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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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릭스 라이더 시리즈의 작가이자, 유명 추리소설가인 앤서니 호로위츠. 촉박한 환경에서 촬영을 하는 중에 촬영장으로 들어서는 택시를 마주한다. 모두가 패닉 상태인데,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내리는 한 남자. 바로 전직 형사이자 현직 탐정인 호손이다. 호손과 호로위츠는 호손의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을 협업하고 있다. 그리고 방금 벌어진 사건을 꺼내는 호손.

이혼 전문 변호사인 리처드 프라이스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녀를 죽인 흉기는 고급 와인병이다. 와인병에 머리를 강타당하고, 깨진 병에 의해 온몸을 심하게 찔린 상태로 발견된 그녀의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을 받는 사람은 안노 아키라라는 작가다.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 리처드가 남편인 스티븐 스펜서와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아키라는 조금 남아있던 와인을 그녀에게 끼얹으며 와인병으로 혼내주겠다는 말을 하고 떠났다. 그러고 나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마치 예언처럼 말이다. 호손의 말에 관심을 가지게 된 호로위츠는 다음 작품을 위해 그가 가는 곳에 동석을 하게 된다.

우선 용의자로 의심을 받고 있는 안노 아키라는 리처드가 변호를 맡았던 에이드리언 록우드의 전 부인이다. 아키라가 리처드에게 앙심을 품고 있는 이유는 에이드리언에게 유리하게 사건을 끌고 가서 자신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리처드의 유언장에서 데이비나 리처드슨과 콜린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는 호손과 호로위츠는 데이비나를 찾아간다. 리처드는 이들 모자에게 큰돈을 남겼는데, 그 이유는 과거 데이비나의 찰스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과거 찰스와 리처드, 그레고리 테일러는 함께 동굴 탐사를 하는 멤버였다. 이들은 롱 웨이 홀 동굴 탐사를 함께 떠났는데, 큰 비가 내렸고 이 사고로 찰스는 사망한다. 실제적으로 이들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함께 간 탐사에서 찰스가 사망했기 때문에 리처드와 그레고리는 도의적인 죄책감을 가진다. 리처드는 그랬기에 찰스의 가족들을 부양하며 대신 아빠의 자리를 채워줬던 것이다.

이상한 것은 리처드가 사망하기 하루 전, 그레고리가 킹스크로스역 선로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사망했다는 데 있다. 요크셔에 거주하던 그레고리가 왜 데이비나가 사는 곳까지 왔고, 그곳에서 사망한 것일까? 이들의 죽음에서 석연치 않음을 느끼는 호손과 호로위츠. 또한 리처드가 사망한 곳에 쓰여있는 초록 페인트 182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건이 하나 둘 풀어지고 관련 인물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조금씩이 사건은 과거 롱 웨이 홀 사건과 연관이 있음이 밝혀진다. 과연 이들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범인이 된다. 물론 겉 보기에는 사건을 풀어나간 것이 탐정인 호손같이 보이지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호로위츠는 사건을 풀어갈 열쇠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번 책이 호손과 호로위츠 콤비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전 작인 숨겨진 건 살인이 슬쩍 언급되다 보니 궁금해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호로위츠와 이 책의 저자가 동명이라는 데 흥미롭고, 그녀가 셜록 홈스 시리즈의 속편을 쓴 작가라는 설정도 꽤 매력적이다.(셜록 홈스는 작품 안에서도 꽤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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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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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의 색깔은 모두 아름답고, 서로 다른 만큼 다양한 조화의 가능성을 가집니다.

우리의 색깔이 천편일률적인 ‘예쁜 색깔’들로만 이뤄지면, 오히려 더욱 조화롭지 못하고 지루해 보일 것입니다.

나의 색깔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색깔이기에 보다 아름다운 색깔입니다.

제목부터 왠지 모를 설렘이 있다. 마치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반 고흐가 마치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제에도 감상을 대화로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제목과 책 내용이 찰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미술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매년 미술과 관련된 책을 1권 이상 읽기가 목표가 된 지 몇 년이 되었다. 그래도 책의 영향 때문인지, 과거에 비해 미술이 두렵거나 무섭지는 않지만, 여전히 미술관에 가는 건 쉽지 않다. 이렇게 책으로 미술관 견학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미술관 문턱이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할 뿐이다.

