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 부력에서는 무중력 상태처럼 자유롭지. 아빠는 도담이가 중성 부력에서처럼 평온하고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 - <급류>, 정대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b9e7aa6e3e04ec4 - P11

해솔은 활짝 웃고 있는 도담을 지켜봤다. 도담의 쾌활하고 독특한 웃음소리가 해솔의 마음에 새겨졌다. 기쁨을 전혀 숨기지 않는 구김살 없는 웃음소리. 한껏 존재감을 내뿜는 높고 큰 웃음소리였다. 그 웃음에 전염이 되어서 해솔도 해맑게 웃었다. - <급류>, 정대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b9e7aa6e3e04ec4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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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페는 누구의 꿈이었을까? 나는 누구의 꿈일까? 나의 욕망은 어떤 두려움의 꼬리를 물까? 어떤 눈동자가 나의 우주를 움직일까? 『아우라』가 던진 한 알의 모래알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응결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문학과 우주의 신비는 바로 거기에 있다.

-알라딘 eBook <금빛 종소리> (김하나 지음) 중에서 - P30

시대마다 삶의 속도가 다르다. 콧김을 내뿜으며 달리는 말이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이던 때로부터 증기기관과 기차의 시대로 넘어가자 사람들은 그 속도에 경탄을 내뱉기도 했지만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인지하기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라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금빛 종소리> (김하나 지음) 중에서 - P31

책을, 그중에서도 옛날 책을 읽어 보기로 생각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문장은 시대의 호흡을 반영한다. 문장이라는 좁은 길을 따라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시대의 속도와 사고에 동기화되려면 독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알라딘 eBook <금빛 종소리> (김하나 지음) 중에서 - P31

100이란 아주 믿음직스런 숫자다. 백,이라는 발음에서는 탄탄한 기백이 느껴지고, 50대 50으로 나뉘는 형평성은 좌우 페이지가 공평하게 균형 잡힌 책의 형식과도 잘 들어맞는다. 종이책으로 100페이지쯤 읽으면 왼쪽으로 넘어가 차곡차곡 쌓인 종잇장들의 두께가 제법 두툼해지고, 전자책으로 읽어도 스크롤바에 표시되는 읽은 분량이 점이 아니라 길쭉한 선으로 보일 만큼이 된다. 스마트폰 시대의 두뇌도 쉽게 무시 못 할 정도가 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금빛 종소리> (김하나 지음) 중에서 - P32

그런데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멕시코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는 ‘100페이지의 법칙’까지도 필요하지 않은 책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가장 짧다.

-알라딘 eBook <금빛 종소리> (김하나 지음) 중에서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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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배운 건 수리의 종류에 관한 용어들이었다. 중수와 중창과 재건의 차이 같은 것. 면접을 끝내고 받아 온 『고건축용어사전』에서 가장 먼저 찾아본 말들이었다.

-알라딘 eBook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중에서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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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처음 한 번은 극장 안에서, 그다음 한 번은 극장 밖에서. -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f2bcbeac8a04832 - P6

그러니까 영화평론가는 경험을 사유하며 다시 시작하는 자다. 영화의 감흥을 동력 삼아 다시 시작하며 설레는 자이면서 동시에, 영화의 신비를 손에 쥐어보려고 다시 시작하다가 아득해지는 자다. 영상을 문자로 바꾸어 짚어내려고 무망한 투망질을 되풀이하는 자이고, 또렷한 발화점과 아득한 소실점 사이에서 헤매다 종종 길을 잃고 망연해지는 자이다. 여기 실린 글들은 그런 불가능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f2bcbeac8a04832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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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수많은 취객들 사이에 마주앉아, 폴이 들려준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지금, 삶이란 신파와 진부, 통속과 전형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말해질 수밖에 없는 것들에 의해 지속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51

그는 사회적 폭력의 뿌리를 근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에게서는 폭력에 폭력으로 맞설 수밖에 없더라도 쟁취해야 하는 정의에 대한 확신이 선명하게 빛났다. 그녀는 그것이 늘 부러웠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71

그에게는 사랑을 지켜내는 일도 신념을 추구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므로.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그 감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사람. 상대와의 약속에 충실한 것이 옳은 일이라 믿기 때문에 결혼을 맹세하고도 남을 사람이 바로 그였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75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80

감자가 개가 되고, 신념이 감자가 되었으니 세상에서 통용되는 신념은 무엇을 가리킬지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써왔던 개라는 단어가 신념과 대응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무엇을 가리킬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89

나는 결코 남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개와 감자와 신념 사이에 틈이 생겼다는 사실보다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던 것은 내가 더이상 남들처럼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93

세계를 향한 최초의 발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린 것은 어쩌면 그 무렵인지도 몰랐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98

창밖은 어두웠다. 집안은 죽은듯이 고요했다. 그 어두움과 고요의 시간에, 절망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에 대한 기대가 의좋은 남매처럼 손을 맞잡고 기지개를 켤 때, 누군가에게 보내는 마지막 점멸 신호처럼 커서는 뚜─뚜─뚜─, 일정한 간격으로 깜박거린다. 그리고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나의 말言들이 빛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당신들에게 날아갔다. 아니, 날아가고 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103

모든 것은 자전거 때문이었다. 집에 자전거가 생긴 이래로 되는 일이 도통 없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105

세상으로부터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더이상 받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뿌리를 내렸다. 어둠을 움켜쥐고 자라는 음지식물처럼. ‘우리’라는 견고한 껍질 안에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안전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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