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옆 송차 카페 책과나무 장르문학 컬렉션 1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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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김재희 표 힐링 소설이다. 지방 대학에 입학한 딸 유다경을 챙겨주고 싶어서, 엄마인 송미선은 딸의 기숙사 옆에 카페를 낸다. 티소믈리에 자격증이 있는 미선은 여러 음료를 정성을 들여 만들지만, 학교 외에는 주변에 유동인구도 적고, 배달도 하지 않는 터라 카페는 겨우겨우 현상 유지만 하는 상황이다. 그러던 차에, 유방암에 걸린 미선은 수술 후 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그렇게 송차 카페는 폐업을 할 예정이다. 하나 있는 알바생 훈민도 당장 알바를 그만두면 생활비 때문에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미선의 딸인 다경은 훈민에게 엄마의 소식을 전하며 카페 폐업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다경도 마찬가지였다. 훈민과 엄마가 돌아오기 전, 방학기간 동안만이라도 카페를 운영해 보는 게 어떨까 생각을 나눈다. 다경의 룸메인 정음까지 합류하고, 새로운 알바생 이준까지 뽑으면서 송차 카페 리뉴얼 작업이 시작된다. 임대료와 재료비 등 운영비를 제하고 남은 수익을 넷이 나눠갖기로 생각을 모으는 네 명의 사장들은 그렇게 하나하나 카페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우선은 배달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외진 이곳까지 라이더들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같은 건물 지하에 동풍 라이더스 사무실이 있었다. 자신들이 개발한 음료를 가지고 동풍 라이더스를 방문하는 4명의 사장들. 다행히 라이더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가장 연장자인 어르신 기사 최봉주와 아들 재준과 단둘이 사는 싱글맘 은수경, 진정솔로라는 프로그램에 나가 좋은 인연을 만들고 싶어 하는 강모솔과 사무실의 실장인 이정성까지...그렇게 송차 카페의 4인방과 동풍 라이더스의 4인방은 함께 힘을 모으기 시작한다.

전직 알바생인 식품영양학과의 훈민은 우선 메뉴 개발을 맡기로 한다. 어린 시절 아빠에 대한 상처가 큰 훈민은 얼마 전까지 아동보호시설에 있다가 대학생이 되면서 독립을 했다. 그렇기에 생활비 마련이 시급하다. 간호학과 학생인 정음은 학교 내 도박 방지 동아리인 낫대박의 회장인 정음은 사실 알바로 열심히 모은 돈을 사기당했다. 그 돈으로 라식과 쌍꺼풀 수술을 하려고 했었는데 말이다. 정음과 다경은 함께 메뉴판 작업을 맡기로 한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이준. 아이돌을 꿈꾸며 오디션을 보지만, 최종 심사 전에 떨어진다. 여유롭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자신이 입는 옷 때문에 떨어진다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는 이준은 수익으로 멋진 명품을 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너무도 다른 이들 넷은 송차 카페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수익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송차 카페 안에는 총 12개의 메뉴가 등장한다. 각 계절과 잘 맞는 음료나 디저트 들이다.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이래저래 의욕이 넘치는 이들은 시즌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고, 자신의 sns 등을 통해 홍보도 열심히 한다. 하지만 처음 하는 사장 일이 녹록지 않다. 별점 테러를 받기도 하고, 엄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열심히 한 것에 비해 수익이 많지 않아 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 사이에 등장하는 로맨스와 1월보다 성장해 가는 모습들 그리고 출생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골고루 들어있는 송차 카페다.

저자는 딸이 1년 가까이 카페에서 알바를 하며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젊은이들과 중장년층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이야기를 책 안에 담았다. 역시 김재희 작가표 힐링 소설의 맛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과연 수익을 통해 원하는 것을 마련하고, 식스센스 야오 노이 리조트로 여행까지 떠날 수 있을까?

