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교양 -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
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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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과도하게 집중된 삶은 젊은이를 애늙은이로 만든다.

한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다.

삶의 활력을 상실해가면서까지 얻어내야 할 것은 이 세상에 별로 없다.

사실 교양이라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것 같다. 예전에 교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드라마 속 부잣집 사모님이 커피와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 물론 요즘 교양에 대한 이미지는 자신의 생각을 거북하지 않게 풀어내는 선배의 모습으로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상식을 넘어 교양과 관련된 책이 상당히 많지만, 사실 어느 정도까지가 영역인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책에서 이야기하는 수준이 교양의 영역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교양은 어른과도 연관이 되어있다. 흔히 행동이나 말이 경박한 사람들을 보고 교양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쓸 데가 많다. 어느 정도 나이와 연륜이 쌓이면 으레 요구하는 수준이 생기는 것 같다. 교양은 그래서 어른이 되기 위해서 필수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른과 교양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어서 유쾌했다. 조금은 익숙한 30인의 인물들의 삶과 주장들을 통해 우리 삶에 교양의 영역을 넓혀주는 책이다. 나이가 있는 어른뿐 아니라, 이제 어른의 길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거대한 목표와 성과도 중요하지만,

찰나의 행복감과 기쁨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철학과 예술, 역사와 정치 그리고 경제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저자는 교양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익숙한 위인들이기 때문에 조금은 뻔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저자의 글을 통해 이 인물의 삶을 이렇게 풀어갈 수 있나! 싶은 이야기들이 상당수 있었다. 익숙함과 신선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나 할까? 교양이라고 하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우리 삶에 접촉점이 있는 교양의 이야기기 때문에 그저 그런 지식적 수준으로 넘기기에는 와닿는 문장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어른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영역들의 이야기 또한 만날 수 있다. 교양은 여전히 어렵다. 누군가에 의해 채워줄 수도 없고, 스스로 채워가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최소한의 교양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교양과 삶의 영역을 한보 더 넓힐 수 있어서 상당히 유용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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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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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안정적인 환경이나 상황에 안주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사람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너무 아름다운 밤하늘이 수 놓여있는 표지와 달리, 책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인간의 생존과 불안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70대 후반의 노인이자 과학자인 어거스틴은 천체 연구를 위해 북극에 머물고 있다. 갑작스럽게 출연한 군인들은 그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떠나야 한다는 말만 늘어놓는다. 지구로 돌아가도 기다리는 사람도, 머물 곳도 없는 어거스틴은 그런 군인들의 말을 거부한 채 혼자 북극에 남는다. 혼자인 줄 알았던 그는 북극 기지에서 어린 소녀 아이리스를 발견하게 된다. 사랑에 대한 감정은 30대 때 함께 연구하던 여자 과학자에 대한 기억 외에는 없는 어거스틴. 누군가와 관계 맺는 것보다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그에게 아이리스의 출현은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한편, 목성탐사를 성공하고 지구로 귀환을 준비하는 과학자 에테르호(설리,이바노프,테베스,하퍼,와서,데비,탈)팀은 갑작스럽게 지구와 통신이 두절된다. 지구로 무사히 돌아가는 것만을 기다리던 그들은 고립된 상황이 무척 당황스럽고 두렵기만 하다. 과학자들이기에 각자의 연구로 통신 두절의 원인을 파악하고자 하지만, 불안은 그들에게 더 큰 충돌만을 일으킬 뿐이다.

개인적으로 재난을 주제로 한 소설을 좋아한다. 극단에 처했을 때 인간의 감정이 제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계에 부딪친 인간은 본성의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에테르 호의 과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해왔듯이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극도의 불안 속에서 그들은 고립과 외로움의 감정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를 향한 반감들이 수면 위로 차오른다. 반대로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북극에서 아이리스를 만난 어거스틴은 그녀와의 시간을 통해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노년의 고통스러운 신체와 아픔이 준 또 다른 기적이라고 할까?

그리고 어거스틴과 설리는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설마... 했던 이야기가 이렇게 연결될 줄이야...!

우주만큼이나 광활하고, 그래서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공간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마저도 그들의 모습을 통해 고독의 다른 모습을 맛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사실 지구에서의 상황이 어떻길래...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들 주인공의 모습과 심리에 더 깊은 연민과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종말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보다 그들의 감정들이 더 선 굵게 나타났던 작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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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킹 온 록트 도어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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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워낙 겁보인지라, 티브이에 수술 장면만 나오면 이불을 뒤집어쓸 정도의 담력 밖에 못 가진 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맛 들인 추리소설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한 권에 추리를 점점 이어가는 장편소설도 좋지만, 여러 사건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단편소설도 상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제목이 참 특이하고 길다. 노킹 온 록트 도어(Knocking in locked door). 잠긴 문을 두드리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텐데, 왜 제목이 이런지는 초반에 바로 눈치챌 수 있다. 바로 탐정사무소의 이름이 바로 노킹 논 록트 도어다. 탐정사무소의 가장 큰 특징은 초인종도 인터폰도 아닌 자신의 손으로 직접 노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탐정들답게 노크 소리로 의뢰인을 판별하는 장면은 책의 제목만큼이나 신기하고 특이했다.

