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형사 : chapter 1. 쌍둥이 수표
알레스 K 지음 / 더스토리정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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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별 기대 없이 책을 읽었다. 챕터가 붙은 걸 보니, 앞으로 시리즈를 이어갈 생각인 것 같아서 살짝 고민도 되었다.(성격상 한번 읽기 시작하면 또 계속 읽어야 할 것 같아서다.) 작가의 말을 보고 20년이라는 단어와 꽃길에 살짝 저자가 궁금해졌다. 읽다 보니 훅~빠져드는 게 예사롭지 않았다. 20년? 원래 전업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졌던 사람 같은데 묘하게 흥미를 돋우면서 독자를 끌어들이는 맛이 있었다.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니 표지 아래 쓰여있는 부분을 놓쳤다는 사실을 알았다. 필명을 쓰는 저자의 20년 안에는 지능범죄수사대장(형사)이라는 경력과 함께 변호사라는 직업이 함께 담겨있었던 것이다. 리얼한 표현의 맛의 원인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너무 몰입력이 지나치다.



대한은행 명동지점의 50억 수표 2장을 든 남자 주왕재가 찾아온다. 며칠 전 수표를 받아 갔던 터라, 담당자인 김대리는 왕재를 vip실로 들이고 수표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이미 며칠 전 이 수표가 역삼지점에서 현금으로 인출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수표는 원본이 맞았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 분명 사고가 생긴 것인데 당황스럽기만 한 김대리는 선임인 김차장에게 상황을 보고한다. 그리고 왕재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왕재는 길일이 날뛰며 당장 현금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친다. 급기야 은행의 유리문을 주먹으로 쳐서 부수고 만다. 왕재는 만석파 행동대장이자 조직폭력배였다. 경찰에 신고를 하자는 은행 직원들의 반응에 극도로 반감을 드러내는 왕재. 신고를 절대 하지 말라고 소리를 치고 은행을 나선다.



해당 사건으로 바빠지는 서울경찰청 광역 수사대 3팀. 이 사건의 담당 형사로 이제 1년 차인 박동금이 배정된다. 또한 이 사건은 승진의 마지노선인 윤명규에게도 중요한 사건이자, BH(청와대)에까지 보고가 될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기에 누구에게도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함명이 떨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동금은 과거 골프선수였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강제로 옷을 벗고 한동안 방황을 했었다. 아버지이자 을지 한우 주인인 박부경은 가까이 지내는 형사 명규에게 아들의 장래에 관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결국 명규와 부경의 권유와 설득 그리고 강압에 의해 경찰 시험을 준비하게 된 동금은 그렇게 경찰이 된 것이다.



사건을 조사하던 3팀 형사들은 해당 수표가 쌍둥이처럼 똑같다는(둘 다 진짜 수표였다.) 사실과 은행의 실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듣고 은행의 전수조사를 하는 한편, 역삼지점을 방문한 사람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사 결과 그는 왕도술이라는 전과 23범의 남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그가 적고 간 인적 사항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다. 동행한 운전기사와 주차관리원도 공범으로 보이지만, 장갑과 마스크 등으로 개인이 드러날 부분들을 철저히 가린지라 쉽지 않다. 하지만 그때마다 기지를 드러낸 동금 덕분에 사건을 조금씩 풀린다. 도술의 정보를 찾던 동금과 명규는 이혼한 도술의 아내 황영숙과 딸 지혜를 확인하고 그녀들을 탐문수사하기 위해 그곳으로 간다. 그리고 다시 마주친 지혜. 얼마 전, 우연히 만난 지혜를 보고 한눈에 반한 동금은 다시 만난 지혜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의 피의자로 확인된 도술의 딸. 범인의 딸인 지혜와의 만남은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와 관계가 불거지게 되면 앞으로의 경찰생활뿐 아니라 3팀과 광수대 모두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금은 지혜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한편, 첫 만남에서 동금과 서로 안 좋은 인상을 주고받았던 왕재는 만석파 부하들에 의해 왕도술의 딸 지혜와 막내 형사 동금이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듣고, 이를 주영아 기자에게 제보한다. 과연 3팀 형사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 수 있을까? 또 이 신출귀몰한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실제 사건을 보는 듯 리얼한 사건 조사가 정말 쉼 없이 이루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순식간의 한 권을 다 읽어버릴 정도로 무척 흥미롭다. 2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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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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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특히 가만히 앉아서 분노를 솔직하게 탐색하는 데 서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소한 짜증을 전혀 표현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감정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 어떤 책 보다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새해 초에 이런 책을 만난 것을 극도의 행운이라고 여기고 싶을 정도다. 우선 나는 참을성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성격도 급하고, 기다리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특히 내가 피해 보는 상황을 마주하면 극단적으로 일어나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아이를 키우는 중에 이런 내 성격을 더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아이들의 일상적인 행동에도 화를 참을 수 없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포효를 한다. 내가 정신병자가 아닌가, 혹은 감정적으로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새해마다, 매일 아침마다, 퇴근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지만, 또 상황을 맞닥뜨리면 결심이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미 상황 종료. 애들은 울고, 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다.

