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아름다운 우리 노래 판소리 그림동화 1
김진 지음, 김우현 그림 / 아이들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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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티브이에서 한 밴드를 보게 되었다. 그들이 하는 음악도 신선했고, 이날치라는 밴드 이름도 신선했다. 그들의 음악 중 가장 유명한 "범 내려온다"를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내용이 우리가 익숙한 수궁가. 즉, 토끼와 자라 이야기에 등장한 이야기라고 해서 궁금했다. 병든 용왕이 토끼 간을 먹어야 산다는 이야기에 뭍으로 올라온 충성스러운 자라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근데 수궁가 안에 호랑이가 등장하는 " 범 내려온다"의 이야기가 등장할 줄이야...!

이날치 밴드가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을 감초 같은 이야기가 책으로 등장했다.

                                     
                                

역시 수궁가의 기본 내용은 같다. 병든 용왕을 고치기 위해 뭍으로 올라온 신하 자라. 토끼를 찾아 짧은 다리와 턱을 이용해 산을 타기 시작한다. 아무리 찾아도 토끼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산을 오른 자라는 큰 소리로 토끼를 부른다.

근데 토 선생을 부른다는 게, 산을 오르느라 턱을 많이 써서 그런지 "호선생"을 부르고 말았다.

토와 호... 한자 차이긴 하지만... ㅎ

문제는... 평생 선생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었던 잠자던 호랑이는 자신을 부르는, 그리고 자신에게 선생이라고 불러주는 부름에 눈이 번쩍 뜨인다. 백수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자지만, 두려워 주변에 어느 누구도 가까이하지 않아서 그런가? 왠지 모르게 외로워 보이는 호선생.

듣자마자 호랑이는 자신을 부른 소리를 향해 냅다 뛰어나온다. 덕분에 산이 마구 울려댄다. 호랑이가 뛸 때마다 숲의 동물들은 두려움에 몸을 숨기기 바쁘다. 호랑이의 기분과는 다르게, 눈에 띄기만 하면 오늘 식사가 될 수 있기에 동물들은 굴속으로 숨어 호랑이 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호랑이는 자신을 부른 게 누군지, 아무리 찾아보지만 집채만 한 호랑이 앞에 자라나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쇠똥 같은, 두꺼비 같은 것만 보일 뿐...

과연 자신을 인정해 주고 "선생"이라고 불러준 자라와 호랑이의 만남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또 턱관절 때문에 토선생이 아닌 호선생을 찾게 된 자라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 수 있을까?

                                     
                                

그 옛날 만들어진 판소리라지만, 지금 만들어진 어떤 소설책이나 이야기보다 흥미롭고 해학과 재미가 가득한 이야기였다. 토끼를 호랑이로 잘못 부른 이유가 너무 개연성이 있기도 하고, 외로운 자신을 높여주고 인정해 주는 소리에 벌떡 일어난 호랑이의 캐릭터가 안타깝기도 하다. 진짜 찾아야 할 토끼를 못 찾고 엄한 호랑이를 찾은 자라의 뒷수습도 흥미롭다. 수궁가의 주인공인 토끼가 등장하지 않지만, 자라와 호랑이의 캐미는 본편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판소리답게 그림체 역시 옛 수묵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가득해서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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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 300만 살 도시공룡 브라키오의 일상 탐험
조구만 스튜디오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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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공룡 브라키오와 함께하는 일상의 이야기. 만화 에세이지만,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 참 많았다.

공룡인 척하지만, 속은 우리와 너무나 닮은 이야기 속에서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브라키오는 공룡이고, 나는 사람이라는 것? 브라키오는 프리랜서고 나는 직장에 매여있다는 점? 그리고 결혼 유무 정도가 아닐까 싶다.

300만 살 도시 공룡 브라키오는 오늘도 마감 때문에 바쁘다. 작가가 아니기에 나는 마감 일자에 매일 좇기지는 않지만, 나 역시 시즌이 도래하면 정말 정신이 없기에 그런지 공감이 갔다.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게 인간관계라고 하지 않나? 그건 사람이나 공룡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어쩌면 너무 잘 아는 사이지만 툭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아서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가 또 다른 오해를 낳는다. 하지만 오해는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는 법. 브라키오와 디플로가 그런 상황이다. 다른 메뉴를 식사하면서 브라키오는 디플로의 음식이 궁금하다. 그래서 식사할 때마다 한 입을 요청한다. 브라키오는 자기가 먹는 음식을 디플로와 공유하고 싶지만, 디플로는 거부한다. 꽤 시간이 흐른 후, 둘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브라키오는 식사를 통해 서로 나누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디플로에게 식사는 지극히 배를 채우기 위한 시간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음식을 먹고 싶지도, 자신의 분량을 나눠주고 싶지도 않다.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깨달은 둘은 서로 한 발자국씩 양보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의 빛나는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멋있는 순간의 그 사람을 인식하며 내 인생에 들이게 된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올 때는 안 좋은 부분

