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 성숙설은 원래 19세기 말엽 생물학계를 지배한 반복설(theory of recapitulation)에 대항하는 한 방편으로서 명성을 얻었다. 반복설에 따르면 동물들은 배 발생 및 출생 후 발달 과정에서 조상의 성년 단계를 되풀이한다. 우리 모두는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 (ontogeny recapitulates phylogeny)."는 신비로운 표현으로 그것을 배웠다.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함으써 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을 전문 용어로는 유형 성숙(幼形成熟, neoteny)‘이라고 하는데, 그 뜻은 ‘젊음을 유지함‘이다.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는, 기초로부터 시작해 고상한 정점에 이르는 진화의 사다리에서 미리 예정된 최종적인 걸작품이 결코 아니다. 단지 무수하게 가지치기를 해 온 진화의 관목에서 제대로 자라는 데 성공한 곁가지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진화는 ‘종 분화(speciation)’ - 하나의 원줄기로부터 곁가지가 갈라져 나가는 - 를 통해서 진행되는 것이지 조상들의 느리고도 지속적인 변형을 통해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종 분화가 반복되면서 관목 형태가 만들어진다. 진화의 ‘연속‘은 사다리의 가로대가 아닌, 재구성하자면 마치 밑동으로부터 우리가 현재 위치하는꼭대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회적인 통로와 미로가 얽히고설켜 있는, 그러한 관목의 모습인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기본적으로 유형 성숙(幼形成熟, neoteny) 종이다. 우리 인간은 유인원과 닮은 조상으로부터 진화했지만 발생 단계에서 전반적인 지연(retardation)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