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지 않아야, 그러니까 피사체와의 거리가 유지되어야 거리낌없이 촬영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거리는 결국 냉정함의 거리라고 여기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그런 생각은 셔터를 누른 이후 피사체가 살아갈 실제 삶에는 무심했다는 자각,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사진을 위해 한 사람의 고통을 이용해온 건지도 모른다는 자각으로 이어졌다.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47

무의식의 내벽을 훑는 무의미하고 난폭한 빛에 며칠 동안 시달리다 가까스로 눈을 떴을 때, 왼쪽 다리의 통증은 여전히 강렬했지만 그녀는 거의 직감적으로 그것이 환상통이란 걸 감지할 수 있었다.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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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는 빛이 모여들었으니까.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22

나는 가엾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 위험하게 살았고 결국 그 위험을 피하지 못해 다리 하나를 잃었지만 그것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그녀는 하고 싶었다.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25

창밖으로 여전히 눈송이가 흩날리는 게 보였다. 창문 크기만한 바깥의 풍경 어딘가에 장착돼 있을 태엽을 상상하며 그녀는 최대한 작게 몸을 움츠리고는 눈을 감았다. 오래전, 잠들기 직전 마지막으로 스노볼의 태엽을 감고 난 뒤면 늘 그랬듯이.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26

태엽이 멈추면 빛과 멜로디가 사라지고 눈도 그치겠죠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35

그때 그 악기 상점의 쇼윈도를 건너다보며 그가 상상한 것은 알마 마이어가 되살아나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그런 알마 마이어를 눈으로 그려보는 상상 속 권은의 웃는 얼굴이었을까.
어쩌면 둘 다였는지도 모르겠다.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36

어쩌면 역사의 한가운데서 증언의 사진을 찍는 스스로에게 숭고함을 부여하고자 하는 욕망을 들여다보게 했던, 그 숭고함을 계속 갖고 싶고 누리고 싶어서 헌신하고 사랑하는 포즈만 취했던 지난 시간을 반추하게 했던, 나아가 그 욕망을 완벽하게 부정하지 못했기에 괴로움을 안기기도 했던 최초의 피사체라고 표현해야 맞는지도 모르겠다.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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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와인잔을 잠시 내려놓고 지유의 발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아직 그 어느 곳에도 발자국을 남긴 적 없는 발, 동시에 어디에까지 다다를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발…… 지유의 발바닥에서 얼굴을 뗀 뒤엔 작고 둥근 배에 살짝 손을 올려보기도 했다. 부드러웠고, 부서질 듯 연약했다. 이토록 부드럽고 연약한 살결 아래로 피가 흐르고 있으며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포들이 부지런히 증식중이라는 사실이 승준은 매번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가슴속에 번지던 그 작고 뜨거운 경이는 지유에게 예정된 좌절과 패배, 상실과 이별 같은 것을 상기한 순간 갑자기 식어버렸고, 대신 납 한 덩어리를 삼킨 듯 온몸이 무거워졌다.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12

오늘밤 권은이 칠 년 전처럼 눈을 맞으며 서 있는 모습으로 머릿속에서 재생된 건 이 아이 때문일 수도 있다고…… 어쩌면 지유가 세상에 온 순간부터 자신은 지유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친구가 자신에게 있었다고, 카메라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빛을 좇던 친구가 있었다고 말이다.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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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이 멈추면 빛과 멜로디가 사라지고 눈도 그치겠죠."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7

그녀는 빛이 피사체를 감싸는 순간의 온기가 좋아 사진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했는데, 그 말은 승준의 마음 어딘가로 흘러와 고요하게 폭발하기도 했다.

-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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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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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 역사를 관통하는 타임 슬립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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