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쇄골뼈에 넣어둬
김이율 지음, 구광서 그림 / 새빛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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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는 깍두기 아저씨와 감성.... 그래서 감성 깡패?ㅋ

생긴 건 투박하지만 감성만은 소녀감성이다.

깡패 아저씨가 등장해서 그런지 더 갬성적으로 다가오는 것일 수 있지만 말이다.

등장인물과 달리 공감 가는 이야기가 상당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뒹굴하는 것도, 뭔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상황 속에서 눈물도 고이고 말이다.

에세이라지만 뜬구름 잡지 않는다. 지극히 실제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니 말이다.

아마 여러 번의 연애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등장할 것이다.

B급 감성을 주요 테마로 잡고 이야기를 해 나가서 그런 걸까?

직장 이야기보다는 삶이나 생활 혹은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길에서 잘나가 보이는(옷을 엄청 잘 갖춰 입은) 친구가 앞에서 걸어온다.

후줄근한 나는 친구에게 기가 죽고 싶지 않은데, 엄청 청순한 아가씨가 자전거에 바게트 빵일 싣고 지나간다.

나는 그 아가씨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친다.

"희야, 오빠랑 같이 가야지."

그리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 녀석을 지나치지만...

집에 와서 깡 맥주를 뜯지만, 시린 가슴은 어쩔 수 없다.

웃픈 상황이 계속되지만, 결코 추리하지 않은 것은 나도 같은 상황이라면이라는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읽으며 가장 감동적이었던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

익숙한 사람들이 말하는 슬럼프여서 그랬을 것이고, 저자의 글이 가슴에 와서 콕 박혀서 그랬을 것이다.

 

어차피 사는 것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주어진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그게 멋진 일이죠.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오늘 지는 해는 어김없이 내일의 해로 다시 뜰 테니까요.

슬럼프가 계속되겠지만 우리 인생 또한 계속될 테니까요.

최선을 다하지 않는 날이 있어서 그렇긴 하지만... 그럼에도 묘한 위로 덕분에 오늘도 슬럼프에서 살짝 뛰어본다.

조금은 떨어지도록... 조금은 힘이 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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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수지 홉킨스 지음, 할리 베이트먼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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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묵직함은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엄마, 청년기의 엄마, 그리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 느끼는 엄마...

제목이 참 가슴 아프다. 그럼에도 누구나 죽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고, 엄마가 내 곁을 떠난 후에 벌어질(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ㅠ) 이야기들을 엄마의 시선으로 기록한 그림 에세이다.

길지 않은 글 속에 엄마의 마음이 담겨있어서 그런지, 그 어떤 글보다 더 구구절절이 가슴에 박혔다.

엄마가 떠난 후 우울함과 상실감에 빠져있을 딸에게 엄마는 여러 가지 행동을 던진다.

엄마의 부재 첫날 요리를 권하는 장면은 사실 좀 이해가 안 되었다.

문화가 달라서 그런 걸까...?

하지만 그마저도 딸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이면서 다른 곳에 신경을 쓰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녹아 있다는 사실을 하루하루 지나며 알게 되었다.

 

우울한 이야기는 없었다. 평소 엄마가 정말 밝고 긍정적이고 위트 있는 분이셨는지...^^

또한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떠나서 그런지(저자는 갑자기 엄마의 부재에 대한 생각이 들어 엄마에게 부탁했다고 하니... 실제로 엄마가 곁은 떠난 건 아닌 상태였어서 다행이었다.), 엄마가 없는 상태에서 결혼과 출산 등을 경험하는 장면에서는 솔직히 더 가슴 아팠던 것 같다. 인생의 큰 굴곡의 부분마다 엄마의 위로와 조언이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엄마 또한 그런 인생을 살았기에 더 진정한 조언이 아니었을까?

물론 이 책에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딸의 미래를 생각하며 엄마가 남긴(딸도 결국 엄마 곁으로 갈 때까지의) 이야기인지라 어찌 보면 엄마 자신의 인생의 여정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나이가 들고, 딸 또한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이가 들어도 딸은 딸이고, 엄마는 엄마인 것 같았다. (역시 엄마에게 자녀는 호호 할머니가 되어도 어린 내 새끼인가 보다.)

나 또한 언젠가는 저자와 딸처럼 엄마를 보내야 할 때가 올 텐데, 그때 저자의 말대로 좀 덜 우울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엄마와의 추억을 곱씹으려면 지금 엄마가 내 곁에 있을 때 더 많은 행복한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또한 내 아이에게 나 또한 그런 유쾌하고 멋진 엄마로 기억되도록 노력해야겠다.

결국은 우리 모두 죽고 끝날 텐데 왜 굳이 힘들게 살아가야 하냐고?

거기엔 훌륭한 이유가 있어. 네가 영원히 산다고 가정해 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쓸데없니 낭비해 버릴지 상상이나 가니?

다가오는 유효기간이 있기에 비로소놀랍고 경이적인 일들이 생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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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손바닥 친구 푸른숲 새싹 도서관 16
게르다 크루셰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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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 예쁜 동물들이 모두 손바닥으로 이루어졌다니...!

그것도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다. 근데 그 아이들이 좀 특별하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거나 좀 느린 아이들이 우정을 생각하며 만든 책이다.

손바닥으로 만든 동물들과 우정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나 또한 우정에 대해 다시 곱씹게 된다.

동물마다 생김새가 다 다른데, 어떻게 손바닥 하나만으로 그 많은 동물들의 특징을 잘 표현해냈는지 놀랍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생각하는 우정의 의미가 생각보다 깊어서 놀랍기도 했다.