부모로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내 부정적인 감정을 끊어내기 위해 책도 여러 권 읽고,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또 반복되는 짜증과 분노 앞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오늘도 내 분노 앞에 남편은 오은영 교수의 상담 내용을 내밀었다. 결핍이 있는 거 아니냐는 뜻이 담겨 있었다.)

분노와 시기, 질투, 경멸 등의 감정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그래서 이런 감정은 우리 속에서 빨리 없애고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감정들을 잘라내기 위한 참선이나 명상, 숨쉬기 등 다양한 방법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하지만 왜 우리는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 감정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

책의 서두에 표현이 정말 이해도 잘되고 마음에 들었다. 논이나 아름다운 정원에 피어있는 잡초들이 보기 싫다. 며칠만 손을 놔도 금방 자라고 또 자라난다. 수시로 정리를 해야 하지만, 너무 힘이 든다. 하지만 뽑아내야 한다. 왜냐면 보기 싫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지렁이는 어떨까? 물컹물컹 징그럽게 생긴 지렁이가 흙 이곳저곳을 기어다닌다. 소름 끼치게 싫다. 없애버리고 싶다. 하지만 없애야 할까? 지렁이는 흙 여기저기를 기어다니며 흙 속에 공기를 순환시키고, 각종 유기물들을 분해해서 비료로 만들어 준다. 단지 우리 눈에 거슬리지만, 지렁이는 내가 멋진 정원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다. 저자는 이 지렁이가, 잡초가 바로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럼 이 감정들과 내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1장에는 니체와 공자, 간디 등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부정적 감정들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이 감정들을 통제하기보다는 이 감정들을 살펴보길 권한다. 왜 이런 감정들이 드러났는지에 초점을 맞춰보기를 권한다. 이 감정들은 결코 통제한다고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2장에는 구체적인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기와 질투, 분노, 앙심, 경멸 등의 감정이 어떻게 찾아오고 이런 감정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오늘 아침에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긴급출동을 불렀다. 그리고 또 불렀다. 벌써 4번째였다. 무척 화가 났다. 아침부터 세운 계획이 있었는데, (이미 전에 긴급출동을 불렀을 때부터 계속 얘기했지만 남편은 답을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았다. 어제 이야기했을 때, 출장나와서 배터리를 교체해 주는 업체가 있고 부름 바로 온다는 말을 했는데 결국 저녁 늦게나 온다는 말을 내가 아침에 몇 번의 잔소리를 한 후에 말했다.), 차 고장으로 전부 다 틀어졌다. 아이들의 소아과를 갔다 온 후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결국 배터리 교체 때문에 굶은 상태로 오후 1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뭔가를 먹을 수 있었다. 무척 화가 났다. 평소 같았으면 내 이런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책을 읽고 나니 내 분노가 정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오히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생각한 계획에 영향을 받아서 계획이 틀어진 것, 이미 몇 차례 이야기 한 내 말이 묵살된 것... 모두 내가 분노를 일으킬만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니 한결 마음이 가다듬어졌다.

오히려 통제하려고 하지 않고 인정하고, 이 감정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찾아보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눌러두고 무시했을 때 오히려 문제는 불거진다. 이런 감정들을 통해 내 삶이 좀 더 윤택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이제는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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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
이봉호 지음 / 북오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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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한 일이 있었다. 바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다. 매년 10월만 되면 각 서점가에서는 이번 노벨문학상은 누가 받을 것인가를 놓고 투표를 벌이기도 하고, 예상되는 저자들의 책을 홍보하기도 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깜짝 선물 같은 일이었다. 나 역시 외국 작가를 선택했었고, 우리나라 작가 중에도 매년 이름이 등장하는 모 시인의 집 앞에 여러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기사 역시 매년 접했다. 그렇기에 막상 한강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될 당시, 한강 작가의 집 앞은 텅~비어 있었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 역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뒤늦게 접했던 터라, 가입되어 있는 전자책 도서관과 구독형 전자책 사이트를 확인해 봤더니 이미 발 빠른 독자들이 선점을 한터라 100명 넘는 예약에 결국 종이책을 사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확인을 해봤더니 주로 언급되는 3권(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중 대부분은 여전히 100명 넘는 예약이 걸려있었다. 이 중 채식주의자는 멘부커상을 수상했을 때 읽어봤고, 소년이 온다는 전자책을 제공해 주는 도서관이 없어서 구입을 했다.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서점가는 특수를 누렸다. 한강 작가의 책을 독점적으로 출판했던 출판사가 가장 큰 혜택을 봤겠지만, 그 외에도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 문단의 여러 작가들의 소설도 같이 많이 팔렸다는 기사를 접했다.

