받는 선물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간만에 큼직한 절차로 읽으니 노안이 온 눈이 모처럼 시원하다.

 

처음부터 고양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의인화된 캐릭터가 어색하지 않아 이후의 여러 에피소드들도 머뭇거림 없이 술술 읽혔다. 동물과 아이를 연결해서 어른의 세계를 고발하는 익숙한 현실이 아니라서 좀 더 재미있었다. 여전히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구석구석 참 쓸쓸하고 미숙하다는 느낌은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그 텅 빈 공간과 시간을 무리하지 않게 채워주는 보들보들한 생명체가 있어서 깜냥을 만난 이들은 덜 울고 덜 화내고 더 웃게 된다.

 

마치 코로나 자체준격리 이후 그럴 줄 모르고 함께 살게 된 1년도 채 못 자란 강아지 꼬맹이가 저는 이 상황을 전혀 모르고서도 이 지난한 시간들을 견디게 인간 가족들을 도와주는 것처럼. 이름을 깜장이라고 지으려 했는데, 깜냥이라는 냥이 이야기를 읽으니 이것도 재미난 우연이다 싶다. 둘째 꼬맹이가 눈을 빛내며 깜냥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이러다 냥이 가족이 늘어나진 않을까 혼자 쓸데없이 비장하게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이 정도면 냥이 어벤저스 대장이라 불러도 될 깜냥은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고, 책도 읽고, 춤도 추고, 엄청나게 힘이 세서 짐도 나른다. 말투와 분위기는 새침하고 일단 귀찮아하고 까칠하고 접촉을 싫어하는 엄청나게 흥미롭고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이런 고양이라면 검은 색 옷을 모두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더라도 함께 살아보고 싶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슬프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춥고 배고프고 아플 때도 있지만, 그런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아. 힘든 시간을 이겨 내면 반드시 신나고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생기거든.”

 

깜냥의 말중에서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고양이 해결사 깜냥이야

난 집고양이가 아니라 어디나 있을 수가 있어

어디든 원할 때 떠나지만 네가 있어서 남은 거야

 

이승윤 작사·작곡 고양이 해결사 깜냥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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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조용한 비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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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서로의 ‘사소한 구원‘이 되어주는 귀중한 이야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큰 위기가 닥치자 모두는 다 연결되어 있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서로의 애정을 느낍니다. 일상이 가장 소중한 것이고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는 것도 절실히 깨닫습니다. 견디는 우리 모두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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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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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글을 처음 읽었을 땐, 기운 빠진 일상에 속상하고 서글프고 마음 아픈 감정을 더하는 건 아닐까, 그럴 기력이 없는데 책을 펼치기 좀 망설여진다, 그런 선입견이 있었다. 2020년에도 말로 다 못할 고난과 불행을 짊어지는 이들이 있는데, 무려 1917년 암울하기 그지없던 그 시절이 배경이다. 그에 더해 여성은 혼자 외출하는 일도 힘든 시기, 마치 근래 한국사회에서 국제결혼이라는 이름으로 타국 여성들을 구매하는 일이 역전된 그런 계기로 이들은 사진결혼을 하고 하와이로 이주한다.

 

그런 심정적 이유로 조심스레 살그머니 열어 본 책에는 특정 시대와 살아가는 일에 대한 내 진부한 고정관념과 인상을 뭉개버리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어! 어! 어! 하는 사이에 책장은 2배속으로 플레이하는 화면들처럼 넘어 갔고, 상상 이상의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의 실존감과 입말 전개의 생생함에 사로잡혀 완작 대하드라마를 몰아서 시청하듯 그렇게 끝까지 읽었다. 책을 읽었는데 마치 영화 스크립트, 대본을 읽은 후처럼, 영상을 보고 음성을 들은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남았다.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을 보던 중 세 명의 여성을 찍은 사진을 보고 책 한권을 마치 본인이 취재한 다큐멘터리인 양 창조해낸 작가! 시시한 찬사 따위 덧붙일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인터뷰와 북토크 많이 해주셔요.

