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신들 - 신화 속 신과 영웅의 이야기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스즈키 유스케 지음, 정보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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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신화가 존재했다니! 신화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리스 로마신화다. 요즘은 토르의 영향으로 북유럽신화도 아는 사람이 생겼지만, 켈트신화와 이집트 신화, 인도 신화와 메소 아메리카 신화까지... 아마 이 책 하나면 신화에 대한 개괄을 충분히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에 대해 도표와 그림 등을 통해 정리를 해놨기 때문에, 한결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매력이다. 솔직히 그리스 로마신화를 정말 여러 번 읽었는데, 몇몇 신을 제외하고는 족보부터 헷갈리기 시작한다. 특히 최고의 난봉꾼(?)으로 유명한 제우스의 족보는 일부러 헷갈리게 만들기 위한 신(?)의 한수인가 싶을 정도다. 다행이라면, 이 책 안에는 그 복잡다단한 제우스의 족보도 말끔히 정리되어 있다. 거기에다 제우스가 어떤 방식으로 바람을 피웠는지도 설명이 되어 있기에 확실한 정리가 된다. 사실 이 책 전에 나온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1이 바로 그리스 로마신화였는데, 여성편력이 심했던 제우스에 대한 소명(?)을 확실히 해주고 있기에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면 좋겠다.(꽤 설득력 있다. 나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이 책에서 궁금했던 것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제외한 다른 신화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리였다. 2장부터 등장하는 북유럽신화와 켈트신화, 그리고 한 장으로 모여있는 이집트, 인도, 메소아메리카(마야문명과 아스테카 문명) 신화에 이르기까지 본 적은 있지만, 정리되지 않았던 신화들이 속 시원하게 정리되어 있다. 족보는 기본이고, 신화 속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설명해 주는데 앞 쪽에서의 부족한 설명은 뒤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 당장 이해가 안 되거나 복잡해도 차근차근 읽어보자. 아마 조금씩 신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 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집트를 만났는데, 박물관에서 여러 동상들을 보여주고 지나갔었다. 물론 그 프로는 예능이었기에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 책을 통해 이집트 신화를 마주하고 나니 그동안 봤던 영화 속 혹은 예능 속에서 만났던 이름들이 떠올리면서 아! 하는 감탄이 나왔다. 가령 영화 미이라 속에 등장한 아문 라나 개의 동상으로 만났던 아누비스(망자의 신) 등을 다시 만나면서 이름만 알았던 이집트 신화가 확실히 정리가 되었다. 그 밖에도 인도하면 떠오르는 코끼리 신 가네샤와 어디선지는 몰라도 정말 많이 들었던 시바 신 등 각 신화 속 신들을 다시 만나며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다 다른 신화를 가졌지만, 가장 강한 최고의 신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인간생활을 그대로 모방하여 만들어진 신화 속 신들 역시 인간과 비슷한 모습(욕심, 화, 행복 등)을 가지는 형태로 그려졌다는 것에 또 다른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신화는 당시의 환경과 문화를 담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척박하고 추운 북유럽의 기후처럼, 북유럽 신화는 불사일 거라 생각했던 신들의 세계도 멸망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신이 다시금 신의 나라와 인간의 나라를 세워나간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의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신화 속 이야기가 모티프가 된 작품들이 떠오를 거라는 그 말 그대로 책을 읽으며 다양한 작품들이 지나갔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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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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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 근래 고정욱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읽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서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리 오래지 않았다. 막상 내가 그의 저작들을 읽을 때는 몰랐다가 이 책의 소개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제목을 보고 나 또한 내 어릴 적 꿈을 떠올렸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마냥 가지고 있던 교사의 꿈을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구체적으로 초등 교사로 정하게 되었는데, 그 꿈은 고3 수능을 마치고 산산이 깨졌다. 점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할 지경이었기에 재수는 꿈도 못 꿨고, 재수하지 않기 위해 하향지원했던 학교에 결국은 입학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능을 망친 것이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만큼이나 꼬장꼬장하고 FM인 내 성격은 오히려 교사로서는 부적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로 유명한 저자의 이 책은 본인의 삶을 적어 내려간 에세이집이다. 특히 장애인으로 살았던 그동안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우리는 배려라 생각하고 했던 행동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편함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장애인을 인식하지 않고 지은 건물들, 화장실, 계단, 통로 등이 장애인들에게는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차라리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지금은 과거에 비해 학교나 도서관 등의 공공건물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장애인들은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은 이런 현실에 역차별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강제 봉사활동 때문에 근방에 있는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쉽지 않았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확인증을 받으면서, 단체의 간사님과 잠깐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분 역시 한쪽 팔이 없는 장애를 가지고 계셨는데,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대놓고 편견을 가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불편하지 않은 몸을 가지고도 쉽지 않은 사회생활인데 한 곳이라도 핸디캡이 있다면 얼마나 힘들까? 물론 저자 이과가 적성에 맞았음에도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결국은 포기하고 문과에 갈 수밖에 없었고, 박사학위까지 받았음에도 교수로 임용이 거절되는 등 쉽지 않은 경험들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갔고, 결국은 청소년 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필요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려서부터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그게 한편으로는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 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필요를 잣대로 사용하게 되기도 했다. 회사일이나 집안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기에 정말 숨 쉴 틈조차 없이 빡빡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초반에 저자는 이런 물음을 던진다. 쓸모와 실용이 존재 가치를 결정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쓸모 있는 것들만 있어야 하는가? 이 질문을 읽으며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생각하고 나뿐 아니라 타인도 판단하면서 살았는데, 나도 쓸모 있기 위해 그렇게 이를 악물고 살았는데... 그래서 힘들었는데...! 꼭 그렇게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물론 장애인이 아니기에 100%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한편으로는 장애인 또한 비장애인들에게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생각의 틀이 넓어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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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예쁘게 말하면 좋을 텐데
추지윤 지음 / 모티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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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의견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다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부족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대화를 하면서도 내가 옳다고만 주장하려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도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의견을 수용하고,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는 태도가 갈등을 줄이고, 건강한 소통을 만들어 냅니다.

