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에서 왔니 - 탄생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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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내용이 많이 궁금했다. 특히 저자가 이어령 박사였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더 기대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이 책은 우리 문화 속 탄생에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 역시 아이를 임신했을 때, 태명을 지었다.

임신과 함께 와닿았던 이름이 있었기에, 고민 없이 태명으로 지었고 아이가 태어나서 이름을 갖은 후에도 한동안 태명으로 아이를 부르기도 했다. 내 주위에는 태명이 이름이 된 경우도 있고, 조리원에서 만난 동기들 역시 지금은 이름이 익숙하지만 한동안은 태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저자는 태명부터 배내고개, 출산 고개, 삼신 고개, 기저귀 고개 등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아이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까지 한국인의 관점에서 출생에 대한 이야기를 내어놓는다.

딱딱하지 않고, 마치 만나서 이야기하듯이, 전래 동화 듣는 듯한 형태로 이야기를 짧게 짧게 하고 이따 보니 읽는 내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태명이라는 문화가 우리나라만의 고유(?) 한 문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긴 엄마한테 물어보니,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태명을 짓는 분위기가 없었는데 부모님은 내 이름을 따로 지어놓고 그 이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름과 현재 내 이름은 다르기에...ㅎㅎㅎ 그 이름이 진짜 태명(혹은 아명)이 되긴 했지만... ㅋ)

아마 우리나라만의 나 이 문화(태어나면서 1살로 계산)가 태명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 증거(?) 자료 속에서 더 와닿고 이해가 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미역국을 한 달 내내 먹으면서, 왜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지(단지 피가 맑아진다는 이유만 가지고는 이해가 도지 않았다.) 나름 궁금했는데 그게 또 고려 시대부터 이어진 문화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려 사람들은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을 먹인다.....

어떤 사람이 물에 들어갔다가 이제 막 새끼를 낳은 고래에게 먹혔다. 고래의 배 속을 보니 미역이 가득 붙어 있었고 장부의 악혈이 모두 물이 되어 있었다. 고래 배 속에서 겨우 빠져나온 그는 미역이 산후조리에 좋다는 점을 알았다.

그 밖에도 귀빠진 날의 의미, 삼신할머니 이야기, 천 기저귀에 얽힌 이야기 등 내용을 모르지만 들었거나 경험한 적이 있던 이야기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이처럼 이 책에는 각 장마다 번호가 붙어있는 꼬부랑길 이야기들을 통해 한국인의 탄생 문화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이야기를 열어가는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는 마지막 장 꼬부랑 고개로 이어져서 또 다른 재미와 이해를 자아냈던 것 같다.

각 주제별로 이어가는 내용들 또한 꼬부랑한 옛이야기부터, 한국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와닿았던 것 같지만 말이다.

탄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걸로 보아, 앞으로도 한국인 시리즈가 계속 등장하면 좋겠다.

물론 우리만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 채워져서 말이다.

아마 아이를 낳은 엄마라서 더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저자가 여자였다면 아마 출산 고개의 내용들이 더 방대해졌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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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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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쿨내나는 제목이 아닐까?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잘해도 잘못해도 결국은 시체가 되는 건 어찌 보면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명을 가진 어느 누구도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말이다.

저자인 케이틀린 도티는 죽음의 마무리를 하는 직업을 가졌다.

책 중간중간 제목만큼이나 시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지만, 그 역시 죽음에 대한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는 보편적인 사람이었다.

나 역시 죽음에 대한 첫 기억은 강렬하지 않지만, 죽음의 공포가 해결되지 않고 쌓였던 지라 저자만큼이나 죽음에 대해 극도의 공포를 가진 사람 중 하나였다. 지금이야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보편적인 분위기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장의사를 통해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 기억에 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우리 앞집, 뒷집, 한 골목 윗집 등 노란색 등이 걸린 집들이 있었다.

말 그대로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 말이다. 당시는 내가 초등학교~중학교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네에 돌아가신 분이 생기면 장례가 끝나는 날까지 나 역시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었다.

(왠지 모를 공포심에... 죽음의 기운이 동네에 가득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 역시 너무나 끔찍한 죽음의 장면을 어린 시절에 목격했고, 그로 인해 죽음은 다른 누구보다 강렬한 공포로 자리 잡았던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그가 죽음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한 것 역시 그에게 죽음이 남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저자는 화장터에서 일하면서 만나게 된 많은 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전한다.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 안에 그들을 향한 마음들을 위트 있게 풀어낸다.

또한 마지막 순간을 맞은 그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이나 좀 더 바뀌었으면 하는 장례문화들에 대한 이야기 또한 전한다.

