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떨어진 이야기 같은 건 없다.

인생사는 베틀에 걸린 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짜인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인 미치 앨봄의 신작 소설이다.

죽음만큼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지만, 막상 경험을 들을 수 없는 게 또 있을까? 천국이라는 단어는 내게 이질적인 두 개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단어다. 첫째는 안전하다는 느낌이고, 둘째는 이별이라는 느낌이다. 왠지 천국은 위험하지 않아서 안전이 지켜질 것 같지만 천국은 사후세계, 즉 죽어야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이따 보니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 생애 마지막 가장 행복하던 때에 죽음을 경험한 한 여인이 있다. 애니는 서른 살의 간호사로 죽기 전 초등학교 동창인 파울로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 애니에게는 큰 상처가 있다. 8살이던 그날, 애니는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와 루비 가든이라는 놀이공원에서 사고를 당한다. 프레디 낙하라는 놀이공원 카트가 지상 60미터에서 끊어진다. 애니는 그 근처에 있었는데, 관리자인 에디가 애니를 밀치는 바람에 애니는 목숨을 건진다. 물론 애니를 구해준 에디는 사망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사고로 애니는 왼손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게 되지만, 봉합수술을 받고 회복된다. 애니는 참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몸의 상처만큼 마음의 상처가 깊다. 책 중간중간에 담겨있는 애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을 만나면 왜 애니가 그런 생각 속에 살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아버지 제리로부터, 친구들로부터, 인생의 순간순간 상처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니는 그 모든 것에 잘못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애니는 그런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불안과 상처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 되고 만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가던 중, 펑크 난 차를 발견한 애니 부부. 파울로는 내려서 펑크 난 차를 도와준다. 파울로가 도움을 주고 있을 때, 열기구 업체를 운영하던 상대편 차의 주인인 톨버트의 명함을 받아든 애니는 호텔로 향하고, 타이어 펑크 때문에 톨버트는 보조 조종사인 테디에게 정오까지의 일을 맡긴다. 호텔로 돌아온 애니는 갑자기 열기구 생각이 나면서 파울로를 설득한다. 그리고 보조 조종사 테디의 조종으로 신혼부부는 열기구를 타게 된다. 문제는... 테디가 유능한 조종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갑작스러운 돌풍에 테디는 우왕좌왕 하게 되고, 송전선에 바구니가 걸리는 사고를 당해 열기구가 추락하게 된다. 그렇게 파울로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병원으로 이송된 애니는 파울로의 폐가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폐를 이식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애니는 뭔가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애니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이 있는 5명의 사람을 차례대로 만나게 된다. 그중 첫 번째 사람인 사미르. 사미르는 1961년 소년 시절 달리는 기차에 의해 한쪽 팔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은 훗날 애니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게 애니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5명의 사람과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애니의 일생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 그런 상황을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소설이지만, 왠지 모를 다독임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크고 작은 경험을 한다. 그 안에는 인생을 바꿔놓을 순간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가장 행복했을 시간에 이별을 경험한 애니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마지막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그저 주어진 시간을 감사하고 즐겁게 보내야 한다는 것과 함께 사람들의 그 모든 선택에는 당장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선택의 이유들이 있다는 것 또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 선택 또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한 배신 스토리콜렉터 84
로렌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리소설 중 심리 스릴러 장르가 주는 유독 진한 여운가 긴장감이 있다.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 역시 주인공과 같은 시각에서 감정을 전달받으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깊숙이 빠져들게 되고,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는데 완벽한 배신도 그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만큼 큰 패닉이 과연 세상에 있을까? 앞으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주는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 그게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배우자라면,(전에 충격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배우자의 사망이 주는 충격이 상당히 윗 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떨까?

이 소설 속 첫 장면은 배에 큰 부상을 입은 주인공 테스가 병원에 누워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근데 그녀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그녀를 찾아온 한 여성에게 테스는 분노와 함께 두려움을 느낀다. 그녀의 정체는 과연 누구일까?