p. 201

  같은 말을 하는데도 유독 밉상스럽게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일부로 악의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런 사람과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 그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다. 말투나 말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이었다. 나는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했던 말이었는데, 내 말을 들은 친구가 "너는 왜 명령조로 이야기를 하니?"라고 말했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내 말투가 명령조였다는 사실을 20년 넘게 살면서 한번 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그 말에 충격을 받아서 도대체 어떻게 말하는 게 명령조가 아닌지를 참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는 지인과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데, "넌 일 얘기 말고 나랑 다른 얘기 할 게 없니?"라는 말이었다. 그때도 앞의 경우처럼 한동안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말하면 지인과 내가 그리 친한 관계도 아니었고, 회사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얽힌 일들도 좀 있었기 때문에 그럼 도대체 무슨 이야기로 물꼬를 터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분과 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무척 고민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내 성향이나 자라온 환경이 내 말투나 생각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데 나 또한 동의한다. 그런 말투 속에서 자라왔기에, 그게 무엇이 문제인 지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다. 사실 그 이후로 말투나 말을 이끌어가는 기술 등에 대해 자신감을 잃기도 했고 해당 분야의 책도 많이 찾아 읽었다. 과거에 비해 좋아지긴 했겠지만, 여전히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은 내가 하는 고민 중 하나다.


 사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 읽고 싶어졌다. 내가 고민하는 그 자체가 제목이기 때문이다. 전직 아나운서이자, 스피치 교육 플랫폼인 드림 메이트의 대표인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경험해왔던 부분을 책으로 펴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이유는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나운서 출신이기에 초반에는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목소리 톤이나 성량, 말의 고저 등에 따라 상대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고 그를 위한 연습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사실 목소리에 관한 부분은 내 관심 밖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편안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대해, 또 내 목소리는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게, 아무래도 스포츠 채널 아나운서로 인터뷰를 자주 했던 저자인지라, 상대에 대해 미리 판단하고 건네는 질문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실례로 등장해서 이해가 쉬웠다. 책의 중반부부터는 여러 상황에서의 말 하기 방법을 소개한다. 아쉽게도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새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 말은 다르게 보자면 마치 수능시험 만점자가 국영수 중심으로 공부했다는 말처럼 검증이 된 방법이라는 뜻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말투와 말하는 법에 따라 상대에 대해 드는 생각과 감정이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말 안에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것. 또한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타인과의 대화는 팩트를 체크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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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우리 사람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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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생각보다 초반에 제목의 뜻이 밝혀지긴 하지만, 그 초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네 아버지들 혹은 가장의 무거운 짐을 자연히 떠올리게 하는 초반의 이야기와 발 들인 나머지 벗어날 수 없게 된 상황 설정이 여러 감정선을 간질인다.