누구나 알겠지만, 오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의 죽음뿐 아니라, 젊은 사람의 죽음, 갑작스러운 죽음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을 통해 저자는 죽음이 그저 피한 다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누구도 죽음에서 살아돌아온 적이 없기에, 우리가 만나는 죽음(그리고 나의 죽음까지도)의 모습을 미리 바라보고 준비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저자의 한 마디처럼, 우리 안에(그리고 내 안에) 막연한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기 위한 한마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추론하건대 죽음에 대한 우리의 병적인 두려움은 죽음을 어둡고 나쁜 운명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데서 오는 것 같다.

해결책은 '전통적'인 장례의 모든 비상식적인 것들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값비싼 가족용 모자며, 조잡한 화환이며, 정장을 입혀 방부처리한 시신 따위는 문밖으로 던져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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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장폴 뒤부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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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정은 저 멀리 아주 어렸던 시절로부터 피어올라 끝없는 고통을 불러일으켰다.

아버지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건 아니었다.

불현듯 한 가지 사실을 뼈저리게 의식함으로써

한층 더 사무쳐오는 아픔이었으니까.

그것은 이제 이 지상에 나 홀로 남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홀로 맞서 싸워야 했다.

가족들이 연달아 자살을 택한다.

할아버지. 외삼촌. 어머니. 아버지까지...

과연 이 가족들의 자살은 사랑하는 가족이 떠난 데서 오는 우울증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의사인 아버지에 이어 의사면허를 취득한 폴 카트라킬리스. 하지만 환자를 진료한 적 없는 의사라니...

그가 심취해있는 것은 펠로타 경기 뿐이다. 마이애미 프로선수단에 속해있는 그는 아버지 아드리앙과 연락을 끊고 산지 4년이 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에게 날아온 편지 안 사진에는 77777마일이라는 숫자의 주행기록계 사진 한 장과 자동차의 측면 사진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다. 사인은 자살...

근데 아버지의 자살은 뭔가 석연치 않다. 스카치테이프로 안경을 동여매고, 입이 벌어지지 않도록 턱을 동여맨 체 자신이 진료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단다.

이로써 폴에게 남은 가족은 하나도 없다.

의사이자 한때 스탈린의 주치의였다는 할아버지 스피리돈의 자살.

어머니와 남매 이상의 이상한 우애를 보였던 외삼촌 쥘의 자살.

외삼촌을 보내고 얼마 안 돼서 차 안에서 자살을 선택한 어머니 안나.

그리고 아버지 아르리앙까지...

가족들의 연달은 자살 때문에 위축되어 있을 듯한 이 가족의 분위기는 의외로 이상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날. 아버지는 별 미동 없이, 진료도 보고 저녁식사를 하며 평소와 같이 지낸다.

폴 또한 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일어난 일이 일어난듯한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

오히려 아버지가 사망할 시간에 물에 빠진 개 왓슨을 건졌다는 이상한 이야기만 떠올릴 뿐...

과연 폴은 이 자살의 모습을 상속하지 않고 삶의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특이한 행동을 일삼던(진료 시 팬티만 입고 진료를 하는 괴상한) 아버지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왜 제목이 상속인지, 왜 아버지는 그런 기이한 행동들을 했는지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남겨진 가족에게 큰 상처가 된다. 그리고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드러나기도 한다. 마지막에 남겨진 아들 폴은 가족을 앞서 보내며 그들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상속받는다.

그리고 그 상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족과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지만, 아버지의 죽음 앞에 다시 그 고통의 구렁텅이로 강제로 끌어들여진다.

읽는 내내 우리가 잘 아는 연예인 가족의 자살 이야기가 겹쳐졌던 것은, 책 속에 등장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닮아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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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달라지는 엄마의 말 - 아이의 속마음을 읽고 감정을 다스리는 최고의 코칭 대화법
도미향 지음 / 라온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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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기 전에는 세상에 많은 육아 서적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생명 같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아이가 태어나니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들었다. 차라리 교과서가 있으면 편할 텐데 싶을 정도로...

물론 아이가 모두 같지 않으므로, 그 교과서도 딱 맞는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초보 엄마인지라, 이런저런 상황에서 여기저기 문의를 많이 했다.

막 아이를 낳았을 때는 부모님, 지인, 조리원, 병원, 산모도우미 분들께, 아이가 어느 정도 크니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근데 다들 명확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아니 반대되는 이야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경우도 상당했다.

육아서나 주변에 경험이 있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줘라 vs 버릇 나빠지니 다 들어주지 말아라.

그 원하는 것의 수준이 어디까지인 지 아직도 헤매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내 육아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생각보다 나는 내 중심에서 아이를 키우는 경향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내 판단과 주관을 아이에게 주입하고, 마치 내 판단이 전부 정답인 양 행동할 때도 많았다.

