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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2 ㅣ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평점 :
황사영 백서 사건에 연루되어 한양으로 압송되는 다산. 역사책에서만 보던 황사영 백서 사건을 덕분에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황사영이 다산의 가장 큰 형이자, 이복형인 정약현의 사위였기 때문이다. 이미 눈 밖에 나있는 다산을 어떻게든 끌어내려는 노론 파는 이번에도 황사영 사건에 다산을 끌어들인다. 결국 무죄임이 밝혀지지만, 다산을 호락호락 놔주지 않는 서용보를 비롯한 인물들은 정순왕후의 의견과는 달리 다산의 석방을 막는다. 결국 다산은 강진으로 다시 유배된다. 다산뿐 아니라 둘째 형인 약전 역시 유배길에 오른다. 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되었다. 눈물의 이별을 하는 다산과 약전. 이게 그와 형의 마지막일 테지...라는 생각에 두 형제 모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유배지에 도착했지만 다산은 또다시 난감한 상황에 놓인다. 관아에서 비밀리에 서울에서 오는 유배자에게 집을 내주지 말라는 명령이 집집마다 전해진 것이다. 결국 가는 곳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산을 거부한다. 결국 길에서 이불을 펴고 자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다산에게 한 줄기 빛이 든다. 자신의 어머니가 하는 주막에 모셔도 되겠냐는 한 여인의 말에 다산과 몸종은 같이 주막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산 앞에 정성이 담긴 밥상이 들여진다. 그들의 도움에 목이 메는 다산. 그가 안내된 방에는 특이한 것이 있었다. 벽 한편에 세워진 거문고와 책상에 놓여있는 주역 책과 엽전 6개. 도대체 이것의 주인은 누구이고, 어떤 사연이 담겨있는 것일까?
주막 부녀의 도움으로 다산은 유배생활에 어려움을 조금씩이겨낸다. 하지만 또 다산을 얽어매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방을 비롯한 관아에 속한 아전들의 아들들이 다산에게 학문을 배우겠다고 온 것이다. 근데 그게 빌미가 될 줄이야... 맹자를 가르치던 어느 날, 다산은 반역죄로 관아로 끌려간다. 유배 온 죄인이 나라와 임금을 욕했다는 죄명이었다. 그리고 증인으로 나온 아이는 이방의 아들로, 맹자의 내용을 읊으며 다산이 반역을 꾀했다고 증언한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저 다산은 맹자를 그대로 풀어서 설명할 뿐이었는데 말이다. 다산은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주역의 이치를 깨달은 다산과 강진에서는 모든 학문을 통달했다고 소문이 난 혜장 스님. 주막에서 절로 거처를 옮긴 다산은 이 소문을 듣고 머무는 절의 주지와 함께 혜장을 만나러 간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후, 잠을 청하러 비좁은 방으로 옮기게 되는 다산을 다시 찾아오는 혜장. 그가 다산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혜장은 다산으로부터 주역의 가르침을 받게 되는데...
쉽지 않은 유배의 길에서 다산은 후세에 도움이 될만한 많은 글을 남긴다. 여전히 다산을 죽이려는 서용보를 비롯한 반대파들이 득실거렸지만, 그럼에도 다산은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 폐족으로 벼슬길이 막힌 아들들에게 쓴 편지와 약전의 아들이었던 학초와 약용의 막내아들 농장의 죽음에 애끓는 심경을 시로 쓰기도 한다. 또한 군정의 문란으로 인해 사망한 시아버지, 남편, 이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들에게도 군포를 내라는 말에 남편이 거세를 하는 상황에 이르자 그 상황을 지켜본 다산은 답답한 현실을 시로 남기기도 한다.
역사서처럼 촘촘하게 서술 된 다산을 통해 정약용의 삶을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되었다. 덕분에 다산이라는 이름만 나와도 반가움이 교차한다. 딱딱한 역사 안에 나름의 로맨스나 여러 가지 사건들이 겹쳐져 흥미로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