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활력 - 스트레스, 피로, 만성질환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회복하는 방법
몰리 말루프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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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않은 이들 별로 없는 여름이지만, 몸이 엉망으로 아프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유독 많이 듣는 여름이기도 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쉬운 핑계는 많지만 안다고 힘이 나는 건 아니니까. 미토콘드리아 얘기하는 궁금한 여성건강서를 펼쳐본다.

 

미토콘드리아는 삶에 활력을 주는 세포 배터리의 불꽃이다.”*

 

* 원제 The Spark Factor: 세포 배터리에 불꽃을 일게 하는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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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차원에서 에너지 생산이 위축되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할 불꽃이 어두워진다. (...) ‘바이오해킹’(개인의 생명 활동을 의식적으로 강화함으로써 건강을 최적화하는 기술)은 그 열쇠를 얻기 위한 도구다.”

 

나는 어느 시기부터 장수가 덕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기는 하지만, 단순히 살아 있는 상태로 생명을 연장하는 노후가 아니기를 가장 바란다. 그러니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건강수명healthspan(얼마나 오래 건강하고 활동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이다.

 

이 책에서는 여성의 삶의 주기적 특성에 주목하고, 바이오해킹이 여성의 생명활동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주목한다. 합리적이게도, 저자는 정답이나 꾸준하고 점진적인 개선을 제시한다. 활력이 심각하게 부족해서 나도 따라할 수 있는 방법들인지 관심이 크다. 어쨌든 미국사회가 배경이니까.

 

움직임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은 한편 안도를, 다른 한편 위안을 준다. 제안들 중 서 있는 자세와 앉아 있는 자세를 훈련하자를 따라해보려 한다. 바로 서기와 바로 앉기는 생각보다 힘이 든다. 자꾸만 등을 대고 눕고 싶거나, 안마기에 몸을 맡기고 싶은 심정이다.

 

식단은 나쁘지 않은 편 - 섬유질, 채소, 과일, 견과류, 씨앗, 통곡물 등 식물 기반 - 이고, 이는 배변을 통해 매일 확인 중이다. 혈당 조절이 잘 되고 체내 미생물이 건강하기를 바란다. ‘불꽃이 강해지는 데는 다른 게 더 필요한 기분이지만.

 

만성 스트레스는 우리 몸과 두뇌에 악영향을 미친다. 장기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고, 두뇌 구조를 바꾸고, 해마를 위축시키며,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신경 세포 네트워크의 구성을 바꾸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동기와 즐거움 및 보상에 대한 인식을 방해한다.”

 

이미 알고 있고 효과도 좋은 호흡법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나 호흡을 의식적으로 해보며, ‘자신을 돌보는 일에 대해 생각해본다. 온전히 사랑하지도 이해하지도 확신하지도 바라는 것을 해주지도 못한 나 자신. 필요한 만큼 한참 호흡을 반복한다.

 

회복이 필요하다.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겪었고, 애도할 시간 없이 몸이 아프다. 나만 아픈 게 아니라 다른 가족들이 더 아파서 더 힘이 든다. 마음은 힘들고 몸은 아프고 정신은 불안에 고통스럽다. 괜찮아지려면 견딜힘이 필요하다. 부디 내 미토콘드리아가 필요한 만큼 불꽃을 충분히 강하게 만들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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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낙원
김상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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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자가 쓰고 뇌과학자가 추천하는 미래 엿보기 소설, 낙원일까 반대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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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도넛문고 10
김지숙 지음 / 다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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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는 걸 지켜보기 위해서 이 마을을 만들었어요. 우리 마을에 부모 없는 아이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 원칙은, 계속 지켜 나가야 합니다.”

 

최근 독서 후 든 감상이 자꾸 슬프다. 이번에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헛헛하게 슬프다. 가제본 제목의 빈칸에 들어 갈 단어가 아무래도 그것같아서 더 슬프다. 오래 전 무심하게 하던 게임이 떠오르기도 해서, ‘다시하기가 너무 간단한 프로그래밍이 또 슬프다.

 

무엇이 최적인가에 대한 판단이 들어간 마을이라서, ‘아이가 있는 부모라는 단일 구성이 자격 조건이 되는 공간이라서, 초입의 밝은 분위기에도 곧 심각한 문제가 생길 거라 짐작은 했다.




 

어릴 적 동요가 등장해서 반가웠고, 간단한 암호 구성이 있어서 즐거웠다. 메시지는 무서웠지만. 일견 선택처럼 보이고, 이 마을 외부에도 생활공간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이 공간이 가상인지 현실인지도 의심스럽다. 어쩌면 내 상상보다 훨씬 더 과격한 구성물일지 모른단 생각도 한다.

