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1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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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노벨문학상으로 문단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강 작가. 그녀의 아버지 역시 오랜 세월 글을 쓴 작가였다. 강수연 배우가 주연을 했던 아제아제 바라아제라는 영화의 원작 소설의 작가가 바로 한승원 작가라는 사실을 얼마 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쓴 조선 천재 3부작의 마지막 권인 다산을 읽게 되었다. 다산 정약용의 삶이 담긴 두 권의 소설 속에서 마치 역사책 혹은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 것은, 짧은 챕터 안에서 그의 감정과 시대상이 연결되어 한 인물의 전기나 삶을 조망하는 회고록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위인 전기와의 다른 점이라면, 전기에는 그 사람의 삶의 시작부터 끝을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이 책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정약용은 70이 넘은 노인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총 2권 중 1권에는 정조와 정약용의 이야기가 도드라져 보인다. 정치적으로 남인이었던 다산은 반대파인 노론으로부터 많은 위협을 받는다. 어찌 그리 역사는 닮아있는 것인가? 다산의 재능을 높이 산 정조의 편애 아닌 편애에 노론들을 사색이 된다. 어떻게 하든, 다산을 비롯한 남인들을 매장시키고자 혈안이 된다. 그들을 얽어매기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천주교 신자라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동지였던 이기경이 노론으로 방향을 바꾸고 함께했던 약용 3형제와 이가환, 이벽 등을 고발한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과는 다르게, 그들이 쓴 상소의 한 단어로 말미암아 부메랑이 되어 고발자들을 겨누는 칼이 된다. 물론 다산은 이기경을 빼내기 위해 무척 노력한다. 다산은 학문적인 재능뿐 아니라 사람을 알고, 상황에 맞게 자신을 굽히는 법을 아는 진정한 천재였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천주를 믿는 약용의 가족들(형제들과 이승훈 형제, 이벽 등)의 모습과 정치판에서 정조의 사랑을 받는 다산의 그려진다. 하지만, 정조가 배후에 있다는 사실이 노론에게는 다산을 쳐내기 위한 방책이 된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 시대 순으로 내용이 연결되며 정약용의 삶을 그려낸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지만, 적당한 역사적 배경이 드러나며 깊이 있는 내용으로 그려진다. 계속되는 상소 속에서 다산을 지키기 위해 정조가 다산을 내치는 모습은 참 가슴이 아팠다. 그런 정조의 마음을 깨닫는 다산의 모습이 겹쳐져 그려지면서 힘든 상황이었지만, 내 마음을 알아두는 선배(혹은 후배)가 있다는 사실이 나름의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도승지를 하던 다산은 갑자기 6급으로 강등되어 한 지방관으로 부임하게 된다. 물론 다산을 살리기 위한 정조의 큰 그림이긴 했지만, 그걸 알아도 서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다산은 그곳에서 자신의 도리를 비롯하여, 백성들을 깨우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말(馬)과 말(言)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내용은 정말 압권이었다.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1권의 말미에서 다산은 황사영 때문에 한양으로 압송된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일까? 이미 일어난 이야기지만, 다산의 일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되게 된다. 2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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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썼어 너도 써 봐
장용 지음 / 마음시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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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마음이 전복돼도

엄마는

전복을 딴다

p. 56

시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시집을 잘 안 산다. 감성이 메말라서 일까? 아님 내가 단순해서일까? 산문처럼 구체적인 설명이 닿아있는 작품은 이해가 쉬운데, 짧은 단어 몇 개를 나열해서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다 깨닫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자연스레 시집을 기피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일 년에 한 권의 시집은 읽는다. 매년 하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막상 1년을 결산하고 보면, 서평 중 시집에 대한 서평이 몇 권씩 들어있긴 하다. 물론 그 또한 내가 고른 책 들이겠지만 말이다.