매 계절 풋풋하고 상큼하고 감미롭고 따뜻한 힐링을 경험하고 싶다면, 지금 기숙사 옆 송차 카페 문을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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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픽사 인사이드 아웃 2 아트북 : THE ART OF 인사이드 아웃 2
피트 닥터.켈시 만 지음, 김민정 옮김 / 아르누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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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사이드 아웃 2가 너무 재미있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쉽게도 나는 1편도 2편도 보지 못했다. 처음 인사이드 아웃 2의 아트북과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애니메이션이기에 개인적으로 소설 보다 아트북을 먼저 봤는데, 내용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어서 그런지 이해가 좀 어려웠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바로 소설을 먼저 읽기였다.

주인공 라일리 앤더슨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아이스하키팀에서 활약 중인 라일리는 시합에서 반칙을 해서 2분간 퇴장을 당했지만, 마지막에 친구들과 성공적으로 마지막 득점에 성공해서 우승을 하게 된다. 기쁨이라는 감정이 그동안 라일리의 삶의 가장 큰 감정이었다면, 사춘기에 접어들게 된 라일리의 삶에는 기쁨뿐 아니라 슬픔, 버럭을 넘어서 까칠, 소심, 불안, 시샘, 당황, 따분의 감정이 갑자기 등장한다. (그런 장면을 영화 속에서는 어떻게 그릴지 내심 궁금했다.)

아마 영화를 먼저 본 독자라면, 더 빠져들어서 아트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봤던 캐릭터들의 변화와 그들이 생겨나게 된 내용들이 디테일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 더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아트북은 스토리 팀과 아트팀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아티스트들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스케치를 통해 담겨있다. 주인공인 라일리의 표정 변화나 감정선 역시 여러 표정들로 다양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스케치가 어떻게 3D로 입혀지는지 다양하게 입혀져가는 장면들을 보면 영화를 보지 않는 나조차도 흥미로웠다. 라일리만큼 중요한 캐릭터라면 바로 감정들일 것이다. 가장 큰 활약을 했던 기쁨을 비롯하여 버럭과 슬픔, 불안, 부럽, 질투, 당황, 따분, 소심 등의 감정들의 캐릭터 작업 또한 신기했다. 각 감정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위해 정말 다양한 캐릭터 작업이 필요했는데, 아트북 안에는 작업을 한 스태프들의 이름이 같이 기록되어서 그들의 노고를 한 번 더 짚고 넘어간다.

