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의 코에 관한 진실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
레이프 페르손 지음, 홍지로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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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크나큰 교훈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하지만 교훈은 교훈일 뿐 막상 어른이 된 후 겪었던 사회는 때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거나 바보 취급을 당할 수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되새기기에 충분했다.

거짓말의 증거가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을까?

사실 추리소설의 주인공에 대한 나만의 이미지가 있다. 특히나 형사의 경우 상황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왠지 모를 공정하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고 사건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당연히 악을 심판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범죄와의 결탁은 당연히 말도 안 되고, 어떤 범죄자 앞에서라도 소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무참히 밟아버린 이 책의 주인공 에베르트 뵉스트룀 경감은 그렇기에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사실 사건에 대한 이야기보다 자신의 살라미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장하는 기묘한(?) 상황 앞에서 그럼에도 그의 진가는 나타날 수밖에 없긴 하지만... 왜 경찰 블랙코미디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는 첫 페이지부터 깨닫기에 충분하다.

원수같이 여기던 조폭 전문 변호사가 숨진 채 발견된다. 모두가 뵉스트룀에게 집중할 정도로 변호사의 죽음은 뵉스트룀에게 시원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는 형사다. 그리고 변호사의 살해는 석연치 않을 수밖에 없다. 현장으로 출동한 뵉스트룀은 역시나 호화판 저택을 보고 왠지 모를 미소를 짓는다. 경찰 블랙 코미디답게 현장에서 뭔가 값어치가 있는 걸 좀 챙기려는 심산일 테니 말이다. 역시나 그에 눈에 띈 것은 책 제목에 등장하는 바로 그 피노키오 인형이다. 비싸 보이는 피노키오 인형을 챙기려는 그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그의 예상대로 변호사를 살해한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부패 경찰인 그 조차 거짓말쟁이들과 그 술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이지만, 책에 등장하는 값비싼 피노키오 인형에 얽힌 이야기는 또 다른 맛을 안겨준다. 벽돌 책이지만 또 나름의 매력을 만날 수 있기에 읽다 보면 또 이곳저곳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니 특이하기도 하다. 돈 앞에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 씁쓸하지만 그래서 왠지 더 실제적일지도 모르겠다. 범인을 잡는 것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뵉스트룀을 통해 또 다른 추리소설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물이라고 하니 앞으로 그는 또 어떻게 자신의 살라미와 사건 해결을 해나갈지 내심 궁금하다. 처음에는 뭐 이런? 이었던 생각이 안 나오면 이상하게 바뀌는 걸 보면 나름의 매력이 있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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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만 들리는 별빛 칸타빌레 2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2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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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음악은 치료의 효과가 탁월하다. 로크와 나탈리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빠의 부재와 그로 인한 단절에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받았던 루크는 음악을 통해 아빠의 존재도, 자신의 존재도, 나아가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루크 혼자 상처를 이겨냈던 것은 아니다. 아빠는 없지만 엄마가 루크에게 그런 힘이 되어주었으니 말이다. 역시나 루크는 아빠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아빠 역시 루크처럼 세상의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음악가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아빠를 이해했던 엄마는 아빠를 꼭 닮은 아들 루크의 모습을 통해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또 한 명의 인물인 상처받은 나탈리. 1권에서 이미 등장했지만, 초반 루크 귀에만 들리는 기묘한 울음소리의 주인공인 이 소녀의 이야기와 성장기를 좀 더 만날 수 있었다.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눈까지 잃은 나탈리에게 세상은 암흑이고 고통이었다. 하지만 루크의 음악을 통해 나탈리는 세상을 볼 수 있었고, 조금씩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어쩌면 루크만의 방법을 통해 나탈리는 세상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리틀 부인. 루크와 나탈리에 비해 주변인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캐릭터도 참 마음에 들었다. 다른 이웃들과 소통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다고 느꼈던 그녀의 모습에도 이유가 있었다는 것과 더불어 그녀의 마음까지 느껴졌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만약 내게도 루크처럼 세상의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면...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음악을 통해 그를 표현할 수 있는 귀와 재능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루크를 통해 간접적이지만 음악을 통한 치유에 흠뻑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1권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내용이었다면 2권은 좀 더 다지며 상처를 깨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역시 이 매력에 성장소설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리버 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는 이번에도 참 아름다운 선율과 같은 작품을 선물로 주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음악을 같이 곁들이며 읽는다면 조금 더 집중해서 책의 내용에 녹아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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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만 들리는 별빛 칸타빌레 1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1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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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사람의 부재는 상당히 많은 여파를 남긴다. 그 사람이 누구이든 말이다. 루크 스탠턴 역시 너무나 소중했던 아빠 매튜를 잃고 난 후 많은 것에 흔들리고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빠지만, 루크에게는 그 누구보다 소중했기에 아빠가 없는 상황 속에서 뭔가를 다시 해 나갈 마음이 안 생긴다. 그렇게 벌어진 마음은 엄마에게도 거리감을 만든다. 그리고 음악천재라고 불리는 그이지만, 음악 역시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다. 타고난 귀로 세상에 세밀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루크.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는 그런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기에 루크는 그 세밀한 소리조차 자신만의 음악으로 들을 수 있다.

 한편, 아빠와 사별한 엄마는 새로운 애인 로저 길모어와 만남을 갖게 되고, 결혼을 약속한다. 아빠를 버리는 것만 같아 루크는 엄마와 로저 아저씨의 만남이 마냥 불만스럽기만 하다.