내가 주로 편하게 읽는 시집은 감동과 재미가 담겨있는 시집이다. 언어유희(쉽게 말해서 말장난)의 개그가 담겨있는 시집은 오랜 여운이 남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우울한 가정을 한 번에 몰아내주기도 하고,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어서 좋아한다. 이 책의 저자는 개그맨 장용이다. 개그맨이 시집을? 하긴 저자가 요즘 개그프로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인물이긴 하지만 시집을 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대놓고 B급 시라는 표현이 있긴 하지만, 글쎄... 내 생각은 달랐다. 마음을 울리는 시가 꽤 많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식 웃는 시만 담겨있는 것도 아니다. 길어야 3행~4행 정도의 짧은 시지만 그 안에 담긴 찡한 의미가 정말 쉽게 다가왔다. 이렇게 짧은 단어와 문장으로 만든 시 속에 그런 감정을 넣을 수 있다니... 그런데도 B급 시라는 이름이 붙어야 할까?

감기

몸이 말을 걸어왔다

기침으로 노크하더니

콧물을 놓고 갔다

P. 115

개그맨이 쓴 시집이라서 그런지, 라임이 맞거나 한 단어를 다른 뜻으로 쓰거나, 피식 웃음이 나는 상황들이 여럿이다. 하상욱 시인의 서울시라는 시집을 읽으면서 빵 터지는 순간이 많았는데, 장용 시인의 시집에 담긴 시에는 빵 터짐의 깊이가 한 층 더 깊다. 이런 게 연륜이라는 것일까?

짧은 시와 함께 그려진 삽화. 그리고 시를 SNS에 게시하다 보니, 자연스레 시 아래 달린 댓글들도 시집 안으로 들어왔다. 시를 읽는 것도 좋은데, 같이 곁들여진 댓글도 흥미를 북돋운다. 일상의 시어를 가지고, 일상을 이렇게 공감 가도록 그려내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거기에 감동과 재미를 더 하는 것은 더 어려울 테지만... 그렇기에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아마 꽤 깊은 감동을 맛보게 될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의 인세 전액은 심장병 환우들을 위해 기증한다고 하니, 이 또한 큰 감동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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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한 김에 일잘러 되기
이은채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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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꽉 채운 직장러 15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직장 생활이 쉽냐고 묻는다면 No.라고 대답하겠다. 여전히 직장 생활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시간을 다닌 나조차도 직장 생활이 쉽지 않은데, 이제 막 첫발을 디딘 초보 신입사원이라면 어떨까?

이 책은 현직 중소기업 임원인 저자가 쓴 신입사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낯선 신입사원들이라면, 누구나 직장 생활에 대한 매뉴얼 같은 책이 있다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할 텐데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니 신입사원뿐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꼭 알아두어야 할 상식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고 하면 좋겠다. 비단 사회생활뿐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두루 도움이 된다고 봐도 좋겠다.

사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뭘까? 업무는 차라리 배우면 되는데, 어디도 나와있지 않은 직장 내 예절이나 인간관계의 미묘한 내용들이 아닐까 싶다. 전화예절, 인사예절, 호칭부터 시작해서 점심 식사시간이나 회식자리, 외부 미팅, 명함 주고받는 법 등 수시로 접하는데 막상 그에 대해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않아서 고민이 될 때가 참 많았다. 이 책을 내가 신입사원 때 읽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책 곳곳에서 든다. 물론 일부는 얼핏 이렇게 했던 것 같은데...로 대충 감으로 했던 것들도 있었는데, 책을 읽고 보니 잘못했던 것도 있었다는 걸 또 깨닫게 된다. 부서 성격상 외부 미팅을 할 일이 많지 않다 보니 특히 명함 주고받는 예절에 대해서는 실제로 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첫 직장에서 대표가 하는 걸 보고 대략 알긴 했지만, 이 책에는 구체적으로 명함 예절에 대해 언급해 주고 있어서 앞으로는 실수할 일이 없겠다 싶다.

또한 차상위 선임자에게 선임자(예를 들자면 대표에게 부장에 관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하나 늘 고민이 될 때가 있었다. 2016년 압존법이 폐지되었다고 한다. 적당한 예의를 갖춰 이야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대표님! 이 부장은 외근 중입니다."가 맞았지만, 현재는 "대표님! 부장님은 외근 중입니다."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한다.

