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강영혜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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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건 대부분 울적한 것이야.

유감스럽지만 시즈카도 반론할 여지가 없었다. 선은 어렵고 악은 쉽다...

정의를 따르는 데는 귀찮은 수속과 각오가 필요한데 악행을 하는 데는 아무런 준비도 필요하지 않다.

시즈카 할머니의 화려한 귀환!

여전히 깐깐하고, 여전히 얄짤없는 우리의 시즈카 할머니가 이번에도 매력 발산을 제대로 하셨다.

정념보다는 논리!라는 슬로건을 인생의 모토로 하고 살아가는 전직 판사 출신 시즈카 할머니는 이른 나이에 조기 은퇴를 하고 16년째 강의를 하며 살고 있다.

노인의 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강의를 하던 중 시즈카 할머니의 강의가 재미없다고 돌직구를 던지는 할아버지가 등장! 천하의 시즈카 할머니라도 첫인상부터 좋지 않을 수밖에...

말투나 내용 모두 시즈카 할머니와 동종업계로 보이지는 않는다. 알고 보니 지역 유지란다.

어차피 엮일 일 없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뭔가가 폭발하는 큰 소리가 들리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그 할배 겐타로에 의해 밖으로 겨우 나와서 보니 경찰이 출동했고, 그런 경찰에게 겐타로 할배가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

논리가 모토인 시즈카 할머니가 결코 그냥 보고 둘 사람이 아니겠으나, 겐타로 할배 또한 시즈카 할머니에 못지않은 추리 전문가였다는 사실!

기념비를 만든 조각가가 자신이 만든 기념비 아래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기념비는 5년 전에 세워진 것이고, 사체를 검시한 결과 이틀 전에 사망한 걸로 밝혀지는데... 힌트일 것 같지 않은 한마디가 사건의 열쇠가 된다.

같이 해결하고 싶지 않지만, 둘의 추리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겐타로의 추리를 보며 시즈카 또한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건은 둘에 의해 해결되고, 역시 돈 때문에 살인을 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이렇게 저렇게 둘의 악연(아닌 인연?)은 계속된다.

연상에 약한 겐타로 할배는 시즈카 할머니에게 또 다른 돌직구를 날린다.

"시즈카 씨와 같이 있으면 재밌어." 이거 고백인가요? 그린라이트??!

80대 노인만 아니면 충분히 로맨스를 풍기 고도 남을 테지만, 이 둘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사건 해결에 맞추어 있기에 조금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둘의 케미는 참 재미있다.

사이가 안 좋아도 척척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을 보면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시즈카도 겐타로도 노인이다. 그렇기에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노인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겐타로 할아버지는 어딘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역시나....ㅎㅎ

(시치리의 다른 소설 안녕, 드뷔시에 등장하는 할아버지였다.)

실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다루었기에(노인 간병이나 투자 사기 같은)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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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 -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신앙 에세이
김형석 지음 / 열림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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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정치나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와 다른 가치관,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 배태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경우(그 반대의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을 연구하고 후학 양성으로 보낸 100세의 철학자가 이야기하는 삶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의 이야기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인생의 많은 경험과 가르침을 풀어낸 분이기에 종교와 상관없이(저자는 기독교인이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신앙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 대대로 믿었던지라, 개인적인 선택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말이다. 한참 생각이 많아진 청소년기에도 불평 없이 종교생활을 했지만, 오히려 한참 늦은 고등학교 때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그때 하지 않은 방황 아닌 방황을 했었다.

종교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한 손해(시간, 재정적 외)에 기회비용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남들은 이 시간에도 공부를 하고, 쉬거나 여행을 가는데 그러기에 나는 제약이 너무 많았다.

결국 몇 달간의 고민과 생각 끝에 나만의 결정을 내렸지만, 그 시간은 참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저자는 종교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알게 모르게 삶에 영향을 미친다.

진정한 종교적 가치를 얻기 이전에 필요한 것에 대해 건전한 인격과 무게 있는 이성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정확한 이성적 판단이나 인격 없는 종교활동은 그저 활동일 수밖에 없다.

사실 책을 읽으며 공감 가는 내용이 상당수 있었다. 나 역시 지금의 회사에 다니기 전에 종교적 색채를 가진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같은 종교를 가진 회사면 좀 더 수월할 거라는 내 생각과 다르게 참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병을 얻어 1년을 채 다니지 못하고 퇴사를 한 경험이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참 좋았는데, 대표의 마인드적인 문제가 컸던 경우였다. 사회적으로도 꽤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지만 종교와 삶이 별개가 되어 사는 경우의 한 예였던 것 같다.

물론 그 사람을 향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종교를 가진 우리 모두의 문제는 아닐까?

종교에서 강조하는 가치관과 내 삶의 가치관이 하나가 되지 못할 때 우리는 오히려 비판의 도마 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파스칼은 신앙을 모험과 도박이라고 했다. 내 생명과 전인격을 건 도박이다.

잃게 되면 자아라는 전체가 무(無)로 돌아간다. 그러나 얻게 되면 자아는 물론 영원과 삶의 실재를 차지한다.

