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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평점 :
제목의 뜻이 궁금했다. 진실이라는 거짓이라.... 오래전 교과서에서 배운 역설법을 이렇게 마주하게 되다니!! 책을 읽고 나니 묘하게 이 제목에 공감이 갔다. 과연 이 말은 누가 누구에게 건넸을 말일까?
맞벌이 부부인 오스먼드 프리츠와 리케 프리츠는 중학교에 다니는 딸 엠마와 4살 된 아들 루카스를 키우고 있다. 루카스 출산을 앞두고 이사를 하게 된 리케 부부. 새로 태어나는 아이와 같이 쓰기에는 집이 너무 좁았기 때문이다. 결국 작은 정원도 있고, 방도 3개인 집을 구하게 된 부부는 그렇게 4가구가 같은 건물에 있는 집에서 살게 된다.
얼마 전 이 마을에는 이슈가 되는 사건이 있었다. 처참하게 살해된 고양이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여러 번에 걸쳐서... 아이를 키우는 집들은 끔찍한 사건에 전전긍긍하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엠마가 다니는 박케헤우겐 학교가 연극을 하게 되고, 출연하는 엠마와 같이 학교에 간 리케는 연극의 반주자인 메레테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윗집에 사는 메레테 당겐은 딸 필리파와 함께 여행을 갔다고 한다. 연극 연습을 마치고, 동생을 만나기로 한 약속이 취소되자 리케는 집으로 향한다. 바로 윗집인 요르겐의 집 말이다. 주말 내내 집에 있겠다는 문자를 받았기에 그의 집으로 가 문을 두드리지만 답이 없다. 문자에도 답이 없었다. 결국 화분 아래 보관된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리케는 뭔가 다른 공기에 놀라 밖으로 나온다. 문을 잠그고 나오는데, 이웃인 사만 카리미와 마주치는 리케. 자신이 요르겐의 집에 들어갔다 나온 걸 들킨 게 아닐까 고민하던 리케는 계란을 빌리러 갔다는 말로 상황을 모면한다. 왜 리케는 요르겐에 집에 간 것을 들키면 안 되는 것일까? 사실 이 둘은 불륜이었기 때문이다. 가정이 있는 두 남녀가 자신의 배우자 몰래 같은 건물 안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기에 리케는 괜히 불안해졌다.
시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집 앞에 서있는 경찰차와 구급차를 본 리케와 오스먼드. 건물 안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했단다. 근데 살해당한 사람이 바로 요르겐이었다. 그의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사만의 아내인 자밀라였고, 캠핑 간 곳으로 자신들을 데리러 오기로 한 요르겐이 연락이 되지 않자 아내인 메레테가 자밀라에게 자신의 집에 가 달라는 말을 전한 것이다. 그렇게 들어간 집에서 자밀라는 피투성이로 죽어있는 요르겐을 발견한 것이다.
사실 요르겐을 만나며 자신의 불륜을 오스먼드가 알게 될까 봐 불안했던 리케는 애인인 요르겐의 죽음의 슬픔을 느끼지만, 더 이상 탈로날 것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사가 시작되고,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부부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자 리케의 안도는 불안으로 변한다. 자신이 용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다 보면, 자연스레 그들 사이의 불륜이 탄로 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필 수사관으로 온 사람은 과거 지인의 애인이었던 잉그빌드 프레들리였다. 결국 리케는 잉그빌드에게 사실을 털어놓고자 메일을 보내는데...
책 초반에는 요르겐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생각보다 범인은 빨리 밝혀지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음을 놓았을 때, 사건의 수사관인 잉그빌드가 리케에게 의심스러운 두 가지를 털어놓으며 다시 긴장이 고조된다. 범인에게는 조력자가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밝혀지는 또 다른 진실. 역시 이번에도 나는 범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그래도 반쪽은 맞췄으니...
사건이 드러나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에게 강요(혹은 기대?) 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 신뢰가 사라진 후에 부부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번에 처음 만난 작가였는데, 전 작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