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고 싶은 퀴즈 알고 싶은 한국사 - 77가지 퀴즈로 만나는 초등 교과 개념 사전 풀고 싶은 퀴즈 알고 싶은 퀴즈
이승원 지음, 유남영 그림 / 키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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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영향 때문인지, 큰 아이는 역사를 참 좋아한다. 6살 때부터 부르기 시작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은 어느 순간 역사에 대한 지식이 더해져 관심도나 이해도가 좀 더 깊어졌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방과 후 수업 중 역사체험 논술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평소 역사를 좋아하니, 이래저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1분기를 신청해 주었는데 너무 재미있어했다. 덕분에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듣고 있다. 방과 후 말고도 매주 월요일 돌봄 교실에서도 역사를 배우니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요일은 당연히 월요일과 역사체험 논술 수업이 있는 목요일!

뭔 지도 모르고 흥얼대던 노래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수업을 통해 실제 어느 시대의, 어떤 일을 했던 인물인 지를 배우고 나니 요즘은 엄마에게 곧잘 역사에 대한 질문도 한다. 나 역시 학창 시절 역사를 꽤 공부했던 터라, 한 번씩 퀴즈를 내고 받아주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어서 한 번씩 놀라기도 한다.

덕분에 내게도 신선한 자극이 된다고 해야 할까?

가끔 퀴즈를 내달라고 하는데, 그때마다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연대나 인물이 한 일이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참 퀴즈 맛을 들인 아이인지라, 한국사에 대한 퀴즈집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풀고 싶은 퀴즈 알고 싶은 한국사라는 책이었다. 한국사 말고도 국어, 수학, 과학 등 다양한 과목들이 교과서와 연계되어 나온다. 그중에서 내 선택은 바로 한국사! 다.



한국사의 각 시대별로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퀴즈 형식으로 등장한다. 4지 선다이고, 그림이 같이 곁들여져 있기에 공부보다는 퀴즈나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총 77개의 퀴즈가 등장하는데, 이 말은 77개 이상의 한국사 속 내용을 맛볼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1장은 고대(~삼국시대, 발해), 2장은 중세(고려), 3장은 근세(조선), 4장은 근대(~일제강점기)이다. 참고로 퀴즈 안에는 현대는 빠져있다.

우선 각 시대별 퀴즈가 한 문제 등장한다. 퀴즈 자체가 해당 내용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 풀 수 있는 수준이다. (절대 바른생활 형식의 답장 너는 아니다.) 간혹 헷갈리는 문제도 있다. 퀴즈의 정답은 다음 장 제일 위에 등장한다. 단지 답만 알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해당 내용에 대한 해설이 자세히 쓰여있기 때문에 퀴즈로 궁금증을 자극하고 그에 대한 지식을 맛볼 수 있는 구성이 꽤 마음에 든다.



중요한 것은 문제와 답만 풀고 끝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출제된 이유나 그 시대의 구체적인 키워드를 잡아가면서 한국사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해설 말미에는 그림도 등장하기에, 이래저래 흥미롭게 한국사를 접할 수 있겠다 싶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퀴즈들이 시대별로 나누어져 있다. 각 시대의 말미에는 연표가 등장한다. 연표를 통해 각 시대에 벌어진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개념을 잡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받은 첫날부터 표지 외에는 책을 살펴볼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았다. 밥 먹을 때도, 숙제할 때도, TV를 보면서도 옆에 끼고 읽고 또 읽기 때문이다. 아직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우지 않지만, 본인의 관심에 따라 먼저 공부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사가 단편적인 지식의 습득을 넘어서 먼저 살았던 인물들의 삶을 통해 지혜를 반추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사 역시 교과목이기 때문에, 공부식보다는 좀 더 흥미로운 방식으로 배웠으면 했는데 그런 면에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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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글댕글~ 왜일까요? - 꾸밈으로 보는 세계 문화 댕글댕글 8
이원중 엮음, 김희영 감수 / 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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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지구촌 여기저기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앉아서 30분가량 나오는 방송을 보다 보면 똑같은 사람이지만,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았다. 한편으로는 왜일까? 하는 궁금증이 많았지만, 까닭을 모르고 지나갈 때도 많았던 것 같다. 청소년들을 위한 책같이 보였지만, 차례에 담긴 질문들을 읽으며 옛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그렇게 궁금해하던 세계 곳곳의 사람들의 문화의 답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 질문에 대답을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선 이 책은 초등학생이 읽어도 좋을 만큼 풍부한 그림과 사진이 돋보인다. 사용되는 단어들도 그리 어렵지 않다. 아이들과 같이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물론 초등학생뿐 아니라 청소년이나 성인들도 충분히 흥미로울 내용들이 상당하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나 역시 궁금했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대답들이 속시원히 담겨있다. 물론 저자는 책에 담긴 여러 자료들을 통해 도출해낸 답이 모든 것을 충분히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문화라는 것 자체가 단편적인 하나의 사건이나 환경 등으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호기심을 통한 세계 문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낼 수 있고, 그를 통해 또 새로운 문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주기를 당부한다. 이 책에 앞서 저자는 타 문화권의 모습에 대한 판단은 내려놓기를 강권한다. 어느 문화도 자연환경과 지역에 적응하면서 생겨난 것이지, 우월하고 열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를 가지고 타 문화를 재단하거나 판단하려는 생각은 잠시 내려놓자.