 아빠를 잃고 엄마에게도 마음의 문을 닫은 루크는 불량 패거리인 스피드와 스킨 등과 어울린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패거리에 껴주는 대신 마을의 마녀라고 불리는 리틀 부인의 집에 들어가 상자를 가지고 나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몸이 빠르고 손힘이 좋은 루크이기에, 그들에 의해 억지로 잠입한 집에서 루크는 한 소녀의 우는소리를 듣게 되고, 그 집을 도망쳐 나온다. 이유를 모르는 스킨 패거리는 자신들의 계획을 망친 루크를 사정없이 때리고, 그날 이후 루크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 결국 다시 그들에 의해 강제로 리틀 부인의 집에 잠입하게 된 루크는 다시금 흐느끼는 소리를 듣게 되고 열쇠구멍을 통해 소녀 나탈리를 보게 된다. 시간을 끌어서일까? 결국 리틀 부인에게 발각되게 되는데...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상처는 아프고 힘든 거지만, 상처를 통해 또 성장의 기틀이 생기는 법이다.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볼 때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루크도 리틀 부인도 나탈리도 실제와 상상 속(혹은 선입견) 모습은 다른 것 같다. 그저 마귀할멈. 마녀로 불리던 리틀 부인도 마냥 음악적으로 천재적 재능을 가진 루크도, 새로운 만남을 가진 엄마와 로저 아저씨도...

2권에서는 나탈리와 루크가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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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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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하면 보통 철학에 대한 책만 접했던 내게, 시학은 신선하고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줬던 책이었다. 사실 "시학"이 뭘까? 하는 궁금증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분량이 적음에도 역시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어렵지만 그나마 자세한 각주가 있어서 한 줄 한 줄 읽어나갈 수 있었다고 할까?

이 책에 등장하는 시학의 시는 바로 우리가 익숙한 서사시, 운문시 등의 "그 시(詩)"를 의미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비극과 희극과 함께 각 개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플롯이나 모방 등의 개념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기에, 기본적인 개념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이나 관련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할 것 같다.

사실 요즘 우리 주변에 막장드라마가 참 많다. 드라마는 한두 편만 보면 결말이 눈에 보이다고 할 정도로 뻔한 플롯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꽤 되고 말이다. 전혀 인과성이 없거나 생뚱맞은 장면이 등장하는 경우도 상당하고 말이다. 반면, 세상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플롯이 정교하게 연결된 작품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작가(책에서는 시인이라고 이야기한다.)이 얼마나 고민하고 적절하게 썼나에 따라 다르기도 하겠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다 보니 우리가 그동안 만났던 작품들에 대한 줄거리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시학이지만 플롯과 비극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플롯 간에 필연성과 개연성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과 함께 단순한 에피소드만 모아놓은 작품은 최악의 작품이라고 논하고 있다. 물론 예를 들은 이야기 중에 현대와 안 맞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작품에 대한 통찰과 작품이 지녀야 할 내용들이 담겨있기에 현대의 작품들과 매치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읽으면서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시학에 대한 개념을 다진 책이기에 그가 직접 쓴 각본이나 서사시를 만나도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지성의 책의 경우 서론과 해제가 잘 갖추어져 있기에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한결 편한 것 같다. 시학의 경우 해제만 있긴 하지만, 배경지식이나 분위기 등과 같은 주변 지식들이 잘 정리되어 있기에 함께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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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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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학교 내 유리코님은 3학년인 쓰쓰미 유리코다. 그리고 야사카 유리코와 함께 입학하게 된 또 다른 유리코들(기시 유리코, 마쓰자와 유리코, 니시지마 유리코)까지 총 5명의 유리코가 있다. 그들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벌어지는 일에 따라 한 명의 유리코가 남을 뿐이다. 대신, 전학이나 자퇴, 퇴학 혹은 불미스러운 이유로 학교 내 유리코는 한 명만 남는다는 사실에 야사카 유리코는 왠지 모를 찝찝함과 공포감을 느끼지만 절친 미즈키는 그저 황당한 미신일 뿐이라고 야사카를 다독인다.

그러던 중, 3학년 학생이 옥상에서 떨어진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녀가 남긴 유서를 발견하는 유리코와 미즈키. 그 앞을 막아서는 현직 유리코님 쓰쓰미. 쓰쓰미는 둘에게 사고 난 아사카 주리가 자신의 맘에 들지 않았고, 유리코님의 저주로 그렇게 되었다는 말을 남기게 된다.

4반인 유리코와 5반인 미즈키는 두 반 이 함께 축제를 준비하게 되고, 미즈키는 대본을 쓰게 된다. 그리고 미즈키는 학교 안에 소문인 유리코님에 대한 연극을 준비하자는 의견을 내놓게 된다. 유리코님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위해 미즈키는 유리코님을 받들어모시는 비공식 동아리인 흰 백합 모임으로 유리코를 안내하고, 그들에 의해 그동안 기록되었던 유키로님의 저주와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일어나지 않았던 무시무시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같은 이름이 교내에 한 명만 있어야 된다는 기묘한 전설이 왠지 모를 오싹함을 자아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와 같은 이름인 누군가로 인해 나 혹은 그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은 참 두려운 일일 것이다. 그 두려움이 시간이 갈수록 부쩍 강하게 압박하는 작품인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순식간에 몰입되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과연 우리의 주인공 야사카 유리코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한몫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나 추리소설답게 반전의 맛까지 겸비하고 있기에, 유리코의 이야기가, 그리고 유리코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물론 밤에는 읽지 말자. 밤잠을 설치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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