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 어지러운 마음을 잡아줄 고전 한 줄의 힘
조윤제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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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흐름에도 빛이 바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고전 역시 그중 하나일 것이다. 왜 고전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깊은 삶의 의미와 힘을 줄까? 시대가 급속도로 바뀌는 때에도 말이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으로 익숙한 조윤제 작가의 신작인 "고전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여러 가지로 마음이 마냥 어지러운 때를 보내는 내게 또 다른 여운과 울림을 준 책이었다. 내가 가진 고전에 대한 이미지는 딱딱하고 어렵다였다. 많은 책을 접하진 않았지만, 서양의 고전 소설이라고 하는 작품들 중 내가 만난 몇몇 소설은 현대의 막장을 능가할 정도의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전이 주는 힘은 무시하기 어렵다. 이 책 속에서 만난 고전들은 다분히 인문학이다. 그래서 생각할 여지가 많다. 동서양의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해석을 통해 통찰력 있는 지혜를 맛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을 아는 것은 지혜이고 나 자신을 아는 것은 명철함이다.

(知人者知 自知者明)

노자도덕경의 등장하는 이 내용은 깊고 넓은 공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또한 남을 볼 때와 나를 바라볼 때 다른 눈을 가지는 것에 대해 주의를 요한다. 내로남불이라고 나에게 더 강한 잣대를 대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맹자의 말처럼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먹는다고 누구나 통찰력을 가질 수는 없다는 걸 느낀다. 그 만한 노력과 인내 그리고 공부가 필요하다. 짧은 한 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한 줄 속에 담겨있는 지혜는 읽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만이 깨달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읽고 해석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에 저자의 책처럼 주옥같은 고전을 풀어줄 안내자가 필요한 셈일 테지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다가오는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며 여러 가지로 번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다스릴 수 있었다. 앞자리가 바뀌면 늘 왠지 모를 걱정과 이룬 것이 없는 삶에 대한 회의가 몰려온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내게 더 깊이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좀 더 깊이 있는 인생을 위해 고전 한 줄 어떨까? 그 어떤 조언 보다 묵직한 여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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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6 - 통일 제국 진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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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6권의 이야기는 통일 제국 진의 등장과 멸망 그리고 초한 쟁패기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중국사에 대해 학창 시절 배운 지식이 전부이기에, 중간중간 아는 이야기나 인물들이 등장하면 참 반갑다. 이 5권의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많은 인물들을 만나서 그런지, 뒤로 갈수록 조금씩 더 익숙해진다고 해야 할까?

이번 편의 주인공은 진나라의 시황과 그의 아들, 초한쟁패기를 이끌었던 진승, 항량, 항우와 유방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지금으로부터 2300년도 더 된 고대 중국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같은 것일까?

책 속 등장인물들은 한 나라의 리더다. 스스로의 그릇도 중요하지만, 주위에 어떤 인물들이 있느냐에 따라 나라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그동안의 5권의 사마천의 사기를 만나면서 매 권 새로운 나라가 등장하고,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는 이유는 현재에 대한 불만이 쌓여서다. 초심을 잃게 되면 결국은 고인 물이 되어 썩고 만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시작과 끝이 반복된다.

개인적으로 진 나라 시황의 이름은 익숙했지만, 그가 했던 일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속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권력을 내려놓기 싫어하는 것, 오래 살고 싶은 것 또한 어쩔 수 없나 보다. 본인이 그런 피의 제국을 세웠기 때문에 평생을 암살과 권력 쟁탈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살았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게 많은 노력과 희생을 통해 세워진 최초의 통일국가지만 15년을 채 가지 못했다는 것을 통해 극단적인 압박은 결국 좋지 못한 결과에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이야기를 이번에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어서 등장할 본격적인 항우와 유방의 전쟁기를 통해(이미 결말은 알고 있지만) 리더는 카리스마도 필요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온유한 성품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극단으로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는 말이 있는데 역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덕분에 까칠하고 원리원칙적인 내 성격 또한 좀 더 부드럽게 바꿀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리더의 덕목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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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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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의 소재를 소설에 대입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문명을 만나게 되었다. 다행히 구면(?)인 주인공 덕분에 적응 기간 없이 훅~빠져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바로 전 작인 고양이 1.2의 주인공이 이번 문명의 주인공이다. 암고양이 바스테트와 USB 제3의 눈을 가진 피타고라스 말이다.

쥐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새로운 진지를 구축한다. 하지만 쥐 떼는 급속도로 불어나기에 어느 곳도 안전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피타고라스처럼 실험용 흰 쥐였던 티무르가 쥐들의 지도자가 되고, 피타고라스처럼 USB를 머리에 달게 되면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티무르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점점 고양이 섬을 압박해오게 된다. 과연 우리의 지도자 바스테트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역시 고양이 시점에서 소설이 진행되기 때문에, 신선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자신의 주인인 나탈리를 집사로 칭하며 그녀를 가르치려 드는 행동들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탈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피타고라스가 부럽지만, 그럼에도 도도한 암고양이 지도자의 모습이 가득한 바스테트는 참 흥미로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어려워진다. 지금의 우리의 상황이 소설 속에도 반영된 느낌이다. 소설 속에는 코로나19가 아니라 페스트로 등장하지만, 문명의 주인이 인간이 아닌 동물들로 바뀌는 상황들이 벌어진다. 인간이 갑이 아닌 을이나 병 등의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어떤 종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법은 그 종이 가진 힘이나 지능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뛰어넘으면서 미(美)를 창조하는 능력이라고,

제목이 문명인 이유가 내심 궁금했다. 인류가 그동안 세상을 지배했던 이유, 인간 문명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역시 이번에도 베르베르 만의 색이 담긴 작품을 만났던 것 같다.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의 시각을 통해 인간의 모습들을 발견하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전작과 연결되는 주인공 때문에 고민인 독자들을 위한 팁이라면...