이 책의 주제는 "꾸밈"이다. "꾸밈"이라는 단어 안에서 파생된 각 문화들이 이렇게나 많은 지 솔직히 놀라웠다. 예를 들자면 유럽 사람들은 왜 가발을 썼을까요? 나 중국인들은 왜 작은 발을 좋아했을까요? 스코틀랜드 남성들은 왜 치마를 입을까요?, 레게 머리는 어떻게 손질할까요? 등 다양한 질문들이 등장한다. 누구나 한 번 즈음은 왜?라는 질문을 할 법한 내용들이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문화들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오랜 과거의 이집트의 단발머리와 유럽의 가발이 연계된다. 물론 시대상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이는 또 조선의 가체와도 연결된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는 명제로 점철되기도 한다. 우선 머리숱 혹은 가발과 관련된 부분은 다분히 위생과 관련이 된다. 지금처럼 세제가 발명되기 전이고, 씻는다는 것 자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던 시기인 고대 이집트는 기후의 영향도 더해져 감염병이 많았다고 한다. 머리에 생기는 여러 질병 때문에 삭발을 하지만, 그 또한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두피를 지켜내기 쉽지 않았다. 결국 가발은 두피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었고, 단발머리 역시 긴 머리에 비해 관리가 편하다는 점에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도 그렇지만 현재도 길고 풍성한 머리는 자신감으로 표현된다. 유럽의 가발이나 조선의 가체 역시 풍족함이나 우월함의 상징이었다. 여기서 신기한 것은 영국의 법관들의 가발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단다. 가발이 오래될수록 연륜과 경험이 많은 것을 의미하기에, 오래된 가발은 그만큼 존경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미얀마의 카얀족의 목에 긴 고리의 의미나 에티오피아 무르시족, 브라질 원주민인 카야포 부족도 입술의 판을 끼우는데 이들은 왜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을까?에 대한 답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앞에서 설명했듯이 단편적인 이류로 그들의 문화를 재단하거나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그 행위에는 많은 시간과 사회적 배경들이 퇴적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나와 다른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문화를 마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각 행위에는 그 문화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유들이 있게 마련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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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5 : 안녕 기차역 특서 청소년문학 4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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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다섯 번째 이야기다. 벌써 다섯 번째 시리즈라니 놀랍다. 구미호 식당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1권부터 4권까지의 내용은 각자의 스토리와 주인공을 가지고 있다. 연결되는 부분은 없기에 어떤 권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단, 구미호 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는 큰 줄기가 있을 뿐이다. 바로 죽음이다. 전 편에서의 이야기에는 특히 "자살"에 대해 다룬 이야기가 많았다.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리고 그 일이 "후회"가 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꽤 여러 번 다뤄졌던 것 같다. 이번 편 역시 그 "죽음"과 "후회"의 연결선상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번 편에도 등장하는 구미호는 증호와 달호다. 과연 이 둘 중 누가 등장인물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켜내는 구미호일까?

매일 같이 미리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시연. 시연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미리는 누구일까? 그러던 어느 날, 미리의 번호로 온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혹시 당신의 선택 중에 되돌리고 싶은 게 있나요?