다행이라면, 이 책의 저자는 그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참 따스한 조언을 책 안에 가득 담고 있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감상을 하라는 말. 사랑도 마음이 움직여야 할 수 있듯이, 미술 또한 그렇단다. 그러니 그저 마음을 열고, 그냥 내가 느끼는 대로 미술을 감상하면 된단다. 설령 대단한 무엇을 마주하지 않아도 괜찮다. 사랑도 각자가 다르듯, 미술을 보고 느끼는 것도 그럴 테니 말이다. 그 말이 내겐 한결 힘을 빼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책 안에는 참 많은 작품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것은, 이 작품은 어느 시대 누구의 그림이라는 거창한 미술적 설명들이 담겨있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전문가적인 감상평이나 전문용어가 아닌, 일상의 용어를 통해 조근조근 그림이 주는 느낌을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았다. 초반에는 신화와 관련된 작품이 등장해서 신화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또 삶을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사랑, 고독, 희망, 죽음, 절망 등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을 그림을 통해 만나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단지 미술작품만 아니라,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도 같이 마주할 수 있다. 가령 코르티잔에 대한 그림을 설명하면서 유럽사에 등장한 코르티잔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덕분에 조금 더 깊이 있는 지식과 감상이 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하나가 있는데, 장 바티스트 그뢰즈의 조용히 해!라는 작품이었다. 내가 이 작품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나 역시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둘째를 재웠는데, 옆에서 큰 아이가 큰 소리를 낸다. 소리를 낼 수 없어서 눈빛으로 혼을 냈다.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종종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그림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큰아이에게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큰 아이도 둘째보다는 크지만, 여전히 아이인데 당장 내가 더 힘들어지는 것 때문에 큰 아이에게 눈욕(?)을 했던 것을 반성했다.

바로 이런 게 미술감상이 아닐까? 그림을 보고 내게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느낌. 바로 저자가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런 감상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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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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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익숙하지만,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적은 인물 중 하나가 버지니아 울프가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직접적으로 그녀의 작품을 만난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에서 그녀의 이름을 들었을 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시인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소설가;;; 그러고 나서 보니 그녀의 책 자기만의 방이 내 책꽂이 한 편에 꽂혀있다는 사실. 아! 이번에도 늦었다. 역시 내 책이 되니 읽기가 느려진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와의 첫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챙이 큰 모자를 쓰고 있는 그녀의 입에 물고 있는 담배가 눈에 들어온다. 방송에서는 담배 피우는 장면이 유해 장면이라고 모자이크 처리되는데, 책 안에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막상 책을 읽고 보니 그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장면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진 않지만, 그녀에 대한 수식어 중 하나가 페미니스트라고 한다. 글쎄... 그녀가 페미니스트일까? 그 수식어는 여성이 여성인 그녀에게 붙였다기보다는, 남성이 그녀에게 붙인 게 아닐까 사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지극히 당연한 것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럼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페미니스트일까?

책 안에는 그녀가 주고받은 편지 96통이 담겨있다. 남편이나 언니뿐 아니라 정치인이나 작가, 비평가 등에게 쓴 편지도 등장한다. 1부는 자유라는 주제 안에서 결혼 전과 결혼 초반에 그녀가 쓴 편지들이 등장한다. 그녀의 편지 제목 중에는 "살림과 글쓰기 사이의 경계가 어디인 지 모르겠어요? 나 "여성들은 향상돼왔고 여전히 향상될 수 있습니다"등이 들어있다. 지금이야 이런 그녀의 편지 제목들이 꽤나 익숙한 시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편지들이 쓰인 18~19세기 초반의 여성인권의 측면에서 보자면 놀랍거나, 유별나게 보는 시각들이 많았겠다 싶다. 그런 면에서는 그녀는 훗날 남편이 되는 레너드에게 남긴 편지만 봐도 얼마나 자신감에 차 있고, 결혼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2부인 상상력과 3부인 평화는 시기가 겹치긴 한다. 2부는 결혼 이후의 편지들인데, 여전히 남성에 비해 여성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지는 편지들이 상당하다. 물론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실제로 작품을 출간한 때의 편지들이라서 작품에 관련된 편지들도 상당수 담겨있다. 작품의 표지나 내용, 몇 부를 판매했는지 등 실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내용도 만날 수 있다. 3부의 제목은 평화지만, 사실 이 시기는 반어적인 느낌이 든다. 바로 제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등 전쟁 당시의 쓰인 편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평화를 찾을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편지 속에는 전쟁의 이야기들이 드문드문 등장한다. 가까운 사람이 전쟁에 나가게 되어서 괴로움 마음이 토로되어 있는 편지도 있다.

