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하나님의 시간에 - 출애굽 여정에서 만나는 깊은 광야, 깊은 자비
김종익 지음 / 꿈꾸는인생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묵혀뒀던 책을 꺼내 읽었다. 광야에 대한 내용이었다. 어렸을 때 주일학교 예배시간이나 공과 시간에는 광야를 이스라엘 백성이 불평하여 40년간 훈련받은 곳 정도로만 배웠던 것 같다. 그런 내가 광야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받아들였던 때는 유년부 교사를 하면서다. 당시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던 때였다. 어린 시절부터 10년 넘게 꿈꾸던 직업의 시작은 수능 점수가 너무 안 나와서 포기했고,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준비했던 시험 역시 커트라인과는 너무 떨어져 있어서 접었다. 도대체 나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너무 답답하고 암담했다. 직장에 들어갔지만, 생각지 못한 괴롭힘과 말도 안 되는 업무들 속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숨도 쉬기 어렵고 눈 밑이 쉬지 않고 떨리는 일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때, 부서의 담당 교역자이자 내 멘토였던 목사님을 통해 광야에서의 삶에 대해 설교와 나눔을 통해 묵상할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내 길이 열렸고, 그때 열렸던 길 덕분에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동종업계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답답하고 고통스럽기만 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꾸준히 성경을 3장씩 읽고 있는데, 오늘로 여호수아를 마치고 사사기에 입성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멀지 않은 거리에 두고 이스라엘 백성을 돌고 돌고 돌아 40년을 광야에서 지냈다. 사실 이집트로부터 노예생활을 마치고 나올 때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은 입에 불만을 붙이고 살았다. 그 들 앞에 홍해가 있고, 이집트 군대가 뒤따라오는 상황에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광야(사막)을 건너면서도,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팠을 때도, 여러 위협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늘 불평이 가득했다. 물론 그럴만한 상황이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은 홍해를 가르시고,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그들을 보호하셨다. 물과 만나와 메추라기를 통해 그들의 필요를 충족해 주시고,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기어코 이스라엘을 지키셨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철이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현재의 내 모습과 지독하게 닮아있다.

나이가 들면, 좀 더 성숙해질 줄 알았다. 10대보다는 20대에, 20대보다는 30대에, 30대보다는 40대에 좀 더 유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상황을 좀 더 깊고 넓은 눈으로 톺아볼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여전히 나는 매일을 허덕이고, 매일을 불평하며 짜증을 부리고 있다. 내 삶의 운전대가 지극히 내 손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지 못했던, 오랜 시간 꿈꾸었던 길들이 계속 막히고 결국 생각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 내가 하는 성과만큼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 속에서 내 인생은 실패한 것일까? 하는 꾸역꾸역 올라왔다. 그때 이 구절이 내 뇌리를 깊이 때렸다.

하나님의 비전을 위한 길이 탄탄대로라는 보장은 없다.

뜻밖의 걸림돌이 나타나서 비전을 흔들고 엇나가는 방향으로 미혹할 때도 있다.

비전으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확신하는 그 자리는 비전 사역의 입구일 뿐이지 결코 출구가 아니다.

그것도 온갖 시련이 가디라고 있는 길고 거친 '비전로'의 초입이다.

다만 하나님의 강한 손이 그 길을 지도하실 뿐이다.

우리는 생각한다. 하나님이 주신 비전대로 가면 앞길이 창창하게 열릴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니 '이길이 정말 맞나?'를 의심하게 될 때가 훨씬 많다. 차라리 순종하지 말았어야 했나?를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모든 것을 조망하시고, 모든 길을 준비하신다. 당장 내 눈에는 답답하고, 모든 게 굳고 막힌 것 같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내 삶을 볼 때 순간순간 하나님이 내 길을 어떻게 닫고 열어 가셨는지를 목도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선교지에서 심장마비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목사다. 그의 사후, 그의 설교를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상황만 놓고 본다면 유가족을 비롯한 교인들이 큰 충격과 상처, 하나님에 대한 배신감을 느낄만하다. 그럼에도 어떻게 이런 책을 낼 수 있었을까? 그들 또한 그럼에도 우리의 삶을 돕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믿었기 때문에 그 고백을 모아 책으로 출판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돌아가는 것 같이 느껴지고, 고통스러운 광야의 때를 보내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숨을 돌리며 그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한번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내가 보지 못했던 그 손길을 이 책을 통해 알려주시는 것 또한 은혜다.

