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난청 완치설명서 - 평생 쓸 귀를 위한 통합의학 치료가이드
민예은 지음 / 피톤치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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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부터 말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도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뭐라고 했어?"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난청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심한 어지럼증을 겪으면서 부터였다. 출근하는 데, 갑자기 어지러워서 걷는 것도, 의자에 앉아있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귀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병원에 가보라는 직원들의 권유로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를 다녀왔다. 이석증이면 어지럼증이 있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약을 받아서 돌아왔다.(다행히 이석증은 아니었고,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어지럼증이었다.) 그날 치료를 받기 위해 간 병원은 난청관련 검사도 하는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보청기를 끼자니 아직은 너무 젊은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주저한 지 몇년이 지났다.

그래서인지, 난청에 관한 책이 보이면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사실 난청은 치료가 안되는 병으로 알고 있었다. 유일한 치료는 보청기라는 말에 나 또한 더 이상 치료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근데, 난청은 당연히 귀쪽 질병이니 이비인후과(양방)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의사가 쓴 이명난청 완치설명서라는 책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한의원에서 이명과 난청을 치료할 수 있다고?!! 사실 기대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으며 이 병원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검색해보니 토요일도 오후 4시까지 진료를 하니 직장인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이비안한의원의 대표원장인 민예은 한의사다. 책 안에는 이명과 난청, 어지럼증에 대해 각 챕터를 통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고, 이명과 난청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소개가 담겨있다. 저자는 이명과 난청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을 청각유모세포의 손상 때문이라고 본다. 아주 미세한 털(말미잘 가티 생겼다고 한다.)이 여러 원인에 의해 손상되게 되면 청신호 전달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바로 이 쓰러진 유모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재활을 통해 상태가 호전되면 이명과 난청 등의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명과 난청은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교통사고 등과 같이 큰 사고를 겪기도 하지만, 갑작스럽게 일상생활 중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놀라운 것은 큰 소리에 장기간 노출되어서 뿐 아니라 스트레스나 불면, 화병, 중이염이나 비염, 체력저하 등 때문에도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말한 유모세포 활성화를 위해 소리재활치료와 더불어 이런 여러 가지 원인군들을 제거하고 보하기 위해 한방치료도 겸해서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만성 비염을 앓고 있고(초등학교 시절 부터), 아이가 태어난 후로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현 상황도 난청을 더 심하게 만든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책을 통해 이명과 난청에 대해 알았으니, 직접 병원을 내원해서 상담을 통해 치료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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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여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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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6권은 얼음 속의 여인이다. 찾아보니 과거에는 얼음 속의 처녀라는 제목이었는데, 개정판이 나오면서 제목도 바뀐 것 같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처녀보다 여인이 나은 것 같다.

시리즈를 읽어왔던 독자라면, 휴 베링어와 얼라인의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2권에서 얼라인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번에 아들을 출산을 하게 된다. 여전히 모드 황후와 스티븐 왕 사이의 전쟁으로 분위기는 험악한 가운데, 한 기사가 이들을 찾아온다. 전쟁에 나갔다 돌아오니 조카들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쟁 중인지라 상대 진영에 들어갈 수 없는 데다, 겨울인지라 이래저래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그러던 차에 브롬필드 수도원에서 한 소식이 전해진다. 부상당한 사람이 수도원에 들어왔는데, 상태가 안 좋아서 캐드펠 수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짐을 꾸려 브롬필드 수도원으로 향하는 캐드펠. 환자는 다행히 캐드펠 수사의 도움으로 조금씩 완쾌되어간다. 알고 보니 그는 베네딕토 교단에 속한 엘리어스라는 형제로 퍼쇼어 수도원장의 심부름을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강도를 만나 큰 부상을 입은 것이었다. 정신을 차린 엘리어스는 자신이 부상을 입게 된 상황을 설명하는데, 그가 한 수녀와 두 아이와 함께 수도원을 향해 가던 중이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말에 바로 얼마 전 조카들이 사라졌다는 기사의 이야기가 떠오른 캐드펠 수사. 엘리어스의 말을 듣고 아이들을 찾아 나선다.