 

아빠가 뭔가를 만들고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엄마는 아빠가 만든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정리하는 사람이었다. (...) 아빠는 엄마를 해결사라고 불렀다.”




 

마지막 암호는 다 풀지 못했고, 결론도 알지 못하지만, 제목도 확실히 모르지만, 탐정이 꿈인 파랑이가 밝혀 낼 진실과 찾아낼 비밀들이, 파랑이와 친구들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무화시키지 않는 결론이면 좋겠다. 실체가 있는 노력의 결과물로서 삶과 사람들이 존재하는 결말이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는데 최적인 환경혹은 조건은 무엇일지, 책을 덮고 한동안 생각해보았다. 행복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너무 큰 통계 숫자로 기록된 한국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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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16호 Maniere de voir 2024 마니에르 드 부아르 Maniere de voir 16
모나 숄레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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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한 장르나 한 주에게 대해 최고의 큐레이션과 같은 글들을 한 권에 담아주는 계간 무크지입니다. “길들여지지 않는 예술의 여러 장르들 과 작품들이 철학과 사상과 사회학 등등과 어우러져 인류 문명과 현 세계를 보는 흥미로운 시선을 제공할 것입니다.

 

소위 하위예술이라 불린 여러 소재, 주제, 장르들을 어릴 적부터 좋아한 독자로서, 반갑게 만날 내용이 가득할 듯합니다. 귀한 시간을 나눌 무크지로 추천합니다.

 



 

 

빅토르 위고가 말했듯 고상한 취향이란 질서 유지를 위한 대비책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내용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화예술 작품 사례들을 보며, 의외로 문화예술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훨씬 더 많은 거란 생각을 한다.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가진 적 없는 것을 상실한 묘한 기분이 든다. 부지런히 읽었다 싶은 문학도 그렇다. 그 아쉬움은 신기하게도 인류 문명이 무척 문화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려서 만난 문화예술 - 상업대중문화예술 포함 - 에 대해서는 분석이나 감상을 한 적 없이 향유만 했기 때문에 뒤늦게 배우는 것이 많다. 작품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다양한 시선을 만나는 것은 흥미롭고 감사한 일이다. 내가 경험한 문화예술이 만든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역시나 르몽드 다운예리하고 따끔한 지적은 뜨겁고 아프다.

 

불교와 도교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이데올로기적 보완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자본주의자가 되어도 좋다. 그저 거리를 두고 선()한 모습만 유지하면 된다.”

 

젊은 시절, 비웃음 당할수록 더 좋아했던 풍자와 익살, 블랙유머, 희극, 개그, 코미디에 관한 내용은 통쾌한 기분으로 읽었다. 나이가 들어 권위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것이 예전처럼 즉발적 호흡은 아니지만, ‘웃음이란 강력한 무기이며, 깨고, 부수고, 지적하고, 비난하고, 풍자하는 명민함은 늘 좋다. 거대한 권력이 대상이면 존경스럽다.

 

어느 순간 글로벌해진 영화계의 좀비 유행에 대해서도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란 개념 혹은 실존과 연관하여 생각해보는 글이 흥미로웠고, 전혀 알지 못했던 녹색 음악기획과 실태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산 앨범이 무엇이었나... 새삼 되짚어보게 된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동시에 행사의 영속성을 위해 매력을 유지하고 영역을 확대하려는, 정신분열적 면모” (페스티벌의 지속가능한 개발 책임자, 장 페리생)



 

창작과 예술 작업에 면죄부를 제공하지 않는 환경 관련 고민이 고맙고, 덕분에 국내의 콘서트, 페스티벌 등의 실제 상황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추억 속 만화잡지의 시대와 영상화 시대로 이동하던 시기의 언제나 선이 승리하는 이야기들을 내 기억 속에서도 그립게 찾아보았다.

 

속도감과 긴장감과 반드시 회수되는 복선과 선명한 결말이 통쾌해서 좋아하는 추리 미스터리 문학의 역사와 파리대중들의 열광이 놀랍고, 당대 지배가치를 문제시하는 시선과 사회적 위계를 따져 선악을 구별하지 않는 내용을 사회철학의 방식으로 재밌게 살펴볼 수 있었다.

 

역사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 특히 말없는 다수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중이란 군중도 아니고 다수의 무리도 아니고 모두가 특별하고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간직한 수많은 개인과 인간성의 집합체인 것이다.”