(혹은 내가 싫어하는 부분)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그 사람의 완벽한 모습만을 가질 수는 없다.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았던 구절이다. 좋은 부분만 보고, 이 사람은 이럴 거라는 지레짐작 혹은 단정을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기에 우리가 원하지 않는 그 사람의 일면을 발견하게 되면 실망하고, 화를 내거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가 속인 게 아니라, 내가 못 본 것인데 말이다. 이 한 줄을 기억했다면, 꽤 많은 관계에서 좀 더 어른스러웠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봤다. 단지 친구나 연인, 부부뿐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낳은 아이지만, 내가 모르는 그 아이만의 모습이 있을 테니 말이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내 생각대로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또한 꼭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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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한 클래식 이야기
김수연 지음 / 가디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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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어린 시절부터 일찍 피아노를 접해서 그런지, 다른 음악보다 클래식은 내게 좀 더 익숙한 장르이다. 처음 다녔던 피아노 학원 연습실마다 유명한 음악가들의 이름이 붙어있었고, 특히 선생님 방에 붙어있던 헨델과 브람스. 덕분에 음악가들의 이름이 지금도 한 번씩 기억이 남는다.

일반적으로 다른 장르에 비해 클래식이 낯선 이유는, 어렵다는 편견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익숙하게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클래식 공연도 격식을 갖추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많지만, 여전히 클래식 공연장에 가려면 정장을 입어야 하고, 음악 감상에 대한 특별한 예절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클래식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음악과 클래식의 연관성을 통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Fun 한 클래식 이야기 역시 그런 면에서 클래식이 마냥 어렵고 낯선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작곡가들(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일화뿐 아니라 곡을 들으면 아하! 할만한 작곡가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일으킨다. 개인적으로 각 인물에 대해 이야기 한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법정에 선 작곡가나 걸크러쉬 작곡가처럼 주제에 따른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도 흥미로웠다. 특히 후대에 음악의 아버지로 존경을 받고 있는 바흐가 당시에는 유명한 작곡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라웠다. 같은 해에 태어난 헨델에 비해 빛을 받지 못했던 바흐였지만 멘델스존에 의해 그의 음악이 역주행(?)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악역으로 등장한 살리에리에 대한 이야기 또한 만날 수 있었다. 나 역시 영화를 봤기에 살리에리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배타적인데, 실제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게 상당히 호의 적이었으며, 베토벤과 같은 유명한 작곡가들의 스승이었다는 사실! 역시 영화 속 상상력이 실제 역사를 곡해할 수 있다는 것도, 영화 때문에 살리에리는 정말 억울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저자가 바이올린을 전공해서 그런지, 바이올린 음악을 작곡한 인물들에 대해 좀 더 애정을 가지고 책을 쓴 것 같다. 덕분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 또한 알게 되어서 신선했다. 마지막 장에 QR 코드를 통해 실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것도 편리했고, 각 장의 추천 음악이 있어서 책과 함께 감상하기 좋았다.

그리고 클래식에 대해 궁금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이 따로 정리되어 있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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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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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주변에는 참 많은 문화재들이 있다. 그리고 문화재마다 담고 있는 뜻이 다 다르다. 익숙하게 봐왔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세월의 이야기와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했던 국보의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안타까움도 남는 시간이었다.

2020년 6월 25일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보는 총 332호, 345건이다. 국보의 번호와 실제 수량의 차이가 있는 이유는 조선왕조실록의 여러 사고 본처럼 같은 성격의 것들의 경우 세부 번호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국보와 보물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국보와 보물에 대해 잘 모른다. 또한 번호가 앞설수록 중요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라는 인식 또한 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국보 1호인 숭례문을 다른 문화재(예를 들면 훈민정음해례본이나 석굴암 같은)로 대체해야 한다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책을 통해 다른 나라에는 우리와 같은 문화재 번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좀 놀라웠다. 모두가 소중하고 의미 있는 보물들이기에 번호를 붙이기 보다 문화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바탕으로 국보 하나하나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니 왠지 더 새롭고 뜻깊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놀라웠던 것이, 한국전쟁과 일제강점기 때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우리의 문화재를 해외로 반출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과 도굴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소위 달러를 벌기 위해 정부에서 해외로 반출되는 문화재를 모른척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또한 문화재 반출을 막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사실이 씁쓸함을 자아냈다. (다행히 문화재 팔아 외화벌이를 하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세계 어디에도 자기 민족의 문화재를 수출하는 나라는 없다"


