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랑은 친하지만, 지리랑은 안 친하다. 학창 시절 역사 과목은 늘 상위권이었는데, 지리 과목은 참 많이 힘들었다.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져 서기도 했지만, 왠지 지리는 어려웠다. 지도를 봐도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고, 다양한 기호들과 비슷한 지명들이 더해지니 패닉이었다. 솔직히... 이 책도 약간의 편견이 있긴 했지만, 시리즈물을 좋아하는 내가 이미 서양 편을 만났으니 동양도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세계사"가 붙어있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을 좀 더 일찍, 내가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던 시절에 만났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암기했던 부분들이 지리적 위치와 합쳐지니 한결 편안하게 이해가 되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누어진다. 한중일이 1장, 인도와 중앙아시아가 2장, 동남아시아가 3장이다. 책에서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아무래도 현존하는 동양의 나라 중 패권이나 면적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은 강이다. 중국 3대 강인 하수강!(황하, 회수, 장강)은 꼭 기억해두자. 이 3개의 강이 얼마나 중요 하나면, 많은 지역들이 이 강을 토대로 지역명이 붙여졌다. 허베이(황하 북쪽, 하북), 강동(장강 동쪽) 등의 명칭이 바로 강을 중심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물론 산맥을 중심으로 붙여진 이름도 많다. 이는 중국만의 독자적인 문화는 아니고, 책 안에 등장하는 타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아무래도 강과 산 등은 과거에도 삶의 큰 영향을 주는 자연지형이었끼 때문에 그때의 이름이 현재까지 이어져내려오는 것 아닌가 싶다.
사실 중국은 주변의 몽골, 티베트, 신장위구르, 만주 그리고 대만을 자신의 나라로 편입하기 위해 참 많이 애를 쓰고 있다. 우리의 발해와 고구려도 본인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특히 책 안에 등장하는 이들 지역과 중국의 관계가 궁금했는데 좀 더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천고마비라는 사자성어가 사실은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생겨났다는 것과 중국과 우리의 역사는 얽힐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국이 약해졌을 때 한반도의 나라들이 강해졌고, 반대의 경우일 때 우리가 약해졌다니... 아무래도 가까이 있는 나라인지라 실제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것 같다.
남아시아와 중앙유라시아 부분에서는 유독 "스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들이 엄청 많이 몰려있어서 평소에도 무척 궁금했다. 특히 히말라야산맥이 이들 나라에 참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워낙 길고 높은 산맥이 버티고 있는지라 산맥을 기준으로 농경과 유목의 경계가 이루어지고, 사막과 초원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덕분에 평원이 자리 잡은 지역에는 오래전 문명들이 형성되었는데 이 또한 히말라야의 나비효과라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여전히 분쟁 중인 인도와 파키스탄, 동남아시아라는 이름으로 묶였지만 뭉칠만한 것이 전혀 없는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의 지리적 요소와 역사까지 연결되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담이지만, 십여 년 전 태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 팀에서 연극을 준비했었는데 내가 맡은 역할이 부유함을 상징하는 사람으로 돈을 막 뿌리는 장면이 있었다. 당연히 태국이니 태국의 지폐를 준비해서 하면 이해가 빠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절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러로 바꿨던 기억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태국인들은 유달리 왕에 대한 존경심이 컸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들의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통해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사는 곳은 저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역사의 발전사도 다르다는 것이다. 풍족하다고 부유한 것도, 척박하다고 가난한 것도 아니라는 것과 함께 왜 세계 곳곳이 여전히 분쟁 중인지도 지도를 통해 마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