아이가 울고 떼를 쓰는 걸 못 견뎌하는지라, 더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협박 아닌 협박을 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부모가 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만 낳았다고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내 육아 방식을 돌아볼 기회가 된 것 같다.

코칭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고 알고 있음에도, 지식과 실제 행동 간에 괴리가 많았다.

아는 것을 행동하는 게 역시 쉽지 않다는 것도 말이다.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눈이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빵점 엄마의 모습이 어제 내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많이 서툰 공감하는 법부터 차근차근 시도해봐야겠다.

아이의 감정을 읽는 것. 사실 나한테는 그게 제일 어렵다.

당장 내 눈앞에 있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의 감정을 읽어내는 게 서툴기 때문이다.

책 속에 사례나 실제 적용해볼 이야기가 많아서 좋았다.

본인의 실수담이나, 부족했던 부분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오히려 공감도 많이 되었다.

이론적으로 딱딱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독자가 직접 생각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할애해 줘서 그런지 다른 육아서보다 집중하기 좋았다. 여러 번 곱씹어 보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무엇보다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책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물론! 아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실천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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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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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의 아주 작은 차이로 모양이 달라져요.

하지만 어느 것이 뛰어나고 어느 것이 열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얼굴 생김새나 체형이나 피부색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그런 건 사소한 일이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더 잘 살아보기 위해 하루하루 분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제목이 무척 의미심장하다. 사랑이 없는 세계가 과연 존재할까? 인류가 있는 한 사랑과 이별은 늘 함께하는 동반자 일 텐데 말이다. 다행히 표지 가득한 식물이 제목의 힌트가 될 수 있다.

음식점 엔푸쿠테이의 종업원이자 요리사가 꿈인 후지마루.

주인인 쓰부라야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날이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엔푸쿠테이의 음식이 좋다.

음식 맛에 반해 직업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엔푸쿠테이를 찾아왔지만, 거절당한 후지마루는 2년간 이탈리아 식당에 취직해 기술을 쌓은 후 다시 도전장을 내밀고 결국 종업원이 되었다.

(물론 기술 때문도, 일손이 부족해서도 아닌 황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ㅎ)

그런 엔푸쿠테이가 배달을 시작한다. 가끔씩 오는 뭔가 의심스러운 손님이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받은 명함에는 의외로 바로 앞에 T 대학의 생물과학 교수라고 쓰여있다.

(다행히 장르 호러가 아니다. 손톱 밑에 흙이 묻어있는 것도, 왠지 저승사자 느낌의 포스도 그냥 모습일 뿐.)

얼마 후 5인분의 배달 전화를 받고 학교를 방문한 후지마루는, 식물학 전공을 하는 박사과정 1년 차 대학원생 모토무라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앙증맞은 뒤꿈치에 반하고 만다.

식물을 너무 사랑하는 그녀는 애기장대를 연구하고 있다. 그냥 잡초같이 보이는 풀을 너무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 특이해도 너무 특이하다.(특히 그들이 처음 만나던 날 입고 있던 셔츠 속 그림은 경악스럽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 후지마루는 열흘에 한번 시키는 배달 전화가 반갑기만 하다.

사랑에 빠져서 그런지, 그녀가 연구하는 식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후리마루는 결국 그녀에게 고백을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당혹스럽기도, 아리송하기도, 신선하기도 하다.

식물에는 뇌도 신경도 없어요. 그러니 사고도 감정도 없어요. 인간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환경에 적응해서 지구 여기저기에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식물을 선택했어요. 사랑 없는 세계를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사실 모토무라 역시도 후지마루가 싫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를 포기하고 싶지도, 결국 식물연구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결국 연애의 끝도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거절의 의사를 비춘 것이다.

그녀의 거절에도 후지마루는 여전히 그녀가 좋다. 과연 둘은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후지마루가 참 밝고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도 선입관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박사과정 대학원생인 모토무라와 동네 작은 음식점 종업원 후지마루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 사람이 걸치고 있는 옷이나 직업이나 환경을 보고 편견을 가진 것이다. 만약 그런 이유로 후지마루를 거절했다면, 욕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 모토 무라드 너무 순순했다는 것.

별것 아니게 보이는 작은 식물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후지마루 역시 자신이 가진 꿈을 위해 한걸을 더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요즘의 자극적인 소설들에 비해 청초하고, 한편 밍밍해 보일 수 있는 소설이지만 그래서 더 따뜻하고 신선했다.

또한 사랑 없는 세계에 살지만 그들만의 방법을 통해 성장해가는 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 만의 매력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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