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서울이 낯선 도시라는 걸 알게 됐다는 건 그 풍경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마치 꿈속을 걸어다니는 것과 같았다는 뜻이었다.
-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02
누구라도 죽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죽은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필연적인 결과에 비하면 내가 살아남은 건 너무나 우연에 가까웠다. 그 죽음이 필연이라고 떠들어대면 떠들어댈수록 내 삶은 점점 더 우연에 가까워졌다. 그렇게 가장 먼저 삶과 죽음이 서로 그 자리를 바꿨고, 그다음에는 정의와 불의가, 진실과 거짓이, 꿈과 현실이 서로 뒤엉키기 시작했다.
-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02
그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라는 고전적 물음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그 모든 것은 나와는 전적으로 무관하게 움직이는 유리창 저편의 세계처럼 보였다. 마치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기차 속에 탄 사람들을 바라볼 때처럼. 거기에는 내가 관여할 정의와 불의도, 진실과 거짓도, 꿈과 현실도, 삶과 죽음도 없었다. 그건 전적으로 그들의 문제, 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의 문제였을 뿐이었다.
-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05
이웃은 잊어버리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인데, 올바르게 생각하고 주의를 부드럽게 환기시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인생은 자기 자신이 지배하는 것이다. 너의 인생을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맡기지 말라. 무엇보다도 네가 선출한 지도자에게는 맡기지 말라. 자기 자신이 되어라.
-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05
나를 구한 건 "자기 자신이 되어라"라는 마지막 문장이었다. 인생은 자기 자신이 지배하는 것이다. 너의 인생을 누구에게도 맡기지 말라. 무엇보다도 네가 선출한 지도자에게는 맡기지 말라. 자기 자신이 되어라.
-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06
밤의 도시와 내 얼굴이 번갈아가며 투명한 창으로 스며들었다.
-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09
나를 태운 전철은 그 모든 분노와 욕망과 슬픔과 죄의식과 좌절과 체념과 우울의 강물과 터널을 지나, 시작도 끝도 없는 검고 푸른 공간 속으로 힘차게 달려갔다.
-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09
"이래 봬도 내가 영문과 5학년째야. 자, 들어봐. If all else fail, myself have power to die." 영문과 5학년째라는 말은 듣지 않는 게 좋았다. 게다가 투쟁국장은 마산 출신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장나도 내겐 아직 죽을 힘이 남아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3막 5장. 네게도 아직 죽을 힘이 남아 있다면 너한테 소개해줄 사람이 하나 있다.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너를 생각해낸 거니까 가능하면 한번 만나보기 바란다. 죽을 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20
칼 세이건은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전제를 통해 이 우주가 이처럼 광활한 까닭은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인류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무의미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세상은 온통 읽혀지기를, 들려지기를, 보여지기를 기다리는 것들 천지였다.
-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23
"세상의 모든 동물들은 보호색을 지녀 자기를 감추는데, 반딧불이는 왜 그렇게 환하게 자기를 드러내는 걸까? 자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 먼 지구까지 빛을 보내는 저 별들처럼 반딧불이들도 고독한 걸까? 그렇게 해서라도 서로 연결되려고 보호색 따위는 기꺼이 던져버린 것일까? 죽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알라딘 eBook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중에서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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