 

좀 전에 읽기 시작한 것 같은데 다 읽은 게 아깝고, 급류를 탄 듯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는 결말에 이르러 짐작도 못했던 비밀이 밝혀지는 짜릿한 내용에 이른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선물을 하나 더 받은 것처럼 엄청 재밌고 인상적이라 아무나 붙잡고 얼른 폭로하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눌러야 했다. 이런 걸작을 흠집을 낼 수는 없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버들’과 ‘홍주’의 목소리가 귀 곁에 머문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언젠가 하와이를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이들을 만나러 간다는 설렘으로 그곳에 도착할 것 같다.

​이주민들과는 조금 입장이 다르기도 하지만, 무척 안타깝고 섭섭하게도 이번 대한민국의 총선은 해외거주민의 표결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처 관심을 갖지 못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한 해외 각국의 한인 사회에서 살아간 백여 년이 넘는 세월, 그리고 여전히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피해를 입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아프게 상기해본다.

 

가끔은 더 이상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심호흡을 하며 간신히 평정심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버티는 날들, 울게 되지 않고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했다.

 

“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알로하’라는 말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었다. 배려, 조화, 기쁨, 겸손, 인내 등을 뜻하는 하와이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었다. 그 인사말 속에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하와이 원주민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했다.” 365

 

아스라이 펼쳐진 바다에서 파도가 달려오고 있었다. 해안에 부딪힌 파도는 사정없이 부서졌다. 파도는 그럴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 것이다. 파도처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갈 것이다. 할 수 있다. 내겐 언제나 반겨 줄 레이의 집이 있으니까.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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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는 멍멍이 - 개를 위한 사랑 노래
에이버리 코먼 지음, 염혜원 그림, 김희경 옮김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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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집에 있기 너무나 힘들어하는 꼬맹이를 위해 책선물을 한다. 이 와중에도 무럭무럭 자라는 애교쟁이 강아지 동생에게 읽어주며 잠시 한 때 즐겁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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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이단자들 - 서양근대철학의 경이롭고 위험한 탄생
스티븐 내들러 지음, 벤 내들러 그림, 이혁주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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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이단자들: 서양근대철학의 경이롭고 위험한 탄생』

​(원제 HERETICS!:

THE WONDROUS (AND DANGEROUS) BEGINNINGS OF MODERN PHILOSOPHY)

 

철학자들이 아니라 ‘이단자들’이라니, 이 도발적인 제목만으로도 흥미가 솟구치는 책이다. 더구나 만화책! 이단적 요소를 살펴보자면...... 역사적으로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많은 문제의식들이 필연적으로 과학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이단적인’ 정보로 읽혀질 수도 있겠다. 물론 당시의 가설과 설명은 직관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철학자들의 탓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과학은 ‘관찰 장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에 책상 앞에 앉아 우주에 대해 세운 가설이 바로 얼만 전 망원경의 발전으로 확인된 점은, 내게 금세기를 통틀어 가장 신비롭고 경탄스런 일이었다. 시간여행을 해서 미래를 보고 온 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아신 건지요......

 

특히나 이 책은 문과/이과, 철학/과학의 구분이 확고하고 그들 사이의 거리가 극과 극처럼 멀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이단적인’ 새로운 사고의 틀을 보여주거나 통합적 사고방식의 매력을 엿보게 해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기도 하다. 동글거리는 그림체는 시종일관 귀엽기만(?) 하고 설명은 뭘 더 이상 어떻게 하나 싶게 쉽고 재미있다.

책의 첫 페이지는 화형당하는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이다. 이런 끔찍한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독특하고 특별한 책을 좀 더 잘 이해하려면 철학사를 통시적으로 이해하는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 우여곡절을 겪던 과학혁명의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며 science가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자연과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학문’ 그 자체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도 알아야한다.

