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arriage was so sacred in the eyes of gods and men that a lowly tenant farmer’s daughter, born and raised in undyed white hemp every day of her entire life, was permitted to play the part of the most noble of women just for a day. - P6

Whereas that was an ecstasy of height, coolness, and solitude, this was an ecstasy of depth, warmth, and union. - P6

But the wind howled into his ear, and he lowered his bow and arrow. Never kill a tiger unless it decides to kill you first. - P8

He was on fours like an animal; when even his elbows gave out he curled into the powder, sparkling white in the moonlight. Then he thought, I should be facing the sky, so he heaved himself over onto his back. The moon was gently smiling down on him: it was the closest thing in nature to mercy.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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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을 맞으며 피우는 담배맛은 끝내주었다. 엄마는 동네 입구 하천 다리 위에 또다시 차를 세웠다. 남은 맥주를 들어 꿀꺽꿀꺽 마시고는 빈 캔을 다리 난간 너머로 던졌다. 내가 들고 있던 빈 맥주 캔도 빼앗아 말릴 새도 없이 난간 너머로 던졌다. 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엄마는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응수했다.
가을밤이면 나는 그날 밤을 떠올린다. 창으로 쏟아져드는 가을바람의 냄새를, 엄마와의 늦은 밤 드라이브를. 그것은 오래된 영화처럼 멈춰선 시간의 그리움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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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사람은 걷고 말하고 생각하는 무기질인 동시에
멈추고 듣고 느끼는 유기체.

살아 숨쉬는 물질로서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온몸이 귀로 이루어진 존재가 되고 싶었다.
경청의 무릎으로 다가가
낯선 타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지친 손과 발을 가만히 씻기고 싶었다.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길러진 열정으로서의 연민,
그 힘에 기대어 또 얼마간을 살고 썼다.

이 시집을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25년 3월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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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을 보존하고자, 먼저 사물에 가치를 부여했다. 사물의 의미를 창조한 다음에야 인간의 의미를 창조했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을 ‘인간’, 즉 평가하는 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522548d024a48da - P97

평가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이다. 들어라, 그대 창조하는 자들이여! 평가하는 것 자체가 평가된 모든 사물에는 보물이자 보석이다.
오직 평가를 통해서만 가치는 존재하게 된다. 평가가 없다면 실존은 속이 텅 빈 호두나 다름없다. 들어라, 그대 창조하는 자들이여!
가치의 변화, 그것은 곧 창조하는 자의 변화를 말한다. 창조하는 자가 되려는 자는 항상 파괴를 하는 법이다. -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522548d024a48da - P97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자와 곧 다가올 자에 대한 사랑이 이웃에 대한 사랑보다 더 고귀하다. 또한 사물과 유령에 대한 사랑도 인간에 대한 사랑보다 더 고귀하다. -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522548d024a48da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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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풍광을 감상하는 법이 있습니다. 마지막 1,442번째 계단을 올랐을 때 인파의 감탄이 눈앞의 어둠을 밀어냈습니다. 서늘히 불어오는 바람이 눈앞에 푸른 캔버스를 밀어다 놓습니다. 시리게 내리쬐는 햇살이 캔버스 위에서 부서지며 빛의 입자로 채색합니다. 저는 눈동자 속에 푸른 하늘과 하늘빛으로 빛나는 호수를 그립니다. 저는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생동감으로 기억하고 감상합니다. 천지 앞에서의 냄새, 웅성이던 사람들의 소리, 피부에 닿았던 공기의 질감. 낯선 감각은 새로운 자극이 되어 넓은 사고와 깊은 사유로 저를 이끕니다. 시력을 대신할 감각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에 저는 감사합니다.

-알라딘 eBook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조승리 지음) 중에서 - P8

빗줄기가 온 힘을 다해 자동차를 두들겼다. 와이퍼가 정신없이 좌우로 움직였다. 조금 열어둔 창으로 물비린내와 옅은 연기 냄새가 들어왔다. 나는 축축한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셨다. 떠나면서 가슴속에 구겨 넣었던 감정들이 천천히 씻겨 내려갔다.

-알라딘 eBook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조승리 지음) 중에서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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