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는 시간 - 언젠가 마주할 마지막 순간을 위한 안내서
로라 프리챗 지음, 신솔잎 옮김 / 빌리버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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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웰빙이나 힐링만큼이나 이슈가 되는 단어가 있다. 일명 웰다잉(well-dying).

과연 죽음과 행복이 어울리는 단어일까?

죽음은 헤어짐, 이별, 슬픔, 고통 등과 더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죽음과 행복이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집안 환경(어머니+ 농장) 때문에 꽤 어린 시절부터 여러 모습의 죽음을 접했다.

물론 그게 어느 정도 트라우마를 만들긴 했지만 말이다.

30대 말에 죽음을 생각할만한 고통스러운 병을 앓으며 죽음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에게도 죽음 하면 떠오르는 몇 장면이 있다. 죽음의 첫 기억은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신 외숙모였다.

사실 외숙모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외숙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사고를 당한 외삼촌의 병원에 갔다가, 시골로 내려갔다. 그리고 큰이모가 외숙모 얼굴을 마지막으로 한번 보자고 병풍을 걷었을 때, 눈도 감지 못하고 돌아가신 외숙모의 얼굴이 보였다. 방바닥에는 투명한 비닐이 깔려 있었다.

(병원으로 옮기지도 못하고 현장에서 돌아가셨기에 바로 집으로 모셨던 것 같다.)

당시의 죽음은 무섭기보다는, 왠지 외숙모가 자고 있는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이후 몇 번의 죽음을 더 접하며 내 생각은 점차 죽음이 공포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만 말이다.

죽음을 앞둔 이를 보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방문객 그 이상이 아니다.

인간의 죽음이라는 전체 혹은 일부 과정은 닫힌 커튼 너머의 세상이 되었다.

과거에는 죽음의 과정들을 집에서 처리했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도 죽음을 접하고 알아갈 수 있었는데 반해, 현재는

죽음의 모든 과정들을 병원이나 그 밖의 전문 업체에서 하기 때문에 저자의 말처럼 죽음의 방문객의 역할 밖에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단지 간접적인 죽음의 이야기만 늘어놓지 않는다. 타인의 죽음이 아닌, 나의 죽음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여지를 준다. 여러 물음들을 통해 내가 진정 원하는 죽음의 모습을 생각해보길, 내 죽음 이후의 과정(장례식)들은 어떠했으면 좋을지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갖도록 조언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죽음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나뿐 아니라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앞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덕분에 책을 읽으며 죽음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이며, 그때 나 죽음의 상태를 정할 수는 없지만 죽음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미리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죽음은 두렵지만, 누구에게나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죽음은 리허설이 없다. 그저 본 방송만 있을 뿐... 그리고 그 본 방송은 언제일지 그 누구도 모른다.

그렇기에 한 번은 생각해보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가능하다면 나의 죽음의 모습들을 미리 생각해보면 좋겠다.

장례식의 모습이라던가, 연명치료 같은 의료적인 행위들이라던가, 내 인생의 마지막 시간에 함께 하고픈 사람들이라던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죽음은 여전히 무섭고 두렵다. 그럼에도 내 죽음이 조금 더 내가 원하는 행복한 죽음이 되도록 시간을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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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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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숫자로 이야기한다면, 그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까?

아마 숫자가 들어간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더 명확하고 정확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하지만 그 숫자가 통계치나 회의 시간 자료가 아니라 내 삶과 관련이 있다면 어떨까?

너무 긴 제목의 이 책 안에는 7개의 숫자가 등장한다.

이 숫자들은 저마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숫자지만 결국 이 숫자들은 0을 향해 달려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엄마의 집밥을 먹을 횟수, 수업에 나갈 수 있는 횟수, 거짓말을 들을 횟수, 살 수 있는 날수....

책을 읽는 내내 가슴 아픈 이야기도,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그 모든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감정을 자극하고, 나에게 남아있는 숫자들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만약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나에게도 남아있는 숫자들이 보이다면 어떨까?

주어진 것들을 흥청망청 쓸까, 아니면 소중하게 간직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으니 더 와닿는 게 많았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꼽자면...