노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내 가치관과 종교도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다.

종교를 꼭 가져야 한다, 아니다의 답은 없다. 스스로의 결정이다.

하지만 종교를 가졌다면, 종교의 가치관과 내 삶의 가치관을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파스칼의 이야기처럼 내 자아가 없어지고, 사라지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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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녀명란전 1
관심즉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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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가 원작인 서녀명란전.

요즘 중국 소설이 한참 대세인 것 같다. 중국 소설 속에 담겨있는 중국 역사의 이야기와 함께 로맨스가 섞여있는 작품을 자주 만날 수 있느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서녀명란전은 대놓고 로맨스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완결이 아니기에 어떤 내용이 앞으로 이어질지 기대가 되기도 하다.

제목 그래도 서녀인 명란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서녀 명란전.

선녀를 잘못 쓴 것인가 했는데, 첩의 딸인 서녀로 태어난 성명란의 이야기였다.

특이점이라면 그저 명란의 이야기가 아니라, 명란의 몸에 들어간 요의의라는 인민법원 서기의 이야기다.

우수한 성적으로 정치법률대학을 졸업한 요의의는 공직에 진출한다. 모두가 꺼리는 1년간 찾아가는 법정 의무를 맞게 된 요의의는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정신이 든 요의의에게 이상한 장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고대시대로 타임슬립을 하게 된 것이다.

그녀가 들어간 몸의 주인공은 성굉이라는 사람의 여섯째 자녀이자 얼마 전 어머니를 여읜 5살의 서녀 명란.

성굉의 첩인 위 이랑(이랑이 첩을 이야기하는 단어인 것 같다.)은 아이를 낳다가 죽었는데, 그녀의 죽음에 뭔가 얽혀있다. 명란의 친부인 성굉 역시 서얼이다.

너무 착했던 어머니 위 이랑의 죽음과 어린 나이 때문에 명란이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집안 어른들.

특히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덕분에 명란은 아버지는 물론 할머니로부터 애틋한 다독임을 받는다.

그런 명란을 놓고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저울질하는 왕 씨와 임이랑.

임이랑에 대한 애틋한 사랑 때문에 잘못을 알면서도 쳐내지 못하는 아버지 성굉.

그런 성굉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왕 씨.

어리기에, 또한 충격이 크기에 명란이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명란 앞에서 모든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털어놓지만 요의의는 이야기를 들으며 답답하기만 하다.

또한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살아내기 위한 묘안을 짜내기 시작하는데...

그동안의 중국 소설들과의 차이점이라면 궁중 암투가 아닌 집안 안에서 벌어지는 정실부인 왕 씨와 첩들 간의 암투가 이 모든 사건의 주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또한 주인공은 타임 슬립해 들어간 요의의.

덕분에 모든 것이 요의의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덕분에 사이다 내용들이나, 현재 20대 여성 직장인에 눈으로 바라본 고대의 이야기라서 각 장의 제목부터 빵 터지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2권이 이미 출판되었다고 하니, 그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는지 너무 기대된다.

옛이야기이기 때문에 현재 여성의 지위나 위치와 동떨어진(시집만 잘 가면 된다, 어떤 신랑을 만나느냐에 따라 팔자가 달라진다 등의 이야기ㅠ) 이야기가 가득한데, 그 모든 이야기를 요의의가 풀어내서 그런지, 더 곱씹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과연 우리의 명란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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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마녀 새소설 4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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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매일 그녀와 마주치며 깨달았어요.

그녀는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21세기에 마녀라니... 현대에 마녀는 그저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인물일 것이다.

중세에 등장했던 마녀 역시 마녀사냥이라는 미명하에 본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종교적 잣대로 죄 없는 사람을 매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마녀 니콜은 200살이 넘었다 하니 19세기에 태어난 마녀이다.

용케 마녀사냥을 피해서 살아남은 그녀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나, 한국으로 몸을 피했다.

그녀가 만난 강렬한 검은 타르 느낌의 또 다른 여성인 태주.

둘 사이에는 엄마였다는 동질감이 있다. 그리고 둘 다 아이를 잃었다는 것.

태주의 이야기를 읽으며 많은 동질감을 느꼈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할 뻔했기 때문이다. 나보다 몇 년 일찍 결혼한 지인은 임신 중 갑작스레 아이를 잃었다.

출산을 3개월가량 앞두고 있었고, 태동이 갑자기 없어진 것이 이상해 간 병원에서 사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태동을 느끼기 시작한 이후로 출산 당일까지 아이의 태동이 조금만 느껴지지 않아도 불안했다. 이야기 속 태주처럼 태동이 안 느껴지면 아이에게 말을 걸고 배를 움직여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출산 당일 아이가 뱃속에서 태변을 보았다. 그게 그렇게 위험한 것이라는 사실은 출산 후 몇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 태변을 먹으면 큰일 나기 때문에 보통 태변을 보는 경우 긴급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태주 또한 그렇게 아이를 잃었다. 태변을 먹어서라는 한 줄에 소름이 확 돋은 건, 나 또한 그렇게 아이를 잃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책 속에는 태주와 니콜 둘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아이를 잃은 후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은 삶을 살아가는 태주는 자신을 마녀라고 소개하는 니콜을 만난다.