아무리 상처가 크고 실패가 부끄럽고 광야가 깊어도,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가 그 모든 것을 덮고 이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 아저씨 책고래마을 53
한담희 지음 / 책고래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삽화도 내용도 아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 같다. 초반에 몇 장은 삽화만 있고, 내용이 없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오히려 아이들이라면 해당 삽화를 보면서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내용을 만들어갈 텐데, 역시 나는 상상력이 소진된 어른인가 보다. 다행히 두세 장을 넘기고 나니 글 밥이 한 줄씩 등장한다. 덕분에 글을 토대로 바닥난 상상력을 털어 넣어본다.

별을 심는 아저씨는 통에 모아둔 별 씨앗을 가지고 나간다. 땅을 파고 별 씨앗을 심어본다. 씨앗을 심을 때 중요한 것은 별 씨앗과 함께 햇빛 한 줌과 달빛 한 줌 그리고 은하수를 충분히 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씨앗을 심을 때 충분한 물과 햇빛이 필요한 것처럼, 별 아저씨도 별 씨앗을 심을 때 똑같이 햇빛과 은하수를 준다.) 그와 함께 별 아저씨의 정성이 필요하다. 별은 특히 어두운 밤에 환하게 빛난다. 그러려면, 빛은 멀리, 어둠은 좀 더 가까이 끌어와야 한다. 별 아저씨는 어둠을 가깝게 끌어온다.


별 씨앗을 심고 싹이 나려면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별 씨앗은 어떻게 열매를 맺을까? 책을 읽는 사이 궁금함이 점점 커진다.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별 씨앗 역시 그렇다. 그저 막막한 기다림뿐 아니라, 고통스러운 시간과 어려움을 이겨내야 비로소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맞이할 수 있다. 무엇이든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희생이 필요할 터. 별 아저씨에게도 그 시간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소중하게 거둔 별 열매들을 별 아저씨는 어떻게 할까? 별 아저씨가 별을 거둔 후가 너무 궁금했다. 그저 병에 가득 담아서 모아두고 모아둘까?

책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별빛이 필요한 곳으로 힘들게 거둔 별 열매를 나눠주는 별 아저씨. 그의 수고가 어두운 곳에 빛으로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별 만큼이나 따뜻하다. 과연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별 아저씨의 마음을 닮은, 마음을 담은 별빛들은 자신이 꼭 필요한 자리로 향한다. 책을 읽으며 내 삶을 대입해 보았다. 우리 아이들, 내게 주어진 일과 가정, 직장과 공동체 속에서의 내 모습은 어떨까? 나는 별 아저씨처럼 내가 소중하게, 희생하며 거둔 것을 나눠주는 데 참 인색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나눈 별 아저씨의 표정은 꼭 책을 통해 직접 마주하길 바란다. 그 어떤 미소보다 아름다운 그 미소를 별빛만큼이나 가슴에 품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1 민주주의 - 진짜 핵심 진짜 재미 진짜 이해 단어로 교양까지 짜짜짜 101개 단어로 배우는 짜짜짜
오애리.구정은 지음 / 푸른들녘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주주의 하면, 어린 시절 부끄러운 내 기억이 두 개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하나는 데모를 하는 게 싫어서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했던 것과 우리 동네 국회의원 후보자 중 감옥에 수감된 경력이 있는 사람은 나쁜 짓을 했으니 감옥에 안 간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 TV에 나오던 대학가는 데모를 하고 최루탄을 던지던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왜 데모를 하는지에 대해서보다는, 단편적으로 경찰에 잡혀가는 모습이 무조건 안 좋게 보였던 것 같다. 후자 역시 그랬다. 그 후보자가 감옥에 간 이유(실제 죄를 지어서라기보다는 운동권이어서 감옥에 간 것이었다.)보다는 그저 감옥은 범죄자들이 가는 곳이라는 편협한 시각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물론 당시는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위해 민주주의하면 꼭 알아야 할 개념과 역사적 사건들이 담긴 책이다. 주독 자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 고등학생들이기에 각 주제별 내용이 2~3페이지 분량으로 담겨있다.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보는 그리스 아고라 광장의 이야기로 민주주의를 연다. 함께 모여 토의와 토론을 하며 각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아고라 광장은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보지만, 여성과 노예가 배제되었다는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제목처럼 민주주의라는 키워드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101가지의 주제들이 등장한다. 헌법이나 비정부기구, 지방자치, 연방제, 참정권 등처럼 민주주의 하에서 꼭 알아야 할 용어나 개념들에 대한 설명을 만나볼 수 있다. 청소년들 입장에서 뉴스나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정치제도나 정부 구성 등의 내용도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고, 해당하는 실제 예들도 풍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뼈대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 혁명, 노예해방, 신해혁명, 아랍의 봄과 같은 민주주의를 갖추어 나갈 당시 일어났던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도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민주주의하면 우리나라 역시 할 말이 많은 나라 중 하나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민주주의가 마련된 역사는 급하고 짧았지만, 그만큼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참 많은 희생과 고난이 있었다는 사실을 배제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 책 안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기틀이 되거나,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든 사건들도 만나볼 수 있다. 4.19혁명이나 전태일, 서울의 봄과 유신헌법,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처럼 말이다.