한 편은 가슴 찡한 가족 이야기고, 한 편은 에피소드 형식의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엄마의 집밥을 먹으면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주인공 가즈키는 숫자가 0이 되면 엄마가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328번인 날 결심을 하게 된다. 앞으로 엄마가 해주는 밥은 절대 먹지 않기로 말이다.

엄마의 음식이 너무나 그립지만,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에 반항 아닌 반항을 하고, 결국 집을 떠나 독립하게 된다. 결국 사 먹는 음식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매끼를 때우고, 엄마와 거리를 두게 된 가즈키.

3개월 남은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그는 엄마의 밥을 먹으러 고향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선택을 후회한다. 0이 된다고 엄마가 죽는다는 보장은 없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되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 엄마의 밥을 먹을 수 없을 수도 있고, 결혼을 해도 고향집에 가기 힘들어질 수 있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너무 안타까운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로 가즈키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했다.

이런 기묘한 이야기를 부모님과 이야기할 수도 없고, 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을까?

가즈키 입장에서는 엄마의 부재를 막기 위한 행동이 자신의 죽음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당신에게 불행이 찾아올 횟수는 앞으로 7번 남았습니다.

불행의 편지를 받은 커리어 우먼인 오노는 아침부터 불행이 연거푸 찾아온다.

옷장에 있는 옷이 전부 고약한 냄새가 나서, 어쩔 수 없이 찢어진 청바지의 말 그림이 있는 티셔츠를 입고 출근한 오노는, 점심 도시락을 열었더니 당근 한 개가 통째로 들어있고, 화장실에서 큰 바퀴벌레를 발견한다.

몰래 짝사랑하던 계장님 앞에서 바지 자크가 열리는 실수까지 저지른 오노.(지못미..ㅠ)

하루 종일 굶은지라 너무 배고파서 동네 도시락집에서 고열량의 곱빼기 도시락을 주문했는데, 밥만 곱빼기로 들어있을 줄이야...

하루 종일 그녀에게는 불행만이 찾아왔다. 그런 그의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는 사건이 있었으니...^^

책을 읽으며 웃고 울고 하다 보니 마지막 장에 다다랐다.

마지막으로... 두 번째 이야깃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고맙다'는 한마디로 이토록 마음이 달라질 줄 알았다면

두 분이 살아 계셨을 때 더 많이 고맙다고 말할 걸 그랬다.

단 1분이라도 더 길게 말할 걸 그랬다.

 

우리에게는 아직 그 말을 전할 사랑하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

아직 우리의 숫자는 0이 되지 않았으니, 오늘 한번 전해보면 어떨까?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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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클래식 2 - 클알못에서 벗어나 클잘알이 되기 위한 클래식 이야기 이지 클래식 2
류인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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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꽤 오랜 시간 피아노를 배우고, 가까이하고 있어서 그런지 클래식을 좋아한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독주회나 오케스트라 연주회도 종종 가곤 했었지만, 워킹맘으로 살다 보니 책을 제외한 문화생활과 자연스레 담을 쌓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름 음악가들 그리고 그들의 음악과 꽤 친하다고 자부했던 사람 중 한 명인 데, 너무 한 시대(고전파나 낭만파?)의 유명한 음악가들만 알고, 현대 음악가는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알게 된(소설 제목이 음악가 이름이었음) 라흐마니노프나 드뷔시 같은 음악가들은 많이 낯설었다.

그래서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이지클래식이라는 이름답게, 클래식 작곡가와 그들의 음악을 좀 더 흥미롭고 쉽게 만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좋았다. 음악가의 생애뿐 아니라, 작곡을 하며 벌어졌던 이야기들처럼 어찌 보면 뒷얘기라고 해도 좋을 이야기들도 들어있기에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지 클래식의 장점은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음악을 바로바로 들어볼 수 있도록 QR코드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음악 자체가 짧은 건 짧지만(5분?) 긴 것은 50분씩 되기도 하기에...

작은 팁이라면 우선 QR코드를 찾아 음악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책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음악가도 만나고, 음악 감상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는지?

또한 클래식에 대한 상식을 풍부하게 해줄 내용들도 들어있다.