문명만 읽어도 당장의 문제는 없다. 물론, 고양이를 읽고 문명을 읽는다면 흘러가는 분위기를 빠르게 알 수 있어서 더 흡입력이 있을 것 같다. 중간중간 전 작의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궁금하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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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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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와 할머니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의 조합만큼이나 특이한 탐정소설을 만났다. 극중 배경이 되는 도란 마을. 마을이라는 이름처럼 정말 마을이다. 마을 안에 슈퍼도, 병원도, 서점도, 카페도 다 있으니 말이다. 근데, 이 마을 좀 이상하다. 마을 같지만 마을이 아닌... 치매요양 시설이다. 차이가 있다면 치매 병동을 마을로 꾸밀 정도이기에 재력이 있는 (한 달 병원비만 1,000만 원이니)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마을이지만 사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간호사나 의사, 도우미다. 웨이터 복장을 하고 있지만 의사고, 점원 복장을 하고 있지만 도우미다.

그런 도란 마을에 경증 치매를 앓는 할머니가 입소한다. 엄청 까칠하고 아이들을 귀찮아하고 지팡이를 짚고 레모네이드를 즐겨마시는 할머니. 그리고 또 하나의 인물은 유치원생 꼬마. 모든 것이 풍요롭고 조용하기만 해 보이지만 사실 도란 마을에 사건이 발생한다. 신생아 사체가 봉투에 들어서 발견된 것이다. 근데 뉴스에 나오지도 않고,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고 숨기기에 급급하다.

레모네이드 할머니 탐정과 그의 조수 꼬마가 함께 사건의 진실을 향해 한걸음 나아간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면서 그 안에 감춰진 추악한 비밀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 탐정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참 신선하다. 사건과 별개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 둘 등장한다. 밖에서 볼 땐 모르겠지만, 인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속 이야기를 알게 되면 왠지 모르게 짠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웃는 얼굴 이면의 상처와 아픔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인 레모네이드 할머니와 꼬마 역시 그런 사실에서 비껴날 수 없다.

늙음이란 것은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평범하거나 후줄근하게 보이게 하는 마력이 있다...

여기 노인들에게 명품 옷은 멍청한 젊은 애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마지막 갑옷 같은 것이다.

명품 라벨에 혹하는 자식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다.

여기서 인간성으로 자식들의 존경을 얻는 부모는 없다.

비리와 마약 그리고 현대판 고려장 같은 모습들... 자식들이 골프 치러 왔다가 잠깐 들러서 효자 흉내 내라고 골프장 옆에 조성된 마을. 한 달에 한 번 자녀 집에 갔다 오면 노인들은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다반사. 사회파 소설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왠지 모르게 가슴을 아프게 한다. 탐정소설이지만 범인을 찾는 것보다 이래저래 얽혀있는 비리와 추악한 사실들에 눈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유치원생 같지 않은 감성의 꼬마와 츤데레의 매력을 뿜어내는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이야기에 한참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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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여름 - 류현재 장편소설
류현재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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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참 법정 드라마에 빠져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잘 안 보는데, 법정 관련 드라마에는 눈이 간다. 유독 전문적이고 실제적인 사건이 등장하다 보니 더 몰입이 잘 되는 것 같다. 예전에 봤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검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실 검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상당히 날카롭고, 부정적이다. 이번 드라마 역시 속물인 정치검사가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속 주인공이자 일개(?) 검사인 정해심에 대해 왠지 모를 거리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전직 기자 출신 엄마 박문희, 치매를 앓아 요양원에 있는 아빠 정만선. 그리고 그들의 무남독녀 외동딸인 정해심. 정해심은 성추행 사건에 500만 원의 벌금을 물린 사건으로 일명 황금 엉덩이 검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이기에 요양원에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아버지 정만선이 할머니를 성폭행 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결국 정해심은 요양원을 찾게 되고, 그동안 점잖고 식물 같은 아버지가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정해심은 아버지 사건에서 왠지 모를 의구심을 갖게 되고 피해자 할머니를 만나러 병원에 들렀다 그녀의 이름이 고해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 담당 요양보호사에게서 고해심 할머니가 오히려 아버지를 유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그 둘의 관계를 조사하던 차에 뜻밖에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한국형 추리소설을 참 좋아한다. 우선 우리의 실제적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하고, 인물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와닿기도 한다. 네 번째 여름은 바닷가와 맞닿아 있는 이야기다. 고해심과 정만선 그리고 하덕자. 그들의 50년 전 이야기와 현재가 얽혀 여러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상처를 묻어두었지만 잊히지 않아서 다시금 현재에 영향을 주는 이야기 속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의 결백(?)을 밝히기 위한 딸 정해심에 의해 사건은 결국 드러난다. 그들의 과거 속에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긴장하면서 읽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다. 결국 모든 사건의 시작은 한 남자의 욕심에서부터 였다는 사실이 왠지 모를 씁쓸함을 자아낸다. 그로 인한 피해자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덕자(병어)에 미쳐있던 그 밤이 없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소설을 덮으며 그 생각을 해본다. 아마 등장인물들의 삶이 많이 달랐겠지... 근데 그래야 소설이 되겠지만... 한 사람의 욕심이 결국 여러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더 실제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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