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팍팍하게 느껴진다면 물에 적셨다 읽으셔도 좋겠다.”

뜻하지 않게 ‘대표적인 인터넷 서평꾼‘에다가 ‘인문학 블로거‘ 행세를 하게 된 건 내가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내놓고 활동하는 이들이 적어서다. 나는 하녀고 광대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느끼기 시작한다면 곧 니진스키처럼 정신의 줄을 놓게 될 것이다. 그건 슬픈 일이다. 나는 다만 읽고 쓰고 떠들겠다. 뭔가 같이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세상이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가 없는 건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견딜 만한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쁨을 주는 건 나의 몫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좀더 읽고 쓰고 떠들지 모르겠다. 이 ‘인문학 서재‘가 조금 더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런 정도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고 떠들 수 있다.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당신에게 끼니가 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대단찮은 것이어도 ‘겸손한 식사‘ 정도는 될 수 있다면 말이다.(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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