캐드펠이 찾는 귀족 아이들은 누나인 에르미나 위고냉과 남동생 이브 위고냉, 그들과 동행한 힐라리아 수녀였다. 길을 나선 캐드펠은 숨어있던 이브를 발견한다. 하지만 힐라리아 수녀와 에르미나는 보이지 않았다. 이브는 누나인 에르미나가 고집을 부려서 눈발이 쏟아지는 날 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누나는 애인을 따라갔는데, 둘을 쫓아가다 길을 잃었다고 한다. 이브를 데리고 길을 나서던 캐드펠은 얼음 아래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폭행을 당한 채 얼음에 빠져있는 여성의 시체였다. 18살가량 되어 보이는 그녀는 에르미나였다. 이브는 찾았지만, 에르미나는 시신으로 발견하고 마는 상황 속에서 캐드펠은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면 힐라리아 수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시작부에 캐드펠의 과거 연인들의 이야기가 등장했는데, 뜬금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이유를 알겠다. 역시 이것도 저자의 의도된 것이라는 사실...! 엘리어스가 강도들에 의해 부상을 입은 것 역시 뒤에 나오는 사건의 진실과 이어진다. 시대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인지라 배경지식이나 실존 인물들에 대해 색인이 담겨있으니, 참고하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사랑과 탐욕의 두 주제가 어우러진 이번 작품에도 나름의 반전이 숨겨져 있다. 시리즈지만, 각 권이 독립되어 있기에 어떤 책을 먼저 읽어도 딱히 이해가 어렵지는 않지만, 등장인물들이 겹쳐지니 차례대로 읽으면 더 몰입이 될 것 같다. 추리 천재이자, 의학적인 지식도 풍부한 캐드펠 수사는 이번에도 매력을 뽐내며 사건을 완벽히 해결한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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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살인 사건 요다 픽션 Yoda Fiction 6
전건우 지음 / 요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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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조(형사미성년자)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하지 아니한다.

옆 나라 일본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원래 법의 취지는 미성년자들은 판단도, 생각도 미성숙하니 잘못된 판단에 대해 교화될 여지를 주자는 것이었겠지만, 글쎄... 그를 교묘히 이용하는 촉법소년들이 생기다 보니 정말 이대로 두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서울 경찰청 강력 범죄 수사대의 조민준 팀장은 현재 용의자 이남기를 취조하고 있다. 우수그룹 회장의 손자인 재벌 3세 이남기는 술집 여종업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전적은 화려했다. 대학생 시절 유학 중 마약 투약 혐의부터 시작해서, 폭행 등의 사건을 저질렀지만 돈 많은 재벌 3세이기에 늘 유유히 풀려난다. 이번에도 그는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민준은 그런 그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가 예민했던 부분을 건드려 감정을 흩트려놓는다. 결국 자신의 입으로 자백을 하고 마는 남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

그리고 그에게 배당된 사건은, 연쇄살인의 낌새가 느껴지는 사건이었다. 그것도 미성년자 살인사건. 구로와 강남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시신은 양주였다. 이들 사이의 공통점이라고는 중2라는 것 밖에는 드러난 것이 없다. 미성년자 사건을 여러 번 해결한 적 있는 민준이기에, 이번에도 광수대 대장인 현승주 경무관은 사건을 민준의 팀에 배당한다.

한편, 유튜버 이슈킹(주성호)은 발신번호 표시가 없는 전화를 한통 받는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제보를 할 테니, 그대로 방송에 노출시켜 달라는 전화였다. 자극적인 사건 위주로 올려도, 조회 수가 오르지 않아 답답하던 이슈킹은 전화를 통해 걸려온 내용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바로 민준이 조사하고 있는 미성년자 살인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이미 살해된 김민수, 강형민, 김서희에 이어 범인은 조만간 박수호를 납치할 거라는 예고까지 한다.

그리고 밝혀진 이들 사이의 접점. 김민수, 강형민, 김서희, 박수호 그리고 도윤호는 과거 같은 반에 재학 중인 김하민에게 폭력을 저질러 아이를 죽게 만들었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사건을 계기로, 민수와 형민, 서희와 윤호는 전학을 가지만 수호는 소위 "사"짜 집안이어서 전학도 가지 않았다. 문제는, 이 사건을 저지르기에는 하민의 가정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오래전 사망했고, 어머니는 폐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다. 그리고 하민의 동생인 하윤은 아직 중학교 1학년 밖에 안된 아이였다. 범인의 정체가 오리무중에 빠진 상태에서 결국 수호는 납치를 당한다. 이슈킹 뿐 아니라 앞의 사건으로 살해당한 아이들이 경찰대학 치안대학원 교수이자, 청소년 심리 상담 센터를 운영하는 윤민우 교수에게 상담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범인은 이번에는 윤민우 교수에게 전화를 거는데...

