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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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한옥에 산 적이 있었다. 처마 한쪽에 둥지가 하나 있었는데, 봄이 되면 제비가 지저귀는 소리가 가득했다.

키보다 높이 지은 지붕 안쪽에 있는 둥지인지라 내심 제비 둥지 안이 궁금했다. 어디서 들고 왔는지 튼튼하게 만든 제비 둥지는 어미가 모이를 물고 와서 새끼들의 입에 넣어주는 모습 만큼이나 궁금했다.

아빠는 혹시나 싶어서 제비 둥지 아래 조금 큰 널판지를 달아주셨다.(혹시나 새끼가 떨어질까봐도 있고, 마구 싸는 똥을 맞지 않도록 한 것이기도 한...)

재건축으로 더 이상 둥지를 만날 수 없지만, 아직도 어렸을 때 봤던 둥지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새는 건축가다 라는 제목의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어린시절, 제비둥지가 떠오른 것은 나도 모르게 담겨있던 기억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람을 비롯해 동물들은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주거시설에 대한 욕망이 있다. 적으로 부터 나와 가족을 지킬 수 있고, 날씨 등으로 부터 피할 수 있는 집 말이다.

하지만 사람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이 만든 집은 어떨까? 어떤 재료로, 어떤 방식으로 집을 지을까?

이 책에 담겨있는 새들의 집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사람이 바느질 하듯이 부리로 나뭇잎에 구멍을 뚷고 그 사이를 식물섬유나 거미줄로 꿰매어 둥근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 솜털과 풀을 이용해 방수가 가능한 둥지를 만든다.(재봉새)

내가 어린 시절 보았던 제비의 둥지 역시 진흙을 날라서(마치 우리가 콘크리트로 집을 짓듯이) 만든다. 역시나 지붕 아래 만들어 비를 피할 수 있게 만들고, 진흙으로 둥지 안쪽으로는 솜털이나 동물 털 같은 재료를 담아 새기를 보호한다.

나무를 뚫어서 둥지를 만드는 딱따구리나, 폐가 지붕 틈 사이로 둥지를 만들기도 하는 새(후투티)도 있고, 남의 둥지에 떡하니 알을 낳아놓고 도망가는(뻐꾸기, 탁란)새도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새들은 알은 구별못하지만(내가 낳은 건지,다른 새가 낳은건지), 둥지는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랬기에 탁란을 하는 새들의 알도 자신의 알로 생각하고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 뻐꾸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부화한 뻐꾸기가 기존 새의 알을 밀어내는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근데 이 책속에 등장하는 벌꿀길잡이 새라는 새는 그보다 더 했다.

역시 탁란을 하는 벌꿀길잡이 새는 자기 부모 못지 않게 못된(?)새다. 새끼가 부화하고 나면, 부리 끝에 날카로운 갈고리로 숙주의 새끼를 찔러죽인다. 세상에...!

새마다 자신의 환경과 생김새에 따라 만드는 둥지는 천차만별이다.

그렇게 힘들게 노력해서 만든 둥지인지라, 둥지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가지각색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냥 쉽게 봤던 새의 둥지에도 이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다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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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도 수학처럼 답이 있다면 -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수학 모델 12
하마다 히로시 지음, 안동현 옮김 / 프리렉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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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문과형 인간인 나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이 참 싫었다. 산수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도형의 넓이, 부피 등을 배웠던 시간은 지금도 머리가 지끈 할 정도로 괴로웠던 시간이었다.

대학만 가면 수학 근처도 가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제2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하면서 수 2에 못지않은 미적분 등이 등장하는 경영 수학뿐 아니라 각종 회계 관련 과목들을 "전공필수"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되었을 때의 충격은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놓고 십 년 넘게 회계로 돈을 벌고 있으니... 인생은 참 생각대로 안된다는 사실?!