 

낱장으로 떨어질 때까지 여러 해 동안 여러 번 읽은 <레 미제라블>이란 놀라운 서사예술! 나는 여전히 대중을 역사의 의미로 두는, 작가의 상상력이 밝혀내는 사회적 진실이 빛나는 작품들이 좋다. 세계를 축소시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크기로 만든 이야기들.



 

마지막으로 국가는 대중문학이 너무 전복적이지 않도록 경계하나, 독재 권력과 인간의 오만과 과학기술에 대한 경고를 늘 제공하는 SF 문학을 우리 시대가 힘들게 그려보는 새로운 사상의 밑그림이라 보는 미학적 관점을 만난다. 여름도 밤도 산재한 내 현실의 문제도 잠시 잊고 이 모든 현재가 변화된 미래를 상상하며 읽었다. 서글프고 설레는 위로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쓰는 글은 (...) 조금 더 우리 자신의 내부와 우리의 시선, 우리가 구해야 하는 것들을 향해 있을 테다.”




 

! 전문 수록된 옌롄커의 <돌려줄 수 없는, 친구의 잘려나간 팔>을 꼭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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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길 잘했어
김원우 지음 / 래빗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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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경험하는 것들은 낯설기 때문에 약간의 상처가 남지 않는 것들이 많다. 성장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다양한 외압과 폭력에 맞서는 저항의 존재 구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경험들 중에서도 아주 크고 결정적인 상처와 전환을 초래하는 사건들이 있다.

 

너무나 조용히 누구도 부르지 않고 아버지가 떠나신 상실의 날이 그랬다. 너무 고요해서 오히려 더욱 거대한 폭음처럼 느꼈던 충격, 나는 아이들이 내 뒤에 기대, 나를 안고 울고 있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상례를 마치고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픈 우리는 기운 하나 없이 책을 펴들고 한 방에 누웠다.



 

세 편이니 한편씩 서로 읽어주기로 했지만, 한글을 모르던 어릴 적처럼, 나는 아이들 머리칼을 번갈아 쓰다듬으며 혼자서 읽어주었다. 오늘의 기억이 이별보다는 함께 한 이 시간으로 더 선명하게 채워지기를 바랐다. 위압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친절한 이웃의 위로 같아 참 좋았다.

 

둘째는 눈물을 쓱 닦으면서도 슬쩍 웃었다. 나는 웃음이 나오면 크게 웃었다. 숨 쉬기가 매번 편해졌다. 아무리 바라도 모든 미래에 아버지(할아버지)는 안 계실 것이고, 우리는 그리움에 더 매섭게 아프기도 할 것이지만. 이야기의 힘은 실패가 분명한 미래를 애통해하기보다 모른 척 간절하게 외워보는 시도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있는 힘껏 실컷 상상해보고 끌어 당겨보고 싶었다.

 

기적을 믿지는 않아도 기적을 바라기는 했다. 무슨 일이든 차선책은 필요한 법이다.”

 

어떤 SF적 설정보다 평생 사랑한 관계가 허망할 정도로 툭 끊기고 사라진다는 것이 더 초현실적이다. 어떤 초능력보다 우리가 태어나고 만나서 서로 사랑했다는 것이 더 경이롭다. 어떤 기적보다 진심으로 애도하고 뭐든 도우려고 찾아와서 끝까지 함께한 타인들이 신비롭다. 그래서 나는 이제 현실의 모든 것들이 제대로 작동해서, 이 짧고 소중한 만남과 관계를 잘 지켜주기를 바라게 된다.



 

내 친구나 이웃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반가웠다. 아이들이 작품 속 친구로 여기고 덜 외롭고 더 용감하게, 미래의 많은 순간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계속 읽어 주었다. 이야기로 울리는 방이 점점 더 포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제대로 잠들지 못한 밤들이 오늘은 우리를 잘 품어 줄 것 같았다.

 

모르긴 몰라도 복실이가 요구한 1년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게 분명했다. 그건 남겨질 우리를 위한 시간이었다. 이 넘치는 사랑을 감싸안기에 1년은 너무 짧다.”



 

우리 집 복실이가 보드랍고도 확실하게 자리를 밀고 들어온다. 확실한 사랑의 표정을 하고 우리를 바라본다. 우리는 사랑하는 누구와의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도 매번 모르겠지만, 같은 시시한 실수를 반복하겠지만, 매번 너무 많은 것들이 후회되고 애석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우주만큼 확신한다.

 

소멸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할 우리지만 어떤 죽음에도 익숙해지지 못할 것이다. 다만 어떤 세상이건, 우리 만나길 잘했어, 좋아하길 잘했어, 사랑하길 잘했어, 함께이길 잘했어. 이렇게 그리워서 함께 울 수 있으니…… 모두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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