당신이 뭔가 선택했던 그날로 돌아갈 수 있는데요.

p. 7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지만, 너무 미리가 그리웠던 시연은 달호와 거래를 하기로 한다. 시연의 삶 중 하루를 달호에게 주는 대가로 시연은 후회했던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속한 날 기차역으로 가게 된 시연. 그곳에서 시연은 다른 사연을 지닌 둘을 만나게 된다. 아들을 잃은 정수리가 훤한 아저씨와 반려견을 잃은 연수 언니. 기차역에 도착하기 전, 달호는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표를 끊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구미호 증호. 삶이 얼마 남지 않아서 더 이상 원하는 것도 없다는 증호는 달호가 이들에게 사기를 쳤다고 이야기한다. 증호는 자신이 줄 수 있는 선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뭔지는 이야기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달호의 말을 믿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증호는 달호가 파는 표를 사지 말고, 그 직원이 사라진 후에 나타난 역무원의 표를 사라는 말을 남긴다. 순간 헷갈리기 시작한 셋. 결국 아저씨는 달호가 말한 직원의 표를 하고, 연수와 시연은 증호가 말한 직원의 표를 산다.

시연은 중학생이다. 얼마 전부터 시연은 같은 반의 이온에게 시달리고 있다. 협박이라면 협박일 것이다. 사실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시연은 우연히, 이온이 같은 반이자 학교 전체 회장인 유재의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 일로 이온은 시연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그날도 톡을 보내서 음악실에서 만나게 된 이온과 시연. 이온은 이 일을 빌미로 유재의 핸드폰을 자신에게 갖다주고, 다시 돌려놓는 일을 해달라고 반 협박을 한다. 유재와 이온은 비밀 연애 중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한편, 이온 옆에 있는 미리의 존재도 부담스러웠던 시연. 도대체 자신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거듭되는 독촉에 시연은 유재의 핸드폰을 몰래 가져다 이온에게 준다. 임원방에 뭔가 말을 남기는 이온.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하고 유재의 핸드폰을 돌려놓는 시연. 이 일로 시연은 이온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다시는 같은 심부름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일이 문제가 되는 건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월요일 학교에서는 큰 소란이 벌어진다. 유재가 회장단 방에 글을 남기고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걷은 벌금으로 햄버거를 사서 근처 생활이 어려운 곳을 방문해서 전달하기로 하겠다는 말과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지 말아달라는 톡을 남긴 유재. 하지만 유재는 토요일에 나타나지 않는다. 금요일에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전하지만, 부회장인 동주를 비롯하여 임원들은 유재의 책임감 없는 행동을 거론한다. 유재는 당황한다. 자신은 그런 톡을 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자란 70여만 원을 동주의 엄마 카드로 낸 사실까지 밝혀지자, 학교는 유재를 향한 비난으로 들끓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유재는 병을 핑계로 등교하지 않게 된다.

이 사건에 관여했던 시연은 가시방석이다. 자신의 잘못과 이온이 시킨 일이라는 것을 밝혀야 할 것 같지만, 이온은 극구 반대한다. 결국 계속 결석하는 유재를 보고, 여론은 돌아서기 시작한다. 정말 유재가 그런 톡을 남긴 것이 아니라면, 누가 유재의 핸드폰으로 톡을 쓴 것일까? 억울하게 모함을 받게 된 동주는 눈에 불을 켜고 유재 사건의 범인을 찾기 시작하는데...

해당 사건과 존재감이 드문 미리가 어떻게 연결된 걸까를 찾는 것도 흥미로웠다. 과거 미리는 시연에게 신세를 진 일이 있었고, 그 일을 기억하고 시연을 돕고 싶어 했다. 증호와 달호와의 거래로 시연은 과거의 그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4월 28일. 그날 과연 미리와 시연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설 속에서는 후회가 되는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과연 결과까지 바꿀 수는 있었을까? 소설이니까 가능한 설정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후회가 되는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은 후회와 다행히 섞여서 돌아간다. 내 선택과 결정은 결국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증호와 달호 둘 중 누구의 말이 맞는가를 찾는 것, 시연와 연수가 그토록 후회했던 그날의 일을 마주하면서 여러 생각이 오고 간다. 되돌릴 수 없는 삶에서 우린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후회를 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답이 최선이라면 선택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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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민족: 범인은 여기요
박희종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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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그런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함부로 쉽게 무시하지 않을 거야.

특히 오빠처럼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더.

왜냐면 그들을 알거든.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성실하게 그 일을 해 온 사람의 삶은 꽉 차 있다는걸.