책안에 담겨있는 다양한 직장예절과 직장 생활의 상식이자 꿀팁을 통해 직장 생활이 조금은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 직장도 다 사람 사는 사회긴 하지만, 작은 행동 하나가 나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사실! 그 작은 꿀팁을 통해 좀 더 유능한 직원으로 거듭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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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물고기 - 다른 시선으로 보는 힘
폴린느 팡송 지음, 마갈리 르 위슈 그림, 윤여연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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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중에 엉덩이 탐정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정말 얼굴이 엉덩이같이 생겼고,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입에서 악취(방귀로 보임)를 뿜어내서 주위를 질식하게 만든다. 처음 만화를 보고 뭐 이런 캐릭터가 있나 싶었다. 색부터 너무 엉덩이 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생김새에 비해 사건을 꽤나 잘 해결하고 목소리 톤이나 분위기가 까불 캐릭터보다는 진중한 이미지가 강해서 꽤나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처음 본 영화도 하필 엉덩이 탐정 극장판이었다. 원래 아이들은 방귀나 똥, 엉덩이 같은 걸 좋아하긴 하니 그런 면에서 아이들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졌겠다 싶기도 하다.

이 책 역시 주인공은 엉덩이를 닮은 물고기다. 제목도 엉덩이 물고기라서 엉덩이 탐정처럼 별도의 이름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름이 있다. 무려 다미앵이다. 근데, 책 안에서는 다미앵 이라는 이름은 몇 번 안 나온다. 아마 엉덩이 물고기가 더 이해도 빠르고,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주인공인 책에서도 엉덩이 물고기로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핑크색의 엉덩이를 닮은 물고기 다미앵은 생김새 때문에 여러모로 불편하다. 무엇을 해도 얼굴로만 집중이 되기 때문이다. 당황한 다미앵은 입으로 뿌우웅 하는 방귀소리를 낸다. 그런 다미앵에 모습을 본 친구들은 모드 깔깔 웃으며 계속해보라고 부축인다. 하지만, 다미앵은 즐겁지 않았다. 다미앵은 평범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깊은 바다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깊이깊이 내려가니 처음 보는 모습의 물고기들을 만나게 된다. 비행기 모양, 점박이, 톱 모양 물고기도 있다. 더 깊이 내려가니 손전등, 스패너, 깔때기 모양의 물고기도 있다. 그리고 치즈 물고기도 만났다. 치즈 물고기의 생김새는 정말 치즈를 닮았다. 치즈 물고기의 이름은 바로 스티븐이다.

다미앵이 보기에 스티븐은 진짜 치즈를 닮아서 자신보다 더 이상하게 보였다. 하지만 스티븐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 같았다. 스티븐과 친구가 된 다미앵. 스티븐이 가지고 있는 멋진 재능들을 보며 점차 스티븐의 얼굴이 아닌 스티븐 자체가 좋아진다. 그러던 중 갑자기 큰 그물이 내려와 다미앵과 스티븐은 꼼짝없이 잡히고 마는데...