가령, 슈베르트의 숭어라는 곡이 있는데 그 곡의 원래 제목은 송어였다는 사실!

우리가 느끼기에 한 글자 차이지만, 어종뿐 아니라 실제적인 느낌 자체도 굉장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숭어는 바다 물고기, 송어는 민물고기라고 하는데... 슈베르트가 살았던 오스트리아는 바다가 아닌 민물이라고 하니... 숭어가 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조금은 익숙한 음악가들을 지나 두번째 챕터부터는 클잘알을 위한 좀 더 익숙하지 않은 음악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듣다보면 자연스레 클래식과 조금씩 가까워 질 수 있다.

베를리오즈, 그리그, 쇤베르크 등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작곡가들인지라 더 낯설기도 했지만, 막상 음악을 들어보며

그리 어색한 관계도 아니라는 사실!

(음악회에서 안들었을 뿐, 광고나 영화 혹은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만났던 음악들도 상당하다.)

재미있게 이 책을 읽고 나니, 1권이 궁금해졌다.

책을 따라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어느새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서 클잘알(클래식 잘 아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기도 하고 클래식에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안 비밀!

클래식에 관심을 갖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면,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소설책만큼 재미있는 음악가들의 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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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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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단편집이다. 그래서 제목이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인가 보다.

(계단실의 여왕은 마지막 이야기의 제목이다.)

네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이라면... 직접적인 범죄(살인 등)를 저지른 사람이 아닌, 누군가의 죽음의 동조 혹은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 대한 응징 혹은 복수의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인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은 딸의 유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범인은 주인공인 사이키에게 전화를 걸어서 매그놀리아 거리로 나오라고 이야기한다.

흔히 있는 돈을 노린 범죄는 아니었다.

결국 범인은 3개월 전 있었던 건물 옥상에서 자살하려던 사건을 지켜봤던 또 다른 목격자였다.

주인공 역시 그 사건 당시 근방에 있었고,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자살을 부추겼고 결국 옥상에 있던 남자는 뛰어내려 사망하게 된다.

직접적인 살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자살을 부추긴 사이키에게 모든 사람을 대표해서 죄를 묻고자 하는 오카모토의 모습 속에서 연예인 자살 사건 속 악플러들이 겹쳐져서 보였다.

두 번째 이야기인 밤에 깨어나는 어찌 보면 오해로 인한 범죄자로 몰리는 한 인물이 등장한다.

비슷한 나이에 백수라는 사실로 큰 의심을 받는 주인공.

과거 빨래방에서 같은 라인에 사는 옆집 여자의 속옷이 들어있는 줄 모르고 빨래를 돌렸다가, 그 여자로부터 속옷 도둑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여성을 향한 묻지 마 범죄가 벌어지자, 빵 공장에서 야간에 일하는 주인공을 향해 범인일지 모른다는 카더라 뉴스와 분위기들로 인해 오히려 범인이 아니지만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이 오해를 받을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세상 억울할 듯)

세 번째 이야기는 이 책에 들어있는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자살에 대한 죄가 큰 사람의 이야기다.

학창시절 왕따인 친구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서 결국 그 친구는 자살하게 된다.

장례식 당일, 외삼촌은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조카에게 도둑 누명을 씌운 범인들에게 복수를 선포한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후 사와이의 가족들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고들이 터진다.

결국 20년 전 그 일을 기억하는 사와이...과연 사와이는 가족들을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는 사이가 좋지 않은 이웃의 계단 사고를 보고 지나친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발견 당시 신고했으면, 살 수 있을 텐데... 그녀와의 좋지 않은 기억이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녀를 짝사랑하는(스토커?) 남자와 계단에서 사고가 난 여자, 그리고 그녀의 이웃이자 발견자인 세 사람 사이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감정뿐 아니라, 선의로 한 수고가 오히려 악의로 돌아올 수 있을까 봐 방조하게 되는 이야기 속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네 개의 이야기 모두 왠지 모를 찝찝함을 벗어버릴 수 없었다.