발분이만큼이나 이상한 것이, 나도 모르게 수학 관련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 대놓고 수학 문제 풀기가 아니라 "인생"과 "답"이라는 글자가 공존하는 제목이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데이터 과학이 뭔지 하나도 모르는 독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나가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과 들어가는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수학"이기 때문에 책 가득한 수식들 앞에서 100%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그럼에도 얼핏 학창시절 배웠던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서 그런지, 어렴풋 기억이 나서 나름 행복한 미소(아직 죽지 않았어! ㅎ)도 살짝 등장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무턱대고 덤비다가 포기하는 것보다는, 친절한 저자가 본격적으로 책을 들어가기에 앞서 각 장의 난이도를 별로 표시했으니 나처럼 수포자라면 별의 난이도를 보고 내용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닌지라, 각 장 별로 만나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제목에 끌려서 나도 모르게 읽다가 어렵! 하고 생각할 때도 있긴 하지만...;;

읽으면서 참 신기했다. 세상에 수학은 숫자 셀 때만 필요한 거 아니었어? 혹은 수학으로 삶의 문제를 표현한다니 수학에 대단히 미친 사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한 명인지라, 우리의 삶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서 상당히 놀라웠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상황을 실제적인 확률과 같은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 또한 놀라웠다.(비오는 날 우산을 가지고 갈 확률, 발등에 불 떨어져야 일하는 모습, 아르바이트생 배치...)

물론 수학에는 답이 있다. 하지만 인생은...?

수학을 통해 결론을 산출해낼 수는 없지만, 인생의 선택이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물론! 수학적 답을 얻어도, 선택은 각자의 몫이니 수학 같은 정답은 없다는 것?

그래서 인생이 힘들지만, 또 묘미가 있는 것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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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최경란 지음 / 오렌지연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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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온 나라를 넘어, 온 세계가 떠들썩하다.

예전 같았으면 여기저기 봄의 기운 덕분에 야외활동을 못 나가서 아쉬워했을 테고, 그마저도 인파에 뒤섞여 쉽지 않았을 테지만 봄의 기운을 지천에 두고도 감염에 대한 뉴스를 보면 도저히 나갈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자영업자는 손님이 없어서 힘들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불안한 상황 속에서 뛰어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집에 계속 머무르게 해야 해서 힘들고, 직장인들은 불안 속에 출근을 해야 해서 힘들다.

나 역시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 직장은 직장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돌봐야 하고 그 불만과 불안이 쌓이다 보니 가까운 가족들과 감정적 충돌과 예민함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아마 그래서 이 책에 이야기 중 유독 한 이야기를 읽고 또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가 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구체적인 날짜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하루 한 페이지 분량의 위로를 이 책에 담아놨다.

(1월. 2월... 이렇게 달은 구분되어 있다.)

그녀 역시 매일의 위로가 절실하기 때문일까? 매일 다른 형태로 상처받고, 마음이 상하는 독자들을 향한 한 줄의 위로와 공감이 또 다른 자양분이 되니 말이다.

한 줄의 문구(책이나 명언 등이 기록되어 있다)와 그 문구에 대한 감상 그리고 저자의 공감이라는 세 개의 이야기가 매일의 위로를 구성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에 한동안 먹먹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색다르고 특별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살 때가 많았다. 유독 오늘은 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운이 좋았으면,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빨리 왔으면, 버스에 자리가 있었으면, 신호가 딱 맞았으면 이처럼 말이다.

근데, 그런 운도 좋지만,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은 없는 것 같다.

누구나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은 다음에야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하지 않나?

너무나 좋은 날씨를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여러 가지 걱정 때문에 문을 열고 나갈 수 없는 상황들을 지켜보며 나 또한 그 예전의 소박한 일상을 곱씹게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내게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전화로라도 들을 수 있는 엄마의 목소리, 연거푸 뽀뽀해 주는 딸처럼 여전히 소중한 일상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책 안에 담긴 한 줄 한 줄의 위로와 감사 그리고 토닥임을 매일매일 느낄 수 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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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이경선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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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는가?

나 역시 아직도 누군가와 만났던 그 첫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고 핑크빛(?)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지극히 평범한 하루하루였어서 당황한 적이 있다. 물론 그 하루가 다른 때 보다 좀 더 상큼하고, 기분 좋긴 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시집은 손에 잘 안 잡힌다. 내가 운문보다 산문적인 사람인 탓에, 시 사이사이 감춰져있는 감정을 고스란히 읽어내는 게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럼에도 따뜻한 봄이 오니 나도 모르게 몽글몽글 시 한편 읽고 싶은 마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고 만난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는 시집.

제목을 읽는 순간,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학창시절 입시를 위한 시로 만나다, 나이가 들어 다시 만난 꽃은 꽤 큰 의미를 가지고 다가왔다.

아마 이 시집 속 이야기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평범한 일상, 평범한 꽃, 평범한 음식, 평범한 옷...