우리가 못생겼다고 이야기하는 모 개그맨들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의외로 그들은 자신의 얼굴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잘 생긴 거 아니냐는 그들의 말에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도, 그 인터뷰를 본 나도 꽤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 말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다미앵 역시 자신의 튀는 외모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날 결심을 한다. 자신도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으면서도, 막상 자신 역시 타인의 얼굴을 판단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다행이라면 스티븐과의 만남과 여러 경험들이 그런 다미앵의 생각과 마음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미앵은 자신을 다른 관점과 생각에서 볼 줄 아는 눈을 배우게 된다. 피식 웃으며 읽기 시작한 엉덩이 물고기 속에서 정말 소중한 가치관을 배우게 된다. 내 스스로 나를 바라보는 눈을 변화시키고, 그 렌즈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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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이치호 미치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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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며칠 전, 큰아이와 큰아이의 절친을 데리고 같이 키카를 간 적이 있었다. 또래의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터라, 막내까지 총 5명의 여자아이를 태웠다. 그중 3명은 동갑이었다. 아이들은 참 빨리 친해진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깨닫게 된 것이, 차에 같이 타고 있던 또 한 명의 동갑내기와 오늘 처음 만난 큰 아이의 친구가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차를 타고 이동한 40분 남짓 시간에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제쿠라 카논과 고타키 유즈 역시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되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상황이 참 다르면서도 닮아있다는 사실이다. 7살인 초등학교 2학년(일본 소설이라서 나이가 우리와 다른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유즈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한 허름한 아파트에 들어선다. 엄마는 평소 봉사활동을 잘 하는 사람이다. 유즈에게 어디로 간다는 말도 하지 않고, 엄마를 따라나선 길. 엄마는 어디 가지 말고 30분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다. 그 아파트에는 이상한 눈빛의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심심했던 유즈는 집 앞을 서성인다. 그러다 아파트 위에서 한 여자아이가 밖으로 떨어질 거 같은 상황을 목격한다. 위험해 보이던 찰나 유즈의 이마 위로 뭔가가 떨어진다. 피처럼 빨간 액체다. 아이가 떨어진 걸까? 아파트 그 자리에는 누구도 없었다. 그리고 숨 가쁘게 뛰어나온 한 아이를 마주한다. 아제쿠라 카논이라고 자기 이름을 설명한 그 아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매주 수요일이면 유즈의 엄마는 유즈를 데리고 그 아파트로 와서 30분을 머물다 갔다. 그리고 유즈에게 수요일은 카논을 만날 수 있는 날이었다. 30분 밖에 안되지만, 유즈와 카논은 조금씩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카논이 위험하게 서 있었던 것이 옆집 언니(치사씨)가 키우는 앵무새 황록이 때문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유즈. 하지만 엄마와의 관계는 힘들다. 무섭고 냉랭한 엄마 덕분에 어린 유즈는 엄마의 눈치 보는 법을 먼저 터득했으니 말이다. 결핍은 카논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논을 통해 묘사된 그녀의 엄마는 안아키 같이 보였다. 자연치유, 자연식 등 인공적인 것을 삶에서 배제하다보니 카논은 평범한 일상이나 음식들을 누려본 적이 없다. 당연히 주변과 교류 역시 끊어진 상태다. 가정 형편이 어렵기도 했지만, 이런 극단적인 일상의 배제는 결국 카논에게도 결핍을 선사한다. 그래서인지, 유즈와 카논은 다르게 보이지만 많이 닮아있는 아이였다. 황록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카논은 유즈와 함께 황녹이를 묻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유즈의 엄마는 볼일이 일찍 끝났고, 그날 이후 유즈와 카논은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

시간이 흘러 15살이 된 유즈. 고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교복에 배지를 깜박해서 급하게 달고 있던 중에 멀리서 뛰어오는 짧은 커트 머리의 아이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를 불러 세우는 순간, 8년간의 기억이 순식간에 재생된다. 그 아이의 이름 아제쿠라 카논을 들었기 때문이다. 카논은 입학 전부터 소문이 무성하던 아이였다. 전액 장학금을 받는 아이, 연예인급 외모를 가진 아이로 말이다. 도대체 8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카논이 유즈가 다니는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유즈는 카논이 반갑지만 섣부르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카논과 다시 가까워지면, 과거의 기억들이 다시 재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치는 일은 종종 있었다. 카논의 집안 형편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과 저녁에 알바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듣게 된다. 유즈 역시 냉담한 엄마의 그늘에서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그래서 유즈에게는 그때처럼 카논이 유일한 안심처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둘은 헤어지게 된다.

유즈와 카논은 세 번째 재회를 한다. 14년이 흘러 29살이 된 유즈와 카논. 이미 유즈는 결혼을 한 상태이다. 과연 세 번째 만남은 이들에게 또 어떤 기억을 선사하게 될까?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초반에 이 말이 등장했다. 황록이를 묻어주기 위해 삽을 찾던 카논이 유즈에게 한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책 안에 여러 번 등장한다. 단지 한 문장일 뿐인데, 그 의미는 책을 읽으며 점점 짙어지는 것 같다. 둘 다 마음이나 환경이 밝고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자신들의 괴로움을 벗어나 밝고 희망차고 행복한 곳으로 나가고 싶은 바람이 만들어 낸 한 문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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