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에 담아 두고 목차와 미리보기만 읽었습니다. 주인공이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을 긍정한다는 느낌의 ‘더 좋은 날들‘이란 파트가 소제목도 마음에 와 닿고 내용도 몹시 궁금할 만큼 좋았습니다.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삶을 ‘실패‘라고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각자 최선을 다해 살아남는 삶을 서로 응원하는 사회를 바라며 책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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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권정생 문학 그림책 6
권정생 지음, 정순희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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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 동화책들 많이들 읽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집은 3대에 걸쳐 함께 읽는 거의 유일한 작가의 책들이라 그 의미가 한층 더합니다. 몽실언니, 강아지똥, 빼떼기, 엄마 까투리 이런 제목들을 생각해보면, 그와 관련된 그 시절 가족들의 추억들이 자연히 함께 떠오릅니다.


​그래서 어느 해 연휴에는 온 가족이 안동 조탑동 생가도 들러보고 동네에 줄 지어선 키 작은 해바라기도 좋아라 바라보고, 특히 권정생 선생님이 유지를 받들어 세워진 권정생 어린이문화재단도 방문해 보았습니다. 젊은 시절(?!) 책 좋아하는 티내느라 친구들과 문학관을 들러 본 적은 있지만, 선생님 뜻이 아니었다면 우리 집 꼬맹이들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동화관 찾기가 흔치 않았겠구나 감사한 마음에 눈이 조금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평생을 자발적 가난과 투병으로 힘들게 사시며 남은 인세를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하신 유언에 매번 마음이 먹먹합니다.

​하나같이 재밌지만 느긋하고 다정하고 착하디착한 동화들의 내용처럼, 아이들도 유달리 조용히 가만히 이것저것 읽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이 이야기는 잘 생각이 안 났습니다. 그래서 선생님 책이 새롭게 다시 태어나니 더욱 기쁩니다.

처음엔 권정생 선생님이 들려주실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막상 표지부터 눈길을 뗄 수 없는 그림들에 누구실까 그림 작가님이 궁금해졌습니다. 20여 년간 사랑받는 정순희 그림 작가시네요. 이야기를 읽고 캐릭터를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그런 대단한 일들을 하시는 것도 존경스럽지만, 등장인물들이 권정생 선생님 분위기에 이렇게까지 딱! 맞는 느낌도 놀랍고 신기합니다. 내용 전개에 상관없이 그림 한 장 한 장 정말 기분 좋게 오래 들여다보았습니다.


만구 아저씨 신나는 표정과 눈 동그란 송아지 표정 ^^

양곡푸대에 담아 온 고등어(안동 고등어인가요?^^)와 할머니 보라빛 치마

할아버지 표정에 아랑곳 않는 할머니 표정에 엄청 웃었습니다.

정순희 그림 작가님의 고민에서 태어난 빗자루 헤어스타일 순둥 톳제비들.


즐거워하시는 표정이 잃어버렸던 돈지갑 찾으셨나 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다 주신 보라빛  새 치마 입고 계시네요. ^^

 

 

너무 아까워 줄거리 내용은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

다 읽고 나니 다음 안동 방문 땐 어디에선가 꼭 '톳제비'를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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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과 정의 - 대법원의 논쟁으로 한국사회를 보다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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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 그 김영란님 맞습니다.


내게는 국정 농단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사법농단, 그것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결을 하여야 하는 법원의 최상위인 대법원에서 판결이 선택되기도 하였다는 경악스러운 범죄를, 김영란 전대법관은 조용하고 차분하고 용기 있게 자신이 몸담았던 그 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그 대법원에 대한 양심고백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율과 소름이 동시에 느껴졌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단일 사건뿐이겠냐 만, 소위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을 보고 들으면서 '그래도' 권력과 금력에서 다른 직업군보다는 자신의 품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망상을 한 대법원과 법관들의 민낯을 똑똑히 보았고, 이는 우울하게도 매일의 현재진행형이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을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게 이용하는 법! 생각할수록 왜 이런 유혹에서 법관들이 공평무사 자유로울 것이란 믿음을 가졌는지 이유를 모를 일이고, 그 최악의 상상이 현실에서 드러나는 지난한 과정이 비극이다.

 

이 엄중한 시국에서 김영란 전대법관의 이 책은 귀를 울리는 고함소리는 아니지만, 사법개혁이 이루어지고 대한민국의 사법체계가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가짜뉴스와 선동에 맞서 그 자리를 지켜나갈 보루가 될 것이다.

 

책의 시작 또한 나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나는 저자가 첫 장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인 성차별 문제를 다룰 것이란 기대를 못했고, 그래서 [판결과 정의]란 제목이 더욱 무거고 뜨겁게 느껴졌다.