탐정 사무소의 두 탐정인 고텐바 도리와 가타나시 히사메. 탐정이 둘이기에 전문분야도 다르다. 도리는 불가능 전문, 히사메는 불가해 전문이다. 의뢰인이 상담을 요청하면 어떤 분야의 의뢰인지를 판단해서 사건을 수임한다. 물론 사건의 성격이 무 자르듯 딱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둘이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책 속 세 번째 사건인 다이얼 W를 돌려라 처럼 한 번에 두 개의 사건이 수임된 경우(결국은 한 사건으로 귀결되긴 했으나)처럼 각자의 분야로 나누어서 추리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추리소설 마니아는 아니고, 자주 읽긴 하지만 추리력은 상당히 미천하다. 덕분에 범인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범인의 냄새가 제대로 나는 경우를 만났다. 이건 내가 봐도 딱 범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 추리력이 는 건지, 소설 속 추리가 그냥 그런 건지 싶었는데~아뿔싸! 반전이 있을 줄이야!! 역시 평범해 보이는 사건과 범인 속에 또 한 번 꼰 반전이 담겨 있어서 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사건인 머리카락이 짧아진 시체가 바로 그 이야기였다. 처음부터 범인이 또렷했지만, 그를 해결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내용들이 여러 개 있었다. 짧은 시간(단편이기에)에 범인이 남긴 증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니, 사전 범인과 진짜 범인이 있었다. 결국은 진짜 범인은 맞췄지만, 그전에 범인이 있었다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 이게 바로 추리소설의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두 탐정뿐 아니라, 경위 우가치 기마리 또한 매 사건마다 등장한다. 본인은 친구가 아니라 하지만, 두 탐정과의 캐미는 정말 친구 이상이다. 셋이서 탐정을 해도 재미있겠다 싶지만, 경찰이기에 사건에 대해 접근하고, 탐정들에게 줄 수 있는 정보들이 있기에 그냥 만족해야 할 것 같다.

7건의 사건을 만날 수 있는 노킹 온 록트 도어. 범인과 범인이 남긴 증거들을 맞춰가면서 풀어볼 수 있는 유쾌한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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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5 - 일통으로 가는 길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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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가 5권에 접어들었다. 방대한 양의 사기를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만화로 먼저 접할 수 있어서 그런지 한결 가볍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매번 새로운 편을 만날 때마다, 시대와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번 편은 익숙하게 들었던 이름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사실 이름 외에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5권을 통해 좀 더 사기 속 등장했던 인물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기 자체가 중국사라고는 하지만, 저자인 사마천이 살았던 시대가 중국에서도 전한 시대였기 때문에 중국 고대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역사임에도 사람이 사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일 테지만 말이다. 뛰어난 재능이나 두뇌를 가지고, 정도를 걷는 사람임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밖에 없는 게 인생사의 이치일까? 그동안 5권의 만화 사기를 통해 만났던 인물들을 살펴보자면, 끝이 좋았던 경우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젊은 시절, 등용되었을 때는 모든 것을 다 이루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을 보였던 인물들이 자신의 탐욕 혹은 반대파에 의해 낙오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는 책의 곁들여 사마천의 인물에 대한 평가를 만날 수 있는 페이지가 좀 많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진의 시황제의 생부로 알려진 여불위와 한비자의 저자 한비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지금도 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여러 사람의 관심사 중에 하나일 것이다. 타고난 장사꾼이자 투자가인 여불위는 물건이나 부동산이 아닌 사람에 투자를 한다. 바로 조 나라에 볼모로 잡혀 온 황제의 둘째 아들 자초를 통해서 말이다. 자신의 재산을 쏟아부어 조나라에서 자초가 유력인사들과 친밀하게 만들고, 한편으로는 진나라 황제의 총애를 받던 후궁을 통해 안국군의 양자로 들이기에 성공한다. 안국군 사후 자초가 장양왕이 되고, 여불위에게 많은 권력이 위임된다. 물론 그와 함께 자신의 첩이었던 무희를 장양왕의 후궁으로 넣어 이미 임신 중인 그녀로 하여금 아들을 낳아 자신의 아들이 황제에 오르도록 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결국 시황제가 집권하면서 밝혀지게 되고 여불위의 최후는 비참해진다.

                                    

또 다른 인물 한비 역시 마지막이 아쉬운 인물이었다. 한비자로 유명한 한비가 글에는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말주변은 상당히 없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사실 그가 주장한 법가사상은 시황제가 탐내었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그를 얻기 위해 시황제는 한나라를 공격하기도 할 정도였다니 얼마나 그를 향한 마음이 큰 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비자 역시 순자의 문하에서 함께 공부했던 이사에 의해 사사된다. 시황제에게 무고하게 한비자를 고발한 이사가 준 독약을 마시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학문적으로는 법에 의한 통치,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학문을 주장했지만 그의 삶에는 생각보다 깊게 적용되지 못한 것 같고, 좀 더 오래 살았다면 또 다른 역사의 획을 그었을 것 같아서 마냥 아쉬움이 남는 인물이었다.

