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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자의 상속녀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 위니프리드 축일을 맞아 큰 행사를 진행하진 않았지만, 내심 슈루즈베리성 근처에서는 처음 성녀 위니프리드의 시신이 안치되었을 때의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들떠 있었다. 근데 그들이 갑자기 웅성대면서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무척 무거운 짐과 관을 들고 오는 두 남자를 봤기 때문이다. 강인해 보이는 남자는 어디선 가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무언가 수도원에 요청할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그가 걷는 모습을 보니 다리 쪽에 부상을 입은 것 같은 생각이 든 캐드펠 수사. 얼마 후, 에드먼드 수사가 한 남자를 치료소로 데리고 온다. 아까 봤던 관을 가지고 온 남자였다. 그의 손에 깊이 박힌 가시를 빼낸 후, 불빛에 얼굴을 비춰 본 캐드펠 수사는 그를 알아보았다. 그는 리스우드의 윌리엄 노인의 서기로, 19살이던 해에 주인 윌리엄 노인과 함께 성지순례를 떠났던 일레이브였다. 7년이 지나 그는 26살의 청년이 되었지만, 윌리엄 노인은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관에 누운 시신이 바로 윌리엄이었던 것이다. 그는 성지순례 중 바르플뢰르로 가던 중, 프랑스 발로뉴에서 사망을 했다. 다행이라면 그가 순례를 떠나기 전, 가지고 있던 빚은 다 청산하였으며 그가 운영하던 것들은 조카들에게 이미 다 맡긴 터였다. 그의 마지막 유언은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교회 묘지에 안장되는 것이었다. 성실한 서기였던 일레이브는 그 먼거리를 주인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관을 들고 온 것이었다. 윌리엄 노인의 안장을 놓고 총회가 열린다. 캔터베리 아우구스티누스파 참사회원이자 시어볼드 대주교의 신하인 거버트는 성 위니프리드 축일을 맞이하여 슈루즈베리성 성 베드로 성바오로 수도원에 있었기에 그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부임한 지 오래지 않은 라둘푸스 수도원장 대신 로버트 페넌트 부수도원장이 윌리엄 노인에 대한 발언을 하였다. 그는 상인으로 수도원의 많은 부분을 헌금하였고, 마을 안에서도 존경받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된다. 하지만 거버트 참사회원은 딴지를 건다. 설로 부제의 말을 곡해해서 그에게 이단이라는 누명을 씌우려고 한다. 하지만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부수도원장을 비롯한 여러 수사들의 의견을 존중해 윌리엄을 교회 묘지에 안장하기로 한다.
7년 만에 고향을 다시 찾은 일레이브는 윌리엄 노인의 조카들을 찾는다. 마거릿 부인이 그를 반갑게 맞이하지만, 윌리엄 삼촌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하게 남편과 시동생인 제번에게 사실을 알린다. 하지만 마거릿의 남편은 이미 멀리 나가있는 터라, 다음 날 장례식에 참여하기가 힘들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다들 일레이브의 귀환을 환영하지만, 일레이브의 후임으로 서기 일을 보는 올드윈과 코넌은 일레이브의 귀환이 반갑지 않다. 사실 일레이브에게는 두 가지 할 일이 남아있었다. 하나는 윌리엄 노인을 교회 묘지에 안장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딸처럼 키웠던 포추너터에게 상자를 전해주는 것이었다. 포추너터의 것이라기에, 내심 일레이브는 결혼 지참금이라 생각했지만 열어보지는 않는다.
코넌은 애매한 말로 올드윈을 자극한다. 사실 올드윈의 서기 자리는 원래 일레이브의 것이었고, 일레이브가 훨씬 똑똑하고 유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레이브는 자신의 자리를 다시 찾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주인인 윌리엄 노인을 잘 모시고, 윌리엄의 선물을 포추너터에게 전해주고 마을을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코넌과 올드윈은 일레이브에게 이단의 누명을 씌워서 그를 쫓아내려고 계략을 꾸민다. 물론 성실한 일레이브의 성격을 알고 있는 마거릿 등은 일레이브의 이단 누명의 전말을 알고 있고, 그를 바로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홀드 윈이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올드윈을 살해한 범인으로 일레이브가 몰리기 시작하는데...
예상치 못한 범인과 드디어 열리는 윌리엄 노인의 상자. 그리고 상자의 주인인 포추너터의 발언.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었는데, 아무래도 중세 유럽인지라 종교 특히 이단 시비에 관한 부분은 참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 같다. 마녀사냥도 수시로 일어났던 시대였기에, 이단으로 잘못 몰리면 그냥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혹스럽지만, 다행히 모든 누명을 밝혀낸 캐드펠 수사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값을 따질 수 없는 상자보다 더 귀중한 것을 얻게 된 포추너터. 역시 그녀도 사람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