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우는 그림 인문학
유혜선 지음 / 피톤치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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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라는 단어는 내가 느끼기엔 참 거창하다. 왠지 어렵고, 복잡하고, 두껍고...

하지만 인문학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그런 내 선입견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려운 책도 있지만, 공감 가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책도 꽤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림도 인문학도 내게 그리 익숙한 분야는 아니다.

타고난 곰손이기에 그림 쪽 하고는 친하지 않은 데다가, 정말 사진처럼 잘 그려진 그림이 아닌 난해한 그림을 볼 때마다 내 안에 물음표가 가득 생기기 때문이다.(도대체 이게 뭘까?! 왜 이 그림이 유명한 거지?;;;)

그럼에도 미술관보다 그림 작품이 들어있는 책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적어도 책에는 작가의 느낌이나 설명이 담겨있고, 그 안에 새로운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5개의 큰 주제가 등장한다.

누구나 익숙하고,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익숙한 주제들이다.

자아/ 사랑/ 인생/ 죽음/ 행복

사람마다 경험이 다 다르고, 현재 상황에 따라 느끼는 것도 다 다를 테지만, 나의 경우는 자존감이 늘 아픈 손가락이어서 그런지 관련된 이야기에 더 집중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꿈이라 할 수 있는 그림이 들어있었던 부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도 눈이 갔다.

두 친구의 이야기가 담겨있던 장에서는, 잠깐 숨을 고르기도 했다.

아마 사람은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혹은 포기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지 않을까?

가정을 이룬 친구와, 커리어에 집중한 친구.

둘은 절친이었지만, 각기 다른 선택을 했고 그들의 삶의 모습은 달랐다.

가정을 이룬 친구는 손주를 돌보며 아픈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친구의 삶이 부러웠고, 자신에게 집중했던 친구는 나이가 들어 자신 주위에 남겨진 가족이 없음을 보고 손주를 키우며 사는 친구가 부러웠다.

당시 자신의 선택은 아마도 최선이었을 것이다. 그 최선을 선택했지만, 그 선택이 주는 어려움(혹은 괴로움) 때문에 다른 선택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말이다.

가족의 이야기였지만, 두 친구의 대화를 통해 선택과 포기에 대한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어떤 것을 선택하든 후회는 생긴다는 생각 또한 해봤다.

아마 이런 것이 인문학이 아닐까? 상황을 바라보고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 말이다.

그림을 통해 인문학을 만났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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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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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세계에는 인종주의가 없으며 품종과 색깔이 달라도 서로 잘 지낸다.

요 근래 동물의 보편적 생명권에 대한 책을 여러 권 만났다.

그래서 그런지 푸른 초원 위에 홀로 있는 소와 함께 『소를 생각한다』는 제목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된 포커스는 생명권보다는 소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소와 함께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누구나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 밖에서 피상적으로 들여다보면 쉽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푸른 초원이 있는 목장에서 소를 키우는 일을 생각해봤는가?

아마 누군가는 여유 있는 농장의 하루나 그림 같은 장면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림의 표지가 그런 생각을 더욱 조장한 것 같긴 하다만...^^)

그렇다면 첫 페이지부터 아마 깜짝 놀랄 경험을 할 것이다.

소의 분만을 돕는 엄청난 일을 혼자 해내는 주인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물을 주는 데 2시간씩 걸리고, 우사 청소를 하며 소똥을 치우고 새 깔짚을 깔아주고...

하루 종일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 농장의 하루가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물론 소의 생과 사에 대한 이야기 또한 등장한다.

송아지의 탄생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첫 장면에서 만난 붉은 암소는 너무나 큰 엉덩이를 가진 송아지 덕분에 엄청난 산고를 겪었고, 태어나자마자 기침을 하는 송아지 덕분에(폐로 양수가 들어가는 경우 죽음에 이른다.) 저자는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또 초유를 먹이는 것 또한 엄청난 요령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송아지가 성장하면서 질병이나 폐렴 등으로 인해 죽는 경우도 생기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버지와 함께 했기에 그런 일들로 인해 아버지와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서로 불협화음을 내뿜기도 한다.