어제와 비교해 그리 다르지 않은 하루고 나날인데, 왠지 오늘은 그 하루가 특별하다.

하루를 구성하는 작디작은 것 하나까지도 의미가 있어뵌다.

바뀐 게 없는 하루임에도 그런 감정이 오롯이 올라오는 것은 바로 내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시 곳곳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한 내 감정이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치 오늘 하루가 그동안의 내 하루와 다른 것 같이 말이다.

당신이라는 존재가 내 삶의 순간을 이렇게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밥상이, 평범한 날씨가, 평범한 나뭇잎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

반대로 그 평범한 것이 평범하게만 느껴지거나, 평범하지도 않게 느껴지는 것은 사랑이 그 빛을 잃었기 때문.

사랑이 머물 때와 사랑이 사라졌을 때의 감정은 극과 극이다.

사랑의 시작과 끝을 경험했다면, 이 시가 가슴에 박힐지도 모르겠다.

지금 그때를 지나고 있다면 격려와 위로 그리고 응원을 주고 싶다.

당장은 아프고 힘들지만 이 또한 지나갈 테니 말이다.

그리운다

                                                 이경선

그대를 사랑한다

항상 그대를 사랑했다

그게 진실이다

나조차 몰랐던 마음이다

그대여서 사랑했다

그대만을 그리웠다

그날도 오늘도 내일도

나의 마음은 그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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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면
오사키 고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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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이웃의 집에 우연히 뭔가를 돌려주러 갔다가 죽어있는 이웃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복도식 맨션 엑셀 빌라 사쿠라 공원에 사는 50대 중반의 스루카와 유사쿠는 며칠째 방 정리를 하고 있다.

번번이 정리하다가 딴생각. 딴짓을 하다가 정리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여러 번이다 보니, 생각보다 진도가 안 나간다.

큰맘 먹고 잡지를 정리하다가 구시모토에게 빌린 카메라 잡지를 발견한 유사쿠는 늦은 밤이 아니기에, 잡지를 들고 502호로 향한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어 혹시나 해서 손잡이를 돌리는데 문이 잠겨있지 않다.

구시모토를 부르며 들어간 집안 거실에 쓰러져 있는 구시모토를 발견한 유사쿠는 구시모토의 시신 앞에서 바로 신고하기 보다 고민을 하며 집을 나선다.

그런 유사쿠의 집으로 찾아온 한 고등학생 히로토는 유사쿠가 구시모토의 집에 들어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증거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해온다. 구시모토의 집에 떨어뜨린 수첩을 가져다주면 동영상을 지우겠다고 말이다.

결국 찝찝한 마음을 가다듬고 유사쿠는 다시 구시모토의 집으로 들어가 수첩을 가지고 오지만, 수첩에 껴 있는 몇몇 개를 제외하고 히로토에게 전달한다.

다음 날, 구시모토의 사체를 신고하고자 마음을 먹은 유사쿠와 히로토는 502호로 향하지만 어젯밤에 쓰러져 있던 시신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리고 유사쿠가 방문했을 당시 식탁 위에 놓여있던 두 잔의 꽃무늬 잔도 사라진다.

도대체 시신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사람이지만 누구에게는 긍정적이고 좋은 이미지로,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이고 나쁜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다. 모두가 같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공 유사쿠에게 구시모토는 참 좋은 이웃이었다. 여유 있고, 넋두리도 잘 들어주고,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지만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이웃 말이다. 또한 그가 보기에 구시모토는 귀찮을 법한 조카에게도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같은 맨션에 아이 엄마들에게 구시모토는 유사쿠가 생각하는 좋은 이웃이 아니었다.

구시모토 사건에 궁금증을 느낀 콤비 아닌 콤비 유사쿠와 히로토에 의해 구시모토의 이면을 발견하게 된다.

구시모토가 좋은 사람, 좋은 이웃이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는 유사쿠는 구시모토가 생전에 연결된 사건에까지 가닿게 된다. 동영상을 핑계로 어린 나이에 어른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휘두르는 히로토 역시 그 안에 말하지 못하는 상처가 있다. 물론 50대에 백수인 유사쿠도 별반 차이가 없긴 하지만...

문을 열면.

처음에 맞닥뜨린 이야기는 살벌하지만, 이야기가 이어갈수록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내 옆집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같은 때에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적어도 각박하지만은 않은... 생각지 못한 따뜻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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