책 안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은 아무래도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내용이다. 채식주의자를 꽤 오래전에 읽었는데, 내용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책의 줄거리나 독자평 등을 통해 얼핏 이런 내용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다시 읽어야 할 정도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내용이 난해했다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이다. 사실 노벨문학상을 비롯하여 여러 상을 받은 작가들의 책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유명도 때문에 접하기는 쉽지만, 끝까지 읽어가기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 보니 책을 받은(특히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은 자연히 기피하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한강 작가의 책을 미리 설명해 주는 내용이 있었으면 싶었다. 이 책 덕분에 채식주의자와 비슷한 내용의 책(내 여자의 열매)이 있다는 것과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고통 3부작(몽고반점, 채식주의자, 나무 불꽃)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두, 세 페이지 정도에 한강 작가의 시집을 비롯한 각 소설들의 내용이 담겨있어서 앞으로 책을 선택하고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 장에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내용, 한강 작가 연대기, 한승원 작가를 비롯한 1060년대~2000년대까지의 주요 작품과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8명과의 인터뷰(사서, 독자, 출판사 대표, 번역가 등)를 통해 우리 출판 전반과 독서, 그리고 한강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처음 책을 선택한 이유는 "한강 전체 작품의 해설 가이드"라는 부제 때문이었는데, 막상 책 안에서 그 부분은 비중이 크지 않아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자세한 가이드를 원했는데, 두세 페이지 분량으로 한 작품을 설명한다는 게 너무 짧은 것 같아서다. 그래도 노벨상을 비롯한 한국문학 전반에 걸친 평이 같이 담겨 있어서 여러모로 책 고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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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식으로 먹기 - 익숙한 음식의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
메리 I. 화이트.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 천상명 옮김 / 현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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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이 시작되기 이전에도 자연에서 식량을 얻기 위해서는

기술과 전략이 필요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일본과 일본 식문화를 연구하는 문화 인류학자 메리 I. 화이트와 유럽 사상사 박사이자 음식 저널리스트 벤저민 A. 워개프트의 이 책은 이들의 관계만큼이나 흥미로운 내용들과 놀라운 사실들이 담겨있다. 참고로 이 두 저자는 모자 관계다.

어느 생물이나 음식은 생존의 제1 조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섭취하는 식재료들은 꾸준히 변화를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어갈 것이다. 과거부터 있었다고 보이는 많은 식재료들이 파란만장한 변화를 겪는 데에는, 단연 인간의 욕구가 빠질 수 없다. 더 많은 음식을 소유하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식재료의 개량이라는 식으로 나타났는데, 과연 그게 좋은 일이었을까?

농업을 시작으로 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식생활은 어떤 변화를 겪어왔을까?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만나본 음식은 무척 낯설었다. 그리고 꽤나 흥미로웠다. 우선 첫 장부터 문화충격을 마주했다. 당연히 채집 사회에 비해 농경사회가 훨씬 발전된 사회였고, 많은 생산량을 비롯하여 모든 게 당연히 진보한 시대였을 거란 생각이 무참히 깨졌기 때문이다. 사실 농경사회의 섭취한 칼로리 보다 채집 사회 때가 훨씬 많았다는 것. 그랬기에 영양상태나 신체발달과 수명 등의 여러 면에서 채집 사회가 더 나았다는 것. 이 두 가지만 해도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거기다가 노동시간 역시 채집 사회가 훨씬 적었단다. 만약 현대의 효율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이 사회를 들여다본다면, 농경보다 채집에 더 포커스를 두고 생활해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채집 사회를 그만두고 농경사회로 바꾸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꽤 오랜 기간 이 두 사회는 공존했고, 조금씩 채집에서 농경으로 변화한 이유는 농경에 들이는 시간이 많아짐으로 채집을 포기해야 했을 거라는 설명이 꽤 신선했다.