이 책 안에는 제목 그대로 소를 생각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단지 목축일인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고대 동굴벽화에 등장한 소 이야기라든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는 소에 대한 이야기들과 같이 소를 보며 떠올랐던 이야기들도 들어있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저자는 농장에서 일어나고 생각한 일들을 기록하며, 그 시간 동안의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저자의 글 중 뜨끔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소와 인간의 이야기. 그리고 소를 넘어 자연과의 교감. 삶과 죽음 그리고 성장에 이르기까지 때론 역동적이고, 때론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어둡지 않은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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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
앨리스 로버트 지음, 김명주 옮김 / 푸른숲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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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화와 생존이라는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

우리의 운명은 다른 종들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로 묶여있다.

길들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기분이 있다.

아마 어린 왕자를 통해 만났던 단어라서 그런지, 익숙함과는 다른 조금은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들임이 주는 익숙함의 분위기는 뺄 수 없다.

이 책에는 그렇게 인간과 길들임의 관계를 주고받아 현재는 인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10종의 동. 식물이 등장한다.

(물론 인류도 여기 포함된다.)

방대한 양에 비해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마치 영상을 보듯이 촘촘하게 묘사해가는 식의 서술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이 책은 소설책이 아님에도, 마치 소설책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제일 처음에 등장하고, 또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개와 늑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늑대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길들임을 겪은 후 개로 변했다는 것은 생김새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과정들이 들어있는지는 짐작 외에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자세한 길들임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왜 그들은 야생의 버리고, 인간에게 길들여져 사는 삶을 선택한 것일까?

발견된 뼈를 가지고 연대기 측정을 비롯한 여러 조사를 거치며, 늑대가 길들여졌는지를 찾아가는 여정도 참 흥미로웠는데 농경기(약 11,000년 전)가 시작되기 전(약 35,000년 전)부터 개는 인간과 길들여져서 함께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특히 놀라웠다. 물론 개들은 환경에 따라 자신의 생물학적 변형까지 일으키며(가령 농경문화권에서 살았던 개들은 침 안에 효소가 더 다양하다.) 길들여졌다고 한다.

물론 아직도 야생의 늑대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로 살고 있다.

늑대 중 일부 부류만 인간과의 동거를 선택한 것일 테니 말이다.

이처럼 이 책 안에는 쌀. 닭. 밀 등과 같이 인류에게 길들여져서 인간과 동거하기 시작한(그러면서 그들 종은 변화를 이루었다.) 역사가 담겨있다.

인류와의 동거가 과연 그들에게 안락함만을 허락했을까? 그리고 길들여짐이 쉽게 이루어졌을까?

같은 종인 인간들끼리도 무수한 싸움과 어려움을 겪어가며 조금씩 서로에게 길들여지는데(결혼 관계만 생각해도 그렇지 않은가? 말도 통하고 어느 정도 이해관계와 애정까지 있는 남과 여가 한 집에서 사는 데도 엄청 힘들지 않은가?ㅎㅎ), 닮은 구석이 없는 두 종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데는 당연히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길들임을 당한 피생물체들은 인간에 의해 어쩌면 강제적이기도 한 잡종화나 육종에 의해 많은 변화를 경험했을 것이다.(물론 인류 또한 그렇겠지만...) 물론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테고 말이다.

인간에 의한 길들임으로 인해 우리에겐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과연 그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럼에도 그 길들임이 세상을 바꾸고, 인류를 더 발전시키고 편안하게 해준 것만은 사실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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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산책 - 이탈리아 문학가와 함께 걷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와시마 히데아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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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누구나 로마 관련 영화나 속담 등의 격언들을 통해 간접적이지만 로마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로마 때문에 많은 문화유산을 지닌 이탈리아에 대한 동경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 역시 로마나 이탈리아 여행 관련 책을 여러 권 만나서 그런지, 익숙한 몇 개의 유적들이 떠오른다.

아마 누구나 로마 하면 떠오르는 콜로세움이나 포룸 처럼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유적들의 이름들은 익숙하게 들어오진 않지만, 읽다 보니 본 적이 있는 곳이 있었다.

요즘 워낙 풀 칼라의 여행책자가 많아서 그런지 처음엔 조금은 오래되어 보이는 사진과 글이 익숙하지 않았다.

손에 들리는 작은 사이즈의 책(신서판이라고 한다.)이기에 이 안에 과연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싶기도 했다.

초반에는 저자의 설명대로 좀 어렵기도 했고, 지도나 사진이 흑백인지라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읽어가다 보니 저자가 산책하듯 걷는 로마를 따라 걷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유적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그에 얽힌 일화라던가, 관련된 인문적 지식들을 곁들여 만날 수 있었다.