사실 그림도 글 밥도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과 같이 보면서 이야기하기 좋았다.

글씨는 모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여러 색상의 손바닥 동물들을 만나니 더 반가워했던 것 같다.

물론 우정도 참 많은 모양과 모습을 지니고 있다.

사이가 좋은 친구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각자 생각이 다르고 이해가 달라서 벌어지는 싸움의 이야기들도 들어있다.

우정은 이것이야!라고 단정 짓기 쉽지 않은데 아마 아이마다 우정에 대한 생각의 깊이나 표현이 다르기에 오히려 흥미로웠던 것 같다.

첫 페이지에 쓰여있는 글 한 줄이 참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친구가 어떤 모습이던, 어떤 환경이던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 또한 부모가 되고 보니 주변에서 들려왔던 그 소리들에 현혹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초등학교 입학해서 아이들이 친구를 사귈 때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너희 집 어디 살아, 아빠 차가 뭐야, 아빠 회사가 어디야?라는 이야기를 실제로 들었다.)

아이들이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런 잣대를 들이밀어 아이들 스스로가 아닌 어른들의 생각으로 우정을 제한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아이가 크면 과연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바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도 하다.

친구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던지, 어떤 환경 속에 처해있던지 그 모습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깊은 우정을 표현한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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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검찰수사관 - 대한민국 검찰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의 진솔한 현장 이야기
김태욱 지음 / 새로운제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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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하면 떠오르는 강압적인 분위기와 왠지 모를 주눅 듦...

검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늘 볼 수 있는 어리숙한 아저씨와 젊은 아가씨.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검찰 수사관과 실무관의 이미지가 그 장면 그대로 각인되었을 것 같다.

나와 같이 오해하는 독자들이 많기에 저자는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한참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검사 내전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물론 이번에도 검찰 수사관과 실무관이 등장하긴 하지만 역시 검사가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가기에, 내가 읽었던 책 속 수사관들을 좀 더 자세히 만날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나마 원작이 검사가 쓴 책인지라, 수사관이나 실무관들이 그동안의 이미지는 아니긴 하지만...^^;;)

이 책은 검찰 수사관으로 26년간 근무한 저자가 마치 검찰 수사관 Q&A를 쓴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조목조목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하는 업무나 검찰 수사관의 구성, 급여수준이나 근무처 그리고 함께 일하는 검사에 대한 이야기까지...

덕분에 재미도 있었고, 저자의 글을 따라 상상도 되었다.

왠지 검사와 수사관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과 더불어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피의자를 소환하고, 조사해서 자료를 검사에게 넘기기 전 단계(기소 전단계)가 수사관 손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한 검사의 기소나 불기소 처분 관련 업무가 한 달에 100건 이상이라니... ㄷ

(아마 그래서 검찰 수사관의 할 일 또한 엄청나지 않을까?)

이 책은 검찰 수사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후배 검찰 수사관에게 선배 검찰 수사관이 주는 조언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이 검사는 아니지만, 검사의 눈으로 조사하고 처리하길 권하는 장면에서는 뭔지 모를 자신의 직업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검찰 수사관을 지망하는 공시족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나처럼 검찰 수사관에 대한 많은 오해와 잘못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잘못된 선입관이 바로잡히는 기회도 될 것 같다.

하나의 사건 해결을 위해 정말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니, 검찰 수사관을 주인공으로 한(검사는 조연!) 드라마나 영화가 제작돼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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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크 에프 그래픽 컬렉션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에밀리 캐럴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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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이 그림이라는 옷을 입었다. 원작을 보지 못했지만,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참 무거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만큼이나 가슴 아프고, 분통터지는 어두움이 책 가득 느껴진다.

책의 제목이 왜 Speak(말하다) 인지, 읽으면서 느꼈다.

입이 있지만, 화가 나고, 부당하지만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너무 화가 났다.

사실과 상관없이 스스로 재단하고, 단정 지은 것이 마치 사실인 양 하는 현실을 책으로 바라보니 그 안에 내 모습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파티에서 성폭행을 당한 멜린다는 성폭행 후(책 속에는 강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내가 느끼기엔 일방적인 성폭행이었다.) 경찰을 부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파티는 난장판이 되고, 그날 이후로 멜린다는 왕따가 된다.

친하게 지냈던 레이첼을 비롯한 친구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멜린다.

하지만 멜린다를 성폭행 한 가해자이자 파렴치한인 앤디 에반스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학교를 다닌다.

그날과 비슷한 분위기만 느껴져도 멜린다는 공포를 느낀다.

물론 주된 이야기는 지만, 그녀의 집안에서의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난다.

성적만 관심이 있을 뿐, 딸이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왜 성적이 자꾸 떨어지는지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아이의 고민과 괴로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부모님.

살림과 직장을 병행하는 엄마와 집안일을 분담하지 않는 아빠.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교사와 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학생까지...

(교사는 고압적인 자세로 학생인 데이빗 페트라키스를 누르려고 하지만, 그러기에 데이빗은 너무 똑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라면 주인공이 자신의 심경을 만든 미술작품을 보고 주인공의 마음 상태를 알고 그에 따른 도움을 주고자 하는 프리먼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

또 한 번의 성폭행 시도(앤디는 진짜 나쁜 X이다.)에 멜린다는 용기를 내어 저항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된다.

책 초반의 멜린다는 자신의 피해 사실에 대해 함구하고, 왕따의 수모도 그냥 겪어내지만,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며(아마 프리먼 선생님이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점점 용기를 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 부당함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적어도 멜린다 옆에 함께해 줄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만화로 되어 있어 쉽게 읽어갈 수 있었지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는 원작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멜린다의 심경이 글로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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