영상이 아니어도, 환상적인 표현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책을 통해 표현된 것 이상으로 영상에는 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영화가 계속 궁금해진다. 아트북에는 특히 영화 속에 담기지 않은 작업들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마치 감독판처럼 선물과 같은 장면들이 들어있으니 인사이드 아웃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장면들을 꼭 마주해보길 바란다.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장면들과 캐릭터들, 그리고 그 작업에 소요된 여러 부분들이 책 안에 꼼꼼히 담겨있다. 영화를 통해 마주한 감동을 더 배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면 올 컬러에 아트 작업에서 마주한 각 아티스트들의 글이 더해지니, 또 다른 맛이 있었던 것 같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다는 것은 그만큼의 큰 고통과 희생이 따르는 법이다. 그런 그들의 수고가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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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픽사 인사이드 아웃 2 - 소설
테니 넬슨 지음, 김민정 옮김 / 아르누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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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영화를 두 편 다 못 봤다. 사실 인사이드 아웃이 애니메이션인 것조차 몰랐다. 같은 회사 직원이 주말에 영화를 보고 왔는데, 너무 감동적이어서 꼭 보라는 말을 했었다. 당연히 성인이기에, 새로 나온 영화(당연히 배우들이 등장하는)일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애니메이션이라서 당황스러웠다. 사실 2편이라는 말에, "1편을 안 봐도 이해가 될까요?"라는 내 질문에 "아마 보면 바로 이해가 되실걸요?"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큰 아이 역시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결국은 영화관에서는 내려간 후여서 아쉬움만 가득하던 차에 책으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원작을 먼저 읽는 걸 좋아한다. 영화를 먼저 보게 되면, 상상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에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책으로 만나보니 또 다른 감동이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인 라일리 앤더슨은 아이스하키 선수다. 그리고 그녀는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감정의 주 컨트롤러는 기쁨이다. 여러 감정들이 라일리의 제어판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중요한 시합에서 반칙을 한 라일리는 2분 동안 자리를 떠나야 했다. 점수는 3 대 3 동점. 하지만 마지막 시간을 앞두고, 라일리와 그레이스, 브리의 3인방은 결정적인 순간 합심하여 1점을 따내고 경기는 라일리의 팀의 우승으로 마무리가 된다. 기쁨의 도취되어 있던 중, 고등학교 하키 감독이 이들을 찾아온다. 바로 이들이 꼭 가고 싶었던 파이어 호크 팀의 감독 로버츠였다. 감독은 이들을 기술캠프에 초청하기로 한다. 기쁨을 필두로 라일리의 감정들은 무척 행복해한다. 감정들도 함께 기쁨에 도취되어 자축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기쁨은 라일리의 기억 중 잊길 원하는 나쁜 기억을 따로 모아 신념 저장소로 보내기로 한다. 슬픔에게 같이 동행을 요구하지만, 슬픔은 주저한다. 하지만 기쁨은 신념 저장소에 안 가본 감정은 슬픔밖에 없다는 말로 슬픔을 설득하고, 둘은 신념 저장소로 향한다. 나쁜 기억이 사라지고, 라일리는 한 번 더 성공을 경험하며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욱 자라나게 된다.

약속한 캠프의 날 아침. 갑작스러운 지진과 같은 공격에 감정들은 당황한다. 제어판이 부서지고 만다. 갑작스러운 공사가 시작되어서다. 그리고 그동안 마주하지 않았던 여러 감정들이 하나 둘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다. 공사 전에 라일리의 끔찍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바로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다. 공사로 기쁨을 비롯한 감정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만, 그때마다 고장 난 제어판 덕분에 라일리는 극도의 감정의 널을 뛰기 시작한다. 모든 게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엄마와 아침부터 여러 가지 얽힌 감정을 주고받으며 캠프에 도착하게 된 라일리. 그곳에서 롤 모델로 삼았던 파이어 호크스 팀의 주장인 발렌티나 오르티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새로운 감정들이 라일리의 주 감정 컨트롤러를 지배하고, 기쁨을 비롯한 슬픔과 버럭 등의 감정들은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마는데...

우선 감정의 변화가 심해지기 시작하는 사춘기를 시점에서 감정들과 라일리는 서로 상황을 주고받는다. 라일리의 감정이 영향을 받으며 일어나는 상황들이 참 섬세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이런 감정이 제어판을 만지면, 라일리의 이런 모습이 표현된다는 상상 자체가 무척 흥미롭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책을 읽으며 내 감정에 대해 객관화가 되는 느낌이었다. 가령 내가 버럭의 감정에 휩싸였을 때, 그 상황 자체를 객관화해서 내가 지금 버럭의 컨트롤을 받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불쾌했던 감정이 조금은 내려앉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를 통해 점점 풍부해지는 감정선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게 참 신선했고, 영화로 만나보면 좀 더 디테일한 감정들의 모습과 그 안에서 행동하는 라일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된다. 참고로 인사이트 아웃 2 아트북도 시중에 나와 있으니 영화를 봤다면 아트북을 통해 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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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의 지적 대화 - 세상과 이치를 논하다
완웨이강 지음, 홍민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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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인기가 많았던 지대넓얕시리즈를 좋아한다. 벌써 1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당시 나를 비롯한 독자들이 이 책에 열광했던 이유는 "지식"과 "상식"의 범위를 어디로 잡을 것인가에 갈급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정도는 상식 선에서 알고 있어야 한다고 범위를 지정해 준 책이 바로 지대넓얕이었다. 물론 읽으면서, 생각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상식의 범위가 참 넓고 깊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함과 소위 "~척"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긴 하지만, 앎에 대한 범위에 대해서는 늘 고민이 된다. 자연스레 상식과 지식을 구성하고 넓혀주는 책에 관심이 생기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상당히 두꺼운 벽돌 책이다. 그럼에도 "지식인"들의 "지적 대화"라는 제목이 과거 지대넓얕 처럼 나를 이끌었다.

