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KY WAS WHITE AND THE EARTH WAS BLACK, LIKE AT THE BEGINNING of time before the first sunrise. Clouds left their realm and descended so low that they seemed to touch the ground. Giant pines loomed in and out of the ether. Nothing stirred or made a sound.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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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말을 들은 학생은 은재를 비롯한 서너 명뿐이었다. 스무 명은 엎드려 자고, 다섯 명은 이어폰을 꽂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곽은 아무 제재도 하지 않았으며 모멸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모두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수업을 듣지 않는 게, 혹은 어떠한 학교교육에도 참여하지 않는 게 부와 권력만을 추종하고 소수자를 배척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불량배로 성장할 거라는 뜻은 아니었다. 노동 착취에 시달리며 형벌 같은 생존을 이어가지만 어떤 비판 의식도 벼릴 수 없는 죄수가 된다는 뜻도 아니었다. 아무도 예단할 권리는 없었다. 학교에서 잘 배워야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한다는 믿음은, 제도교육에서 ‘모범적인’ 성취를 얻어서 삶의 기반을 마련한 자신 같은 교사들의 고정관념이었다.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139

공교육이란 중산층의 아비투스를 재생산하고 체제 유지에 기여하는, 필연적으로 보수적인 국가 장치 아닌가. 바른 자세로 수업을 경청하라는 지도는 규율화된 신체를 양산해 사회적 유용성을 극대화하려는 ‘학교-감옥’의 통치술 아니냔 말이다. 곽은 일리치, 부르디외, 푸코 등을 떠올리며…… 어떤 지도도 하지 않았다. 엎드린 학생들의 뒤통수를 애정어린 눈으로 보았다. 학생들이 버리고 간 학습지의 빈칸에 숨은, 자신이 모르는 언어로 된 가지각색의 목소리들을 상상했다.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139

곽은 은재와 함께 도서를 정리했다. 『도련님』은 우측 중단에, 『수레바퀴 아래서』는 중앙 상단에,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는 트롤리에 두고 『시민의 불복종』은 좌측 하단에, 『노인과 바다』는…… 자신의 손에서 은재의 손으로, 은재의 손에서 자신의 손으로 건네지는, 함부로 펼친 적 없는 새 책들의 반듯함.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142

역시 달콤했다. 경박한 단맛이 아니라 깊이가 있고 구조가 있는, 하지만 묘사해보려고 하면 이미 여운만 남기고 사라져서 어쩐지 조금 외로워지는 달콤함. 사람을 전혀 파괴하지 않고도 패배시킬 수 있는 달콤함.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143

조지 오웰의 『1984』를 차용해, 가상의 전체주의국가에서 붉은 도브를 든 로나가 해방의 노래를 퍼뜨린다는 통신사 광고는 지금 돌이켜보면 의미심장하다.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151

수록곡인 〈Womb Bomb Tomb〉에서는 가자 지구를 "자궁과 무덤 사이에 지은 지상 최대의 감옥"으로 표현했다. 하마스의 테러는 지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유대인 팬들이 로나를 비난했다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159

우리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다. 어떤 급진주의자가 법률에 따라 창당하여 선거로 의회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울까.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165

그러나 무대 또는 아스팔트에 있어야만, 허락된 자리에 머물러야만 보존되는 ‘순수함’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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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떤 것들은 예고될 수 없으며 호명될 뿐이라고 생각하며 담대해졌다. 당장 해야 할 일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그는 촛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손뼉을 쳤다.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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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침대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한다면 고양이보다는 개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다 그 개가 고독사한 자신을 뜯어먹을 확률을 계산해봤다. 그로부터 두 달 후에 그녀를 만났다.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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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용사나 부사, 은유나 상징이 제거된 가장 단순한 구조의 문장으로만 의사소통을 했다. 때로 우리는 의미가 불분명한 문장들을 만들었고 아주 자주, 정반대 의미의 어휘를 선택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은 대체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기한 체험이었다. 사실 우리 중 누구도 상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백 퍼센트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의 말이 온전히 전달된다고 착각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최소한의 단어들의 나열과 어조의 높낮이, 그리고 손짓과 눈짓만으로도 충분한 말들이 여기, 이 식사 자리에 있었다. 알고 있는 단어가 한정되어 있었고, 만들 수 있는 문형이 제한되어 있었으므로 우리는 종종 설명해야만 하는 많은 부분들을 생략하거나 변형시켰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 속에서 고향에 흐르던 실개천은 강물이 되기도 하고, 미처 외우지 못한 8월이라는 단어는 3월로 대체되기도 했다. 내가 묘사한 나의 과거 역시 실제의 내 과거와 같지 않았다. 내가 그려내는 내 미래가 그러하듯이.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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