 17세의 딸 밀리를 홀로 키우는 제임스(짐) 워몰드는 쿠바의 아바나의 람파리아 스트리트에 있는 가게에서 진공청소기를 판매하는 일을 하는데, 벌이가 녹록지 않다. 결혼 전 워몰드는 이혼한 아내와 아이를 낳으면 천주교 신자로 키우겠다고 약속을 한터라, 자신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외동딸 밀리는 미국 수녀회 학교에 보내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요주의 인물인데다, 한 아이에게 불을 붙이는 사고(?)를 쳐서 학교에 불려가기도 한다. 거기다 밀리는 사고 싶은 것이 많다. 이것저것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지만 진공청소기를 잘 팔리지 않는다. 얼마 후 생일을 앞둔 밀리에게 선물을 물어봤더니, 앞으로 받을 선물들을 다 합쳐서 원하는 선물을 가지고 싶다고 말한다. 그를 위한 부수적인 물품들은 본인이 이미 준비해 놨다는 말에 워몰드는 당황스럽다. 결국 밀리가 말한 선물은 발 부분에 종양이 있는 말이었다. 결국 딸애의 소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워몰드. 


 생활고 수준에 시달리는 워몰드에게 갑작스럽게 이방인 같은 한 남자가 찾아온다. 매사를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이 남자는 거의 반강제로 워몰드를 화장실로 부른다. 그리고 수도를 틀어놓고 이야기를 꺼낸다. 혹시나 화장실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것 같은 낌새가 들자 워몰드를 화장실 칸으로 집어넣기도 한다. 바로 영국의 비밀정보기관에서 일하는 호손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그렇게 워몰드에게 오늘 밤 10시에 세비아 빌트모어 호텔 501호로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과 함께 열쇠를 두고 사라진다.  


 호손을 만나러 가는 길에 동네 이웃인 닥터 하셀바허를 만나게 되는 워몰드. 호손은 닥터 하셀바허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가 독일인인데가 동쪽인지 서쪽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사귀었던 하셀바허는 위험한 인물이 아니라 생각하는 워몰드. 하셀바허가 아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워몰드가 수집하는 위스키를 사 온 것이다. 이런 배려에 감동하는 워몰드.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와 헤어지고 호텔로 향한다.


 그리고 호텔에서 워몰드는 호손으로부터 어떤 제의를 받게 된다. 바로 쿠바의 스파이가 되어 영국에 정보를 넘겨달라는 제의였다. 당연히 그에 대한 보수를 챙겨준다는 조건이었는데, 당장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워몰드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호손의 제의에 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렇게 워몰드는 작전명 아바나의 우리 사람으로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호손에게 전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 작은 마을에 일어날 일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또한 워몰드가 숙련된 정보원이 아니라는 것도 한몫을 할 것이다. 나름 지역사회에서 성실한 사람으로 알려진 워몰드이기에, 돈에 대한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없는 정보를 해내기 위해 결국 생각해 낸 방법은 자신이 판매하는 진공청소기를 그럴듯하게 꾸며서 보고를 하고, 자신의 종업원을 정보원으로 위장해서 보고를 하는 식으로 가짜 보고를 하기 시작한다.  워몰드의 보고는 호손을 통해 영국으로 넘어간다. 이 엉뚱한 보고에 대해 왜 호손을 비롯한 비밀 요원들과 영국은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일까? 이 보고를 사실로 받아들인 영국에 의해 워몰드가 정보원으로 둔갑시킨 인물이 살해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워몰드는 본격적으로 스파이가 되는데...


 우선 스파이와 정보요원 등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가 이 작품에서는 다르게 해석된다는 사실이 나름의 위안이 된다. 영화나 작품들에 보면 정보원이 토사구팽 되거나 거짓 정보를 흘린 이유로 살해되는 상황들이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지극히 풍자에 의의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수긍이 된다. 작은 가게를 영위하면서 진공청소기를 팔던 워몰드가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거상으로 소개되는 상황의 아이러니는 작품 전체를 흐르고 있는 분위기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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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알고 있다
모리 바지루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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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목적지가 멀 때는 오히려 편한 법이다.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멀리 있는 꿈을 이야기하는 건 오히려 즐겁기만 하다.