테스는 한 달 전에 남편인 마크를 비행기 사고로 잃었다. 독일로 출장을 간 마크가 탄 비행기가 조종사의 자살테러로 추락했고, 마크를 비롯한 모든 탑승자가 사망한다. 한 달여가 지났지만, 테스는 마크의 부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너무 고통스러운 나날을 살고 있지만, 유일한 버팀목이라면 아들 제이미다. 마크를 떠나보내고 한 달여가 지난 어느 날, 마크의 형인 이안이 테스를 찾아온다. 그리고 이안은 마크가 빌려 간 돈을 갚으라고 이야기한다. 이안은 마크의 장례식 날에도 테스에게 유산집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동생의 죽음 앞에 고통스러워하는 제수씨에게 그런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문제는, 집안의 모든 재정관리는 마크가 했고, 상당히 큰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마크는 테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주일 후 월요일이자 마크가 떠난 지 5주가 된 날은 테스의 생일이다. 생일이지만 마크에 대한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와중에 누군가가 테스를 찾아온다. 셸리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사별 전문 상담사로, 테스의 엄마가 상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 역시 4년 전 4살 된 아들을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사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테스는 셸리의 도움으로 조금씩 일상을 되찾게 된다.

그러던 테스 앞에 불안한 그림자가 덮쳐오기 시작한다. 한밤중에 걸려온 이상한 전화, 테스를 미행하는 사내까지...

과연 불안한 그림자 앞에서 테스는 제이미와 마크의 유산을 무사히 지킬 수 있을까?

스릴러 소설의 강점은 반전! 이 아닐까 싶다. 사실 배신 앞에 "완벽한"이 붙은 이 소설이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내심 궁금했다. 반전을 접한 후에 역시!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주인공 테스의 감정을 따라 읽다 보면 긴장감과 함께 소름 끼치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 역시...^^

여름에 읽어보면 특히 더 좋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콩가루 수사단
주영하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의 그림을 보자마자 생각난 작품이 있다. 얼마 전 읽었던 주부 탐정단의 이야기가 담긴 전건우 작가의 담긴 살롱 드 홈즈. 당시 광선 아파트 주민인 4인방은 쥐방울이라는 변태를 잡기 위해 더운 날 바바리코트를 맞춰 입고 수사를 했었다. 표지 가득 4명의 주인공이 바바리코트를 입고 등장하니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겼다. (물론 이들과 주부 탐정단의 차이라면 피로 맺어진 가족 탐정단이라는 사실!)

촘촘하게 짜인 추리소설도 좋지만, 우리의 정서에 맞는 추리소설도 참 좋아한다. 한국형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우리만의 느낌을 듬뿍 담은 소설 말이다. 역시나 콩가루 수사단이라는 이름처럼 이 소설 역시 한국형 추리소설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가득하니 말이다.

그렇담 콩가루 가족 수사단의 일원들을 알아볼까?

우선 엄마인 오희례. 남편을 일찍 여의고, 아이 셋을 버리고 한 남자를 따라 가출했다 돌아온 전적이 있는 동네 오지라퍼. 오희례의 장녀이자 소설가 지망생으로 나름 뛰어난 머리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지금은 10년째 은둔형 백수로 지내는 백진주. 뛰어난 외모로 동네 여신이었으나, 이른 나이 결혼 후 남편인 송지석과 이혼한 두 아이의 엄마 백현주. 그리고 청일점으로 형사이자 앞에 말한 세 여자를 부양하고(실제로는 강제로 쳐들어와 살고 있는 거지만) 있는 막내 백현호. 갑자기 쳐들어온 세 여자 덕분에 이 집안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콩가루 집안에 대한 강렬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현호는 콩이 들어간 음식은 죽어도 먹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 콩가루 집안에 큰 사건이 터진다. 바로 현주의 둘째이자, 14개월 된 지우가 어린이집에서 실종된 것이다. 그날은 지우가 처음 어린이집에 등원한 날이었다. 현주의 손을 잡고 등원한 지 오래지 않아 집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지우가 등원을 안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범인의 전화가 걸려온다. 5천만 원의 현금을 들고 범인이 지정한 어린이집 교사 3명이 돈을 가방에 넣어서 범인이 말한 장소에 와야 한다는 것 말이다. 물론 경찰에 신고하면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소식에 현주는 전 남편인 송지석에게 연락해 5천만 원을 구한다. 그리고 범인이 요구했듯이 3명의 교사들에게 돈을 들려보낸다.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면서 범인은 계속 이런저런 요구를 하던 중, 갑자기 전화를 끊는 범인. 현주는 그제서야 동생 현호에게 전화를 걸고, 이미 사건 발생 후 9시간이 지난 경찰은 빠른 속도로 수사를 시작한다. 물론 가족인 현호는 수사팀에서 배제된다. 이런저런 증거를 추적하는 현호와 가족들. 오랜 시간 추리소설을 읽어온 진주와 현호는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지만 범인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은행을 방문해 넋두리를 하던 희례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게 되는데...