이 책의 저자는 물리학자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는 물리학을 넘어서 인문학의 영역까지를 범주로 한다. 역사와 교육, 사회와 미래 등 과학이 아닌 인문학에서 다룰법한 주제들이 책을 구성하고 있다. 시작부터 놀라웠던 것은 지식인의 의미에 관한 저자의 통찰이다. 똑같은 지식인이라는 한글이지만, 한자어를 통해 비교하자면 지식인(知識人)과 지식인(智識人)으로 둘의 의미는 미묘하게 다르다. 앞에 지식인은 알 지(知)이고, 뒤에 지식인은 지혜 지(智)다. 아는 것과 지혜의 차이가 무엇일까? 우리가 그동안 이야기하는 지식인은 전자의 지식인을 뜻했다. 하지만 저자는 지혜와 식견이 있는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후자의 지식인은 생각, 관점, 견해를 가지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즉, 아는 것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유추하고 그에 따라 변화의 방향까지를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지혜 있는 지식인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 안에서 지식인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며 놀라웠던 것은, 그동안의 상식이나 생각과는 다른 모습과 주장이 여러 곳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선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고통을 통해 인간이 한걸음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에, 고통은 필요하다고 또는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이 성장과 발전을 고생의 결과물로 받아들이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이다. 연습과 고통은 다르다. 오히려 고통의 시간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는 것을 늦출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고통은 아이에게 더욱 필요악이다. 성인들은 고통을 이겨내거나, 고통을 통해 다른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데 비해, 아이들은 당장의 현실 이상을 생각할 수 없기에 아이일수록 고통의 짐을 지워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엄마의 입장이어서 그런지, 4장 중 특히 2장인 교육에 관심이 많이 갔다. 특히 큰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선행학습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있다. 이 책 안에도 선행학습이나 학원에 대한 내용이 등장하는데, 상당히 충격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행학습이나 학원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학원이나 기타 사교육에 돈을 들이는 것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통계치를 근거로 한다. 오히려 하려는 의욕이 있다면, 문제 풀이나 문제집을 통해서 스스로 학습하는 게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학원은 타의에 의해서 가는 경우가 많고, 학습은 자기가 주도해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안에서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안에 등장하는 저자의 모든 주장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조사된 통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게 전체의 의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만 봐도 강남권 학생들이 소위 SKY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기 때문이다. 또한 타고난 환경이 성공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저자는 한부모 가정의 자녀에 대해 좀 부정적인 통계를 이야기하는데, 한부모가정의 자녀라고 삐뚤어지거나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일반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앞에서 말한 지식인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저자의 의견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내 의견과 생각이 정리되고 나만의 해결 방안이 정립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당수 모르고 있거나, 관심이 있었지만 왜곡되어 있던 지식들이 이 책을 통해 정리되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맛보고 싶다면, 또 그에 대해 저자의 의견과 내 의견을 비교해서 생각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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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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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한참 이 책이 출간되고 베스트셀러로 유명했을 때 책을 읽어봤다. 유능한 의사가 갑자기 폐암 4기 환자가 되었을 때의 상황이 참 아이러니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집중할 수 없어서 좀 힘들었던 기억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이 책은 그 사이 100쇄를 찍었고, 나는 그 사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그의 이야기 곳곳에 밑줄이 그어졌다. 원하는 것은 다 이룰 정도로 천재적인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케임브리지에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한 후, 그는 다시 스탠퍼드로 돌아가 의학을 공부한다. 이름만 들어도 우와! 가 절로 나오는 대학들에 그는 세 번이나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다 다른 전공을 가지고 말이다. 의사로의 능력도 참 탁월했던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 매료된 이유는 바로 의사로 그가 가지고 있던 도덕적 판단의 기준과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 길은, 책에는 나오지 않는 답을 찾고 전혀 다른 종류의 숭고함을 발견하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책이 출간된 지 8년이 되었는데(아쉽게도 저자는 2015년 세상을 떠났다.) 책 안에 있는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을 추천한 인물 중에 외상외과의 이국종 교수도 있는데, 그래서 더 이 책이 와닿았던 것 같다.(그의 책 골든아워는 완독을 한 후에도 다시 구입을 했었다.) 동료들은 좀 더 삶의 질을 찾을 수 있는 과(돈은 많이 벌고, 일은 힘들지 않은 과)를 찾지만 그는 고민하다 결국은 신경외과를 선택한다. 솔직히 사람이라면 누구나 3D는 피하고 싶지 않을까? 그렇다고 누가 그런 선택을 한 의사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폴과 같은 선택을 해준 의사들에게 지극한 감사를 표한다.

