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정의롭게 사는 법
정민지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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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0년 차.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다 보니 10년이 되었다.

물론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같은 일상임에도, 다른 뭔가가 있을지언정 10년을 한곳에서 같은 일을 하고 살았다는 것은 성실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변화 없이 안주를 즐겼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 성실이라는 단어 안에는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남의 눈치 보면서 살았던 삶도, 오해를 받으며 한숨 쉬고 가슴 앓이 했던 시간도 다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한 그곳을 버리는 것(일명 퇴사.)은 내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여기 말고 어디서 나를 받아줄까 하는 낮은 자존감도 한몫을 하겠지만 말이다.

정민지 작가이자 전직 기자의 책을 읽으면서 나의 10년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에, 비슷한 직장생활 경력을 가진 그녀의 삶은 어땠을까 싶었는데, 우리의 직장은 많은 것이 달라도 많은 것이 비슷한 것 같다.

어디나 울컥하게 하는 사람, 일은 있으니 말이다.

여자보다 남자가 많은 직장 안에서 살아가는 것. 특히나 기자로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티브이에서 보이는 것처럼 막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그녀의 삶에서도 그런 게 느껴졌다.

물론 회사 생활뿐 아니라 그녀가 살아온 얘기도 담겨있긴 하지만 말이다.

기자라서 그런지 책의 내용이 참 심플하다. 군더더기 없는 글이 읽기에 담백하고 좋았다.

그렇다고 딱딱하지 않고, 조금은 냉철하지만 그렇다고 무섭지도 않다.

자기반성적인 부분도, 누군가에 대한 쓰렸던 기억도 조금은 담담하게 풀어낸 글이라서 그런지 내 입에는 참 좋았다.

그녀도 갑질을 했을까? 기자가 가지고 있는 파워를 이용했을까?

내심 궁금했는데... 반성적 글들이 종종 보이는 걸 보니 저자 또한 그런 삶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상처를 받기도 하는 삶.

얼마 전 들었던 강의가 생각난다.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나를 힘들게 하고 내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했을 때 그것을 두고 평가하고 정죄하지만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로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누구도 그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왜 그 강의가 떠올랐나 모르겠다.

아마 마음에 와닿은 이 글 때문은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처를 조금 덜 주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미뤄보면... 난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 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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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가슴의 발레리나
베로니크 셀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세계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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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형태의 소설이었다.

그래서 처음 몇 페이지는 고스란히 받아들이기 좀 어려웠다. 몇 장을 읽고 나서 파악이 되었지만...

화자가 여럿인 까닭이다.

주인공(여)인 바르브린과 그녀의 젖가슴 형제 (덱스트르, 시니스트르)가 바로 화자이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과 태아 시절 그리고 엄마 뱃속에서 나오는 장면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발레가 운명이자 고양이를 모델로 발레를 연습한 턱에 걸음이 느렸던 바르브린.

그리고 그년의 젖가슴들은 교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서두에 대놓고 언급하듯이, 가슴은 여자에게는 자신을 뽐낼 수 있는(많은 여자들이 상대적으로 큰 가슴을 선호하기에) 여성성의 상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발레리나에게 가슴은 좌절의 상징이다.

바르브린이 꽁꽁 싸매고 감춰도 보고, 결국 축소술까지 감행할 정도로 크나큰 핸디캡이니 말이다.

꼭 작곡가에게 청각을 의미한다는 비유까지 들 정도이니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추측이 가능하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가슴 덕택에(엄마도 발레를 했지만 큰 가슴 때문에 포기한다.) 바르브린은 좌절한다.

자살시도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가슴은 한편으로는 아이를 먹이는 중요한 밥줄(?)이다.

발레리나로의 가슴을 필요 없는 살덩이에 지나지 않으나, 엄마로의 가슴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발레리나를 위해 포기했던 가슴이 아이에게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포기한 가슴은 다시금 엄마의 가슴 역할을 하기에는 손상이 되었다.

바로 그 두 가지의 갈림길이 선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이 소설은 페미니즘 소설이다.

처음에는 왜? 단지 가슴에 대한 이야기고 주인공이 발레리나여서?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품 속에 뭉글하게 가라앉은 여성의 이야기가 점점 진하게 등장한다.

임신에 대한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기다림 없이,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끝내버리는 남자의 일방적인 섹스 안에서 두 젖가슴 형제는 쏟아져들어오는 체액들을 향해  바르브린을 대신해 무자비하게 외친다.

그 결과 여자는 자신의 몸으로 그 모든 것을 받아낼 수밖에 없다.

돈이 필요해 시작한 모델 일에서조차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단지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의 몸 여기저기 체크하고 기웃거리고, 그녀의 가슴 위에 슬로건만 달아놓을 뿐이다.

이 소설은 자신의 삶을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바르브린을 대신해 젖가슴 형제의 입을 빌려 여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덕분에 늘 페미니즘 소설들이 갖고 있는 극단적 상황들이 이 소설 속에도 등장하지만 상대적으로 위화감이 덜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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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육아의 기적 - 우리 아이 지성과 감성을 키우는
김선녀 지음 / 미래지식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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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동안 참 많은 책을 읽었는데, 육아에 대한 책은 잘 안 읽었던 것 같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ㅠ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기르며 느꼈던 많은 장면과 감정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다음에 든 생각은 내가 많이 모자란 엄마였다는 자책과 함께, 미안한 감정들이었다.

