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통해 들어와 기다란 띠 모양으로 반사된 빛이 그의 머리 속에서 계 속 빙글빙글 돌았다. 그는 아무 것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눈 꺼풀을 내리깔자마자, 커다란 방에는 사령부는 사라지고 기다란 테이블 앞에홀딱 벗어서 새하얀 양초들 같은 얼빠진 신병들이 한층 또렷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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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누가 나서서 그들을 조직한 것도 아닌데, 늘 악이 괴물처럼 바다에서 솟아날 때면, 그것이 국토 내부로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일어섰다.
해안에서 그것을 섬멸해야 했던 ‘그제르지 엘레즈 알리자 Gjerg] Bler- Alija‘의 전설의 시대 이래로, 다음 세대에서 한 세대로, 마치 본능처럼 그들에게 유전되어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아주 오랜 옛적의 어떤 면모가 있는 행동으로,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먼 산악지대에서 해안까지 달려왔다. 그것은 그들의 내부에서 홀연히 잠을 깬 아주 오랜 불안 심리, 푸른 물 앞에서 느끼곤 하는 오랜 두려움이었으며, 보다 일반적으로는, 언제나 악이 솟아오르곤하는 평평한 모든 나라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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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다른 사람들이 예술에서 느끼는 강렬한 감각을 범죄가 그들에게 제공한답니다. 그런 경구는 ‘범죄’라는 말 대신, ‘전쟁’이나 ‘복수’라는 말로 대체하는 작은 차이를 제한다면 알바니아 인들에게 아주 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주 객관적인 의미로, 알바니아 인들이 일반 법규를 어긴 죄수들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저지른 살인들은 늘 옛 관습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됩니다. 그들이 벌이는 복수는 서문과, 이어 끊임없이 높아만 가는 극적 긴장과, 그에 따른 필연으로 죽음이 따르는 결론이 갖추어진, 비극의 모든 법칙들에 따라 구성된 희곡과 흡사합니다. 그들이 벌이는 복수는 산 속에 풀어진 성난 황소가 지나가는 길에눈에 띄는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파괴해버리는 것으로 비유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알바니아 인들은 그 황소의 목에 그들의 미적 감각에 따라 장신구와 치장물들로 치장을 하지요. 그 결과 황소가 풀려나 곳곳에 죽음을 뿌릴 때면, 알바니아 인들은 그와 동시에 미적 만족감을 음미할 수 있게 됩니다."(1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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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료들의 유해가 어째서 그들의 가족에게로 송환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듯, 그것이 그들 최후의 소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우리, 노병들에게 있어서는, 그 같은 감상주의적 발상이 유치하게만 생각됩니다. 군인이라면, 살아 있든 혹은 죽었든 동료들 사이에 섞여 있을 때에만 편안함을 느끼는 겁니다. 그러니 그들을 그대로 놓아두십시오. 그들을 따로따로 떼어놓지 마십시오. 한데 몰려 있는 그들의 무덤은, 우리 내부에서, 지난날의 전쟁 혼을 생생하게 살아 있게 지탱해줍니다. 피 한 방울만 봐도 곧 목청을 높일 태세가 되곤 하는 겁쟁이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마십시오. 우리의 말을 믿으십시오. 우리는 옛 전사들 아닙니까."(1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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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밤이 들판으로 찾아와 있었다. 어둠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썼으나 벗어나지 못했던 달이 구름 사이로 나타났다. 달빛에 흠뻑 젖어들어 빛의 포화 상태가 된, 스폰지 같은 층층의 구름과 안개 사이로, 지평선과 거대한 들판에 밝은 빛을 비추며, 달빛은 차분하고 균일하게 물방울을 걷어 내고 있었다. 이제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매끄러웠으며, 지평선과 들판과 길은 온통 우유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
"그날은 하늘이 낯설었습니다. 그날은 하늘이 무심하고 우울하게,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밝은 달빛 속에 풍덩 빠져든 것 같은 가을 밤이었습니다. 땅바닥에 드러누운 우리들은 모두 이렇게 속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세상에! 하늘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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