그게 사정권 내로 들어왔을 때가 가장 두려워진다.

현실감을 띠기 시작한 꿈이 가장 무섭다.

꿈을 이룬 미래와 이루지 못한 미래가 동시에 다가오기 때문이다.


 각각의 이야기가 별도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 5편의 단편소설집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그 안에 또 서로 간의 접점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연작소설 느낌도 풍기고, 큰 틀에서 보면 마치 한편의 드라마처럼 연결되기도 하니 장편소설 같기도 한 아주 신기한 책을 만났다.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작가가 각 작품 곳곳에 숨겨둔 접점들을 연결하고 나면 이 책의 제목이 완성된다. 바로 작가와 이 책을 읽은 독자만이 알 수 있는... 바로 그 제목 말이다.


 5장에 담겨있는 소설들의 장르는 다양하다. 청춘소설, 추리소설, SF 소설, 판타지 소설, 연애소설....! 어떤 작품을 먼저 봐도 상관없지만, 등장인물들이나 조연으로 출연한 인물이 다음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기에 처음부터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첫 번째 등장한 작품은 탐정계의 블랙잭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명탐정 아오카게와 그의 조수 하루사키가 살인사건의 범인을 풀어내는 추리소설이다. 크리스마스를 2시간 앞둔, 이브의 어느 날 밤.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아오카게와 하루사키는 사건 현장으로 향한다. 과거 미도리하라파의 사건을 한 번 해결한 적이 있던 아오카게는 미도리하라파의 하부조직인 고시마회의 회장 오니기와 미도리하라파의 보스 비서인 야쿠시지와 함께 사건의 현장이자 공장에 들어서 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얼굴이 처참하게 짓이겨진 상태로 총상으로 사망한 시신이 있다. 오니기의 오른팔 우로코가타는 누구에 의해 사망한 것일까? 공장 안 CCTV를 확인한 결과 고시마회의 도죠 루리야가 먼저 들어왔고, 10분 즈음 있다가 우로코가타가 들어온 것이 찍혔다. 그리고 얼마 안 돼 CCTV 영상은 끊긴다. 시신이 우로코가타로 보였기에, 범인은 도죠 루리야라고 결론 내린 야쿠시지는 상부에 보고를 하지만, 오니기는 범인이 도죠 루리야라는 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루리야는 자신이 양아들처럼 거둬들인 아이였고, 우로코가타 역시 루리야를 직속 후배로 점찍고 정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들, 특히 오니기는 사건의 범인을 확실히 하기 위해 바로 아오카게를 호출한 것이다.


 아오카게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400만 엔을 달라고 이야기한다. 이 큰돈 앞에서 다시금 둘은 이견을 보이지만, 사비로 탐정비를 내겠다는 말로 오니기는 사건을 의뢰한다. 추리를 시작하는 아오카게. 그리고 그녀는 이들에게 범인을 이야기하는데, 우선 시신이 우로코가타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사건을 해결하고 나온 탐정과 조수. 조수는 탐정이 말한 추리의 허점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탐정은 조수도 알고 있는 허점이 있음에도 왜 그런 추리를 낸 것일까? 


 첫 번째 사건에서 조수와 탐정이 좋아하는 만담 오디션 프로그램인 M -1의 출연 중인 고3 만담 커플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바로 이 커플 이야기가 이어지는 두 번째 청춘 소설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실 일본이 만담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우리와는 결이 좀 다르긴 해서 관객들처럼 박장대소할 정도로 이해는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생에서 귀중한 무언가를 희생하면서까지 준비한 니케 트로피 팀의 아사기 하유와 도바시 지히로의 이야기는 충분히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아사기 하유의 절친이자, 도사비 지히로의 여자친구가 되는 나츠메 오카가 다음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각 작품들은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접점은 결국 에필로그를 통해 해소된다. 에필로그 덕분에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정돈이 되니 실망은 금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자! 


 전혀 다른 장르가 서로 얽히고설켜가면서 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것이 신선한 구성이었고, 연작소설이라지만 뭔가 다른 맛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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