이렇듯 다양한 문화인류학의 내용들이 각 식재료와 어우러져 책의 각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5장에 등장한 음료의 트리오 커피, 초콜릿, 차역시 그렇다. 이 셋은 현재까지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음료들이지만, 시작은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또한 점점 대중에게 퍼지면서, 생산량을 위해 식민지를 비롯한 타국의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노동력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 맛만큼이나 씁쓸함이 가득하다. 이와 함께 설탕의 이야기가 곁들여졌는데,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중세 후반까지는 설탕이 약으로 쓰였다고 한다. 설탕뿐 아니라 커피나 차, 초콜릿 모두 처음 알려졌을 때는 약 효과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사실도 네 제품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이중 차의 경우, 중국 와 영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 영국의 차가 대중화된 이유가 꽤 흥미로웠다. 사실 영국은 차보다는 커피가 음료의 우위에 있었지만 애프터눈 티라 알려진 홍차의 등장으로 둘의 우위는 바뀌게 된다. 그 이유는 차의 질이 떨어져도 함께 곁들이는 우유와 커피를 같이 마시면 차의 품질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비해, 질이 낮은 커피는 맛이 너무 진하고 써서 점점 배제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에는 정치적 요소도 가미되어 있다.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차를 공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차의 가격이 낮아졌고, 점점 대중음료가 되었다는 것과 함께 과거 차를 마시는 것은 사교생활의 일부분으로 차를 잘 우리는 것이 어른이 됐음을 증명했다니 이 부분 또한 꽤 흥미로웠다.

익숙한 음식의 낯선 민낯은 언제나 흥미롭다. 책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꽤 깊이가 있으면서 신선한 내용들이 많아서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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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1 : 논어 - 불멸의 가르침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1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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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철학서 중 가장 많이 접한 책은 공자의 논어다. 그럼에도 공자의 생애나 제자들 등 배경지식은 잘 모르고 있었다. 원전을 접한 적이 있지만, 역시 가까이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읽었을 때의 감동이 수시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시리즈는 동양 철학서를 만화로 만날 수 있어서 부담이 적은 게 사실이다. 공자의 논어를 만화로 그린 채지충은 대만의 만화가다.( 찾아보니 과거 55권의 시리즈 중 논어는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저자는 같지만 내용이 같은 지는 모르겠다.)

논어의 부제는 불멸의 가르침이다. 앞서 읽은 맹자 역시 공자의 제자로부터 가르침을 얻어서, 본인 또한 공자의 제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고 한다. 선생의 선생님이라는 별명이 붙어도 손색이 없을 공자의 저서 논어를 만나보자. 책의 전반부에는 공자의 생애가 그려져있다. 맹자도 그랬지만, 공자도 자신의 신념을 실제 정치에 펼칠 수 없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노나라에서 공자는 대 사구(현재의 법무부 장관 격이라고 한다.)라는 벼슬을 얻어 사법과 치한 모두를 담당했다고 한다. 물론 한 곳에서 오래도록 벼슬을 하며 머물지는 못하고 이 나라와 저 나라로 돌아다녔다. 자신의 신념을 실제 정치에 펼칠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때론 정도를 걷지 않는 정권 하에서는 스스로 사직을 하기도 했다. 더러운 정권에 기대어봤자 자신의 신념을 펼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자의 생애가 마무리된 후에는 논어의 실제 이야기가 등장한다. 방대한 논어 전체를 다루지는 않는다. 중요한 부분만 담겨있기에 논어 전체를 보고 싶은 독자라면 아쉬움이 있겠지만, 논어의 전체적인 맥락과 내용을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다고 본다.

벼슬자리에 오르지 못함을 근심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만한 재능과 덕을 갖추지 못함을 걱정해야 하며,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근심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한 실력을 기르는 데 힘써라.

제4편 이인 14장 중

맹자와 결을 같이하는 부분이 중간중간 눈에 띄었다. 맹자가 공자의 가르침을 체득하였으니 그럴만하다. 공자에 대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는 공자의 사상이 경직되어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책 안에도 융통성 있는 공자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이니 말이다.

젊은 사람이라 하여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장래 그들이 지금의 우리만 못할 것이라고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나이가 사오십이 되도록 성취한 것이 없다 해도

이 또한 두려울 것은 못된다.

그러니 부디 노력하라!

제9편 자한 22장 중

공자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배움이다. 아직도 외우고 있는 논어의 학이 편의 첫 문장에서도 배움에 관한 강조가 나온다. 논어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는 것은 바로 배움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수 있는 자세, 셋이 함께 길을 가면 그중에 내가 배워야 할 스승이 있다는 내용 등 논어는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서 상당히 강조한다. 죽을 때까지 배움을 놓지 않는 공자의 삶이야말로 꼰대가 아닌 깨어있는 세대의 표본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번에도 공자의 열정에 또 한번 배움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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