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첫 문장이다. 여러 권의 추리소설을 읽어왔지만, 상당수 소설들의 경우 범인을 꽁꽁 감추어둔다. 하지만 이 작품은 첫 문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가 사건을 벌인 이유도 알려준다. 첫 문장 앞에서 당황스러웠다. 아마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독자들이 꽤 될 것 같다. 얼마나 자신감이 있길래, 저자는 추리소설의 룰이라 할 수 있는 정답을 깰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것은 저자에게는 가해자나 피해자보다 이들 사이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작품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는 바로 그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40대의 유니스 파치먼은 커버데일가의 가정부로 취업을 하게 된다. 첫 만남에서 그녀는 커버데일가의 안주인인 재클린 루이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로 한마디 "마님" 덕분이다. 그 한마디로 재클린은 유니스의 모든 것을 신뢰하게 된다. 그녀가 가지고 온 추천서도, 그녀가 사는 곳을 비롯하여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어느 하나 확인해 보지 않고 덥석 그녀를 받아들인다. 남편인 조지는 예민한 사람이었지만, 재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던 터라 재클린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반대 없이 받아들인다. 딸인 폴라도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터라 유니스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유니스는 커버데일가에 어려움 없이 입성할 수 있었다. 집안일을 능수능란하게 해내고, 청소와 다림질을 물론 타고난 부지런함을 지닌 유니스는 단번에 재클린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유니스에게는 뭔가 평범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 조지는 유니스의 특이함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유니스가 풍기는 냉정한 기운은 폴라의 출산 소식이 전해졌을 때 도드라진다. 난산으로 힘들어하던 폴라가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아이도 폴라도 건강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였다. 그 소식에 유니스는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축하의 인사는커녕, 싸늘한 표정의 그녀를 보고 조지는 이상함을 느낀다.
사실 유니스는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문맹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보다 물건에 더 애착을 보인다. 과거 그녀는 동네 사람들의 꼬투리를 잡아 협박을 하고 돈을 받은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는 아버지(유니스는 성경 디모데의 어머니 유니게와 같은 이름이다.)에게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가 병으로 사망하고 아버지가 이어서 병으로 자리를 보전하게 되었을 때 또 유니스의 이름을 불러대는 아버지를 베개로 질식시켜 살해한다. 그런 유니스가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들키는 것이다. 그런 유니스가 일을 하게 된 커버데일가는 책이 참 많았다. 가족들 모두 어디서나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가지고 토론을 즐겨 하며 잠자리에도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니스는 더 예민해진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그녀임에도, 쪽지로 남긴 일은 해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재클린에게 유니스는 자신이 눈이 매우 나쁘다고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한다. 그런 유니스에게 안타까움을 느낀 재클린 부부는 유니스를 데리고 안경점을 찾아 안경을 맞춰준다.
한편, 동네 우체국장의 아내이자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조앤 스미스를 만나게 된 유니스.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늘 사람과 거리를 두는 유니스가 조앤과 가까워지는 데는, 남편 노먼이 조앤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날 유니스가 조앤을 도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조앤은 열성적인 종교인이지만, 동네 사람들의 뒷이야기들에 관심이 많다. 정도가 얼마나 심한 지, 남의 편지를 뜯어볼 정도다. 조지 부부 역시 자신의 집으로 온 우편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조앤이 자신의 집 우편물을 뜯어보고 막말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다. 자신이 집을 비웠을 때, 조앤이 유니스를 만나러 집에 들렀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난 재클린은 남편 조지에게 이야기를 하고, 조지는 유니스의 방을 찾아 조앤에게 집 밖으로 나가라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유니스에게 조앤을 만나지 말라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건넨다.
친구인 조앤과 가까이 지낼 수 없는 상황, 문맹이라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대다가, 커버데일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까지 이르자 유니스는 결국 폭발하게 되는데...
글을 배울 수 없는 상황에 처했던 유니스는 문맹에 대한 피해의식이 깊어진다. 그녀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도 거기에 불을 붙였다. 유일하게 마음을 나눴던 조앤의 성향도 유니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단지 문맹이었기 때문에 유니스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문맹이라는 단어 안에 더 깊은 편견과 상처, 피해의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에는 문자가 예로 등장했을 뿐, 우리 삶에도 비슷한 형태의 피해의식과 상처와 반목이 있지 않을까? 그를 적절하게 풀어내지 못하고 쌓이게 되면(물론 유니스의 경우는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그 또한 설명할 수 없는 결과를 도출해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