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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편지
설라리 젠틸 지음, 최주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금까지 참 많은 책을 접했지만, 살인 편지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책의 디자인이 지금까지 봤던 어떤 책보다도 더 흥미롭다. 정말 편지를 개봉하는 듯한 기분의 스티커 실과 피 묻은 지문이 오싹함을 자아낸다. 씰을 떼어내면 봉투 안으로 보이는 제목과 저자의 이름. 그렇게 책은 시작된다.
보스턴 공공도서관에서 글을 쓰고 있는 위니프리드 킨케이드(프레디)는 자신과 같은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긴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에게 자기 나름의 닉네임을 붙인다.
만화 주인공 턱이라 이름 붙인 윗 메터스, 하버드 로스쿨 재학생이자 소설가인 잘생긴 남 케인 매클러드, 그리고 프로이트 걸이라 이름 붙인 마리골드 아나스타스. 갑작스러운 여자의 비명소리에 이들은 서로 통성명을 할 시간을 벌게 된다. 아무 일 없다는 경비원의 이야기에 결국 이들은 함께 커피를 마시러 나간다. 남자 둘과 여자 둘. 자연스럽게 프레디와 케인, 마리골드와 윗은 서로 호감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머물렀던 보스턴 공공도서관에서 그날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는 넷. 피해자는 발레리나인 캐럴라인 펄프리로 청소부에 의해 테이블 아래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소설 작가인 프레디는 이 사건에 묘한 궁금증이 생긴다. 한편, 호감을 갖고 있던 케인이 프레디에게 식료품 바구니를 선물로 보낸다. 선물을 봤고 기뻤던 프레디는 케인에게 전화를 걸지만 케인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결국 음성을 녹음해 두는 프레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는다. 고마움에 대해 답장을 주지 않을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자신이 너무 들떠서 녹음을 남긴 것 같은 생각에 프레디는 괜스레 민망해진다. 인터넷 화상전화가 오고, 당연히 할머니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프레디가 기다리고 있던 케인이었다. 케인은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프레디의 답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말을 전한다.

근데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프레디에게 걸려온 전화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 비명은 며칠 전 들었던 캐럴라인의 목소리였다. 공포에 휩싸인 프레디는 결국 케인이 아닌 마리골드에게 전화를 건다. 프레디에게 달려온 마리골드는 프레디가 겪었던 일을 듣게 되고, 비명소리를 남기고 걸려온 전화가 케인의 번호로 걸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분명 누군가가 케인의 핸드폰을 주워서 이런 짓을 벌였을 거라는 생각에 마리골드와 프레디는 케인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협박의 말을 건네려던 찰나, 식료품 바구니에 대한 감사 인사를 남겼던 프레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이후 케인의 번호로 두 장의 사진이 전송된다. 한 장은 윗의 집 문 사진이고, 다른 한 장은 프레디의 집 문 사진이었다. 뭔가 이상한 일의 연속이다. 그러던 중, 윗이 강도에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케인이 과거 살인사건을 저질렀던 범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책 안에는 해나라는 작가의 글과 함께 그 글을 읽어 본 편집자 리오의 편지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 근데 이상한 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프레디의 일과 작품같이 보이는 이야기가 겹쳐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평은 리오라는 사람의 편지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책을 읽으며 여러 방향으로 들었던 궁금증과 실제 범인에 대한 추리의 촉을 세우며 읽다 보니 몰입감 있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도대체 이들 가운데 콩깍지가 제대로 씌운 사람은 누구인 걸까? 누가 살인범을 사랑해서 눈이 먼 것일까?
이번에도 범인을 추리하지 못했고, 예상치 못한 전개와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소름이 돋는다. 이거 후속편이 나오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내용도 표지도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던 작품이라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