마치 동네 뒤꼍을 걷는 듯한, 얽매이지 않고 차분하게 돌아보며 나무 한 그루까지 만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실제 패키지여행을 가면 많은 것을 단시간에 볼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깊은 이야기나 느낌은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로마 산책은 한곳에 오래 머물며 로마라는 나라의 은은한 향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6번째 이야기인 즉흥 시인의 광장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우리도 익숙한 덴마크 동화 작가인 안데르센의 장편소설 즉흥시인 속 배경인 로마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아직 접하지 못한 소설임에도, 저자의 글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데르센의 여정에 동행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물론 당시와 다른 로마의 모습이 다각도로 비교되어 교차하는 사진이나 글 또한 또 하나의 묘미였다.

물론 트레비 분수나 당시 안데르센이 살았던 건물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작은 책 한 권의 깊이는 차 많은 것을 아우른다. 그저 로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말이다.

문화. 인문, 역사와 같은 이야기들 속에서 진정한 로마의 깊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저자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탈리아 문학에 대해 연구했기에 그 깊이가 책이 드러난 것이리라.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책을 들고 작가가 이야기하는 로마의 그 길을 거닐어보면 참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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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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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절부터 답답했다. 옛날이야기를 차용하고 있지만, 왜 옛날이야기 속 이야기 같지만은 않은 걸까?

형부가 처제를 범하려 하고, 하나 있는 피붙이 언니는 자기가 살기 위해 하나뿐인 여동생을 인신공양으로 내몬다.

모현은 그 모든 상황에서 그저 당하고만 있을 인물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언니를 위해 희생을 선택한다.

(사실 희현을 인신공양 대상으로 무당 천이에게 사주한 사람은 남편인 단오였다.)

호랑이의 제물이자 신부가 된 모현을 데리고 숲 깊숙한 곳으로 숨어든 형부 단오는 검은 속내가 있었다.

바로 아무도 없는 깊숙한 산속에서 어차피 살아돌아오지 못할 처제를 범하는 것.

하지만 당하기만 할 모현이 아니다. 물론 때에 맞춰 호랑이가 등장하여 모현 대신 단오를 처벌해주긴 했지만 말이다.

호랑이의 목소리가 모현의 귀에 들린다. 기다렸다는 그 메시지는 또 무슨 의미일까?

호랑이를 잡으러 갔다가 실종된 마을의 수령 홍옥에 의해 모현은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양반가의 딸로 태어나 자란 희현과 모현자매. 아버지가 역모에 휘말리게 되어 죽는 와중에 두 딸만은 살리고자 하는 부모에 의해 섬으로 흘러 들어온다. 섬에서는 이방인 취급 당하던 희현은 아이가 둘 딸린 홀아비 단오와 결혼을 한다. 단오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은 희현. 하지만 아이는 병치레가 많다.

호랑이의 신부인 모현이 돌아오자, 무당인 천이는 또 다른 계략을 꾸민다.

아니 사실 그 섬에는 호랑이가 살지 않았다. 바로 천이가 마을 사람들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계책이었다.

모현을 보호하는 수령 홍옥 때문에 자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을 안 천이는 희현을 이용한다.

모현을 호랑이에게 돌려보내지 않으면 그 화가 마을에 미칠 것이고, 희현의 아들이 죽을 것이라는...

어미 희현은 그 말에 하나뿐인 동생을 겁박하며 호랑이 숲으로 돌아가도록 종용한다.

그러던 차에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생기고, 그 모든 화가 모현 때문이라는 음모가 계속된다.

아니 외지 사람인 모현 자매가 들어왔을 때 화를 몰고 온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며 마녀사냥을 해간다.

하나뿐인 친구 여민 조차 사랑에 눈이 멀어 모현에게 칼을 겨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약한 이를 바쳐 목숨을 부지하려 하지 말지니

다만 서로를 도와 마을을 구원하도록 해라.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인 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희생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 모습은 현재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앞뒤 따지지 않고 선동되는 말에 딸려가는 모습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남을 이용해 자신의 뱃속을 챙기고, 자신의 이익 앞에 우정도. 혈연도 배신하는 모습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희생을 통해 누군가를 지켜내고자 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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