‘조르다노 브루노’는 철학자로 분류되는 학자로서 당시 천동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여 로마교단에 의해 이단아라는 낙인이 찍혔으며 종교재판소에서 산 채로 화형을 당하는 처벌을 받는다. 우리가 잘 아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시 사형은 면하지만 저서는 금서로 지정되었고 평생을 가택 연금 당했다. 물론 두 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학자들이 성서와 종교의 권위에 그릇되게 도전한 죄목으로 사형당하고 처벌을 받았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이들 중에서도 독실한 종교적 믿음을 끝까지 유지하고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도 많다. 일례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다소 시적인 구절로 잘 알려진 학자인 파스칼은 실은 자신의 준엄한 기독교 신앙으로 인해 데카르트의 ‘더 이상 의심하려야 할 수 없는 방법론’에 따라 이른 결론인 데카르트식 합리론을 끝내 수용하지 못했다.

 

“우리는 한낱 생각하는 갈대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위대함은 단지 무한한 신 앞에서 자신이 무가치하고 비참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에 있을 뿐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듯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란 표현은 이 발화에서 어느 날 뚝 떼어져 구전되었고, 그 의미는 원 발화의 의도와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역사를 다 알고 바라보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가 다소 어리석어 보인다면, 이 당시로부터 300년도 더 넘은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더 이상 공개 사형이나 처벌을 당하는 일은 없지만, 여전히 종교의 절대적 권위를 신봉하고 모든 교리 내용을 무조건 수용하여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하며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농담이거나 개그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진화론을 하나부터 처음부터 완전히 부정하며 분노에 찬 비난을 쏟아내는 발언들을 나는 꽤 최근에도 목격한 바가 있다.

 

이 모든 대립과 이해와 시행착오들에서 세월이 충분히 지나면 결과적으로 사실이 드러나고 수용되는 단계에 이르겠지만 한 학자에게서는 통합적 사고로 존재할 수 있었던 종교와 과학이 공공 영역에서는 과격한 대립을 그치지 않고 인명을 살상하기에 이른 역사는 이토록 격렬하고도 길(었)다.

 

존 로크, 라이프니츠, 파스칼, 데카르트, 뉴턴, 보일 등등 이들 모두가 철학자이자 과학자이자 수학자이다. 나를 포함해서 문/이과로 분리되어 학창시절을 보낸 독자들에겐 그 경계가 여전히 상당히 클 지도 모른다. 나는 물리학과였지만, 가능한 모든 교양수업을 철학과 전공으로 채웠고, (과학)철학을 전공해서 철학과 대학원을 다녔는데, 그때가 20세기 후반이었음에도 늘 신기한 부류로 분류되곤 했다. 결국 개인적 한계로 배운 것들이 잘 통합되어 업적이 되지는 못했지만.

 

21세기에 만난 이 만화책은 기분이 좋아질만큼이나 재미있 흥미로울 뿐더러 그 장점만큼이나 생각과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대단한 힘 또한 갖고 있다. 올 해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보낼 선물 중 하나는 이 책으로 하려 한다. 모두가 반가워할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스피노자가 한 것이 맞습니까?

 

당시 한 학부생이 질문을 했는데 지도교수와 아무리 열심히 뒤져봐도 스피노자 저서에서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전공이 아니라 그 뒤에 잊고 지나갔지만, 문득 궁금합니다. 국회도서관을 검색해도 자료가 없었는데 마치 전국민이 당연히 다 아는 듯한 신비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자료에 대해 아시는 분은 댓글로 이 기회에 저를 계몽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국교가 지정되지 않고 종교의 자유를 넘어 천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종교사업의 민낯이 끊임없이 드러나는 시절을 핑계 삼아 다음 구절을 함께 읽어 보고 싶어 적는다. 이는 특정 종교에 대한 지지나 비난에 의도를 두고 있지는 않다.

 

성경이 신성한 이유는 단지 성경을 읽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고양시키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선지자들은 철학자나 과학가자 아니었고 심지어 신학자도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이 신과 자연과 인간에 대해 말한 바가 반드시 참은 아니다. 하지만 선지자들은 놀라운 덕과 생생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메시지는 감동적이었지만 내용은 단순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참된 종교의 의미는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정의롭고 자비로운 행위를 하는 것에 있을 뿐이다. 다른 모든 것, 기성 종교의 모든 의식과 예배는 신앙심과 아무 관련이 없다. 스피노자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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