중반부에 범인이 누군지 밝혀진다. 하지만 범인과 사건과 접점이 없을뿐더러, 하민이처럼 경계성 장애를 앓고 있어 실제 IQ가 70 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범인 말고 사건을 조정하는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과연 사건의 배후에 있는 조정자는 누구일까?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끝까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은 수호의 발언에 나 또한 치가 떨렸다.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법망을 벗어나 버젓하게 죗값도 받지 않고 살고 있는, 촉법소년이기에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면죄부가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아이들. 과연 그 아이들은 어쩌다가 그런 모습의 괴물이 되었던 것일까?

흥미로웠던 것은 사건을 해결해 가는 형사 또한 과거의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는 소시오패스로 보인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과거 사건을 저지른 후, 그는 자신의 그런 성향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조용히 공부하고 배운 대로 생각한다. 그런 그가 이 사건을 풀어가면서 조금씩 변화된다. 동료들의 사고에 울분을 느끼고,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수호에게 큰 분노를 느끼니 말이다. 그의 변화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지만, 과연 이 사건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읽을수록 답답함이 느껴졌다. 현실을 너무 닮아있는 사건과 그 결말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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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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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내용이겠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단연 제목과 표지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때론 특징 없는) 표지의 책은 왠지 비주얼부터 별로인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읽은 책 중에 상당히 흥미롭고 기억에 남는 작품도 상당수 있다. 표지에서 이미 마음을 내려놨기에 기대가 낮아져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내용 자체가 훌륭했다는 데 한 표를 주고 싶다.)

장황하게 서두를 쓴 이유는 예상과 다른 내용에 적잖이 당황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에세이! 일 거라 생각했고, 용기를 주는 생활 에세이! 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책의 실제 제목은 단연! 소주제라고 강하게 말하고 싶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근데... 그 뭐가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소주제인 "루마니아 소설가가 된 (일본인) 히키코모리"이다. 방점은 일본인이지만, 루마니아 소설가가 된, 대놓고 E가 아닌 곧 죽어도 I인 작가에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 책 안에는 "루마니아"이야기가 가득하다. 루마니아어도 중간중간 등장한다. 루마니아 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 맞다. 저자 역시 우리가 어떤 대답을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바로 드라큘라. 물론 루마니아에 드라큘라성이 있긴 하지만, 드라큘라를 쓴 작가는 아일랜드인이라는 사실. 물론 루마니아에 대해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자처럼) 또 다른 뭔가를 떠올리겠지만 내게는 딱 거기까지다. 그만큼 뭔가 알려진 게 없는 루마니아어를 공부해서 타국의 언어로 소설을 낸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거기에 자칭 히키코모리라면 어떨까? 물론 바깥출입을 안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공부에 집중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외국어를 포함해 언어라는 것이 타인과 소통을 하기 위해 배우는 것인데, 히키코모리가 굳이 외국어를 왜 배우고 그 언어로 책은 왜 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우선 저자는 언어를 익히는 데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영어에 대한 학창 시절에 아픈 기억들을 꺼내긴 했지만, 결국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대학에 다닐 때 영어를 어느 정도 능통하게 했다는 것. 흥미를 가져도, 외국어는 배우는 게 쉽지 않은데 동영상과 함께 (책조차 흔하지 않은... 저자 말로는 총 3권의 루마니아 어학 책 중 2권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어항 책의 도움을 받아 루마니아어를 배웠다는 것. 이것만 해도 놀랍지 않은가? 근데 저자는 루마니아어를 배우기 위해 활용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SNS! 루마니아어를 어느 정도 익힌 후, 그는 SNS를 통해 루마니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친구를 맺었다. 예상과 달리 상당수 루마니아 사람들은 친구를 맺었고(개중에 너 누구니?를 물은 사람은 정말 소수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중 절친이 된 사람도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정도의 친화력을 가진 그가 왜 히키코모리가 된 것일까? 물론 지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SNS였기에 가능했던 것도 있다. 그렇게 익힌 루마니아어를 실전에서 사용한 경험 또한 책 안에 들어있다. 루마니아의 영화감독인 아드리안 시타루 감독과의 대화, 작가인 랄루카 나지와의 만남 등은 루마니아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던 나조차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한 대가로 그는 루마니아 소설가가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쓴 책이 한국에서도 출판된다. 특히 주목받지 못했지만 작품성 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한 것이 여러 권이라고 하니(영화 한편 당 한 페이지 분량으로 썼다고 한다.), 정말 제목만 모아도 책 한 권이 나올 것 같다. 제목은 쉽게 썼지만, 책 안에도 루마니아어를 독학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재미"때문이었단다. 지금도 그는 또 다른 언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 언어들로 된 책도 꼭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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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인생 - 다정한 고집과 성실한 낭만에 대하여
문선욱 지음, 웨스트윤 그림 / 모모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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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하루를 잘 보내는 것.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것.