사마천 역시 사기를 통해, 많은 인물들을 서술하며 자신의 생각과 평가를 함께 덧붙인다. 그 역시도 안타까움이 남는 생애를 살긴 했지만 말이다. 7권까지 중 5권에 다다랐다. 남은 6.7권에서는 어떤 사건과 인물들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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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의 자세 소설Q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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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제야 여탕이 온갖 사람들이 구별 없이 드나드는 곳처럼 개방되어 있어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멀쩡한, 너무도 멀쩡한 몸을 가진 사람들만

자신 있게 벌거벗은 채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이란 게 눈에 보였다.

  나에게 여탕에 대한 기억은 답답함이다. 키를 받아 옷장을 열고, 내복을 벗어서 넣어두고 엄마를 따라 들어간 여탕은 너무 답답했다. 숨쉬기가 힘들어서 몇 번이고 밖으로 나왔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고, 뜨거운 탕에 때를 불려야 한다며 들어가고... 어린 시절의 목욕탕을 좋아하지 않았다. 가끔 또래 남자아이가 엄마 따라 여탕을 올 때가 있는데, 오히려 내가 더 창피했던 기억이 있다.

  나이가 들고나니 여탕이나 사우나가 좋아졌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좋고, 사우나에 앉아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여탕에 데려갔을 때가 기억난다. 내가 어릴 때와는 달리, 요즘 목욕탕에는 아기 전용 욕조가 비치되어 있다. 욕조에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넣어주고, 아기용 보디 제품까지 꼼꼼하게 챙겨 씻기면서 그 어린 시절 내가 답답했던 것처럼 아이도 답답하지 않을까 괜스레 서둘렀던 기억이 있다.

  세신사의 딸인 유라. 24시 만수 불가마 사우나집 아들 만수. 둘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만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를 잃고 혼자 몸으로 유라를 키운 혜자. 남편 사망 보험금으로 피부관리실을 차리고, 특유의 수완으로 꽤 큰돈을 만지던 어느 날, 사기꾼에게 걸려 빈털터리 신세로 동네 목욕탕에서 숙식을 하며 세신사로 취직을 하게 된다. 아무 경험이 없는 혜자인지라 딸 유라를 대상으로 매일 밤 때밀이 시연을 하고, 유라는 그런 엄마의 손길에 거부감이 생긴다.

타고나기도 했지만, 계속적인 몸매 관리와 함께 피부관리실을 통해 갖게 된 노하우로 혜자를 찾는 동네여자들은 많아진다. 그렇게 돈을 조금씩 모아 아파트도 장만하고 차도 구매한 혜자와 유라 모녀. 방을 얻은 후 유라는 더 이상 엄마의 마루타가 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우연히 만난 무용 학원 원장에 의해 유라는 무용을 배우게 되고, 꽤 재능이 있어 보이는 유라를 보며 혜자는 새로운 꿈을 꾼다.

 한편, 7년 만에 얻게 된 귀한 아들 만수. 사우나 이름에 만수가 들어가기에, 만수는 유라보다 더 동네 유명 인사가 된다. 만수가 태어나기 전부터, 만수의 아버지는 만수를 야구선수로 키우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만수는 그렇게 야구선수로 커간다. 생각보다 재능을 보였던 만수는 결국 일본으로 떠난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만수는 한국으로 들어오고, 심한 부상으로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을 지경에 놓이게 되는데...

유라 역시 뛰어난 재능을 가지지 않았기에 조연 정도의 역할 밖에 맡지 못한다. 그런 유라 역시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는데...

  여탕이라는 곳은 미용실 만큼이나 말이 많은 곳이다. 어쩌면 미용실보다 더 적나라한 곳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직업이 무엇이든, 어떤 삶을 살고 있든지 간에 목욕탕에서는 모두가 나체로 만난다. 모두가 공평하다. 세신사를 제외하고 말이다. 혜자는 유라를 통해 자신이 못 이룬 주목 받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유라가 무용 외에 다르 것을 하는 것에 상당한 반감을 갖는다. 또한 만수의 부모 역시 만수가 메이저리거에 진출해 이름을 날리는 유명한 선수가 되기를 바라며 뒷바라지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생각일 뿐, 당사자들은 달랐다. 물론 큰 상을 받고, 동네의 자랑이 되기도 했지만 그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몸을 쓰지만 자신의 몸에 닿는 타인의 손길에 극도로 긴장감을 가지는 유라의 모습을 보며 한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꿈을 상실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하는 유라와 만수를 보며 처음 목욕탕에 들어갔을 때의 답답함이 가득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지만, 부모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받는 좌절감은 그 어느 것보다 더 크지 않았을까?

  누구나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목욕탕이지만, 모든 것을 다 벗었기에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 곳. 그래서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 가기를 주저하는 곳. 여탕의 이야기를 읽으며 또 다른 생각들이 자꾸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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