직접적인 범인으로 단죄할 수는 없지만,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죽음의 인과관계 속에서 그들은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여죄의 크기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아마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기 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들이 더 많아진 세상을 살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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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은 내 이름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하워드 제이컵슨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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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셰익스피어 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호가스셰익스피어시리즈 두번째 책은 #베니스의상인 을 각색한 #하워드제이컵슨#샤일록은내이름 이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지만, 기본 줄거리 한 줄만 알고 있을 뿐, 읽어본 적이 없기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했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경우 원작의 줄거리를 이야기해주는데, 이 책은 원작이 마지막 장에 들어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히틀러와 유태인에 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악독한 상인이자 유대인인 샤일록(그 상인의 이름일 줄이야...!)을 과연 어떻게 그렸을지 내심 기대가 되었다.(원작을 읽지 않아서...)

"자비의 특징은 강요된 게 아니라네... 자비의 보상을 바라면서 자비를 베풀지 말게.

자비는 거래가 아니니까. 그냥 자비를 위한 자비를 베풀게.

쉽지 않은 책이었다.

사실 원작인 베니스의 상인 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았기에 더 그런 것 같다.

이 책을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유대인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편할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샤일록과 스트룰로비치 두 사람이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둘은 공동묘지에서 처음 만난다.

둘 다 사업을 하고 있고, 아내와의 교류가 사라졌으며, 딸을 키우고 있다.

사이먼 스트룰로비치는 자동차 부품사업을 물려받아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다.

유대인과의 결혼을 강요했던 아버지로부터 이교도와 결혼했음을 이유로 내쳐짐을 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재혼한 아내인 케이 코민 스키는 뇌중풍으로 쓰러졌다.

딸인 비어트리스는 유대인이 아닌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사랑의 도피를 떠났지만, 그 사실을 아내에게 이야기할 수 없어 가슴을 앓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부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반면, 샤일록은 같은 유대인이지만 스트룰로비치와 다르게 나눔에 인색한 사람이다.

그의 아내인 리아는 사망했다. 바로 둘이 만난 그 공동묘지가 리아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샤일록은 인색한 사람이지만, 그의 아내 리아를 정말 사랑했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나눌 아내가 떠난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힘들고 괴롭다.

어렵게 얻은 하나뿐인 딸 제시카는 유대인이 아닌 남자와 떠나면서, 엄마의 유품을 들고 도망갔다.

그리고 그 유품을 원숭이 아 바꿔치기까지 한다. 그는 답답한 마음을 전할 길이 없다.

또 한 사람인 플루러벨.

탐욕적이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예의 없고 부유한 상속녀이자 유명 프로그램 진행자인 그녀는 남자친구 당통을 이용해서 비어트리스의 도피를 돕는다.

문제는, 비어트리스가 도망친 남자가 그녀보다 두 배는 많은 나이에 이혼 경력이 있는 비유대인 축구선수 그래턴이라는 사실이다.

성인(16세)이 아닌 나이(15세)에 그래턴과 관계를 갖은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스트룰로비치는 당통과 플루러벨을 상대로 이 모든 사실을 폭로하고자 한다.

결국, 플루러벨과 당통은 비어트리스를 2주 안에 데리고 온다는 약속을 하고, 약속을 어길 경우 당통이 할례를 받기로 한다.

약속한 날이 오고, 비어트리스는 그들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당통은 수술을 위해 수술대에 오르고, 결과가 그들 앞에 주어지는데...

원작의 심장 근처의 살 한 파운드가 유대인의 할례의식(남자 성기 포경 같은)으로 개작되기는 했는데,

남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할례가 목숨의 위협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지 잘 모르겠다.

또한 원작의 샤일록처럼 정말 나쁜 놈으로 그리기에는 오히려 당통과 플루러벨이 더 질이 안좋아 보이는 건 내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싶기도 하다.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 자신의 종교적 이념을 딸에게 강요하는 것을 옳지 않겠지만 그런 두 아버지의 심경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문화와 분위기에서 평생을 자라왔기에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몰인정하고, 인색하다는 느낌보다는 아버지로서 딸을 지키기 위한 선택(어느 아버지가 미성년자 딸이 이혼남에 여러 가지로 문제 많은 성인 남자와 성관계를 갖고 가출한 것에 아무렇지 않게 반응할 수 있을까?),으로 본다면 오히려 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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