내가 입학했을 때는 의과 대학원의 방침이 변경되어 학생이 눌랜드처럼 행동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학생들은 흉부를 절개하는 건 고사하고 환자를 만지는 것도 잘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심폐 소생에 실패하고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끝까지 환자를 살리려는 영웅적인 책임감이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의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글이 여전히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는, 그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의사이기 전에 가슴이 따뜻한 의사였기 때문이리라... 그는 환자들을 대할 때, 업무적으로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의사였다. 그가 마주하고 있는 환자의 가족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어떻게 남겨지길 원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그대로 실천하는 의사였다.

메스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면, 외과의가 선택할 수 있는 도구는 따뜻한 말뿐이다.

불치병을 진단받고 나서 나는 두 가지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죽음을 의사와 환자 모두의 입장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과거에 읽었던 상처받은 치료자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만약 그가 완쾌되어서 의사로 계속 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병에 걸리기 전에도 그는 환자의 마음을 잘 들여다볼 줄 아는 의사였는데, 실제 그가 병을 경험했기에 더 공감하고 따뜻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의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 아쉬움이 생겼다. 어떻게 보면, 의사였기에 자신의 몸 상태나 치료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이기에 치료의 시간이 쉽지 않았을 것도 같다.

아이를 가져야 하는가의 문제로 고민하는 부부의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 앞에 죽음이 와 있음에도 나는 과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고민할 수 있을까? 폴과 그의 아내 루시가 얼마나 삶에 대한 생각이 깊은 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늦추거나 환자에게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 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 읽었을 때와는 너무 다른 느낌으로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어나갈 수 있었다. 8년의 시간 동안 나 역시 엄마가 되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깊어져서일까? 복직 후 다시 의사로 열심 있는 나날을 살던 폴에게 다시금 재발이 찾아왔을 때. 그리고 그게 그의 삶에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을 알았을 때 폴과 가족들이 겪은 상처는 정말 컸을 것이다. 과연 폴이 빡빡한 스케줄의 신경 외과의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는 삶을 더 영위할 수 있었을까? 1~2장은 폴이, 3장은 폴이 떠나기 직전부터 그의 죽음 이후에 얘기들이 아내 루시의 글로 엮여있었다. 아내 역시 의사였기에 폴의 상태를 조금 더 의학적으로 그렸던 것 같다. 마지막 장에 담긴 폴의 가족의 사진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사진이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생명의 모습일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숨결이 바람 될 때를 통해 삶의 깊이와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루시와 케이디가 아무쪼록 폴의 부재에 너무 마음을 쓰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참고로 루시는 같은 환경에 처한- 아내를 불치병으로 잃은- 남자를 만나서 재혼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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