누구보다 귀하고, 사랑스러운 내 아이임에도 순간순간 아이에게 충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워킹맘으로 생각보다 어릴 때 아이를 맡기고 복직을 하게 되었다.

복직 전에도 회사 업무를 집에서 해야 할 때가 꽤 많았고, 아이가 잠든 걸 보면 바로 서재로 가서 업무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가 분리불안이 빨리 왔고, 지금도 엄마의 귀를 만지면서 잠드는 버릇이 있다.

어렴풋이 생각했던 사실이 이 책을 읽으면서 피부로 와닿았다.

나는 잠깐이었지만, 아이가 깨어나서 빈 방에 혼자 누워있었을 때의 감정과 기분을 생각하지 못했었다.

뿐만 아니라 목욕시킬 때, 집안일할 때... 수시로 아이가 내게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 내 시간과 내 감정으로 아이를 대했었다.

다행인 것은, 아직 나에게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시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의 아이와의 시간과 관계를 어떻게 다시금 재정립해야 할지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은 지극히 내 중심이라는 것.

아이가 받길 원하는 사랑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느꼈던 부분이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아이를 내 집에 오는 손님이라 생각하고 대하라고... 존중하고 필요를 살피면서 말이다.

내 아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다. 그럼에도 생각처럼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지 못했던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 책을 많은 부모들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신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사람뿐 아니라 아이가 어릴수록 더 빨리 읽기를 권한다.

내가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부어줬을 때 아이는 그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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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사전 - 우리 아이 마음 읽어주는 따뜻한 엄마
김지연.이요셉.김지영 지음 / 쉼(도서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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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나마 말을 알아듣고, 글을 쓸 줄 알면 좋겠지만 우리 집 꼬꼬마처럼 이제 겨우 단어를 배우고 있는 아이라면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까?

이 책을 접하기 전에 "42가지 마음의 색깔"이라는 책을 잠자리에서 읽어주었다.

그림도 많이 없고, 조금은 어려운 그림과 글들인지라 아이에게 책을 읽는 기쁨보다 잠을 재촉하는(?) 책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덕분에 목적과 다른 결론(?)을 얻었지만 말이다.

공감 사전은 엄마와 아빠 작가가 쓴 책이다.

그래서 소박하지만 따뜻함이 묻어있는 책이었다.

저자들의 첫 이야기에서부터 참 많이 아끼고, 예쁘게 담아내려고 노력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을 설명하면서, 그 감정을 느낄 때 같이 보면 좋을 책을 첨부해놓았다.

글이 좀 많긴 해서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면 좋을 것 같고(우리 아이는 아직 글 밥이 많은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 내가 먼저 읽고 소화한 후에

이야기해주거나, 소개된 책을 빌려보면 좋을 것 같다.) 함께 그 감정에 대해 표현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아직 색에 대한 개념은 없고 따뜻해, 차가워, 좋아, 싫어, 무서워 정도의 단어만 이야기하고 알고 있기에 그런 감정들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 먼저 접하게 해주었다.

조금 더 크면 색으로 표현하는 것도 아이가 감정에 대해 이해하는 데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릴 때부터 감정에 대한 표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어른이 돼서도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 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짜증 나고, 수치스럽고, 당황스럽고, 아프고... 이런 모든 감정을 그저 화가 난다로 표현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생각보다 감정이 이렇게 다양한 줄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하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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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인생의 맛 -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벤저민 호프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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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 수백 번 돌려봤던 만화가 여러 개 있는데, 곰돌이 푸도 그중 하나다.

누구보다 푸근하고(몸매도 생김새도.. ㅋ) 말은 느리지만, 모나지 않고 따뜻하고 꿀밖에 모르는 조금은 멍~해 보이는 순진한 친구.

그 곰돌이 푸와 동양철학의 만남이라니...!

좀 놀라웠다. 어떻게 푸가 철학 혹은 인문학과 만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신기하게 어울렸던 것 같다. 저자가 잘 쓴 건지... 아님 정말 곰돌이 푸가 철학자인 건지...^^;

저자와 푸의 대화를 통해 동양철학을 만날 수 있다.

어렵지도 짓궂지도 않은 둘의 대화에 빠져들다 보면 점점 중심부를 향해 가게 된다.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바로 그 철학에 말이다.

책에는 푸의 여러 친구들이 등장한다.

잘난척쟁이 래빗과 겁쟁이 피글렛, 우울한 이요르, 똑똑이 박사 아울...

그들에 비해 특출난 게 없고 지극히 평범하기만 한 푸가 왜 주인공일까?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다듬지 않은 통나무 같은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푸는 오로지 꿀 생각뿐이다.)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할까?

조금은 끼워 맞춘 것 같은가?

그렇다면 조금 더 읽어보길 바란다.

읽다 보면 푸가 어리숙하지만 곧잘 재미도 주는 친구라는 사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도가사상(노자와 장자)이 단순하지만 그래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아직 나는 못 깨우친 것일까?

하지만 전보다 명확해진 것도 같다. 뜬구름 잡는 식에서 벗어났으니 말이다.

뭔가 노력을 하고, 얻으려고 발버둥 치고 삶에서 더 능숙하고 똑똑해진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남보다 더 가졌다고 삶이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어도, 조금은 어리숙하더라도 어떨 땐 단순함이 더 좋은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봤다. 그래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해봤을 것이다.

때론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이 삶의 해답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냥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단순하게 생각해보자는 그런 생각 말이다.

이 책 덕분에 푸도 만나고 동양철학(도가)도 만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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