또한 앞에 나온 내용이 후술 되거나, 좀 더 구체적으로 등장하기도 하니 기왕이면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나가는 게 좀 더 쉽게 개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중간중간 삽화도 등장하고, 각 주제의 마지막에는 해시태그처럼 키워드도 등장하니 자엽스럽게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한 느낌은 시대를 따라 다르게 변천해왔고, 민주주의는 지금 이 시간도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인권이 많이 신장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민주주의의 길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좀 더 깊이 있고 쉽게 아이들이 민주주의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인문학 30day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때때로 겪는 감정의 쓰레기들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지만,

그것들이 내면의 본질까진 바꿀 순 없다.

정원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조용한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으며,

단지 그 안에 놓인 불필요한 것들을 치워주기만 하면 다시 본래의 빛을 되찾을 뿐이다.

p.56

제목이 상당히 강하다고 느껴졌다. 한국어 제목 아래 영어 제목"Why are you Letting Yourself fade away?"은 한국어 만큼은 아닌데, 유난히 강렬하다 느낀 이유는 "죽음"이라는 단어와 "방치"라는 단어가 제목에 담겨있어서 인 것 같다. 아마 저자가 제목을 강하게 지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전체의 내용 중 제목이 가장 세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제목과 외국 신문 느낌의 표지를 넘기고 나서 차례에서 흠칫 놀랐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증후군들이 있었나? 싶었기 때문이다. 총 43개의 증후군들이 등장한다. 여러 차례 언론에 등장해서 익숙한 증후군도 상당수 있긴 하다. 가령 번아웃 증후군이나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후군, 일반화의 오류처럼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낯선 증후군도 많다. 드 클레랑보 증후군, 보이지 않는 고릴라, 팅커벨 증후군처럼 말이다. 많은 증후군 만큼 놀라운 것은 이름만큼 내용이 낯설지 않아서다. '어! 이거 내 이야기인데...'싶은 것도 상당수 있다. 특히 초반에 여러 개는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내 이야기 같았다.