이제는 그런 것들에 능숙한 사람이 되었다.

P. 31

언제부터인가 에세이나 자기 계발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다. 20대에는 읽은 책의 2/3는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였는데, 앞자리가 두 번 바뀐 지금은 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보기에는 철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한 번씩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 가끔 밝은 시각이 필요할 때, 따뜻한 격려를 맛보고 싶을 때, 아니면 그와 완전히 반대일 때가 그때다.

이 책의 저자는 나보다 10살도 더 어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많은 인생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매일을 툴툴거리고 살고 있지만, 참 편한 삶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혼 전까지 부모님 슬하에서 살다가 신혼여행을 마치고 신혼집에 입성했다. 알바라고 해 본 것은 미술 심사도우미와 미술학원 외부 견학 임시교사가 전부다. 당연히 대학 등록금부터 마지막 학기 등록금까지 FM 장학금으로 학교를 마쳤고(물론 대출받은 학기들은 취업 후 다 갚긴 했지만), 혼자 자취를 하거나 독립을 한 적도,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간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취업이 빨랐던 것도 아니고, 휴학하고 1년 동안 공시 준비를 했었는데 그때 학원비도 부모님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결국, 나는 취업 전까지 제대로 된 알바나 돈을 버는 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카페 알바를 비롯하여 바쓰엔지니어, 음악인, 그리고 카페 사장에 이르기까지 젊은 나이의 그는 경험이 참 많았다. 이 책 안에는 저자의 삶의 순간순간이 참 잘 녹아있다. 그 이야기 중간중간 피식 웃을 만한 장면들과 그 부분을 유쾌하게 적어낼 수 있을 정도로 필력도 있다. 근데 또 음악적 재능도 있고, 실제로 앨범을 낸 적도 있단다.

여러 카페 알바를 했던 경험담이 책 초반에 등장하는데, 그가 알바자리를 옮겨 다녔던 가장 큰 이유는 음악 때문이었다. 타인이 돈을 벌기 위해서나 뭔가의 이유를 위해 일을 했다면, 저자는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돈을 벌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포커스가 음악이었기에,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한 필요성이 일을 하게 만든 것이다. 무언가 내 삶을 움직이는 큰 원동력이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내 삶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글쎄... 잘 모르겠다. (가족을 제외하고) 독서와 통장에 찍히는 숫자?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군대에서의 생활도 기억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는 해병대에 지원한다. 하지만 해병대에서의 삶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그가 경험한 군 생활은 구타가 일상이었고, 구타가 마치 해병대 정신인 듯한 분위기를 띄기도 했다고 한다. 맞선임은 이유도 없이 그를 때렸다. 결국 그는 맞선임에게 왜 맞아야 하는지를 물었다. 순간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선임은 그를 또 때렸다. 참던 그는 결국 부소대장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어른다운 어른의 부재를 경험하며, 그는 지금도 여전히 고민이 된다고 한다. 어른다운 어른은 과연 있을까? 이렇게 글을 쓰는 나조차도 어른다운 어른은 아닌 것 같다.

그 밖에도 3D 디자이너, 한샘 바쓰 엔지니어, 싱어송라이터, 제주 갈치구이 식당 종업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그의 삶 이야기와 그 삶 속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접하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경험이 또 다른 경험으로 이어지고, 그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삶의 기둥을 건실하게 세워가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채울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세우려고 노력하는 삶이 주는 긍정적인 모습이 내게도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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