배달 라이더 온종일. GS 편의점 사장 정정석. 만년 공시족 진순경. 이들이 사고를 쳤다.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한 사고였는데, 결국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구해냈다. 진정한 영웅이지만, 지질하기 그지없는 삼 인방의 코믹 추적 활극.

연애 3년 차 온종일과 한다정. 서로를 향한 마음이 정말 깊은 이들은 정말 사랑할 줄 아는 인물들이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다정이지만, 매 순간이 쉽지 않았다. 엄마 혼자 힘으로 두 딸을 건사하기 힘들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다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독립한다. 그리고 자기 혼자 힘으로 대학에 다니며 직장 생활을 하고 돈을 모은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빠와 다른 "성실함"이다. 그렇게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 사장의 친구인 종일을 소개받은 다정. 정말 성실한 종일과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오랜만에 종일과 노래방을 찾은 다정은 그날 종일에게 프러포즈를 하기로 한다. 드디어 청약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일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온 다정은 종일과 헤어진다.

종일도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종일은 평생을 같이 하고픈 유일한 사람인 다정을 좀 더 제대로 갖춘 곳에서 대접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종일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했다. 겨우 청약에 넣어 집을 마련하기 직전, 아버지가 발목을 잡았다. 무주택자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버지는 어머니와 친구의 공동명의의 집을 마련해둔 것이다. 그동안 월세라 생각하고 냈던 돈은 이자였다니....!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차마 먼저 프러포즈를 한 다정에게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헤어질 생각은 아니었는데... ㅠ

그렇게 헤어진 다음 날. 다정이 보고 싶다는 바다로 향하던 종일에게 콜이 들어온다. 다정의 집이다. 무조건 내가 간다는 생각에 콜을 잡은 종일은, 무조건 속력을 내서 가게로 향한다. 너무 늦은 터라, 주인은 화가 났지만 자신이 다 변상하겠다는 말로 다정이 주문한 음식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메모부터 이상했는데, 문을 열고 나온 팔이 다정의 것이 아니다. 남자의 팔이었다. 도대체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답답한 종일은 결국 정석의 편의점으로 향하고, 정석과 종일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 독서실의 순경까지 들이닥친다. 이들의 이야기를 잘 아는 터라, 정석과 종일, 순경은 다정의 집을 감시하기로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살펴볼수록 심증이 굳어진다. 다정이 납치된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다정을 되찾기 위한 추리를 시작하는데...

이들은 엉뚱한 추리와 생각을 통해 결국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몇 년 전 큰 이슈가 된 깡통전세 사건이 교묘히 섞여있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단순하지만, 결국 순간순간의 재치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일을 담당한 순경, 결단력과 자금력으로 사건 해결의 해결사가 된 정석, 그리고 오로지 다정은 내가 지킨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다정을 놓지 않는 종일. 이들의 우정은 참 눈물겹다. 이런 친구라면 인생 정말 잘 산 게 아닐까?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 일을 시작했지만, 그의 상황과 진심은 이해가 간다. 가해자지만, 그 역시 피해자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 경찰보다 대단한 열심과 추리력을 가진 삼 인방의 이야기는 거창하고 멋진 탐정은 아닌, 소시민적이고 때론 찌질하기도 했지만 그 어떤 탐정보다 제대로 된 흡입력을 지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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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모험 클래식 리이매진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소피아 마르티네크 그림, 민지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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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10권짜리 셜록홈스 전집이 있다. 좋은 기회에 들였는데, 문제는 표지만 봤다는 점. 내 책이 되니 언제라도 읽을 수 있다는 매력(?) 덕분에 책장 안에 고스란히 잠들어있다. 그렇다고 셜록 홈스 맛을 못 본 건 아니다.

10권도 손 못 댄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연!! 소소의 책 버전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리이매진드라고 고전 작품에 일러스트가 더해져 한결 입체적이고 멋진 작품으로 완성된 네 번째 시리즈가 바로 셜록 홈스의 모험이다. 책 표지뿐 아니라 책 안에도 해당 내용과 관련이 있는 일러스트가 더해져있다. 덕분에 몰입도 최상! 거기에 양장본은 덤이라 할 수 있다. 총 12편의 단편이 담겨있는 셜록 홈스의 시작은 보헤미아 스캔들이다. 역시 홈스의 친구이자 동료, 조수의 역할까지 하는 왓슨 박사가 오랜만에 홈스를 방문하는 것으로 책은 시작된다. 결혼과 함께 홈스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본업(왓슨은 의사다)에 충실하다 우연히 홈스의 집 근처를 지나다 그를 떠올린다. (왜 갑자기?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되니 어쩔 수 없다.) 역시나 홈스는 왓슨을 마치 어제 본 것처럼 맞이한다. 오랜만에 본 친구의 동태를 술술 읊어내는 천부적인 추리력의 탐정. 상대가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다.