요즘 내가 가장 고민인 것은 다분히 인간관계 문제다. 작년 말에 지금 다니는 회사로 이직을 했는데, 생각보다 모든 직원들과 어려움 없이 잘 지내서 다행이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자 아니나 다를까 마음을 힘들게 하는 직원이 생겼다. 같이 밥을 먹을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식사 시간 때마다 직원들 욕을 많이 하는 분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들었는데, 문제는 그 말이 색안경이 되어서 실제로 그 직원들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 직원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같이 일을 해본 적도 없고,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직원들을 대할 때 뭔가 벽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내게 직원들 욕을 한 그분과의 식사 자리를 기피하게 되었다. 나중에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분의 성향을 알게 되었다. 다른 직원들 역시 그분 때문에 힘든 경험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던 거였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게 있었는데, 그분이 그 증후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파랑새증후군, 피터팬 증후군, 모글리 증후군, 미러링 효과처럼 제목만 봐도 내용이 어느 정도 알만한 것들도 있고, 무드셀라 증후군, 리셋 증후군처럼 읽어보면 이해가 가는 내용도 있다. 각 장이 길어야 3페이지 정도 분량이기에 길지 않다. 이 책은 단어나 증후군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고, 저자가 자신의 삶으로 경험했거나 느꼈던 부분을 각 장에 녹여낸 에세이와 자기 계발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읽으면서 더 공감이 많이 되고, 내 삶 또한 각 장 속에서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야 책의 내용과 제목의 연결고리를 깨닫게 된 것 같다. 내 삶의 순간순간을 고통스럽게 넘길 필요가 없다는 것. 여러 가지 상황 속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자유로워지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삶을 가두기에 내 삶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소의 참새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전쟁이 계속되는 1140년. 여느 때처럼 슈루즈베리 성의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는 새벽 기도가 드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도를 방해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잠기지 않은 거대한 문짝이 갑자기 열리더니, 한 남자가 본당 안으로 불쑥 들어온다. 그리고 그와 함께 수십 명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서쪽 문으로 몰려들었고, 그들은 쓰러진 남자를 때린다. 라둘푸스 수도원장이 그런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성소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화가 난 것이다. 수도원장의 말에 무리는 상황을 멈추고, 그들 앞에 선 대니얼이라는 이름의 한 청년은 쓰러진 남자(릴리윈)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금고 속 물건을 도둑질을 해갔기에 도망치는 그를 잡으려고 이곳까지 왔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릴리윈은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한다. 성역 안으로 피한 릴리윈을 우선 보호하기로 한 원장은 그들에게 다음 날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할 관원이나 시장과 같이 오라는 말로 그들을 돌려보낸다. (그러고 보니 이때부터 현재까지도 종교시설은 성역으로 인정을 받는가보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명동성당으로 몸을 피한 사람들에 대해 사법부 등이 강제집행을 할 수 없었던 걸 보면 말이다.)

릴리윈은 고아로 자랐는데, 자신이 가진 재주를 통해 밥벌이를 하고 사는 불쌍한 청년이었다. 그날은 금세공장인 윌터 아우리파버의 아들인 대니얼의 결혼식 날이었다. 묘기와 노래를 한 대가로 3페니를 받기로 한 릴리윈은 공연 중 술 취한 청년들에게 밀려 사기 주전자를 깨뜨리게 되었고, 그 주전자는 대니얼의 할머니인 줄리아나 부인이 아끼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릴리윈은 3페니 중 1페니만 받고 쫓겨나게 된다. 숲속 풀밭에서 잠을 자던 릴리윈은 큰 소리를 듣는데, 이들은 릴리윈이 1페니만 받고 쫓겨난 것에 앙심을 품고 윌터를 죽이고(실제로는 죽지 않았다.) 금고를 털어갔다고 생각한 것이다. 릴리윈을 치료하던 캐드펠 수사는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에 대한 증거가 필요한 참이었다. 그러던 중, 줄리아나 부인이 캐드펠 수사의 도움을 요청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실제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가서 직접 사건을 조사하고 싶었던 차에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준비해온 약을 노부인에게 건넨 캐드펠 수사는 딸인 수재나를 비롯해서 하녀 래닐트, 이웃인 볼드윈 페치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건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볼드윈 페치는 예상치 못한 새신랑 대니얼의 불륜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하녀인 래닐트는 릴리윈이 범인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 마음을 보인다. (그 마음은 신뢰 이상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자신과 비슷한 키의 사람이 남기고 간 피딱지를 발견하게 되는 캐드펠은 당혹스럽다. 그러던 중 이웃인 볼드윈 페치가 익사한 채로 발견되는데...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도둑으로 몰려 모두에게 지탄을 받는 릴리윈을 향한 캐드펠 수사의 마음이었다.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가진 것 없는 그를 향해 색안경을 끼는 게 아니라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의 추리의 확신이 들자 그를 변호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한편, 자신의 죄를 철저히 감추고 모략과 분탕질로 감추고자 하는 가진 자들의 모습이 비교되어 등장해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캐드펠 수사는 이번에도 사건을 제대로 해결한다. 그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다음 편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