과연 지우는 콩가루 수사단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장편소설이라고 하지만, 연작소설 느낌이 강하다. 콩가루 수사단에 의해 펼쳐지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첫 번째 사건을 해결한 콩가루 수사단은 점점 동네의 사건들로 발을 넓혀나간다. 그 안에는 물론 살인사건도 있다. 7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이지만 읽다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빠져드는 이야기라고 할까? 생활밀착형 추리소설이라는 설명답게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펼쳐지는 콩가루 가족의 추리 속에 빠져 이따 보면 나도 모르게 수사단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무리 콩가루라고 해도 가족은 참 소중하다. 아웅다웅하고, 때론 다시는 안 볼 것 같이 싸우지만, 돌아서면 또 궁금하고 찾게 되니 말이다. 서로 대놓고 말은 안 해도 이 가족 또한 그런 사랑이 좀 격하게 표현돼서 그렇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교훈 아닌 교훈을 드문드문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교양 미술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과 미술.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재능은 없었지만, 이렇게 저렇게 대회도 참여하고 미술 특강도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림을 잘 못 그린다는 것도, 미적 감각이 좋지 않다는 것도 생각보다 일찍 깨달은 것 같다. 덕분에 그때부터 꽤 오랜 시간 미술과 담을 쌓고 살았다. 가끔 기분전환으로 미술관을 가긴 했지만, 그림을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사진처럼 잘 그린 그림에만 혹할 뿐 현대미술의 부조화 속에서 뭔지 모를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아이가 나처럼 편견을 가지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을 하나도 모르는 엄마가 과연 아이와 어떻게 미술을 감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그런 내 고민을 알고나 있는 듯 책 한 권이 다가왔다.

제목 하여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아이의 눈높이에서 미술을 이야기하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야 할까? 각종 질문과 의문들이 가득한 채 책을 넘겼다. 다행이라면 저자는 그런 내 마음을 알고나 있듯 차근차근 미술감상에 대한 조언을 내밀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미술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아이와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설명해 준다.

두 번째 장에서는 실제 그림을 감상하는 법과 아이 연령대에 맞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 책에는 5세부터 13세까지 3개의 연령대(5~7세, 8~10세, 11~13세)를 중심으로 아이의 지식과 이해 정도에 따라 그림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물론 그림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시각이 아닌, 아이의 시각으로 그림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책에 연령대별로 담겨있는 질문들이 아이의 입에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과, 아이들의 이해 정도를 발견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모든 장이 참 유용했다. 특히 아직 어린아이라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는데, 연령별 맞춤 감상법이 담겨있어서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 참고하면 유용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그림을 보고 자신이 느낀 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정해진 답은 없다. 또한 어떤 부분을 봐야 한다는 것도 없다. 그저 아이의 생각 속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보면 조금씩 미술에 흥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상의 노래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1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과가 무작위로 원인들을 소환하는 이 시스템은

심리학적 요인에 의해 지원받고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인감 심리의 무규칙성과 돌발성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세상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과 인과적으로 관련지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낸다.