또한 발견 당시 상당한 찬사를 받았던 금동 대향로가 발견된 곳이 땅이 아닌 우물이었다는 내용과 가야국의 본래 이름(당시 불렸던 이름)이 가야가 아니었다는 사실 등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했다. 이름만 들어서는 확 떠오르지 않는 문화재들이 사진과 함께 담겨 있어서 그런지 이해도 쉽고,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지금이야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나, 해외에 반출된 문화재를 찾아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당시 재벌가에서도 문화재를 사고팔고, 문화재 도굴까지 의뢰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당연히 문화재는 모두 국립 박물관에 있을 거라는 내 생각 또한 착각이었다는 사실도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고 놔 할까?(개인 소유 박물관에 있는 문화재도 상당수 있다.)

각 문화재들은 문화재를 만든 사람과 시대의 정신이 담겨있다. 억울하게 오해를 받는 문화재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과 후대의 잘못된 관리와 도굴, 약탈로 많은 문화재가 훼손을 당했다는 사실 또한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덕분에 문화재와 한국사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까지 함께 어우르면서 만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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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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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 강렬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을 만났다.

결혼해서 4년 넘게 함께 살았던 남편이 이름부터 모든 것이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과연 당신은 어떻겠는가?

강렬한 줄거리 덕분에 한참을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우선 한 남자 다니구치 다이스케에 대해 알려면, 그의 아내인 다케모토 리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문구점 집 딸인 리에는 학창 시절 조용하고 공부도 잘한 아이였다. 마을에서도 리에나 그의 가족에 대한 평이 상당히 좋았기에, 리에에게 벌어진 슬픔에 대해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워한다. 사실 리에의 남편인 다니구치 다이스케는 그녀의 첫 남편이 아니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유토와 료라는 두 아들을 낳은 리에에게 첫 번째 이별이 닥친 건 료의 병으로 인해서였다. 어린 나이에 불치병에 걸린 료는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료의 질병을 치료하는 상황 속에서 리에와 남편은 어긋나기 시작했고, 료의 죽음을 계기로 리에는 이혼을 결정한다. 그렇게 자식을 떠나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두 번째 비보가 전해진다. 바로 리에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결국 리에는 모든 걸 정리하고, 큰아들 유토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온다. 문구점에 손님으로 온 다이스케를 만난 것도 그 즈음이다. 처음에는 일반 손님들이 찾지 않는 스케치북과 같은 그림 그리는 도구들을 주기적으로 사 가는 그의 모습이 신기했다. 손님을 위해 발주를 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었고, 우연히 얘기를 나누다 그들은 친구에서 연인이 된다. 그리고 다이스케가 리에의 동네에 나타난 지 1년 만에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다이스케는 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었는데, 회사 안에서도 리에만큼 평이 좋았다. 덕분에 리아와 다이스케의 결혼은 놀랍긴 하지만,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았다. 다이스케와의 사이에서 딸을 얻은 어느 날, 사고로 다이스케가 사망하게 된다. 리에와 결혼을 한 지 4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과거 다이스케로부터 가족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던 리에지만, 다이스케의 형 교이치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그리고 교이치로 부터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리에가 알고 있던 다이스케가 진짜 다이스케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4년여를 함께 살았던 남편이 본인이 말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니... 과연 한 남자 그의 정체는 누구란 말인가?

인생을 타인과 바꿔치기할 수 있다....... 그런 건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그녀의 남편은 실제로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죽음은? 죽음만은 어느 누구와도 바꿔치기할 수 없다.

리에는 과거 이혼 조정 때 변호사였던 기도 아키라에게 연락을 한다. 기도는 재일 3세로 한국인의 피가 섞인 사람이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아버지의 권유로 가족들이 전부 일본으로 귀화를 한다. 물론 지금까지 살면서 차별을 받은 기억은 거의 없지만, 기도를 감싸고 있는 왠지 모를 불편한 감정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다이스케에 대한 조사를 위해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역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고, 다이스케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을수록 기도는 더 촘촘한 편견과 그 사이에 숨겨진 아픔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인 한 남자는 실제로는 죽은 인물이다. 그 사람의 정체를 파헤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에는 리에와 유토, 하나뿐 아니라 기도의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엄마의 이혼과 재혼으로 여러 차례 성이 바뀌게 되고, 그런 감정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유토와 일본인이지만, 일본인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눈빛을 받는 기도. 그들의 이야기가 한곳에 어우러져 소설을 이끌어간다. 어느 순간, 한 남자의 정체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선을 좇아가면서 더 큰 허함과 함께 여러 감정들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또한 재일교포라는 설정 때문에 이쪽도 저쪽도 속하지 못하고 살게 된 교포들의 이야기 또한 소설을 통해서나마 알 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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