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일어났을때 대처하는 여러 종교적 관행이나 기제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했던 것이에보카티오evocatio 의식이었다. 에보카티오는 ‘불러내다‘ 라는 라틴어 evoco 에서 나온 단어로, ‘신 모셔내기‘ 혹은 ‘신 불러내기‘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에보카티오 의식은 전염병, 흉년, 특히 전쟁 같은 불가항력적인 국가적 위기를 맞았을 때,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도움을 줄 신이나 영웅을 영접하는 의식이다. 특히 전쟁 시에는 적국의 신을 회유하기 위해 더욱 빈번하게 행해졌다.(311p)
이 가운데 농경사회의 제의에서 비극이 나왔다고 본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어 드라마의 어원이 된 ‘드라오drao(행하다)‘라는 단어에 주목하면서, (의례를) 행하는 데서 드라마가 나온 것이라고 보았다. 즉, 드라마는 농경사회의 집단적 제전행위에서 나온 것으로, 파종, 경작, 흉년 등 농사지을 때의 고통이나 슬픔에서 비극이, 수확 등의 기쁨에서 희극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268-279p)
극장theatron의 어원
오늘날 극장을 뜻하는 영어 ‘theater’ 혹은 ‘theatre’는 고대 그리스어 ‘theatron’에서 나왔다. 테아트론은 ‘보다thea‘와 ‘도구tron‘의 합성어로 ‘보는 도구’, 즉 ‘볼 수있는 자리‘ 라는 의미이다. 이는 일종의 좌석이나 장소의 개념이므로 ‘보는 이’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단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테아트론이라는 원래 단어에 공연 무대(스케네 skene)라든가 입장 공간(파로도스 parodos) 등의 모든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었을 가능성은 적다. (255p)
비극과 희극
오늘날엔 비극과 희극이 대조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 기원은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은 우월한 사람들을, 희극은 저급하거나 결함이 있은 이들을 다루는 것, 또 희극은 웃음geloion을 유발하는 데 비해서 비극은 심각한 문제ta spoudaia를 다루면서 두려움과 연민에 호소하는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비교가 비극과 희극의 전통적 이원론의 토대가 되었다. (249p)
서사시와 비극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적 관점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사시와 비극의 전신을 각각 ‘힘노이hymnoi‘와 ‘엔코미아enkomia‘로 보았다. 여기서 ‘힘노이’는 ‘성스러운 노래’, ‘엔코미아’는 ‘찬양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비극은 원래는 (디오니소스) 신을 ‘숭배하고 찬양하기 위하여’ 바쳐진 것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한다. (24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