과거에 비해 여권이 신장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지금 우리의 시대에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다면 현실에 만족하고 살았을까? 글쎄... 그녀 특유의 자유로움과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성향이 여전히 새로움과 발전을 추구하며 고군분투하는 삶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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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박 대리는 강남 아파트를 어떻게 샀을까?
산군 김리치 지음 / 북오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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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공전의 히트를 쳤었다. 나 역시 그 분위기에 책을 읽었는데, 덕분에 여러 재테크에 대한 지식을 맛보았다. 사실 내가 하고 있는 재테크라고 해봤자(나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적금이나 예금 그리고 몇 년째 묵혀두고 있는 펀드 정도가 다다. 당연히 이율 좋은 적금이 좋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예금은 쳐다도 안 봤는데, 얼마 전 읽었던 경제학 책에서 여유자금이 있고 당장 급한 돈이 아니라면 적금보다 예금이 이자가 더 높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제목부터 눈에 확 와닿는다.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동네를 따지면 단연 강남이 아닐까? 서울 자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강남 아파트라니...! 도대체 박 대리는 어떻게 강남에 집을 살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32세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현우 대리는 참 열심히 사는 젊은이다. 어린 시절 현우의 아버지는 잘나가는 사장님이었다. 그래서 남부럽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예상하듯 현우 아버지의 사업은 망했고, 여동생 현정과 어머니와 함께 단칸방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때부터 현우는 열심히 살았다. 공부를 곧잘 했기에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2천 원짜리 빵으로 일주일을 버티며 열심히 일해 1억을 모아서 돌아온다. 그래서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생활을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며 220만원을 받는 급여로 집을 산다는 것은 꿈속의 일이나 마찬가지다. 인천에서 강남 회사까지 출퇴근이 너무 괴로운 현우. 1시간 반이나 걸리는 출퇴근 때문에 저녁 있는 삶은 물론 야근이나 회식이라도 하면 잘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힘들다. 결국 현우는 회사 근처로 이사를 결정한다. 반지하에 가까운 오래된 구옥 빌라를 겨우 얻은 현우는 그래도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어 만족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집을 샀고, 투자가 어떻고 얘기를 하지만 현우에게는 꿈만 같다. 그나마 취미생활인 헬스클럽을 다니며 운동에만 빠져살던 현우는 우연히 같이 운동을 하는 윤아를 만나게 된다. 열심히 사는 윤아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한 현우는 용기를 내 윤아에게 고백을 한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윤아는 토요일마다 너무 바쁘다. 데이트는 꿈도 못 꾼다. 사실 윤아는 토요일마다 임장(부동산을 돌아보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현우는 내 집을 마련하는 꿈이 있었는데, 윤아 덕분에 현우는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윤아가 추천해 준 산군 김리치의 블로그를 보면서 조금씩 지식을 쌓아간다. 얼마 후 산군 김리치의 블로그에 실제 부동산을 구입하고자 하는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제적인 상담을 해주겠다는 글을 보게 된 현우는 용기를 내 글을 남기고 임장도 다녀본다. 하지만 처음이라 모든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던 중에 현우의 사연이 당첨되어 산군 김리치와 부동산 수업을 통해 점점 내 집 마련의 꿈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는데...

부동산 가격이 내린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내 집 장만에 대한 수요가 큰 것이 사실이다. 월세나 전세비용 대비 매매를 하면 그만큼 돈을 버는 것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사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전세와 매매가가 1,500만 원 차이였었다. 지금 와서야 후회가 되긴 하지만 역시 무엇이든 타이밍이 있다는 사실을 또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집을 구매하는 것은 정말 큰돈이 든다. 그럼에도 쇼핑하는 것보다 더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구매할 수는 없지 않을까? 책 속 현우와 윤아처럼 임장을 다니는 것 역시 그렇다. 직접 발품을 팔아서 내 눈으로 보고 실제적인 거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실제 집을 구입하기까지 일련의 내용들(마통 만들기나 주택담보 대출 등 부터 시작해서)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현우와 같은 절실함과 산군 김리치의 전문적인 조언이 함꼐 곁들여지니 소설이지만, 실제적인 부동산 매매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서울에) 내 집을 갖고 싶은가? 그렇다면 우선 임장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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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생각학교 클클문고
고정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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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이면 정보를 나누고, 거기에다가 누군가가 저항하자는 정신을 집어넣으면

바로 그런 정신이 쌓여서 힘을 가지게 되는 거야.

뿔뿔이 흩어져서 문화 활동도 없고, 예술 활동도 없다고 생각해 봐.