그녀에게는 아이가 돌아오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었는데, 니콜이 태주의 아이를 살려주겠다고 이야기했으니 말이다. 니콜은 태주에게 다지기형인 아이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20일 안에 잘라와야 태주의 아이를 살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여섯 번째 손가락을 들고 온 태주에게 니콜은 17살에 임신한 임신부를 찾아오라는 주문을 한다.

결국 임신한 여고생 초희를 데리고 온 태주는 니콜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초희의 뱃속에 아이가 죽어야, 태주의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말 말이다.

태주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초희도, 니콜도, 태주도 모두 엄마다. 아이가 존재해야, 엄마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엄마도, 아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엄마도, 아이를 저주하는 엄마도 아이 때문에 엄마이다.

태주의 아이가 떠난 것은 태주의 탓이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태주의 입장이라면, 태주처럼 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방관하고 거리감을 두는 남편의 모습에 화가 났다.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면서 이끌고 간 이야기는 짧은 결말을 내고 끝난다.

한참 극에 달했다가 급작스럽게 끝맺음을 하는 것 같아서 뭔가가 아쉬웠다.

그래도 태주가 조금이나마 아이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그리고 니콜의 이야기의 반전 또한 또 다른 맛이 있었던 것 같다.

믿는 순간, 당신이 바라는 걸 이루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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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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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는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이다. 등장인물이자 주인공인 올리버 트위스트의 탄생부터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벽돌 책인데다가, 저자인 찰스 디킨스가 이 책을 쓴 때가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이기에 어렵기만 한 책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어갈수록 내 이런 생각은 단번에 깨졌다.

해학적이고 적나라하고 슬프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물론 현재의 상황에서 책을 바라보면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아직도 이런 상황 속에서 자라는 아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니 말이다.

올리버는 태어날 때부터 흙수저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이같이 보인다. 아이를 낳자마자 엄마는 죽어버렸고, 아빠는 누군지도 몰랐다. 올리버 또한 숨을 어떻게 쉬는 건지 몰라서 고생스러웠지만, 살기로 결심하고 3분 15초 동안 사내아이답게 울어댄다. 하지만 고아인 올리버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구빈원에 맡겨진 올리버에게 나오는 돈이 있지만(그 돈이면 배가 터지게 먹을 수 있다지만), 맨 부인은 아이들 앞으로 나오는 돈을 가로채고 아이들에게는 최소의 음식만을 제공한다. 9살이 되어 구빈원을 떠나 교구로 오게 된 다음에도 그리 달라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한 그릇(숟가락보다 좀 더 큰?) 귀리죽으로 연명하던 올리버는 고아들을 대표해서 죽 한 그릇을 더 달라고 이야기했다가 쫓겨날 지경(작가는 사형선고라고 했는데... 이 또한 과장에 따른 해학이다.)에 처한다. 굴뚝청소부에게 팔려갈 뻔했다가, 장의사에게 넘겨지고... 그곳에서 또한 어려움을 겪다가 탈출하고... 하류층의 삶을 종류별로 경험하는 지경을 볼 때면 답답하기 그지없으나(세상에는 참 나쁜 놈들이 많단 말이지...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말이다.) 그 와중에 우리의 올리버는 그런 더러운 물에 휩쓸리지 않는 인물인지라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물론 올리버의 변화(장소 및 성장 등)에 초점을 맞추어 이동하지만 결코 주인공이 올리버라고 하기에는 뭔가 한계가 있다. 올리버의 의지라기보다는 주변인들의 의지에 의해 끌려다니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에 이 작품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올리버가 처한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어떻게든 악역을 맞기 위해 혈안이 된 인물들이 상당하다. 걔 중에는 착한 인물들도 있긴 하지만, 왜 눈은 악역에만 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고아 소년 올리버와 그의 성장에 작고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살펴보다 보면 왠지 모를 특정인들에 대한 편견이 보인다. 가령 유대인 노인이라든가, 매춘녀라든가 하는 인물들의 행태나 결말처럼 말이다.

또한 올리버의 탄생 부분을 읽다 보면 계급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올리버가 고아로 어려움을 겪으며 자라나긴 했지만 태생은 좋은 집안 아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올리버가 그런 주변의 방해와 어려움에도 물들지 않은 이유가 좋은(?) 핏줄을 타고났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는 건가?

재미있지만, 뭔가 벽에 부딪치는 생각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각 장의 이야기들은 짧지만 올리버의 성장에 따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상당한 불량인 것도 사실이다.

(가독성도 좋고, 해학이나 풍자성도 탁월하다. 원천적인 태생의 한계나 일반화의 오류로 보이는 몇몇 인물들의 작의적 표현들이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상당히 유명한 작품인데, 이제야 처음 접했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접했기에 그때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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