 

가부장제는 어느 시기 어느 지역에 국한된 일이 아니고, ​인류 발전단계의

한 형태였던 농경사회 이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첫문장>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부족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집단을 형성하며, 보다 힘이 약한 일부 집단과 비교하면서 자신들을 ‘정상인’으로 정의한다. 21

 


1장을 넘어가면서 시간이 없어 우선 훑어보는 정도에 그쳤지만, '사법부가 법에 따라 판단한다'는 말이 원칙적으로만 성립한다는 것, 같은 법에 대해서도 해당 사회에서 공유하는 통념이나 성숙도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에 나타나고 판결도 달라진다는 점은, 반복해서 강조하고 앞으로는 절대 잊어벌지 말아야할 의무규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판사 직업군이 어떤 사안이든 일반인들 이상의 판결을 상상할 수는 없다는 한계는 반드시 인식해야할 것이다. 결국은 시민들의 의식이 민주적으로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사회의 변화 속도로 보자면 늘 꼴찌를 자임하는 보수적인 법과 법관들이 앞서서 사회를 개혁하거나 변화시키려는 체제적 노력을 한다는 것은 삼류 판타지에도 못 미치는 망상이다. '자정'은 헛소리다.

 


“판사들, 나아가 법률가들이 법규주의의 왕국에서 나와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그리고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법의 지배를 사유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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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과 몽당연필 고래책빵 그림동화 8
나태주 지음, 이도경 그림 / 고래책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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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



시를 외우고는 싶은데 끝까지 외울 능력이 없는 나에게는 간혹 이렇게 맘에 들면서도 외우기에 충분히 짧은 시를 선물해 주는 시인들이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와 더불어 외울 수 있는 아름다운 시, 풀잎의 시인 나태주 시인이 동화를 들려 준다. 내용을 읽기 전에도 그 푸근함과 따뜻한 시선이 바로 느껴진다.


태풍으로 하늘이 어둡고 땅은 차가운 저녁시간, 꼬맹이들과 책을 펼쳤다.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이도경 작가의 포근포근하고 풍성한 색감의 그림들과 사람 좋은 둥글둥글 표정들을 하나씩 보고 읽자니, 기대한대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쌀쌀한 저녁 공기가 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래전 지도교수 중 한 분이, 가난한 어린 시절의 기억 중 자신의 보물 창고에 반짝이며 보관해 둔 기억이, 옆 집 아주머니가 공부하는데 필요한 거 사라고, 자신은 손에 들려 주신 달걀 꾸러미라고 하셨는데, 그와 비슷한 내용이 있어, 반갑고도 짠했다.


'새하얗고 따뜻한 새 달걀', 나는 한번도 손에 쥐어본적이 없어 그 온기를 모르지만 따뜻한건 달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족이긴 하지만, 나는 새하얀 달걀이 더 좋고(제발 노란 알을 낳는 사료 좀 바꿔주세요!) '계란'보다 '달걀'이란 말이 열 배쯤은 더 예쁘게 들린다.


"사랑은 오래된 것을 잊지 않는 마음이란다.

처음 가졌던 마음이기도 하지.

그리고 작은 것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고

다른 사람을 생각해주는 따듯한 마음이기도 하단다.

그리고 말이야.

어려서 어른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란 사람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거란다."


그러고 보니 '몽당연필'이란 말을 들은 지 참 오래다.


어린 시절 5학년만 되어도 색색의 '샤프펜슬'에 푹 빠지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고집스럽게 나무연필을 손수 깎아 필통에 채워 넣어 다니던 기억이 난다. 나무연필에서 나던 나무향이 너무나 좋고, '덜덜덜' 다소 폭력적인 자동연필깎기보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직접 깎는 일이 더 좋았으니까.


그 버릇은 평생을 이어져 어른이 된 이후에도 지우개가 꼭대기에 달린 걸 살까, 없는 걸 살까, 정도로 밖에 취향이 변하지 않았다. 해외에 나가면서는 다른 나라의 연필들 모으는 재미도 굉장했다.


마지막으로 몽당연필들에게도 연필이 되기 전 숲속에서 나무로 살았을 때 생각해본다. 그리고 부디 내가 그 나무 연필로 적는 내용이 부질없고 쓸모없는 내용들만은 아니기를 가슴 졸이며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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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복잡하고 그야말로 심장이 잠깐 멎을듯한 반전이 대단한 작가의 작품이라 신간 소식이 넘 반갑습니다. 세련되고 섬세한 구성인데도 가독성은 장편을 단편으로 느끼게 하는 마법을 부리기도 하지요. 공감하기에는 조금 무섭고 떨리지 않을까 하는 겁도 나지만 너무나 읽고 싶습니다. 벌써 주변의 호평이 대단합니다. 책도 영화도 작가님도 건승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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