영원히 우리는 일본의 종노릇을 하는 것 아니겠니?

p.99~100

오산중학교 중3 박창식은 오늘도 수업 시간에 잠을 잤다.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딱히 흥미 있는 게 없다. 그저 교과서 여기저기 끄적여놓은 그림을 우연히 본 반 친구들이 그의 그림 실력을 칭찬하는 게 기분 좋을 뿐이다. 미술부 장인 같은 반 친구 마민식은 축제를 앞두고 창식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조르지만, 창식은 귀찮기만 하다. 장애가 있긴 하지만 공부도 잘하고 집안 형편도 좋은 민식이기에 그저 그림만 그리면 되는 민식의 형편과 자신의 집안 형편이 비교되기도 한다.

창식은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술에 취해 사는 아빠와 이혼 후 손자 창식을 돌보는 할머니와 살고 있다. 가장인 아빠가 늘 술에 취해있기에 집안 형편은 말이 아니다. 그래서 창식은 학교를 빨리 졸업하고 돈을 벌고 싶다. 그날도 가장 싼 어묵을 사서 김치찌개를 끓이는 할머니 옆에서 식사를 하던 중, 월세가 밀렸다고 집을 찾아온 주인아줌마의 이야기에 창식은 속이 상했다. 회사를 잘 다니던 아빠는 회사 비리를 고발했다가 내부고발자로 몰리며 회사 내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둔다. 가장이면서 그렇게 쉽게 회사를 그만둔 아빠에게 화가 나는 창식. 그날도 술에 취해 들어온 아빠와 싸우고 집을 나온 창식은 하늘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갑자기 정신을 잃었던 창식은 눈을 떴더니 이상한 집에 누워있었다. 밖에서는 창식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 보는 아이가 창식에게 학교에 늦겠다며 채근을 하는 것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시간 이동. 점퍼가 된 것이다. 바로 일제강점기 오산학교 3학년 박창식으로 시간 이동을 한 것이다. 그 친구는 바로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로 유명한 시인이 같은 오산학교 동기였던 것이다. 그 밖에도 백석과 이중섭 등 쟁쟁한 예술가들과 동기가 된 창식.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의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당장 나라를 되찾기 위해 무력으로 시위를 벌여도 될까 말 까인데, 친구들은 시와 그림만 그릴 뿐이다.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만 한 창식. 우연히 옆 여학교인 중앙여고보의 학생 말순과 친해지게 된 창식은 정주 주변 학교들과 함께 문화제를 열기로 뜻을 모은다. 문화제를 준비하던 중, 말순의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보를 받고 말순의 고향으로 향한 창식은 사실 말순의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다시 정주로 돌아온 창식은 친구들이 문화제 날 만세운동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지만, 누군가의 밀고로 창식과 말순은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는 상황에 처하고 마는데...

다른 시대에 살지만 두 창식은 미술의 재능을 보인다. 매사가 부정적이고 귀찮았던 창식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시대의 친구들 소월, 백석, 중섭, 말순 등 때문에 조금씩 눈을 뜨고 변해간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창식은 자신과 바뀌었던 또 다른 창식이 벌여놓은 일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창식의 뜻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걸개그림을 완성하던 중 창식은 과거 창식의 일이 궁금해져서 오산학교 역사가 담긴 책을 읽다가 뜻밖의 상황을 목격하게 되는데...

청소년 소설이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이 숨겨져있다. 하...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씁쓸한 여운이 입안 가득 담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창식은 과연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늘 학기 말에 겹쳐 한국사 중 근. 현대사 부분은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다 보니, 지금에서 제일 가까운 시대를 살면서도 그 당시에 대해서는 까막눈이 되었다. 성인이 되고 한 번씩 관련 시대의 책을 읽긴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일제강점기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저항한 친구들을 통해 창식은 많은 것을 배운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서 자신에게 남겨진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열심히 산다. 친일파에 대한 내용도 등장하는데, 과거에 봤던 밀정 속 이정재(염석진)의 모습이 책 안에 그대로 나온 것 같다. 영화 속 이정재(염석진)는 결국 벌을 받지만, 영일의 후손들은 여전히 잘 살고 있다. 그것도 독립운동을 했던 그 학교를 다니면서 말이다. 그래서 더 씁쓸했던 것 같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창식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평민의 집안에서 태어난 아기장수 우투리의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이어진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설화까지 이어지며 이들 이야기의 공통점이 하나하나 드러난다. 빠른 전개도 전개지만, 타임슬립을 통해 주인공인 창식의 변화되는 모습이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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