홈스의 추리력에 역시나 또 기가 찬 왓슨은 너와 나의 차이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묻는다. 거기에 대한 홈스의 대답은 무엇일까? 관찰력! 벌어지는 일을 그저 지켜보는 것뿐 아니라, 관찰력을 통해 상대를 파악한다. 물론 홈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각 이야기 안에서도 홈스는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사건의 의뢰자뿐 아니라 해당 사건에 대한 설명을 홈스와 같이 듣고 있는 독자들도 왓슨과 같은 기분일 것이다. '내가 놓친 게 도대체 뭘까?'

한 편 당 등장하는 이야기는 길지 않지만, 역시 홈스구나 싶은 구석이 가득하다. 가령 첫 편부터 보헤미야의 빌헬름 그츠라이히 지기스문트 폰 오름슈타인 왕(무려 왕이다!)이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등장하지만, 홈스는 아무렇지 않게 의뢰자를 간파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결혼 전 연인 관계였던 아이린 애들러와 둘이 찍은 사진을 가지고 와 달라는 것이었다. 3일 후 왕은 스칸디나비아왕의 둘째 딸과 결혼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과거사(?)를 이후로 혼담이 깨질 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왕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아이린으로부터 사진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 홈스에게 의뢰하기 위해 변장을 한 상태로 온 것이다. 사건을 파악한 홈스는 3일 안에 사건을 해결해야 했다. 변장까지 하는 홈스에 맞서는 상대 아이린은 과연 사진이 어디 있는지 알려줄까? 역시 홈스지만... 아이린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는 것도 홈스 특유의 능력이다.

그 밖에도 왓슨 박사가 의뢰한(정확히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의 일) 사건이 있다. 아침 일찍 왓슨 박사를 찾아온 그는 20대 중반의 유압 엔지니어인 빅터 해설리라는 남자였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었고, 많은 피를 흘린 채로 겨우 지혈을 해서 온 것이었다. 그를 치료하며 왓슨은 손가락을 잃게 된 경위를 물었고, 그 일은 상당히 석연치 않았다. 해설리가 당한 사고에 호기심이 생긴 왓슨은 그와 함께 홈스를 방문한다. 그리고 그가 간밤에 겪은 기묘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룻 밤 일당으로 50기니를 받기로 하고 그는 한 공장을 방문한다. 의뢰자인 라이샌더 스타크 대령은 막차를 타고 오기를 요청했고, 따로 마차를 부르기로 한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백토를 캐는 데 사용되는 유압 프레스기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것이었다. 약속한 시간에 역을 나가니 대령이 마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운 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 해설리가 잠깐 방 안에서 대기를 하는데, 한 여자가 급하게 그를 찾아와서 얼른 떠나라는 말을 건넨다. 늦은 시간 여기까지 온 것도 힘들었고, 아직 50기니를 못 받은 상황이기에 해설리는 그녀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유압 프레스기 앞에 선 그는 그들이 캐내려는 게 백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들의 비밀이 탄로 난 대령은 해설리를 프레스기 안에 가두게 되는데...

사실 요즘은 워낙 추리소설들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마치 독자들을 패닉 상태로 빠뜨리기 위해 작정을 한 추리 작가들(사실 독자들도 그런 패닉 상태를 즐긴다.) 덕분에 트릭과 반전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비하면 추리소설계의 조상님인 셜록 홈스는 어떨까? 그럼에도 셜록 홈스는 셜록 홈스구나! 싶다. 아무리 기발한 트릭들이 등장해도, 홈스의 아성을 깨뜨리기 쉽지 않겠다 싶은 이유는, 그 모두가 셜록 홈스를 조상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짧지만 진한 여운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 거대한 추리력에 신선한 일러스트가 더해지니 무척 만족스럽다. 다음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는 무엇이 될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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