 한참을 빠져있었다. 신기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또한 가슴 아픈 이야기기도 한 소설 속에 말이다. 작품 속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행작가인 강영호의 죽음. 귀국하여 형의 방을 살피던 상호는 여러 장의 사진과 글을 발견하게 되고, 형이 출판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글이 잘 마무리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하나. 바로 천산에 있는 한 수도원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접한 상호는 결국 형의 마지막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 천산으로 떠나게 되고, 그 수도원 터 흙벽에 쓰인 성경벽서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출판된 책 이후 한 교회사 강사가 천산벽서와 켈스의 책이라 불리는 라틴어 성경 원고를 비교하는 내용의 글을 쓴다. 과연 천산수도원 벽에 적힌 성경은 누구에 의해, 어떤 계기로 기록된 것일까?

 후에게는 연희라는 사촌누나가 있다. 읍내 미용실에서 일하는 연희는 예쁜 20살의 시골처녀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후의 집에 의탁하고 있는 연희. 어느 날 버스 안에서 마주친 중위 박영민은 연희에게 첫눈에 반한다. 연희에게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지만 연희는 눈 하나도 깜빡하지 않는다. 박중위는 상당히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지만, 연희는 집안 형편 상 중학교 졸업 밖에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박중위는 매몰찬 연희 주변을 계속 맴돌며 말을 붙여 된다. 연희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던 박중위는 후를 꼬신다. 라면을 사주며, 누나에 대한 정보를 캐기도 한다. 후를 공략해도 별 의미가 없던 박 중위는 결국 후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술자리를 가진 후의 아버지에 의해 연희를 불러내게 된다.(그에 대한 대가로 후 아버지의 빚을 갚아주고, 봉투까지 건넨다.) 그렇게 들국화에서 박 중위는 연희의 마음을 얻게 된다.

 문제는 연희가 마음을 받아 준 후, 박중위가 돌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연희는 갑자기 사라진다. 누나의 행방불명에 상처를 받은 후는 결국 박중위에게 칼을 휘두르게 되고, 후의 아버지는 그 사실을 안 직후, 후를 천산 수도원으로 도피시킨다. 그렇게 천산 수도원에 들어간 후는 그저 다른 수도사들처럼 형제로 불리게 되는데, 성경을 읽던 중 자신의 상황이 성경 속 한 인물인 압살롬과 닮아있음을 알게 되는데...

 한편, 또 다른 수도사인 한정효. 군부 독재 시절 대통령의 그림자 노릇을 하며 일하던 그는 아내의 죽음에 충격을 받게 된다. 과거 자신이 권력을 위해 처리했던 것들에 염증을 느끼고, 그 모든 것에 죄책감을 느낀 정효의 변화를 알아챈 대통령은 결국 정효를 천산 수도원에 감금시킨다.

 연희를 찾기 위해 떠돌아다니던 후는 들국화에서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 일에 자신의 아버지가 개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에 모든 목표를 상실한 후. 과연 후는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성경 속 이야기가 소설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성경 이야기를 몰라도 괜찮지만, 알고 읽으면 더 와닿을 것 같다. 후가 자신의 모습과 겹쳐서 보았던 압살롬과 다말 그리고 암논. 나 역시 책을 읽으며 그 인물들과 비슷한 느낌을 후와 연희 그리고 박중위에게서 보았다. 후도 정효도 상처를 입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 인물들이다. 그들이 자신의 죄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참회해가는지 지켜보면 또 다른 감정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과연 자신의 죄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하는 그들은 자신의 죄조차 깨닫지 못하는 또 다른 죄인들보다 조금은 낫지 않을까?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부정되었지만, 그전에 세상은 그들에 의해 부정되었다.

세상은 그들을 버렸지만, 그전에 그들은 세상을 버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버려지는 것이 그들이 세상을 버리는 방법이었다.

세상은 더 이상 그들의 믿음과 소망을 간섭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